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45
45. SI 홀딩스 (1)
미국에 다녀온 김세인은 학교를 다니는 와중에도 외환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언제 정리할지 시점을 가늠하고 있었다.
‘드디어 95엔의 벽이 무너졌다.’
수지가 난데없이 그런 말을 했다. 엔화는 빠르게 하락하다 95엔 수준에서 일주일 가까이 공방을 벌였다.
‘95엔의 벽, 언론에서 계속 떠들었지만.’
‘KIKO(knock-in, knock-out)가 뭔지 알아? 그게 95엔이면 보장을 받지 못하거든. 소로스가 해놓은 장난질이야.’
그러면서 수지가 설명을 했다. 일정 수준까지의 손실은 보험회사가 손실을 보상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손실은 보험사가 면책을 받도록 했는데 그 제한선이 95엔이었다.
물론 대략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게 벽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걸 유지하려고 저항한 내용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보험 상품도 있다고? 손해 더 보면 보상 못 받는?’
보험을 드는 이유가 손해를 줄이려는 것인데 손해가 커지면 아예 아무런 보상도 못 받는 보험이라니, 보험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사기라고 할 수도 있고 나중에 소송이 걸릴 내용이었다.
‘105엔 수준에서 95엔까지 떨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한 거지. 일부는 그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기도 했고. 알렸어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간과하거나. 외환시장에서 단기간에 그 정도 변동이 발생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다들 난리가 났겠네. 이번 지진에 버금가는 재앙이겠군.’
‘지금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입자들은 완전 패닉 상태야. 그러면서 90엔 선도 위협을 받고 있지. 다음 주면 90엔이 무너질 것 같아.’
그렇지 않아도 환율이 인하되면서 손실을 보는 판국인데 KIKO마저 발현되면서 일본기업이나 일본기업과 거래하는 기업, 엔화표시 부채를 가진 기업은 조기상환압박을 받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엔화의 수요가 그만큼 많아지게 되었다.
‘한국 업체도 피해를 많이 봤나?’
‘지금 일본과 거래하는 업체는 난리가 아니다. 대출연장도 불가능해서 2천억 엔이 해당이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지의 말에 한국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작정 엔화의 절상을 기뻐할 수는 없었다.
‘네가 관리하는 계좌는 수익이 어느 정도이지?’
‘2주 동안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거래했다. 초기 2600만 달러의 돈이 지금은 4억3천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이대로 가면 1주일 안에 10억 달러를 모을 것도 같아.’
김세인이 장기보유를 한다면 수지는 단타매매를 하여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었다. 엔화 환율이 상승하면 매입했다가 하락하면 매도하는 단순한 패턴의 거래로 수익을 내고 있었다. 하루에도 5엔까지 등락을 하는 상황이니 수익이 컸다.
‘해외법인을 만들어서 한국에 진출한다고 했는데 어디까지 진행 중이야?’
‘현재 12개 법인이 주요 국가의 금융거점에 진출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나머지 업체도 조만간 금융거점으로 진출하기 위해 작업 중이나. 다음 달이면 서울에 현지 법인을 개설할 수 있다.’
홍콩. 싱가포르, 도쿄에 진출하여 법인설립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법인이 설립되더라도 각종 인·허가를 진행해야 외환거래를 비롯한 금융거래가 가능했다. 그렇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금융기관의 진출은 해당 국가의 심사를 거쳐야 되지?’
유독 현지 법인 개설이 어려운 것이 금융기관이었다. 그렇기에 심사과정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렇다. 절차를 준수해야 하기에 시일이 걸린다. 그래도 1개월 정도로 단축할 예정이다. 휴먼해킹을 사용하여 진행하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시일이 걸리면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는 다른 금융기관, 그렇게 해도 큰 차이는 없으니, 업무대행을 맡기는 방식도 고려중이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 일단 잘 진행하고. 빨리 한국에 와서 황지원이 나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도록 만들었으면 한다.’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추진해도 되니 어떻게든 될 거야.’
황지원은 학교를 졸업했지만 황지원 패거리는 여전히 학교에 남아있었고 그들이 심심하면 나타나서 귀찮게 하고 있었다. 물론 물리적인 충돌을 하거나 격렬한 말다툼은 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조롱을 하거나 신경전을 벌였다.
‘물론 세인도 그동안 네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잖아?’
황지원처럼 관리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 다니는 자체로 영향력을 발휘하였고 최근에 일본관련 투자로 대박을 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가깝게 지내려는 자들이 늘어났다.
‘어쨌든 귀찮아.’
김세인은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고 황지원을 처리하지 않고 있는데 하는 짓을 보면 조만간 선을 넘을 것 같았다. 황지원이 선을 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차라리 넘어 귀찮은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고 있었다.
‘차라리 확실하게 죽일 이유가 생긴다면?’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번 주말에 유희원과 같이 야구장을 가기로 한 사실이 떠올랐다. 황지원은 여전히 김세인과 유희원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고 그 사실이 알려지면 어떤 행동을 할 수도 있어 보였다.
마침내 법인의 설립이 이루어졌다. 법인의 이름은 SI홀딩스로 정해졌고 이장우를 대표이사로, 최영석을 이사로. 김세인과 유희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여 등기까지 완료되었다. 아버지의 친구인 장준익은 감사로 초빙하여 경영자문까지 하도록 했다.
“세입자 선정까지 일괄적으로 대행하라는 말씀이죠.”
“그렇습니다. 물론 계약서 작성 시에 법무법인 종평을 통해 계약서 검토를 거쳐야 합니다. 이건 의무사항입니다.”
김세인은 자신이 모든 임대차계약을 다 검토할 수는 없기에 한지석 변호사의 개입을 의무화했다. 그 비용은 계약서 검토 건당 지급해야 해서 꽤나 큰 금액이지만 추후 임차인과 분쟁이 발생하는 것보다 나았다.
“유희원 이사의 검토도 필요합니까?”
“물론입니다. 임대를 위한 매물 출하 전에 계약조건처리전을 작성하여 제 승인을 받은 후에 중개인에게 매물로 내놓아야 합니다. 제가 일이 바쁘면 여기 유희원 이사가 전결을 할 수도 있고요. 그에 대해서는 저와 유희원 이사가 논의하여 결정하도록 하죠. 물론 계약조건처리전은 표준계약서 표제부에 기재할 사항을 요약하여 적어야 합니다.”
김세인은 자신이 모든 계약의 자금의 입출금에 관여할 수 없기에 업무의 대부분을 위임하기로 했다. 그를 위해 임대인인 자신 명의의 계좌를 만들어서 임대료를 수납하고 보증금의 일부를 출납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기본 수입은 임대관련 업무위임으로 확보가 되기에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투자인데 그와 관련하여 유망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발굴해야 합니다.”
김세인은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다시 한 번 업무협약을 맺기 전에 확인했다. 한지석 변호사는 이 협약이 내부자거래에 해당이 되기에 필요한 절차의 이행을 보조해 주었다.
“투자도 투자조건처리전을 작성하여 승인을 받도록 합니다. 처리전을 승인받을 때는 계약서와 IR자료를 첨부합니다.”
물론 일정 금액 이하의 투자는 사장의 전결사항으로 넘겨주었지만 일정금액 이상은 반드시 이사와 대주주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그런 조치는 배임이나 관리소홀, 횡령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산하에 전자공학을 연구하는 SI 산업연구소를 설립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친 연구를 할 예정이고 1차적으로 주력하여 연구하는 것은, 하드웨어로 차량용 반도체, 핸드폰과 스마트폰에 들어갈 음향장치이고, 소프트웨어는 스마트폰에 들어갈 앱 프로그램 관련 연구, 소프트웨어 간편화를 위한 기초연구입니다.”
김세인은 법인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연구소 설립에 대하여 언급했다. 시간은 유한하기에 하루라도 빨리 진행하는 것이 좋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대주주 가수금으로 현재 50억 원을 넣어놓았으니 법인설립 자금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신규법인의 자본금은 300억 원으로 하고 100% 출자하는 자회사로 만들면 됩니다. 그 자금은 때 되면 SI 홀딩스에 내가 증자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요. 법인 설립에 필요한 절차는 이장우 사장님이 법에 따라 이행해 주시고요.”
“연구소를 만들려면 연구소의 주체인 연구소장과 연구부문을 책임질 파트장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영입할 것입니까?”
사실 연구소를 만드는 작업은 무작정 건물만 구하고 연구원을 채용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핵심은 능력 있는 연구자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돈 먹는 하마에 불과했다.
“연구소장이나 각 파트를 책임질 분들은 내가 직접 물색하고 영입할 생각입니다. 제가 컴퓨터공학과에 있다 보니 이 분야에 전문가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투자하실 예정입니까?”
“매년 200억 원 정도 투자할 생각입니다. 초기에는 대략 석·박사 연구원 30여 명, 학사급 연구보조원 30여 명, 사무원 20여 명으로 운영할 것입니다. 이후 연구결과에 따라 증원하거나 감원을 할 예정이고요.”
김세인은 기본적으로 자기만족을 위한 플렉스를 하는 면이 강하지만 수지의 도움을 받는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어쨌든 망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김세인과 유희원은 토·일요일에 벌어지는 프로야구 RG의 개막 2연전 입장권을 예약한 상태였다. 경호를 해야 하기에 두 사람만 시즌권을 구매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야구장에 경호원까지 10여 명이 들어가야 하기에 그냥 예매해야 했다.
“보통 시즌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1루나 3루 쪽인데. 이렇게 포수 뒤쪽 자리에 앉아서 보니 너무나 잘 보인다.”
유희원은 같이 야구를 관람하니 기분이 아주 좋은 것 같았다.
“친구들도 왔어? 다들 RG 팬이잖아?”
“아니, 다들 피곤해서 오지 못한대. 시즌권도 끊지 않았는데 모처럼 개막전이라서 사전에 매진되어 예약도 못했고.”
“걔들 다 집근처 살지? 취직은 했어?”
“다들 그렇지. 취직한 애도 있고 재수해서 4학년인 애도 있고. 백조인 애도 있고. 다음 주에나 같이 볼까 했는데 미국가기로 했으니 그 다음 주로 미뤄야지.”
김세인은 야구를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저 유희원이 응원하는 것만 지켜보면서 에스퍼의 수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좋은 플레이로 관중들의 함성이 나오는 순간 에스퍼가 강하게 요동쳤다. 강한 감정의 변화가 에스퍼를 생성했다.
아직 에스퍼 총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빠르게 차올랐다. EP나 SP의 수련 상태가 미흡하기에 전부 다 받아들일 수는 없어 아쉬웠지만 에스퍼의 과잉도 문제라서 자제했다.
‘유피르 제국에서는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거의 없다. 대부분 매체를 통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거긴 스포츠가 없는 거야?’
‘에스퍼가 나타나면서 무의미해졌다. 음악과 미술은 있는데 야구나 축구 같은 유흥이 가미된 스포츠는 사실상 소멸했다. 있다면 오직 격투술과 검술, 마법전투만 있다. 그것도 너무 위험해서 직접 관람은 못하고 중계만 가능하다. 강한 무예나 범위 마법을 전개하면 관중들도 다치는 경우가 발생하여 관람이 금지되었다. 콘서트의 경우에도 많이 모여야 3천 명 수준이다.’
에스퍼 수련자들이 야구나 축구 같은 구기 종목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이 반칙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보는 사람도 없으니 차츰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유희원이 야구경기에 집중하는 동안 김세인은 에스퍼를 모으고 축적하는 훈련을 했고 공수가 교대될 때만 같이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잠깐씩 멈추었다 다시 집중하자 집중력을 키우는 훈련이 되기도 했다.
“너는 잘 하는,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어?”
“축구는 좀 하는 편이지. 군대에서 축구 잘해서 포상휴가도 받기도 했고. 그리고 아버지 따라서 골프도 좀 치기도 했고. 희원이 너도 골프는 좀 하지 않아?”
같이 체육수업으로 골프를 들었던 기억해냈다. 최종 테스트에서 유희원이 100타를 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