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51
51. C0-정식사용자 (1)
“나에 대해 알 것이니 특별히 설명은 필요 없겠죠. 연구소장이나 연구팀장을 맡았으면 한다는데 나는 연구소장을 맡기보다 연구팀 하나를 맡아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무슨 연구입니까?”
“반도체와 연관이 있지만 반도체는 아니요. 흔히 소부장이라 말하는 소재인 웨이퍼나 제조과정에 쓰이는 불화수소, 장비라고 할 수 있는 노광장비들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반도체가 아닌 소부장을 연구하고 싶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소이다. 사실 이건주 부회장에게 소부장에 투자하자고 했다가 밀려난 면이 있으니. 제품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장비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했지만 경제성이 없다고 외면을 받았고 본사에서도 모종의 이유로 연구계획을 폐기했으니 말이요.”
“하지만 반도체의 설계나 제조의 기술이 있지만 그 부분은 사실 기술이 없지 않습니까?”
황지우는 반도체 전문가이지 소부장과는 연관이 없으니 오히려 의구심이 들었다.
“최신 제품은 모르지만 1세대 이전의 제품이라면 국내 연구진과 기술진 수준으로 카피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 분야에 대하여 꾸준히 자료도 모았고 라인에 가서 직접 작동을 하면서 실험도 해보았고요, 그렇기에 그 분야에 관심 있는 연구원을 모아서 연구하면 10년 안에 따라잡을 것입니다. 물론 개발을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수요가 있어야겠지만 조만간 기회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김세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한동안 황진우를 바라봤다. 메모리반도체 개발을 하던 사람이 난데없이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를 개발한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럴 것이라면 연구팀장보다 연구소장이 더 낫지 않을까요? 반도체개발자가 월등히 많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연구소장이 되면 결국 소재나 부품, 장비에 대한 개발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입니다. 당장에 돈이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반도체와 장비 중에 개발이 쉽고 상업성이 높은 것은 반도체였다. 소재, 부품, 장비는 주력에서 밀려나 곁가지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면 둘 다 겸할 수 있습니까? 한 때 연구지원실장을 했기에 연구소 행정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 계획을 한 번 보시고 어떨지 의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이장우 사장과 최영석 이사가 만든 연구소설립계획을 보여주었다. 그걸 펼친 황진우는 처음에는 대충 보는 것 같더니 차츰 집중을 하더니 10여 분간 아무런 말도 없이, 정신없이 읽어나갔다.
“문제는 이 계획을 실행하려면 10년간 1조5천억 원이 필요한데 가능합니까? 중간에 자금이 부족하여 연구를 중단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그 정도 자금이 있으니 시작하려는 겁니다. 혹시라도 뭔가 더 궁금한 것이 있습니까?”
“파인텍이라는 회사와 제연화학, 레비털실리콘이라는 회사를 인수할 수 있습니까?”
“어떤 회사입니까?”
“파인텍은 반도체 장비, 특히 노광기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아울러 웨이퍼 제조설비도 개발한 회사입니다. 제연화학은 불화수소를 제조하는 회사인데 99.99%의 순도를 달성한 후에 실험실 수준에서 99.999%의 불화수소의 생산에 성공하여 생산기술개발 및 생산설비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인 99.9999%, 식스9의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레비털실리콘은 일본 업체 수준의 웨이퍼제조기술을 보유한 업체이지만 국내 반도체회사의 외면으로 사실상 부도상태입니다. 이들은 일본의 견제로 인해 영업 자체도 못하고 있습니다.”
셋 다 벤처기업수준을 벗어나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국내 업체, 대기업에서 외면하는 통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대기업에서 다각화라도 하면 되는데 일본 공급처와의 거래단절의 위험 때문에 외면하고 있었다.
“어떻게 아는 회사입니까?”
“국산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일본 거래처에서 저를 아주 죽이려 들었고 제가 연구소에 남아있는 이상 모든 거래를 단절한다고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황진우는 일성전자 입장에서 보면 회사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위험한 인물일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일성전자로서도 불가피하게 황진우를 내칠 수밖에 없었고 국내에서 개발된 장비나 소재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 부분은 가능합니다. 인수자금이 그리 많이 들 것 같지는 않으니 일괄적으로 인수하여 연구소와 합병하는 것도 좋겠군요.”
“그것도 방법입니다. 별도의 연구원을 영입하지 않고 그곳의 연구원과 기술자를 영입하면 될 것입니다.”
황진우는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했고 나중에는 먼저 연구소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김세인은 4월말 경에 중간고사를 봤고 그러는 가운데 2주마다 한 번씩 미국에 갔다. 유희원은 처음 미국에 방문할 때는 주저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동행했다.
또한 드림호프의 지분 30%의 증여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아울러 지분 증여와 동시에 사외이사 선임도 마무리가 되었고 김세인의 회사 내에 집무공간도 마련이 되었다.
따로 사무실을 내지 않고 넬리 킴 회장이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둔 집무실을 같이 사용하기로 했다. 레이튼도 회사를 방문할 때 그 사무실을 이용했는데 김세인도 같이 이용하기로 했다.
“미국 속담에 세금과 죽음은 피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 이 정도 세금을 내라고 하면 누구라도 피하고 싶겠어요.”
김세인은 부과된 증여세 내역을 살펴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드림호프의 자산을 평가하여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고 지분 30%의 가치에 상응하는 세금을 신고했다.
“어쩔 수가 없죠. 불성실신고로 판정되면 세무조사를 받는데 그것도 골치가 아프죠.”
레이튼의 말에 김세인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별도의 현금은 증여받지 않은 상황이라 김세인의 돈으로 세금을 내야했다. 그러니 목돈이 한꺼번에 나가야 했고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사외이사로서 투자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니 좋은 생각이 있다면 대표에게 이야기를 해.”
넬리 킴 회장이 그 자리에 있는 그렌 플로이드 CEO를 보면서 한 마디 던졌다. 그가 CEO일지라도 실질적인 면에서 김세인이 우선이라는 의미였다. 두 번의 투자를 해서 성공한 이후이니 그런 조치가 당연했다.
“투자에 일가견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좋은 투자처가 있다면 언제라도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회사에 득이 되는 일이라면 당연히 따를 것입니다.”
그렌 플로이드도 드림호프의 CEO로서 자존심이 있는지 대답을 하면서도 뒤에 단서를 달아 녹록치 않음을 드러냈다. 오너의 지시에 무조건 ‘예스’라고 하지 않는 면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얕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김세인은 그런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다. 차차 시간을 두고 해결할 문제였다. 레이튼과도 은근히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보이는 상황에서 더 어린 김세인에게 쉽게 승복하지 않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었다.
“김세인씨는 일본 투자나 중국 투자나 모두 부정적이라 들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까?”
그렌 플로이드는 따지듯이 질문을 던졌다. 아마도 적극적으로 일본이나 중국에 투자하자는 의견을 냈는데 둘 다 넬리 킴 회장이 거부했고 그 배후에 김세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김세인은 친일, 친중 인사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들었다. 흔히 영업을 하는 사람은 ‘~통’이라 하여 특정 지역이나 분야에 전문가가 있었다. 중국통이나 일본통이 있다면 친중, 친일 여부와 관계없이 그쪽에 투자를 원할 수 있었다.
“지진이 난 상황에서 일본 투자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이고 중국 투자에 대해서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미국에서 중남미나 아프리카에 투자한 경우 끝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습니까?”
순간 그렌 플로이드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끝내는 모든 재산을 강탈당하고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죽거나 쫓겨났다. 물론 중간에 투자한 것 이상을 회수한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중국은 언제라도 중남미나 아프리카 국가처럼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독재자도 하는 일인데 더 거대한 중국이라면 못할 것도 없지요. 더구나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공산당이 국가 위에 군림하는 나라이죠.”
김세인의 말에 그렌 플로이드는 설마 그렇게 할까 하는 표정이지만 아니라고 단언하지도 못했다. 현재 중국에서 거두는 투자성과가 크기에 다들 현혹이 되어 있었다.
“거긴 그냥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긴 싼 물건 사오고 자원 사서 가져오는 정도가 최선입니다. 그 이상 엮였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외에도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는 거들떠보지도 마십시오. 다 똑같은 나라들입니다. 계약을 위반해도 하소연할 곳도 없어요.”
김세인은 글렌 플로이드에게 단호한 어조로 그런 나라에 투자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떠오르는 시장에 투자하지 말라는 말에 난감한 얼굴이었지만 더 이상 뭐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 EU나 한국, 동남아시아 정도만 투자하라는 말씀인가요? 너무 소극적인 것이 아닌가요?”
“투자했다가 강탈당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설마 PMC라도 대대적으로 고용하여 그들 국가와 전쟁을 할 생각입니까? 그렇게 해서 돈을 찾아올 자신이 없다면 그냥 포기하십시오.”
김세인은 여전히 미국의 힘을 과신하는 미국인이 많은 것에 놀라고 있었다. 그동안 수도 없이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세인의 말이 끝나자 그렌 플로이드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어렸다. 넬리 킴의 지침이 내려오면서 그동안 일본과 중국에 투자하기 위해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직원들의 불만도 상당했다.
그런 지침이 내려온 배후가 김세인이라 생각하여 투자매니저들이 반발을 했고 일본 엔화의 절상에 투자하라는 지침에 반발을 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이라 김세인이 너무 편협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따져들었는데 설득은커녕 면박만 당하고 말았다.
“중국은 위험해. 내가 한국인이라서 감정을 앞세워서 일본과 중국을 기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야.”
넬리 킴이 마지막으로 김세인을 지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렌 플로이드는 레이튼을 봤지만 레이튼마저 외면하자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김세인은 고모할머니가 같이 한국에 간다고 하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무슨 이유로 가려는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있다고 해도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 간다고 해서 문제는 아니지만 그 목적 자체가 난감한 일이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니 내가 나설까 한다.”
“힘드실 건데 굳이 갈 필요가 있어요? 제가 계속 찾아올게요.”
“희원이에게도 말을 했으니 그렇게 알아.”
고모할머니가 단호한 어조로 김세인에게 말을 했고 결국 같이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나이가 있고 혼인을 서두르는 심정을 이해하기에 완강히 거부하지 못했다. 그런 일에 오지랖 넓게 나서는 것은 노인의 특권 같은 것이기도 했다.
“내가 가면 너는 천애고아가 되는데 그 전에 가정을 이루는 것이 좋다. 그것이 집안 어른이 할 일이고.”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히 먹고 살 방도가 있는지 묻겠지만 김세인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거기다 결혼을 염두에 두고 유희원을 만나는 상황이니 거부할 핑계도 없었다.
김세인이 원하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그런 생각을 하는 상황이라 난감했지만 한편으로 고맙기도 했다. 자신은 여전히 그저 가까운 친척, 고모할머니로 생각하는데 그보다 더 가깝게 생각해주니 미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