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52
52. C0-정식사용자 (2)
결국 유희원에게 그런 상황을 이야기했고 유희원도 그 상황을 이해하는지 한동안 전화를 하더니 다음 주말에 부모가 집에 오면 그 때 상견례 비슷하게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너무 서두시는 면도 있지만, 괜찮지?”
김세인은 말을 하면서도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 슬쩍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유희원의 눈치를 봤다. 프로포즈도 하지 않았고 서로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이야기가 급진전이 되고 있으니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사실 저번에 미국에 따라가면서 마음의 결정을 했는데, 뭐. 엄마나 아버지도 알고 있는 일이고.”
“그걸 아니까 고모할머니도 서두는 건가봐.”
유희원이 미국까지 따라온 것 자체가 이미 그런 신호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김세인이 졸업식에 간 것도 그런 시그널이었고 같이 일을 하기로 한 것도 암묵적인 동의절차였다.
“이러다가 우리 동기 중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결혼할 것도 같아. 할머니는 올 가을에 식을 올리자고 하시던데….”
이미 그런 말까지 오고가는 상황이었다. 김세인이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이 결정되고 있었다. 사실은 그런 상황을 짐작하지만 일부러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있었다.
“희원이 너는 문제없어? 괜히 일찌감치 결혼하여 가정에 얽매이는 것일 수도 있는데. 나야 너랑 같이 있는 것이 좋지만.”
“나도 좋아.”
둘은 미국에 다니면서 전에 비해 접촉의 빈도가 증가했고 사무실이 아닌 실내에 단 둘이 있을 경우 자연스럽게 나란히 앉게 되었다.
김세인은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변화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심호흡을 하면서 그저 유희원의 어깨만 조금 강하게 껴안았다. 당장이라도 더 가까운 관계로 나아가고 싶지만 그런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우리 문제도 있지만 최근 여기저기서 귀찮게 하는 것 때문에 오신 면도 있지? 로든이 지금 상황을 보고했다고 하던데.”
“겸사겸사 오신 거야. 그것도 이유이지만 고향이 그리우신 것도 같아. 봄에 꽃구경도 좀 하고 관광도 하자고 하시고. 한 달 정도 계시다가 미국으로 같이 갈 예정이야.”
김아현이 한국에 있으면 김세인도 편한 면도 있었다. 당장 미국에 다니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물론 고모할머니를 상대해주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지만 그리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네가 학교에 가면 여기로 출근할까? 특별히 사무실에 가야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은데. 사무실 전화만 여기로 돌려도 되고.”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 네 소속은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이니 그걸로 뭐라 할 사람은 없으니.”
“그건 그렇다. SI홀딩스에 속했으면 눈치가 보일 것인데. 사실 네 심부름 하는 것을 제외하면 한 달에 딱 3일만 각 잡고 일하면 임대관련 업무는 다 할 수 있으니.”
유희원은 말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처음에는 어엿한 회사의 소속이 아니라서 싫은 기색이더니 지금은 그런 위치를 은근히 즐기기도 했다.
“네가 집에서 같이 있어 준다면 나도 좋지. 레이튼도 종종 일이 있어 외출해야 하기도 하고. 나도 일 때문에 하루 종일 바쁠 때도 있고. 부탁할게.”
김세인은 일주일에 4일 동안 학교에 나가는 상황이라 집에 있는 고모할머니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다른 사람도 집에 있지만 가까이서 말동무라도 해줄 사람이 있으면 더 좋았다.
김세인이 황진우를 연구소장 겸 연구팀장으로 영입하기로 하고 SI홀딩스에서 이장우 사장과 최영석 이사를 소개시켜주었다.
김세인이 미국을 다녀오는 등의 일 때문에 바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정식으로 채용하고 법인의 설립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SI연구소의 소장은 법인의 대표를 겸하는 자리입니다.”
연구소장이지만 법인의 대표이사라는 점을 먼저 언급하는 이장우 사장이었다. 연구소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사기업이었다.
“민간연구소는 법인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겠죠. 그러면 SI홀딩스의 자회사로 설립이 되는 건가요?”
황진우도 연구원이지만 일성전자 연구소에서 임원급 연구지원실장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 바로 이해를 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법인설립도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일단 인원을 채용하여 연구조직을 구성하면서 연구소를 설립해야 합니다. 연구실이 있어야 연구할 것이니 말입니다. 실험장비도 바로 만들어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기에 사전에 발주하여 제작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황진우에게 세부상세계획을 건넸다. 김세인이 건네준 계획이 대략 20페이지 정도라면 세부상세계획은 200페이지 정도로 두꺼웠다. 그것도 기본계획만 그 정도이지 추가적인 자료가 두세 배는 더 되었다.
“법인이 출발하기 전에 집행된 자금은 나중에 현물출자형태로 정리가 될 것이니 그렇게 아시기 바랍니다.”
벌써 연구소 설립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상당한 자금이 집행이 되었다. 부동산 매입의 경우에는 취·등록세를 이중으로 부담할 수가 있기에 빨리 법인을 설립해야 했다.
“향후 업무협조를 위해 사외이사로 최영석 이사를 등재할 겁니다. 물론 저도 사외이사로 등재할 예정입니다.”
김세인은 자신이 사외이사로 참여한다는 사실까지 언급했다. 아직은 연구에 참여할 계획임은 알리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역량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참여 사실을 언급하면 시작도 하기 전에 분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
“연구원의 채용은 이장우 사장님이나 최영석 이사와 협의하여 진행을 하고 채용을 결정하더라도 홀딩스에서 승인을 받은 이후에 채용절차를 진행하기 바랍니다.”
그런 것은 김세인이 채용에 대한 최종승인을 하겠다는 의미였고 암중에 수지의 검증절차를 통과한 자만 채용할 예정이었다.
어느 정도 연구소 설립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황진우는 연구원으로 영입할 자들의 리스트를 꺼냈다. 절반 정도는 일성전자 출신이고 절반정도는 그동안 연구를 하면서 알게 된 연구원들이었다.
그들은 문제가 다소 있지만 대부분 그 정도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연구비 횡령도 있었지만 소소한 수준이고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유용인데 표적감사에 걸려 징계를 받은 경우였다.
이런 것은 사내 정치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었다. 연구원들의 경우 회계나 경리업무에 문외한인 경우가 많았고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적유용에 무감각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가 감사에 걸려 망신을 당하면 사표를 내고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일단 검토해보도록 하지요. 아울러 제 나름대로 몇몇 연구원들과 접촉 중에 있으니 그들도 추천하도록 하지요.”
김세인은 연구원 채용을 황진우에게 전적으로 맡길 생각이 없기에 직접 수지를 통해 후보자를 물색 중이었다.
“프로그래머나 게임회사에서도 실력 있는 사람을 영입할 예정입니다. 세부계획에 나와 있겠지만 스마트폰과 연관이 있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것입니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필요한 인재를 영입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 미국의 드림호프와 연계하여 사업을 진행할 것임을 언급했다. 공식적으로 문서에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직 드림호프와 그런 계획에 대해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세인은 학교 다니고 회사 일을 하면서 매일 4시간 이상 훈련을 하고 있었다.
‘현재 E3 단계이다. E4 단계에 진입하기 직전이고 생각보다 빠르게 C0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야구장에 지속적으로 다니면서 에스퍼 총량을 늘린 덕분이겠지?’
‘그렇다. 하지만 SP의 숙련도는 높지 않아 그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특히 라이트닝계열에 대한 숙련도를 올려야 한다. 라이트닝계열은 파괴력도 문제지만 통제력, 정교함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수련을 하면 흔적이 남아 문제이다.’
라이트닝 계열은 번개마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물리적인 파괴력을 발생시키는 것뿐만이 아니라 각종 전자제품을 침묵시키는 EMP(electromagnetic pulse) 효과가 부가적으로 발생했다.
그렇기에 함부로 전개할 경우 주변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최대의 능력으로 전개하면 반경 150m 정도는 대부분의 전자제품이 고장이 났고 1km 정도까지는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었고 2km 정도까지는 영향을 미쳤다.
그렇기에 불 마법보다도 훈련을 하는 것이 더 곤란했다. 불 마법은 시각적인 부분과 파괴력만 신경 쓰면 되지만 EMP는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무인도에 가서 전개하지 않는 이상 그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에 가 외딴 곳에 가서, 최소 2km 정도는 인적이 없는 곳을 찾아서 훈련할 생각이다.’
‘거긴 농장에도 그런 지역이 있으니 산책을 하러 가서 전개하는 것도 방법이겠지. 하지만 경호원들을 떨어뜨리는 것이 쉽지 않아 골치 아플 거야.’
경호원들은 전자제품을 많이 사용했다. 무전기를 비롯한 통신장비에 관측 장비 등을 소지하고 있어 문제였다.
‘그건 적당히 처리를 해야지. 탁 트인 곳이라 멀리 떨어질 수도 있고. 그건 머리를 써 봐야지.’
‘불 속성도 문제지만 진짜는 라이트닝이다. 그걸 사용해야 마도공학에 입문할 수가 있다. 그 수준이 극에 달하면 전자제품을 통제할 수도 있다.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해킹까지 가능할 것이다.’
수지가 각종 전자제품에 접속하여 정보를 모으는 것도 라이트닝 마법을 응용하여 만들어진 기기를 이용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빨리 연구소를 만들어. 거기에 전자파를 확실하게 차단하는 훈련장, 연구실을 만드는 거야. 대략 100억 원 정도 들이면 창고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으니.’
SP 수련을 위해서라도 빨리 연구소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법인설립과 연구소 부지 구입을 서둘렀다.
‘여기가 괜찮아.’
수지가 경기도 광주시 동남쪽에 천덕봉이라는 산의 북쪽 한 지점을 가리켰다. 개발제한구역의 바로 옆에 있는 12,000평의 대지였다. 아파트 부지였는데 여전히 개발을 못하고 있었다.
‘가격이 문제이지? 꽤나 비쌀 것 같은데.’
‘그렇지. 평당 최소 500만 원이라 600억 원이 필요해. 지금은 비싸 보이지만 나중에는 몇 배로 오를 거야. 거기다 그 지역은 주변에 골프장도 많고 고속도로가 날 가능성이 높아.’
‘그러면 질러야지. 이 정도 부지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김세인은 바로 SI홀딩스의 이장우 사장과 SI연구소의 황진우 연구소장에게 그곳을 매입하라고 지시했다.
“주인이 우대건설이니 법정관리인과 채권단과 협의하면 매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바로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부지가 개발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주인인 우대건설이 법정관리 중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외진 곳에 있어 주택을 지어도 입주할 사람이 없기도 했다. 또한 40%는 평지이지만 나머지 60%는 구릉지이기에 환경영향평가의 통과도 쉽지 않아 보였고 토목공사를 하려면 힘들어 보였다.
“설계도 바로 발주를 준 상황입니다.”
황진우가 구두로 한국대 후배가 운영하는 건축사사무실에 설계시안을 만들라고 요청한 사실을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연구소 설계에 상당한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확실한 부지도 없는데 설계가 가능합니까?”
“연구동이나 실험실은 용도에 따라 일종의 표준설계가 나와 있습니다. 지어진 건물을 리모델링 하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차이라면 지질에 따라 기초공사방법이 달라지는 것 정도입니다. 공장도 용도에 따라 표준설계가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주택도 그렇고요.”
“마치 기성복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보면 됩니다. 신축이기에 가능한 방법입니다.”
한 마디로 용도별로 연구동을 설계한 후에 부지가 결정되면 위치만 잡아주면 된다는 말이었다. 들어갈 장비까지 이미 정해졌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이미 연구실이나 실험실의 면적도 널찍하게 마련하기로 계획에 반영이 된 상황이라 설계를 맡기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기본설계가 빨리 나와야 바로 허가를 신청하고 작업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계약을 마친 직후에 현장답사를 하고 인·허가 서류를 작성해야 합니다.”
“연구실이건 공장이건 1층으로 짓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서 건축비가 그렇게 해야 적게 든다는 설명을 했다. 또한 실험을 할 경우 연구원의 안전도 보장하면서 각 실험 간에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