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56
56. C0-정식사용자 (6)
김세인은 수지가 무한하게 도울 수는 없다고 하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충분히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니 중요하지 않은 일거리를 줄여야 했다.
‘어떤 것을 줄여야 하지?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 뭐지?’
그러자 수지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하는 일과 그 일을 하면서 얼마의 능력이 소요되는지 대략 설명했다. 자세한 설명은 규정상 불가능했다.
‘이번에 조사하거나 감시하는 자가 늘어난 것도 문제이고 아바타를 움직이는 것도 문제이다. 많은 자들을 조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각 법인마다 지침을 전달하려면 아바타가 등장해야 하는데 그냥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변장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할 때마다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다.’
‘결국은 법인을 여러 개 설립한 것이 문제라는 말이군.’
조사하는 일을 제외한다면 원인은 경제활동이었다.
‘아예 못할 정도는 아니니 이번 건까지 처리하도록 할게. 대신 일을 더 늘리지 않아야 한다.’
‘알았다. 나도 더 늘리지 않도록 하마. 그런데 오늘 만난 조인환 고문은 어떻게 움직여?’
‘일단 중요 정치인 다섯 사람에게 고모할머니가 한국에 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전화를 했다.’
‘상대는 어떻게 반응을 했나? 그들에게 작업이 들어갔지?’
그러자 수지가 통화한 내용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짧게 1분 정도 통화한 것이 보통이었다. 그저 넬리 킴 회장을 만났고 그들의 행위에 분노한 것을 전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자들은 어때? 보복을 한다고 날뛰고 있나?’
‘달리 방도가 없지. 거기다 다들 물리적인 제재가 들어간 상황이라 움직일 형편도 아니고. 전부 병원에 있으니 여기저기 전화로 연락하는 것이 고작이지. 하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이쪽은 신경 쓰지 못해.’
더구나 각종 부패 스캔들이 밝혀진 상황이라 그들의 말이 먹히지가 않고 있었다. 직접 만나서 압박을 해야 뭔가 할 수 있는데 쉽지 않았다. 더구나 전화로 협박을 하면 상대가 녹음할 수도 있기에 조심하는 상황이라 성과도 없었다.
‘지금 그들이 입원했는데 위장 입원이라고 언론에서 욕을 하는데 진짜 아파서 입원했다고 믿지 않겠지?’
진짜로 죽을 것처럼 아파서 입원을 했는데 위장이라고 욕을 먹으면 억울할 것이지만 워낙 그런 경우가 많았으니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고모할머니가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한지 김세인에게 물었다. 그런 상황을 만들 사람은 김세인이 유일했다. 하지만 김세인 주변을 둘러봐도 그런 낌새가 없으니 이상해서 직접 확인했다.
“혹시 네가 손을 쓴 거야? 최근 SI홀딩스를 만들더니 그쪽에서 작업을 했어? 누군가 뒤에서 손을 대는 것 같은데.”
“아뇨. 그런 적이 없어요. 이제 막 만들어진 SI홀딩스가 무슨 힘이 있어서요. 피해자들에게 고소고발을 사주해야 하려면 직접 움직여야 하고 언론을 움직이려면 인맥도 있어야 하고 돈도 써야 하는데 그런 돈을 쓴 적이 없어요.”
김세인은 고모할머니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설사 고모할머니라고 해도 우주선의 존재는 알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누군가가 작업을 하는 것 같은데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사람은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점점 의심이 깊어지고 믿고 싶은 방향으로 믿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확증편향이 생기면 보이는 게 없다.”
그러면서 지금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한국의 정치권과 김세인을 이간질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전망했다. 배후에 김세인이나 고모할머니가 있다고 의심하고 성질 급한 인사가 손을 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논란이 생기면 관심이 집중되고 그러면 운신의 폭이 제약을 받는다. 이래서는 하등 좋을 것이 없다.”
넬리 킴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말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조심하는 것 외에 방도가 없었다.
“어쩔 수 없죠. 이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을 찾아야죠.”
“그보다 미국에 있는 자금은 어떻게 할 거냐?”
“몇 군데로 나눠서 운용해야죠. 한국으로 가져올 필요는 없어 보이고요. 양쪽의 재산은 별개로 운용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라. 꽤나 큰 자금이라 월가와 워싱턴에서 말이 나오는 것도 같다. 자금을 옮기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한국은 한국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관리해.”
“각 정부마다 자금유출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자본에 국적이 없다지만 자본가에게는 국적이 존재한다. 그걸 유념해야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민국에서 비공식적으로 나한테 연락이 왔다. 조용히 네가 시민권을 신청하라고 요청하더라.”
“시민권의 신청 말입니까? 영주권을 받고 일정기간이 지나야 신청자격이 있다고 들었는데, 뭔가 이상하군요?”
“억만장자, 십억 달러 이상을 가진 슈퍼리치는 법과 상관없이 많은 특권이 있다. 그 중에 하나라고 보면 된다. 미국이란 나라는 돈이 있으면 그만큼 대접을 해준다. 나중에 상속받을 때 신청자격이 주어졌을 것인데 네 힘으로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2억 달러를 증여받았지만 즉시 신청 자격이 되지 않았는데 투자를 해서 성공하고 추가적으로 드림호프의 지분을 증여받으니 마침내 자격이 되었고 이제는 거꾸로 시민권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요? 신청해야겠죠?”
“미국에서 활동하려면 신청하는 것이 좋다. 물론 영주권이 있으니 활동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알아보니 미국 출생이 아니라서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는 것 같은데 미국에 건너갈 때 처리하도록 하죠.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는 상황에서 국적포기는 그렇죠?”
“그것도 방법이겠다. 이민국에 그렇게 설명을 하도록 하마.”
김세인은 병역을 마쳤기에 이중국적이 허용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는다고 하니 결국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고모할머니의 후계자로 활동하려면 한국 국적보다 미국 국적이 유리했다.
유희원네 식구와의 상견례는 5월 14일에 있었다. 고모할머니는 그런 자리에 나가는 것에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자식이 없는 분이 조카손자인 김세인의 혼사를 주관하는 자리에 나서는 것에 설레는 것도 같았다.
그 자리를 위해 특별히 한복도 맞추기도 했다. 50년 넘게 입지 않던 한복이라 코디까지 한복집에서 데려오기도 했다. 결혼 당사자인 김세인보다도 더 신이 난 모습이었다.
김세인은 굳이 그렇게 한복을 입을 필요가 없이 정장차림이면 된다고 했지만 혼사에는 한복이라는 말을 하니 어쩔 수가 없었고 김세인도 다시 한 번 여름용 정장까지 맞춰야 했다.
한식당에서 만나 화기애애한 가운데 결혼 이야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고 가을에 결혼식을 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날은 고모할머니와 유희원의 어머니가 좋은 날로 골라서 잡기로 했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니 달리 문제가 없었다.
장인과 장모가 될 유희원의 부모는 이른 결혼식에 처음에는 난색을 표명했지만 고모할머니가 자신의 나이마저 언급하니 더 이상 반대를 하지 못했다.
“사돈은 계속 지방 공장에 있어야 하나요?”
결혼 이야기가 마무리 되자 고모할머니는 유희원의 아버지 유성현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의도인지 몰라 그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눈치를 살폈다.
“내가 거기 조인환 고문하고 잘 아는 편인데 서울에서 근무하는 방향으로 말해볼까 해서요.”
조인환 고문이 일선에서 물러난 사람이라 큰 영향력은 없지만 고모할머니의 요청을 회장인 조카에게 전달할 정도는 되었고 큰 문제가 없다면 어느 정도 반영이 될 것도 같았다.
“지방이라 불편은 하지만 괜찮습니다. 오히려 서울과 달리 눈치를 덜 봐도 되어 편합니다. 연말에 퇴직할 생각이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퇴직하면 고향인 음성으로 갈까 합니다.”
유성현은 5년 전에 뇌혈관 시술을 한 이력이 있기에 굳이 직장 생활을 길게 할 생각이 없었고 승진도 바라지 않고 있었다.
그런 대답에 고모할머니는 머쓱한 표정이 되었다. 거절을 했지만 한편으로 안심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김세인은 그런 고모할머니의 모습에 좋으면서도 부담이 되기도 했다.
“사돈총각은 디자인 쪽이라면서요?”
장인 될 사람에게 말을 붙이던 고모할머니는 그 자리에 와서도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던 손위 처남에게 말을 붙였다.
“내가 한 때 SC T&T라는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혹시 알아요?”
“캘리포니아 쪽에서는 유명한 패션브랜드라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동부의 에르디안과 합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품디자인과 일러스트 쪽이라 패션디자인과는 약간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같은 디자인이라 교류가 있지만요.”
“그러면 테이스터스 베이스라는 회사는 알겠군요.”
고모할머니가 가진 회사 중에 인테리어, 일러스트, 제품디자인에 특화된 디자인 회사를 언급했다. 한때 SC T&T를 비롯한 많은 회사의 매장과 사무실의 인테리어를 담당했었다.
“서부에서 유명한 디자인 회사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인테리어 설비 쪽을 정리하고 전문 디자인 회사가 되면서 규모가 축소되었다 들었습니다.”
“최근에 지분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세인이가 상황을 좀 더 두고 보자고 해서 계속 보유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말인데 한국에 진출하는 것은 어떨까요?”
“한국의 디자인 트렌드와 미국의 트렌드가 다르기에 진출한다고 해도 어떤 메리트는 없을 것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돌아온 디자이너들이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이고 대다수는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패션이나 디자인의 경우 지역적인 트렌드가 강해 일부 명품을 제외하고 국제적인 명성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디자인 회사가 한국에 진출하더라도 성과를 낸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김세인은 고모할머니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취직을 시켜주지 않아도 혼자 잘 하는 사람인데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투자를 하려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대화를 하자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가 고모할머니의 표정에서 대답을 찾아냈다.
‘뭔가 해주고 싶거나 뻐기고 싶은 것 같은데, 참.’
해주고 싶어도 받으려는 마음이 없어 보였고 그렇기에 고모할머니는 낭패한 기색이었다. 고모할머니가 대단한 존재임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보였다. 자신을 위해 그러는 것을 보니 조금 마음이 울적했다. 괜히 미안해지기도 했다.
양가 상견례를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도 없었고 5월이라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도 했다. 가정의 달이라 하지만 축제의 달이기도 해서 여기저기 노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고모할머니와 같이 그 다음 주 금요일 오후에 강원도 관광에 나섰다. 유희원은 집에 일이 있다고 하여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여행을 할 때 고모할머니와 따로 이야기를 할 것도 있어 권하지 않았다.
경호원도 같이 동행을 했다. 특별 편성을 하여 3박4일 동안 무교대로 근무할 수 있는 인원으로 동행했다. 또한 펜션에서 직접 식사를 해 먹을 경우를 대비하여 가사도우미도 동행했다.
여자 경호원도 있지만 나이가 젊어 고모할머니를 수발하는데 불편할 것 같아 같이 동행한 면도 있었다.
김세인은 심야에 훈련을 할 계획으로 그런 계획을 세운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호텔이 아니라 거처에서 움직이기 용이한 펜션에서 숙박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면 남의 시선을 끈다는 이유로 호텔을 피하였다. 물론 제대로 한국의 정취를 접할 수도 있었다. 고층에 숙소가 배정되면 움직이기 어렵기에 그런 핑계를 댔다.
금요일 밤은 횡성의 펜션에서 머물렀다. 근처의 맛집에서 횡성한우로 식사를 하고 일찌감치 예약해 둔 펜션으로 찾아갔다.
일행 중에 김세인과 고모할머니, 레이튼과 로든이 펜션 2층에 있는 응접실에 모였다. 여행을 왔지만 당면한 현안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