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62
62. 우주인 (5)
“1차 목표는 GH리조트로 하실 거죠?”
GH그룹의 계열사 중에서 가장 먼저 공격할 대상은 GH리조트였다. 그곳의 지분구조가 가장 취약했다.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연기금에서 보유한 지분을 어떤 식으로든 확보해야 합니다. 상장된 GH그룹의 지분 7%를 각종 연기금에서 보유한 실정이고 역시 GH리조트도 9%나 보유한 상황입니다.”
국민연금 3%에, 사학연금 1.1%, 공무원연금 1.3%, 군인연금 1.6%를 보유한 실정이고 건강보험 2%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연기금에서 상당히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GH리조트의 경우 부동산 부자이기에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여 추천종목으로 편입한 상태입니다.”
김세인도 왜 GH리조트를 연기금이 선호하는지 알아보았고 안정성이 높아 선호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바로 GH리조트에서 운영하는 4개의 골프장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건 확인이 되지 않은 찌라시 수준이었다.
어떻게 하면 연기금이 보유한 지분을 축소할 것인지 논의했지만 블록딜로 매입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어 좀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박민상의 장례식이 끝나고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김세인을 건들어서 장군님이 노했다.’
‘신벌을 맞아 병원에서도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김세인은 대운의 상이라서 잘못 건들면 살煞을 맞는다.’
‘김세인과 넬리 킴 회장이 저주를 해서 죽였다.’
‘박민상이 김세인 측에 돈 내라 협박하다가 역으로 당했다.’
이런 소문이 장례식에 참여했던 자들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는 수지의 작품이었다. 장례식에 참석한 자들은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상당히 예민해진 상황이고 그런 그들에게 휴먼해킹을 통해 그런 생각을 주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더구나 참석자의 절반 정도는 박민상을 잘 알던 사람이고 그렇기에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있었다. 구체적인 사건은 모르지만 어떤 행실을 했는지는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자리에서 느낀 것을 주변 사람에게 말했고 그것이 퍼져나갔다. 그들은 박민상의 죽음에 대한 것을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은 살아있는 김세인이나 넬리 킴 회장에 대한 부분을 더 부각시켜 이야기를 했다.
‘김세인을 협박하다 비리가 폭로되어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른 네 명도 오늘, 내일 한다더라.’
‘건강했던 자들이 모조리 중병을 앓은 것은 뭔가 있다.’
그런 사실마저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네 명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건강상태에 모아졌다. 그리고 병원 관계자의 입을 통해 위장 입원이 아닌 진짜로 아파서 입원했다는 사실이 퍼져나갔다.
위장입원인지 진짜 환자인지 정도를 말하는 것은 의료윤리와는 크게 관련이 없었다. 그렇기에 다들 진짜로 아파서 입원했다고 말했다. 위장 입원일지라도 아파서 입원한 진짜 환자라고 말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뉘앙스가 달랐다.
결국 그들마저 다양한 병으로 입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신벌이나 저주 때문이라는 소문은 근거가 있는 찌라시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김세인은 우주선에서 훈련을 마친 상황에서 수지와 대면을 하여 박민상 사망 이후의 일에 대하여 보고를 받았다
“정치권이나 재계의 의견은 어떤 것 같아? 권력기관은?”
김세인을 귀찮게 할 자들은 그들이었다. 또한 그들의 의견이 중요했고 그들의 도구가 될 권력기관의 움직임이 중요했다.
“이런 이야기는 공론화를 할 문제는 아니니 언론에 보도가 되는 것은 아니지. 하지만 소문을 들은 자들은 반응이 둘로 갈려.”
“수긍하거나 분기탱천하여 낭설로 치부하거나?”
김세인은 그 반응이 예상되기에 반문했다.
“맞아. 특히 ‘박민상의 똘마니’라는 곽정도가 공공연하게 세인과 고모할머니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고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양성시장 김수명이 역시 말이 많아.”
“김수명 시장이 왜?”
“지금 병원에 있는 김정훈 의원과 대학 동창이고 80년대 초반 같이 학생운동을 하기도 했던 자야. IMF 이전 대한당의 픽업으로 정치에 입문한 사람들이지. 그들의 성향이 조금 그렇잖아. 대충 비리에 관대한 자들이고.”
“아, 그런 자들이라면 이해가 되기도 하군.”
“어떻게 할까? 전에 말한 대로 벼락을 칠까?”
수지의 말에 김세인은 잠시 고민을 했다.
“권력기관을 움직이려고 하면 바로 손을 써. 그래야 허튼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니.”
김세인은 자신이 점점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귀찮은 일을 감수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문제야. 한 번 정도 정면으로 부딪쳐 드잡이를 해야 할 것도 같고.”
귀찮게 하려는 자들을 은밀하게 응징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허튼 수작을 부리는 자들은 하나둘이 아니었고 전부를 그렇게 처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물론 수지의 능력이라면 못할 것도 없지만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은 세인의 몫이었다.
“어수룩한 자 하나 정도 놔두었다가 허튼 짓을 하려고 하면 대놓고 역으로 털어야 할 것도 같아.”
“그러면 용등선이라는 자가 어때?”
그러면서 바로 어떤 인물인지 보여주었다. 검찰에 근무하다가 강압수사로 물의를 일으켜서 징계를 받고 사임했다. 이후 청와대에서 민정수석 밑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했고 그러다가 또 다시 민간인 사찰문제가 터져 사퇴한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인데도 대한당 후신인 현 여당의 텃밭에 공천을 받아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 자였다. 검사시절부터 온갖 비리에 개입한 정황이지만 문제가 될 때마다 잘 무마시킨 인물이었다.
“검찰을 움직일 것인데 문제가 없을까?”
“박수찬 부장검사가 용등선의 똘마니이지.”
수지가 그러면서 어떤 인물인지 보여주었다. 워낙 행실이 좋지 않아 야당에서 벼르고 있는 인물이었다. 조직의 비호를 받아 큰 문제는 없지만 워낙 미운털이 박혀있었다.
“현인철 사건을 조작한 검사야? 그럼에도 무사해?”
현인철은 야당의 중진인데 통일문제의 전문가였다. 문제는 통일문제가 민감해서 북한에 대한 포용론을 내세우기에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결국 간첩단 사건과 연루가 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가 되었는데 1심과 2심에서 조작된 증거로 옭아매서 유죄를 이끌었지만 그 사이에 조작이 드러나고 말았다.
“말단 검사와 경찰 세 명만 사법처리가 되었지. 실제로 조작을 지시한 박수찬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고. 징계는 관리감독 소홀로 고작 감봉 3개월에 그쳤어.”
그 때의 논리가 ‘어떻게든 응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라고 했지만 조작을 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 조작이 있는지 보고받지 못했고 제시된 증거의 조작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었다.’였는데 그게 받아들여져 증거불충분으로 처벌을 피했다.
“그러면 더 골치 아플 것 아냐? 그런 악질이 나설 텐데.”
“그건 아니지. 더구나 미국 에이전시에 있는 자료가 심각해. 그들도 엄청난 자료가 있어. 그걸 일단 공개하면 될 거야.”
그러면서 상당한 자료를 보여주었다. 더구나 국립문서보관원에도 부본이 상당히 존재하기에 발뺌도 쉽지 않았다.
“에이전시가 협조할까?”
“협조하도록 해야지. 대통령부터 여당 중진, 검찰의 자료까지 확실하게 챙겨야 하고.”
김세인은 너무나 규모가 커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지켜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김세인은 공대 컴퓨터공학과 건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너무 많은 경호원과 같이 다니면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학교 안에서는 경호원은 한 명만 따라오도록 했다.
“오랜만이야.”
막 건물로 들어서다가 동기인 류현석을 만났다.
“그러게. 같은 건물에 있어도 얼굴보기 정말 어렵다. 내가 워낙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쩔 수 없지.”
류현석은 그렇게 변명을 하기도 했다. 연구실 막내라서 강의를 듣는 시간 외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낼 상황이 아니었다.
“너는 잘 다니는 것 같아. 중간고사도 잘 봤다면서. 복학생은 헤매는데 넌 안 그런 것 같아.”
대학원생이 조교를 맡고 있기에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학부과정이야 그리 어렵지 않잖아. 그리고 작년에 전역하고 시간이 남아 미리 예습과 복습을 해두기도 했고.”
“너야 그렇지만 맹강한이 낙제하게 생겼다더라.”
맹강한은 김세인처럼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이었다. 군대를 다녀오면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한다는데 수업 태도가 좋지 못해 교수들에게 지적을 많이 받고 있었다.
“그거야 걔 사정이지.”
김세인은 동기지만 그리 친하지 않기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 것에 관심을 두기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저기 가서 커피나 한 잔 할래?”
류현석이 복도 끝에 있는 휴게실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자동판매기가 있었다. 김세인은 시계를 보다가 아직 20여 분 정도 시간이 있기에 같이 이동했다.
“하여간 너도 정이 없어. 그건 그렇고 이선우 이야기 알지?”
둘은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뽑아 탁자에 앉았고 자리에 앉자 류현석이 이선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대충. 공부를 하거나 취직을 할 것이지. 아니면 놀지 말고 차라리 군대라도 가던지. 할 거면 제대로 하던가.”
“요 근래 너한테 찾아오지 않았어?”
“며칠 전에 만나기야 했지만 그냥 못들은 척 했어. 매일 술 먹고 다녀서 그런지 팍 삭았더라. 좀비가 따로 없던데.”
김세인은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너무 매몰찬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바꿀 수는 없었다.
“다들 자기 살기 바쁘지만 서로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 것 아니야. 전에는 너도 뭐라고 하더니 조금 변한 것 같다.”
친구 사이에 너무 무심한 것 아닌지 탓을 하고 있었다. 김세인도 자신의 처지가 바뀌니 생각마저 달라진 것도 같았다. 친구라고 하지만 뭔가 시시한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듣지 않는데, 뭐. 사실 투자 하는데 좀 보태라고 하더라. 돈 벌었으니 자기한테 묻지 말고 투자하라는데 그건 아니잖아? 자기가 투자만 하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 믿는 것 같아. 그저 연구하는 타이틀만 보고 혹해서 설치는데 문제점을 말해도 듣지도 않고.”
한심하기 짝이 없어 몇 마디를 했는데 고깝게 생각하여 악담부터 했다. 인간성이 드러나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군대 가기 전에 알았던 순수했던 친구가 아니었다. 그런 모습에 사람만큼 믿기 어려운 존재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저번에 연구소인가 만든다고 하던데 진행하는 거야? 아무런 소식도 없던데.”
“잘 진행되고 있어. 연구원과 일반 사무요원도 절반 정도 충원했고. 연구소 부지도 조만간 마련할 것 같고. 그러면 바로 연구소 공사 들어가야지.”
“연구원 중에 우리 학교 출신도 많아?”
“서너 명 정도 있지만 절반 정도는 한국대 출신이야. 연구원은 한국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아. 우리 학교는 대략 10년 전부터 좀 괜찮은 사람들이 배출된 실정이니. 지금도 우리 학교 교수 절반은 한국대 출신이잖아.”
한국대의 평판이 전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한국대 출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다른 대학과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야, 우리 학교 출신도 좀 많이 채용해. 그래도 최근에는 실력이 좋다고 하던데.”
“나도 학교 따지지 않고 실력만 좋으면 선발할 거야.”
그렇게 말하고 더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지만 비즈니스에 학연을 결부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민환이랑은 연락은 해?”
“전화만 두 번 했지. 술 한 잔 할까 했는데 정신없는 것 같더라. 더구나 병특이라 더 자유도 없어 보이고.”
김세인은 이민환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지만 바쁘다는 말만 들었다. 그러니 졸업식 이후에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런 것도 있지만 대학원 시험에 실패하고 애도 좀 달라졌어. 나하고는 아예 말도 하지 않더라.”
둘이 같이 대학원 시험을 봤는데 한 사람은 합격하고 한 사람을 떨어졌으니 자격지심이 들겠지만 그런 것을 드러내는 것은 좀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당사자가 아니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좋게 보이지 않았다.
“네 이야기 듣고 멀리하려는 것일 수도 있어.”
김세인은 이선우와 이민환이 보이는 극단적인 모습에 달리 뭐라고 하기 애매했다. 이선우처럼 뭐라도 해달라고 달려드는 것도 문제지만 이민환이 바쁘다고 하면서 피하는 것도 문제였다.
“아마 둘도 네가 변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세상은 불공평한데 그게 말처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지.”
류현석이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도 그런 것을 말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김세인은 참 세상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