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63
63. 우주인 (6)
황진우 소장은 유능한 인물이었고 연구소 법인이 설립된 이후 연구소 직원이 충원되자 주도적으로 연구소 구축 작업을 해나갔다.
“김문성 사장, 우리 연구소로 들어오고 싶다고?”
불화수소 정제업체인 제연화학의 사장이 연구소로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명칭은 연구소이지만 주식회사이기에 합병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 이곳을 연구소 분원으로 두자는 말입니다. 연구소에서 인수했지만 독립된 법인으로 있기에 회계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인사도 독자적으로 관리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아예 합병하여 통합했으면 합니다. 물론 따로 있기에 사업자번호는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그건 문제가 아니지만 정말 그렇게 해도 상관이 없나? 무려 10년 이상 공을 들인 회사인데 없어지면 아쉽지 않아?”
후배인 김문성 사장이 청춘을 바친 회사를 아예 없애자는 말을 하니 안타까운 마음에 만류하려고 했다.
“당분간 제대로 영업도 못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독립법인으로 있다면 적자만 누적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매년 적자만 봤는데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세.”
제연화학이 독자 경영을 포기하고 합류하자 파인텍이나 레비탈실리콘마저 연구소 분원으로 합병했고 SI연구소는 그 규모가 순식간에 임직원 200명에 달하는 꽤 큰 회사가 되고 말았다.
“문제는 연구개발을 하여 제품을 개발해도 수요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일단 작더라도 각종 공장을 운영해야 합니다.”
황진우 연구소장이 김세인을 만나자 웨이퍼 가공공장을 리뉴얼하고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했다.
“파인텍에서 생산한 기계를 사용할 곳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죠? 레비탈실리콘에서 생산하는 웨이퍼도 사용해야 하고요. 또한 연구소에서 설계한 반도체를 시험생산도 하고요?”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플랜 A부터 플랜 D까지 총 4가지 설비를 세우는 계획을 내밀었다. 계획 하나를 달성하는데 보통 500억은 투자되어야 할 정도로 큰 프로젝트였다.
“이렇게 투자해도 1년 적자가 400억 원에 달하는군요.”
10년간 4천억 원 정도 적자가 예상되었다. 매년 1,5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기에 감당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비가 없다면 1년에 600억 원의 적자가 나고 연구 성과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연구하여 개발한 제품을 판매해야 그나마 적자가 줄어들었다. 아울러 인원도 2배 이상 고용하면서 연구원이나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기술자도 그만큼 육성할 수도 있었다.
“주로 생산하는 반도체가 차량용, 산업용 저가 반도체인데 채산성이 맞을까요? 첨단 반도체가 아닌데도 의미가 있을까요?”
“파운드리 업체는 생산의 유연성이 중요합니다. 최첨단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급에 맞는 여러 개의 라인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양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저가, 저사양일지라도 공장을 가동해야 생산능력이 향상됩니다.”
점점 첨단 장비를 개발하고 그걸 파운드리 업체에 설치하고 다시 연구소에서 좀 더 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사이클이 형성되면 어느 순간 최첨단 종합반도체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렇게 하는데 시간도 많이 필요했다.
“그렇게 합시다. 팹리스 회사를 세우려고 했는데 종합반도체 회사로 목표가 바뀐 것 같습니다.”
“팹리스 연구소도 결국은 샘플 제작은 자체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산하에 파운드리 설비를 두기 마련입니다.”
애초에 3개 제조회사를 인수한 것 자체가 결국 순수한 팹리스 연구소의 길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팹리스도 반도체 제조설비가 없다면 존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두 교수는 만나 보았습니까?”
당장 결론을 내릴 안건은 아니기에 일단 마정길 교수에게 추천받은 두 교수와 접촉한 결과에 관해 물었다.
“잘 아는 후배들이라 일단 이야기는 나눠 보았는데 테뉴어 심사에서 탈락한 상황이라 재임용심사 신청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1~2년 버틸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의미가 없으니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길을 찾는다고 합니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면직이 된다고 합니다.”
테뉴어를 받지 못한 이상 언제라도 재임용에서 탈락하면 쫓겨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그냥 퇴직한다고 했다. 그럴 바에는 다른 곳으로 하루라도 빨리 이직하여 자리를 잡아야 했다.
“이번 학기를 마치고 오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전공분야가 반도체 제조공정(식각)과 반도체회로구성이고 대학에서 그 분야에 관한 연구를 계속 수행했기에 추가로 연구팀을 구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괜히 중간에 그 사실을 알려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일단 구두로 합의를 했고 학기가 끝난 후에 세세한 것은 이야기하기로 했다.
“문제는 각 실험실에 비치할 실험 장비인데 도입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돈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라는데.”
반도체 장비는 돈이 있어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첨단 장비의 경우에는 기술의 노출을 피하고자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구할 수 있는 것은 철 지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범용장비 수준으로 일단 구비하고 자체 개발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자체가 연구개발과정이고요. 할 일이 많죠. 사실 연구소는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 전부라는 말도 있습니다.”
심시티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것이 바로 연구소였다. 연구개발을 하면서 실험 장비를 그만큼 개발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자동차 연구소도 신차를 개발하면 라인을 깔면서 새로운 공작기계를 수십 대 개발한다고 하는데 반도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바로 연구소의 역량을 결정합니다.”
황진우도 그런 사실을 알기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적당한 수준의 장비만 요구했다.
“증자작업은 전부 마무리되었죠?”
김세인은 SI홀딩스와 SI연구소 양쪽으로 대주주 가수금 형태로 증자할 자금을 선납한 상황이었다. 증자작업이 마무리되면 기존 가수금을 주금납입으로 처리하면 되었다.
“SI홀딩스와 SI연구소 모두 완료가 되었습니다. 이제 연구소 건립하고 장비만 설치하면 됩니다. 연구원은 유한빌딩에서 사전조사를 하면서 연구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연구소 만든 것이 잘하는 일인지 고민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와서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라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김세인은 C0등급의 정식 사용자가 되었지만, 각종 훈련을 할 때 자유롭게 훈련장을 이용하는 것 외에 크게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 차이를 체감하고 있었다. 우주선에 들어가면서 접하는 정보가 훨씬 많아졌다.
우주선을 타고 달과 화성, 금성까지 살펴보기도 했고 목성의 주변을 살피기도 했다. 물론 아공간을 이용하여 이동했기에 지구의 관측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고작이었기에 우주로 나왔다는 사실이 크게 실감이 되지 않았다. 그저 신기한 경치를 살펴보는 느낌이 고작이었다.
‘우주선 외부에서는 홀로그램으로 나타날 수 없는 거야?’
‘가능하긴 한데 그건 피하는 것이 좋아. 빛이 나기에 외부에 드러날 가능성이 커. 그건 세인도 바라는 것은 아니잖아. 아무리 만전을 기한다고 해도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수지는 홀로그램의 사용은 가능하지만, 노출의 위험이 있다면서 피하도록 했다. 다소 불편한 느낌이지만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고 싶지 않아 기존처럼 뇌파를 통해 대화하기로 했다.
‘연금술과 마법진은 이해가 되나?’
얼마 전에 마법진의 원리와 연금술에 대한 기초를 일종의 기억전송방식으로 습득했다. 에스퍼를 이용하여 전개하는 것이기에 쉽지 않지만 마도공학에 입문하려면 배워야 했다.
여전히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고 헤매는 상황이지만 계속 훈련하면서 개념을 잡아가는 중이라 언젠가는 전개할 것이라 믿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래도 점점 익숙해지는 면도 있었다.
‘그렇게 어렵지 않아. 문제는 우주선의 훈련장에 가야 제대로 실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이지. 외부에서 하다 보면 네가 주변을 경계해도 종종 방해를 받아 흐름이 끊기니.’
아직 기초 단계에 불과했지만, 상당히 복잡했다. 더구나 연금술은 각종 금속이 필요했는데 문제는 그걸 연습하면 흔적이 남는 점이었다. 물론 우주선이 그걸 치워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았지만 항상 신경을 써야 했다.
‘철이 가장 흔한 금속이지만 강도가 강해 연금술의 연습에는 적당하지 않아 걱정이다. 알루미늄도 문제이고. 그나마 유리와 구리가 수월한 편이고. 대신에 플라스틱도 연금술의 대상이 될 줄은 몰랐는데 신기하다.’
연금술이라고 하여 금속만 해당이 될 것이라 짐작했는데 모든 물질에 대한 통제력을 의미했고 심지어는 기체도 해당이 되었다. 더구나 상태변화마저 통제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물을 이용한 연금술 훈련도 가능했다.
‘아이스마법이나 용융마법이 가장 기초적인 연금술이라는 것은 바로 연금술 자체가 마법이라는 의미이다. 연금술이라 지칭하는 것은 물질의 물성변화에 중점을 두었기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마법은 에스퍼 운용이라면 연금술은 그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관점의 차이이다.’
수지의 말에 김세인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했다. 같은 결과를 낸다면 다른 마법을 사용해도 동일한 연금술로 분류가 되고 있었다.
과학문명은 화학작용과 물리적인 가공으로 이루어졌는데 연금술은 과학에 마법이 융합되어 있었고 마도공학으로 발전했다.
‘아울러 대인마법, 그것도 버프마법이 필요하다. 특히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마법이 필요해. 실험의 정확성과 연금술사의 안전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그러면서 스트롱 마법부터 헤이스트, 매직아이 같은 것을 전수해 주었다. 눈이나 귀의 능력을 강화하는 면도 있지만 새로운 보조 장치를 마법으로 형성하는 것을 익힐 수가 있었다.
‘이런 마법은 눈이나 귀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을 대체할 보조 장치를 추가로 형성하여 신체의 기능을 건드리지 않고 기능을 향상시키는 거다. 무작정 기능을 높인다고 직접 신체를 강화한다면 민감한 신체가 손상되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연금술을 전개하려면 먼저 그런 마법을 능숙하게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직아이는 망원경과 현미경이다. 이 두 가지는 에스퍼로 형성한 무형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눈을 보호하는 기능까지 있다. 특히 섬광이나 폭발에서 눈을 보호해 준다. 마찬가지로 각종 사운드 마법은 귀의 기능을 향상시키면서 귀를 보호해 준다. 그러니 가장 시급하게 익혀야 한다.’
통칭 스트롱 마법이라 하는 마법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걸 익혀야 연금술을 익히는 준비를 마쳤다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마법으로 감지할 수 있는 범위는 마도공학의 산물인 마법 장치에 미치지 못한다. 인간이 전개하는 마법보다 100배, 어떤 경우에는 10,000배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과학이나 공학은 측정이나 테스트의 수준이 바로 그 수준이라는 말도 있다. 그건 유피르 제국도 마찬가지이다.’
‘유피르 제국도 지구처럼 자본주의 사회인가? 제국이니 황제나 귀족이 존재하는 신분제 사회일 것도 같은데.’
수지가 그렇게 이름을 번역했을 때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짐작한 것이 맞는지 확인했다.
‘그렇다. 지구의 표현으로 하면 입헌군주제라고 하는 것이 적당하다. 아울러 귀족도 존재하지만, 명예직에 불과하다. 지구상에 있는 국가 중에 영국의 정치체제와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제국의 황제는 유피르 행성의 유피르 제국 본토에 있고 다른 행성의 자치령은 독립된 국가나 마찬가지이다. 지구로 보면 영연방과 유사한 구조이다. 하지만 유피르 행성에 제국연방의회가 있어 제국 전체의 경제, 교육, 학문, 국방 등에 관한 것을 조율한다. 하지만 유피르 제국은 동일한 법 체계하에서 움직이기에 하나의 국가이다. 본토나 자치령이나 주권이라고 하는 개념이 없다.’
‘유피르 은하에는 오직 유피르 제국만이 존재하나?’
‘그렇다. 유피르 제국이 행성을 통일하고 행성통합정부가 구성되었다. 대종말이 있고 500년이 지났을 때 이루어진 일이다. 그 이후에는 우주로 진출하여 인간의 영역을 확장했다.’
유피르 제국에 대한 정보도 어느 정도 제약이 해제되어 대략적인 것을 제공했다. 역사에 해당이 되는 것이라 가능했다. 군사 기밀은 아직 말하지 않아 그 분야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