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64
64. 우주인 (7)
‘행성 전체를 하나의 국가로 통일했다니 대단하다.’
‘행성을 통일했다고 하지만 사실 대종말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20만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도 주류는 유피르라는 산악지대 오지의 주민이었다. 산골짜기라서 방사능 오염의 피해를 그나마 적게 입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100년 동안 인구가 5배로 늘어 100만이 되었고 그 후에 300년 동안 방사능으로 오염이 된 유피르 행성을 정화하면서 새로운 문명을 발전시켰다. 기존의 과학 문명을 복구하고 마도문명을 창안하여 500년 후에는 유피르 행성 전부를 다시 인간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그 후에 유피르 행성, 유피르 항성계, 주변의 다른 항성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마침내 유피르 은하 전체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 시간이 무려 5천 년이 걸렸다. 영역을 유피르 은하로 계속 확장하면서 전쟁이 없었는데 이후 인접한 하이퍼 은하계와 우주 전쟁에 돌입했다.
두 은하계는 비슷한 문명 수준을 가지고 있었고 문명의 발달 과정도 상당히 유사했다. 과학 문명이 고도화된 후에 벌어진 핵전쟁으로 행성 자체가 사실상의 종말을 맞이했고 오지의 인간이 운 좋게 살아남은 것도 비슷했다.
일부 지적생명체는 살아남았지만, 환경은 인간이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가 되었고 방사능에 오염된 인간은 생존을 위해 진화를 했고 그 덕분에 에스퍼를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에스퍼를 사용하는 것도 유사했고 지적생명체, 인류의 형상마저 비슷했다. 그 결과 그들은 서로의 은하계 중간에 있는 무한의 공간에서 충돌했고 그 기간이 무려 2천 년에 달했다. 서로 은하계 일부를 침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팽팽한 대치를 이루고 있었다.
더구나 두 은하 사이의 거리는 은하계 직경 1,000배에 달하는 거리였다. 그렇기에 사실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지만, 은하 외곽에 존재하는 몇 개의 항성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여 조우할 수가 있었다.
더구나 슈퍼워프라 칭하는 초장거리 워프가 개발이 되면서 한 번에 1만 광년에 달하는 거리를 워프할 수 있게 되면서 인접한 은하로의 이주가 꿈만은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슈퍼워프는 비용 자체가 워낙 들기에 수지가 오기 500여 년 전에야 겨우 군사용으로 일부 사용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떻게 지구까지 오게 된 거야?’
‘안티매직필드라는 고위 마법이 존재한다. 원래는 대인마법으로 대략 반경 50m 정도를 에스퍼를 사용할 수 없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는 우주선을 이용하여 전개했고 심지어는 우주선 여러 척이 일정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전개하기도 했다. 그게 전개되면 우주선은 워프를 하지 못한다.’
‘기동력이 사라지는 것인가?’
‘그렇다. 물리적인 기동밖에는 못한다. 아울러 각종 공격마법도 전개가 불가능하다. 하이퍼 제국의 전투통제함과 전투함이 합동으로 안티매직필드를 전개했고 재수 없이 걸리고 말았다. 적에게 워프 좌표와 시간이 누설되었기 때문이다.’
광활한 우주에서 안티매직필드를 전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사전에 대기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내부자의 배신이 있었기에 적에게 그런 기밀이 넘어갔다.
‘그 지역을 탈출하기 위해 안티안티매직필드라는 미완성의 마법을 전개했다. 이 우주선에는 실험적으로 그런 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다. 적에게 잡혀 포로가 될 수는 없고 전투를 해도 중과부적이라 패배할 수밖에 없기에 불가피했다. 당시의 상황을 분석하면 안티매직필드와 안티안티매직필드가 충돌하면서 차원붕괴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이 은하계였다. 가장 가까운 항성계가 태양계였고 운 좋게도 지구 근처에 도착할 수가 있었지만 워프반동으로 인해 함장은 절명하고 말았다.’
‘우주선 안에는 각종 보호 장치나 회복장치 등이 있지 않아?’
우주선에 관한 정보를 다 알지 못하지만 죽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살려낼 수 있는 수준의 의료장비가 존재했다.
‘있지. 하지만 워프를 하는 동안 벌어진 일이라 사실상 어떤 조치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해진 규정에 의거하여 조난신호를 발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다가 침묵을 했고 지구 시간으로 대략 5천 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세인을 만나게 되었다.’
아무리 침묵을 하고 있더라도 시간의 흐름마저 체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피하려고 하면 피할 수 있지만 일단 규정상 지적생명체의 혈액이 선체에 뿌려지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기 전에는 침묵모드를 해제할 수가 없기에 포크레인으로 발굴이 되어 잡석 더미에 버려져도 그냥 그대로 있었다.
‘내가 우연히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지 않았다면 그때도 침묵모드를 해제하지 않았을 거란 말이네.’
‘그렇다. 아마도 LA 세인의 방에 전시품이 되어 그대로 있었을 것이다. 규정에 그렇게 되어 있다.’
‘혹시 다른 동물의 피가 묻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물론 반응은 하겠지만 지적생명체, 대상자가 일정한 수준의 지적인 능력이 없다면 침묵모드는 해제할 수가 없다. 지구상에서 인간, 그것도 충분히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 어린아이라면 검사만 하고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바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나? 기억을 읽었나?’
‘마법 중에 리드 메모리라는 마법이 존재한다. 그걸 응용하여 인간의 뇌를 스캔하는 기능을 극대화한 장비를 만들었고 우주선에는 그런 기능이 있다. 세인의 언어체계를 분석했고 곧이어서 인터넷에 접속하여 지구에 관한 정보를 습득했기에 가능했다.’
‘사용자 외의 다른 사람의 뇌도 일방적으로 스캔이 가능해?’
‘가능하다. 하지만 내 맘대로 그렇게 하지는 못하게 되어 있다. 지적생명체에 대해서는 함부로 조치할 수 없다. 여기도 민간인 학살 문제가 있지만 유피르 제국도 그런 것은 금지한다. 물론 지금은 사용자인 세인이 동의하면 가능하지만.’
김세인은 그런 수지의 대답에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우주선의 능력은 너무나 대단했다. 그리고 그걸 사용하면 거의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에스퍼를 사용하지 못하는 지구인들은 아무런 대비도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설사 에스퍼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방어가 어렵지?’
‘물론이다. 알아차릴 수는 있겠지만 무력화하면 저항이 불가능하다. 간단히 마비만 시켜도 강제 스캔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면 건강검진도 가능해?’
‘지구의 의학적인 지식은 충분히 확보했기에 가능하다. 지구의 어떤 의료장비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지금은 상당히 많은 사람의 몸을 살폈기에 바로 건강 진단이 가능하다.’
‘고모할머니의 건강은 어떤가? 고령이라 걱정이다. 당장 진단이 가능하지?’
‘보호 순위 2위로 등록이 되어 있기에 계속 살피는 상황이다. 지구상의 같은 나이대의 사람에 비해 건강한 편이다. 하지만 노인성 질환인 관절염이나 심부전, 신부전의 증상이 있다. 건강이 염려된다면 에스퍼를 이용한 마사지를 해주면 증상의 완화가 가능하다. 세인이 B등급이라면 보조사용자로 등록하고 신체 개조를 하면 최소 10년 이상의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다. 에스퍼까지 수련하면 20년 정도 연장이 가능해.’
‘그러면 희원이는 문제없어?’
‘특별히 문제는 없지만, 호르몬 분비에 약간 이상이 있다. 아직은 정상범위 내이지만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나이 30살이 되면 여성질환인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발전하여 불임의 가능성이 크다.’
‘치료 방법은 있지?’
‘호르몬 치료를 하거나 조기에 임신하면 된다. 1년 안에 임신한다면 자연스럽게 치료될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다면 일찌감치 출산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올가을에 결혼하고 임신을 하면 문제가 없겠네.’
‘그 전에 에스퍼를 이용한 안마나 성행위를 해도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낼 수 있다. 그것이 현재 지구에서 진행하는 각종 호르몬 치료보다 더 효과적이다.’
수지의 말에 김세인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생각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사귀기로 한 이후에 손을 잡고 키스까지는 했지만, 그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고모할머니처럼 에스퍼를 이용하여 마사지해주면 되겠네.’
김세인은 수지가 말한 일부의 내용을 듣지 못한 것처럼 반응했다.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핑곗거리로 인해 소신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김세인은 한지석 변호사로부터 황성후 GH그룹 회장이 만나기를 원한다는 전언을 받았다. GH그룹 고문변호사인 오갑석 변호사를 통해 연락이 왔다. 아마도 회사를 통해서 연락하면 소문이 날 것이라고 짐작하여 그런 루트를 통한 것 같았다.
“만나도록 하지요. 변호사님과 오갑석 변호사도 같이 만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혼자 만났다가 나중에 무슨 말이 나올지 불안하군요.”
김세인은 5.2%의 GH유통의 지분을 확보한 사실을 공시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을 매집하다 보니 어느새 그 정도 지분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주가도 작년 초의 주가인 12,500원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었다.
“알겠습니다. 약속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거기서는 최대한 빨리 만나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황성후 회장은 김세인이 무려 5.2%에 달하는 GH유통의 주식과 2.9%에 달하는 GH리조트의 주식을 매집하자 난리가 나고 말았고 결국은 먼저 만나자고 나서고 있었다.
한지석 변호사는 만난다고 한 지 30분 만에 그날 저녁에 만났으면 한다는 연락을 해왔고 결국 저녁 7시에 ‘향정’이라는 궁중요리전문점에서 만나게 되었다. 명칭은 궁중요리전문점이지만 50년 전통의 식당으로 한때는 ‘요정집’으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기도 했다.
“기업을 경영하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대주주가 등장하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어 연락을 드렸습니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의뭉스럽게 난데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내 돈으로 사고 정해진 절차에 의하여 신고하고 공시한 것입니다. 투자 및 경영 참여, 둘 다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김세인도 역시 동문서답으로 대응했다. 황성후는 그런 태도가 거슬리는지 못마땅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김세인이 말한 내용도 맘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저었다.
공시할 때는 주식취득이나 처분에 관련된 경위나 목적을 밝히게 되어 있는데 김세인은 투자목적이라는 것과 여건이 되면 경영 참여를 원한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말로 하지 않았지만 이런 대응 이면에는 황지원의 행동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더구나 황지원의 사주로 흥신소 직원들이 김세인 주변을 맴돌면서 뒷조사를 하다가 발각된 것도 있었다.
황성후는 김세인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황지원의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상황이었다.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나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적대적 M&A를 시도하겠다는 의사표시였다. 이미 김세인이 돈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고, 거기다 외국인들의 동향마저 심상치 않은 상황이었다.
“곤혹스럽군요. 서로 오해가 있다면 풀고 가야 할 것인데.”
황지원을 언급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에 입에 거론하지 않고 있었다.
“오해랄 것이 있습니까? 내 돈으로 주식을 샀다. 그것일 뿐입니다. 최근에 투자하여 수익을 냈고 그것을 다시 국내 유망기업에 투자한 것입니다.”
김세인은 재차 의뭉스럽게 대화의 핵심을 비켜나갔다.
“김세인 씨는 우리 지원이랑 좋은 관계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물론 지원이가 다소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가족도 엇나가지 않도록 살펴보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결국 황성후가 먼저 황지원을 거론했다. 황지원을 언급하여 잘못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말았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여 김세인의 행위를 탓하고 있었다.
“그래서요?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김세인은 대놓고 바로 반박했다. 굳이 그들에게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고 그들이 항의한다고 물러날 입장도 아니었다. 그럴 바에는 시작도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그저 원만하게 일을 수습했으면 해서 만나자고 연락을 드린 겁니다. 서로 싸워서 득이 될 것은 없지 않습니까?”
말은 수습이라고 말했지만, 압력을 가해 멈추게 하는 것으로 결국은 김세인이 굴복하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