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65
65. 우주인 (8)
“내게는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내겐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봅니다. 그대로 흉기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데 어떻게든 그 흉기를 없애는 것이 최선이라 봅니다.”
GH그룹이 흉기라는 말에 황성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중의적인 표현이기도 했고 GH그룹을 흉기로 간주했다.
황씨 일가로부터 GH그룹을 뺏겠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생존을 언급한 것 자체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않고서는 화해할 의사가 없다는 말이었다.
“물론 애가 다소 과격하고 호승심이 강해 조금 험담을 하고 뒷조사를 했지만, 그 정도를 가지고 사생결단한다고 하니 난감합니다. 그 정도 실수가 죽을죄라고 하기는 그렇지 않나요?”
“험담이라?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패륜을 했다고 매도하는 것이 간단한 정도일까요? 거기다 밤에 뒤통수를 맞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려고 뒤를 캐는 것 같은데.”
김세인은 그렇게 반문하면서 황성후를 보았다. 간단히 가정하여 말하지만, 전에 했던 일을 알고 말하는 것 같았다. 황성후는 동요하는 기색을 보였다. 무슨 의미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전에 그런 일을 벌였는데 사후에 어떻게 했는지 추궁하는 의미였다.
황성후는 말이 없었다. 황지원이 했던 짓을 다시 들추어서 공론화를 시켜 미제사건을 다시 수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심증만 있겠지만,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을 수도 있었다.
“원하시는 것이 있습니까?”
“굳이 그걸 언급할 이유가 있을까요?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 나갈 수 있는데 말입니다. 위험을 방치하지 않을 겁니다.”
김세인은 단호한 어조로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고 황성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배석한 오갑석 변호사나 한지석 변호사 모두 다 긴장한 기색으로 둘의 대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럴 거면 굳이 내가 이 자리에 왜 나왔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끝장을 볼 것이라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김세인의 말에 황성후는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어디까지 조치를 취하라는 말은 없었지만 대략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황지원을 감옥에 보내거나 최소한 정신병원에라도 입원시키라고 통보하고 있었다.
“좋게 해결을 바라지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같습니다.”
황성후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다가 정색을 하고 마치 철없는 아이를 꾸짖는 어조로 말을 했다. 하지만 김세인은 그런 것도 허장성세라는 것은 바로 알아차렸다.
“언제 습격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는 것은 황지원만이 아니라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의미이죠.”
김세인은 그렇게 말해 타협할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다. 한지석 변호사는 다소 걱정스러운 기색이었고 황성후는 분노를 분출할 수 없어 김세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반면 오갑석은 흥미로운 기색을 숨기려고 하면서 김세인을 살피고 있었다.
김세인은 오갑석의 태도를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 여유가 있고 뭔가 다른 배후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괜히 이런 자리에 배석시켜 귀찮은 상황을 초래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우주에서 보는 지구는 아름다웠다. 지구에서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겠지만 멀리서 보는 지구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행성에서 자원을 채취하면 무게의 변화로 인해 항성계 자체의 공전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 아니야?”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어지간한 수준으로 채취해서는 스스로 복원이 된다. 화성에서 3억 톤 정도의 물체가 사라져도 공전궤도나 주기는 약간 조정이 되는 걸로 계산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나마 걱정이 덜하군. 혹시라도 자원채취로 인해 태양계의 균형이 무너질까 걱정이었는데.”
“기우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기우이다. 그리고 굳이 화성에서 자원을 채취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지구에 있는 자원만 해도 사용하는데 부족하지 않다. 돈이 없지,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아?”
그러면서 지구의 자원은 충분하다고 했다. 방치되어 있어도 결국은 지구에 쌓여 있고 재활용기술을 사용하면 다시 자원이 되었다. 소멸하는 것이 아니기에 충분했다.
“그건 그렇다. 하지만 충분한, 경제적인 기술이 없다.”
“그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마도 공학의 수준이 올라가면 적절한 기술을 만들 수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 충분하다.”
김세인은 자신이 무턱대고 욕심만 부린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너는 목표가 뭐야? 네 목표가 애매모호 한 것 같아서. 뭔가 뚜렷한 과제가 없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지금 너무 지엽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 같아 아쉽기 짝이 없다.”
“세계정복이라도 하라는 거야?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남들은 업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데.”
“넌 그런 면에서 보면 답답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거든. 그것이 좋은 면도 있지만, 내가 논리적인 오류를 일으킬 정도로 문제를 만들고 있어.”
수지의 말에 김세인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인공지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면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거나 최고 권력자가 되거나 그러라는 말인 거야?”
“임무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말이야. 어떤 인생 목표나 대전략이 있어야 내가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가 있어. 나의 조력을 받는다면 그 가능성이 최소 50% 정도는 되는데 넌 그럴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이니. 연구소에서 연구하여 뭔가 이루더라도 그건 미미한 정도로 판단이 되는데. 하지만 지금처럼 움직여서는 너와 나의 가능성을 상당 부분 제한하는 것도 같아.”
수지는 어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런 임무가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니 논리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목표 지향적인 존재 의의에 대한 언급이었다.
“한국에서 어떤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 한국이라는 나라가 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여 운신의 폭이 크지 않고. 더구나 북한과 대립하는 상황이라 어떤 가능성도 없어. 그렇다고 미국에서 뭘 하든 인종적인 한계가 존재하지.”
김세인의 설명에 수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말이 없는 것이지만 끊임없이 연산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었다.
“그런 것은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처한 어려운 상황은 몇 가지의 재난을 가장한 행위를 한다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적절하게 휴먼해킹을 사용한다면 통일은 어렵지 않다.”
“통일이 어렵지 않다고?”
“그렇다. 북한의 통치권자 김경원과 그 일당은 행사를 하는 동안 폭사를 시키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고 그런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이다. 아울러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북경 인근에 거대한 지진을 내고 강남 주변에 거대한 태풍도 끌어오면 된다. 그러면 중국이 북한에 개입할 수는 없다. 그래도 개입하면 수뇌부를 비슷하게 폭사시키면 된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몇몇 지방 군벌을 휴먼해킹으로 독립하도록 사전에 조치하면 된다. 정부군이 출동하면 적절히 파괴하고. 그렇게 하고 남한의 정치가와 군 지휘관에게 약간의 휴먼해킹을 통해 통일할 의지를 북돋우면 그리 어렵지 않게 북한을 장악할 것이다.”
김세인은 수지의 말에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언뜻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건 너무나 희생이 크고 조금만 잘못되어도 파멸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미국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세인이 속한 국가에서 전쟁이 나면 적극적 개입이 가능하다.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사람은 잠정적인 적으로 상대할 수 있다.”
김세인은 수지의 말에 어떻게 반응을 보여야 할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좀스럽게 주변의 안위나 챙기는 것이 아니라 큰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라는 말인데 그렇게 하더라도 지금의 과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직업 움직일 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것이 없다면 결국 너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건 부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그러면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한다.”
그러자 수지가 행성통합정부(안)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세인은 너무 나간 수지의 계획에 뭐라고 대답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계획을 읽어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이건 일고의 가치도 없는 계획이야. 이걸 실행하려면 몇몇 나라는 인종청소에 가까운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어. 특히 행성통합정부가 형성된 이후에 벌어질 몇몇 민족의 폭주에 관해서 수지도 언급해 놓았는데 중국인이나 인도인은 20% 이하로 숫자가 줄어야 하는데 그건 엄청난 학살이야.”
유피르 제국과 출발부터가 달랐다. 핵전쟁 이후 대종말에서 살아남은 자들, 단일민족에서 출발했기에 큰 갈등이 없이 단일정부의 형성이 가능했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있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러면 세인은 어떤 야망이 없는 거야?”
“통일을 할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존재할 것 같은데 그러려면 일단 내가 한국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진 이후가 좋을 것 같아. 지금 통일을 한다면 다른 재벌만 좋아질 수 있고 나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없을 것 같아.”
그러면서 김세인은 몇 가지 전제조건에 대해서 언급했다. 실물경제에서 적절한 역할을 확보하기를 원했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 추진하는 일이 성공해야 가능했다.
“알았어. 그러면 세인이 연금술이나 마도공학을 더 충실하게 익혀야 할 것 같은데. 그리고 전자공학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그것에 대한 자료도 수집해 주지.”
“가능해? 그러면 현재 IT 산업을 주도하는 각 기업의 연구소나 전산실에 보관된 첨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까? 그런 연구자료나 기술자료를 열람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자동차, 조선 기계, 항공, 원자 공학까지 자료를 수집하면 될 거야. 모든 산업이 연관되어 있기에 한 가지 분야만 발전시킨다고 해서 되지 않아. 현재 국제분업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기에 적절하게 협업 관계를 구축해야 해.”
“그건 그렇지. 설사 이용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니. 앞으로 공부할 것이 엄청나게 많군.”
김세인의 말에 수지는 약간 장난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김세인이 고생하는 것이 재미있어 보였다.
“박사학위를 가진 박사들 수십 명이 보유한 전문지식을 머리에 담아야 할 거야. 물론 이해력이 엄청나게 상승한 덕분에 공부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겠지.”
김세인은 첨단기술에 관련된 자료는 얼마나 대단할지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