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66
66. 약육강식 (1)
황진우 소장은 SI 연구소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한빌딩의 최고층인 7층에 마련된 연구소장실에서 손님을 만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얼굴은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다.
“회장님은 황진우 소장이 새롭게 취업했다는 말씀을 듣고 상당히 불쾌한 기색이었습니다.”
일성그룹은 이건주 부회장이 어느새 회장으로 취임한 상황이고 눈앞에 앉아 있는 자는 회장의 비서인 강한식 부장이었다. 대놓고 협박을 하지만, 협박이라 말하기 애매한 수준이었다. 그런 일에 상당히 능숙한 인사인지 수위를 조절하고 있었다.
“이미 일성을 떠난 사람이 무엇을 하건 무슨 상관입니까? 더 이상 일성전자에서 관여할 문제가 아닙니다.”
황진우는 난데없이 찾아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행위가 맘에 들지 않아 바로 쏘아붙였다. 취업제한 기간 3년이 지난 상황에서 그가 어디에 취업을 하건 관여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의 특허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 이상 간섭할 일이 아니었다.
“난 반도체 소부장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일성전자에서 하던 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그러니 나에게 관심 두지 말라고 전해 주십시오. 설마 일본 업체에서 이것까지 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까?”
황진우의 말에 강한식 부장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나이가 이제 40대 초반인 강한식 부장은 고작 한두 번 만났던 기억이 있지만, 접점은 별로 없었다. 그들의 약점을 후벼파는 말이었다.
“말을 조심하십시오. 일성전자가 누구의 지시를 받을 위치는 아닙니다. 그저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말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자존심을 건드는 말이었다. 일본의 소부장 거래처의 요구로 황진우를 사실상 해고한 것을 지시 받는다 말하니 발끈했다. 하지만 그것도 일종의 연출로 보였다.
“귀찮을 것도 많군요. 어쨌든 먹고 살기 위해 취업한 상황이고 그러니 더 이상 관심 두지 말기를 바랍니다.”
“SI 연구소라는 곳 자체가 일성전자에서 퇴직한 자들이 태반인데 이런 행위는 문제가 됩니다. 회장님이나 일성전자에서는 중국업체에 취업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성이 이룬 것을 몰래 사용할 것이니.”
“이거 참, 재미있는 말이군요. 반도체 산업이나 그와 연관된 모든 것이 다 일성의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마치 일성에 허락을 맡고 사업을 해야 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무서울 것 없어 보이는 황진우의 태도에 강한식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이건주 회장의 전언을 전하러 온 자신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태도가 영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연구 결과를 도용하거나 특허를 침해하는지 항상 주목할 것이요. 우리가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는지 알 것이요.”
“우리가 법을 어기면 일성이 아니라도 다른 곳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우리는 약탈적인 기술의 사용은 없을 것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성이나 다른 곳의 권리, 한국대 교수나 중소기업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황진우의 말에 강한식은 바로 반박을 하지 못했다. 다른 누구보다 그런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황진우였다. 연구원도 약탈적인 기술사용에 개의치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일에 반대의 입장에 선 사람도 많았다.
황진우는 약탈적인 기술사용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반대로 이장춘 부사장은 어떻게 하건 결과만 내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이장춘 부사장이 득세한 것은 이건주 회장 자체가 그런 성향이기 때문이었다.
강한식 부장은 끔뻑도 하지 않는 황진우 소장의 모습에 몇 번 도발을 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돌아갔다. 물론 그런 상황임에도 문제가 될 정도의 언급은 피했는데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보여주었다.
김세인은 SI홀딩스로부터 일성그룹에서 찾아온 사실을 바로 보고받았다. 일성그룹을 감시하지 않고 있었는데 먼저 적대적인 행동을 하니 바로 수지에게 대책을 수립하라고 부탁했다.
“뭐라도 하나 하려고 하면 거치적거리는 것이 너무 많아. 황진우 소장을 채용해서 그런 건가?”
김세인은 어느 정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대놓고 찾아와서 협박할 줄은 몰랐기에 당황스러웠다.
“그건 아닐 거야. 어떤 핑계를 대어서라도 귀찮게 했을 거야. 경쟁자가 늘어나는 자체가 맘에 들지 않은 상황에서 그건이 보인거지. 마침 황진우 소장의 일이 발생하자 이전 자료를 검색했는데 이런 영상 자료가 있어.”
수지가 열흘 전쯤에 이건주 회장과 일성전자 사장을 비롯한 각 부문의 책임자들이 모여서 진행한 회의 영상과 이후에 이장춘 부사장이 따로 보고하는 장면 영상이 있었다.
내용은 SI 연구소라는 곳이 생겼고 그 이력이 어떤지 보고하는 내용이었다. 거대한 일성전자이지만 꽤 규모 있는 SI 연구소의 설립에 관심을 보였다. 물론 그런 내용을 보고한 사람은 연구소장인 이장춘 부사장이었다.
이건주 회장은 SI 연구소의 출현에 관심을 보였고 회의가 끝난 이후에 이장춘 부사장을 호출하여 자세한 내용을 보고받았다.
이장춘이 보고한 내용 중에 관심을 보인 것이 바로 황진우였다. 아울러 연구소 내부에서 논의된 내용도 상당 부분 알려진 상황이었다. 물론 몇 가지 단서만 주어지면 유추가 가능한 내용이지만 어쨌든 듣고 있으니 화가 났다.
“우리의 보안이 엉망인 건가?”
“그건 아니야. 저들이 이런 짓까지 해서 정보를 수집해.”
그러면서 수지가 몇 장면을 보여주었다. 일부 인원이 SI 연구소 사옥 근처에서 도청을 하고 있었다. 탑차에 설치된 첨단 장비를 이용하여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녹음하고 있었다.
“무서운 세상이군. 저들은 일성정보팀 애들이지?”
“추적하니 일성과 연관이 있어. 조직 자체가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어 밝히기는 쉽지 않아. 저런 기술을 가진 곳은 별로 없을 거야. 저런 장비는 일성전자 연구소에서 개발한 것들이야.”
“제대로 연구소를 세우면 저런 짓을 못하도록 막아야겠지?”
“전자파 노이즈 발생장치를 부탁하면 쉽게 도청은 어렵지.”
“하긴 우리가 기초적인 보안장치도 하지 않았으니 그건 문제이군. 지금이야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니.”
보안이 중요할 정도로 일이 진척된 상황이 아니기에 도청을 당해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저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몰랐단 사실이 답답했다.
“저 일이 아니더라도 귀찮게 했을 거란 말이지?”
황진우 소장의 문제는 채용과 무관한 트집잡기에 불과했다.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어떤 것이라도 트집을 잡아 귀찮게 했을 것 같았다. 단지 가장 그럴싸한 것을 먼저 진행한 정도였다.
“하여간 뭐든 문제이군. 쉽게 가는 경우는 드물어.”
“귀찮은 것이 싫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돈으로 조용히 살아가는 것이지. 하지만 그것도 돈을 노리는 자들의 표적이 되면 쉽지 않아. 그러니 항상 귀찮은 것이 없을 수는 없어.”
“일성전자와도 드잡이를 해야 하니, 참.”
김세인은 당장 그 총수인 이건주 회장을 어떻게 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서 손을 써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한국 경제에도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었다.
“귀찮게 하기야 하지만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겠지. 문제는 공권력으로 이용하여 귀찮게 한다는 것인데. 저들이 인·허가 문제에 개입할까 걱정이군.”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이 연구소 설립과 관계된 인·허가 문제였다. 일성전자라면 그런 문제로 장난을 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연구를 시작하지도 못할 수가 있었다.
“간단히 정리할 수도 있지. 벼락을 내리쳐도 되고.”
수지는 그런 말을 했다. 김세인은 믿음직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해결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해도 해결할 방도가 없다면 그런 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든든하기도 했다.
김세인의 주변에는 비슷한 크기의 금속판이 여러 장 널려있었다. 김세인은 그중에 금속판 하나를 들어서 앞에 있는 탁자 위에 올려놓고 손을 들어 라이트닝 라인을 만들어서 마법진을 만들고 있었다.
간단한 파이어마법 같은 마법진은 어느 정도 만들 수 있게 되자 마법의 인챈트라는 것을 시도하고 있었다. 마법금속이나 매개체에 마법진을 고정시키는 작업이었다.
수지는 김세인의 수준이 어느 정도 오르자 금속을 채취하는 마법장치를 만들라고 했고 그것을 진행 중이었다. 그런 장치만 만들 수 있다면 자연상태에 있는 금속을 채취할 수가 있었다.
물론 마법장치 하나에 고작 2~3톤 정도 모으는 것이지만 특별한 인건비가 들지 않기에 경제적일 수가 있었다. 더구나 고가의 금속을 모은다면 노다지가 따로 없었다.
‘정신을 집중해. 금속용융마법진은 두 가지 있는데 지금 만들어야 하는 것은 화염마법이 사용되지 않는 비열용융마법진이다. 에스퍼를 사용하여 원자나 분자 단위로 활성화를 시키는 마법으로 열이 아닌 물성의 특성을 이용하여 용융하는 거야..’
김세인은 극도로 라이트닝 라인을 가늘게 뽑아냈다. 양손으로 총 다섯 개의 라이트닝 라인을 형성한 이후에 마법진으로 만들어갔다. 이미 몇 번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 번에 성공할 수는 없기에 계속 시도하고 있었다.
현재는 마법진의 형상은 만들었는데 마법금속에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다가 계속 실패하고 있었다. 마법금속에 마법이 실패할 경우 에스퍼가 잔존하기에 바로 재사용을 할 수 없었다. 재사용을 하려면 추가적으로 가공해야 사용이 가능했다.
‘이 마법진은 금을 용융시키는 기능이 있어. 지금 만드는 부위가 바로 해당금속을 지정하는 역할을 하는 거야. 비열용융마법진은 세 부위가 다른데 바로 마법의 사용량, 해당금속, 용융상태를 결정하는 부위야. 그 부분을 다르게 만들어야 하지.’
김세인은 수지의 설명을 들으면서 극도로 집중하며 다섯 가닥의 라이트닝 라인을 배열하기 시작했다. 그가 만들 수 있는 라이트닝 라인이 5개가 최대였다.
라이트닝 라인이 서로 부딪치는 순간 폭발하면서 마법진이 사라지기에 교차를 시키면서도 접촉이 되지 않게 만들어야 했다.
‘보통은 가로세로 약 5㎝, 두께 2㎜의 금속판에 만들어야 하지만 초보인 만큼 10㎝, 두께 4㎜의 금속판을 사용하여 마법진을 만드는 거야. 이걸 성공한 이후에 절반으로 줄이지. 최종적으로 다시 절반의 크기로 줄여야 하지. 칩이라고 할 정도로 줄여야 하는데 그걸 다른 마법진과 연결하여 최종적인 금속집적장치를 완성해야 할 거야.’
‘언제나 가능할까?’
‘총 12가지 마법진이 사용되지. 그걸 다 만들어야 하고 그걸 마지막으로 연결하고 활성화를 시켜야 하지. 그게 가능해지면 B0 등급으로 승급할 수 있겠지.’
‘그걸 만들면 금속의 채취가 가능해진다는 말이지?’
‘물론이야. 대용량 채굴기와 광석채취 장치를 사용할 수가 있지. 그러면 지구에 있는 각종 자원을 무한대로 사용이 가능해.’
B0등급이 되어야 우주선에 실려 있는 장비를 동원할 수가 있는데 비슷한 유형의 마법장치를 만들어야 사용이 가능했다. 그런 규정은 하급문명의 지적생명체가 우주선의 능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약이었다.
물론 명시적으로 이런 규정이 왜 필요한 것인지 설명은 되어 있지 않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살피면 왜 그런 조치를 취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마침내 첫발을 뗀 것을 축하한다. 이제 하나, 앞으로 11개의 마법진을 만들려면 최소 두 달은 걸릴 거야. 지금보다 더 크게 만드는 것도 더 작게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절반의 크기로 만들려고 하면 두 달 정도 훈련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다시 절반의 크기로 만들려면 두 달은 지나야겠네.’
‘두 달? 최소 1년은 지나야 가능할 걸. 크기를 줄이거나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경험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래도 일단 시작은 했으니 어떻게든 될 거야. 매일 수련을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고. 더구나 에스퍼 총량은 부족하지 않잖아.’
김세인은 이제 하나 성공한 상황이니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암담했지만, 첫발을 뗀 상황이고 부단히 노력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