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70
70. 이빨을 빼라 (2)
강한식 부장은 비서실에서는 사실상 말단직원이나 마찬가지였다. 외부에서는 예비 중역이라고 부르지만, 안에서는 실무담당자에 불과했다.
“앉게.”
회장실로 들어가자 회장과 대화를 하고 있던 기조실장이자 일성전자 사장인 박정국이 앉으라고 지시했다.
“제대로 알고 일을 해야지. 어떻게 해서 미국의 정보기관까지 나서서 설치는 사태를 초래해.”
박정국 사장이 나서서 질책했다. 이런 것도 하나의 보여주기식인 행위이기에 고개만 숙이고 듣고 있었다. 회장이 나서서 질책하기 전에 먼저 질책하여 직원을 보호해 주려고 했다.
이어서 몇 가지 질문이 이어졌고 그럴 때마다 질책을 받아야 했다. 물론 반박을 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게 욕을 먹는 것도 종종 있는 일이기에 꾹 참고 있었다.
“송구합니다.”
몇 번이나 이런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뭐, 할 일은 해야지. 미국에서 부자라고 하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할망구인데 겁낼 것이야 없지. 미국에서 나선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지. 적당히 설치다가 말겠지. 오히려 강하게 버티면 다른 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도 있어.”
이건주 회장은 그리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일성그룹의 자긍심을 가지고 근무하라는 말은 갑질을 자행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건주 회장은 재벌 3세라서 상당히 권위주의적이었다. 오히려 선대의 회장들보다도 더 선민의식이 강했고 그 때문에 내부에서도 말이 나오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미국과의 사업을 생각한다면 적당히 수습은 필요합니다. 일단 강 부장은 당사자에게 찾아가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저라도 나서서 넬리 킴 회장에게 사과의 뜻을 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에서 귀찮은 일이 생깁니다.”
박정국 사장의 말에 이건주 회장은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박 사장이 직접 만나보려고?”
“이런 일로 회장님까지 나서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사장급 정도는 움직여야 이번에 나선 자들도 납득할 거라 봅니다. 이번 일은 한국 지부장의 독단이 아니라 랭글리 본부에서 움직였다고 합니다.”
“랭글리 본부라면 무시할 것은 아니지.”
“강 부장은 지금 바로 황 소장을 찾아가서 사과부터 하게.”
박정국 사장은 그 정도로 말하고 강한식 부장을 내보냈다.
“일단 그 정도 수습해 보고 휘클리 지부장에게 연락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정국이 말을 하다가 이건주 회장의 눈치를 살폈다.
“내가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사라도 해야 할지 모릅니다. 실제 만나서 손해될 것은 없습니다.”
“아버지가 한국에 투자하라고 할 때 매몰차게 거절했던 여자가 지금 한국에 와서, 참.”
김세인에 대해서 말이 많을 때도 그냥 졸부 하나 새로 생겼다 생각하고 무시했는데 전에 아버지랑 안면이 있던 할머니의 조카손자라서 문제가 되니 저절로 짜증이 났다.
“선대 회장님과 아는 사이입니까?”
“지금 생각하니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이도 같았다고 하니. 내키지는 않지만 시간 되면 인사라도 해야겠어요.”
이건주 회장은 그렇게 말하고 박정국 사장도 내보냈다.
레이튼은 일성그룹 기조실장이자 일성전자 사장인 박정국을 만나고 있었다. 굳이 만날 이유가 없지만, 최근에 분쟁이 발생한 상황이라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그들이 찾아온 것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괜히 들러리를 서주고 면죄부를 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김세인도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자고 했다.
“넬리 킴 회장님께서 오해하실까 걱정이 되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회사 직원이 실례를 범한 것도 같고요.”
미국대사관에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한국에 나와 있는 에이전시가 비밀 라인을 가동하여 경고해온 상황이었다. 이건주 회장이야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박정국 사장은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하고 직접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사소한 일로 척을 진다면 미국과의 비즈니스에서 차질이 발생할 수 있었다. 거기다 슈퍼리치인 넬리 킴 회장이 정치권에 계속 불만을 말할 경우, 지금까지 해온 작업도 무산될 수 있었다.
레이튼은 인사가 끝난 이후에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냥 듣기만 했다. 일단 상대의 말을 들어보고 그 내용을 넬리 킴 회장에게 보고할 예정이었다.
“경우에 없는 행위를 했던 담당 직원은 경고 조치를 했습니다. 이후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단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일성그룹과 일성전자에 대한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박정국 사장은 형식은 지극히 공손하지만, 내용은 알맹이가 없는 사과를 하고 있었다. 분쟁이 지속되면 귀찮아질 수 있기에 적당히 사과하고 공격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김세인과 SI연구소를 만만하게 생각하여 건드렸다가 그 배경이 만만치 않으니 재빠르게 수습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일단 회장님께 말씀은 전하도록 하지요.”
이런 일은 실무자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기에 보고하겠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더 말해봤자 도움도 되지 않았다. 박정국 사장도 구구절절 말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자리를 파하였다.
“일성그룹에서 사장급 인사를 보내어 사과했는데 어떻게 할까요? 전화를 달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레이튼이 만나고 와서 보고를 했다.
“네 생각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 적당히 털고 갈 거냐, 아니면 계속 감정을 깔고 대립할 것이냐?”
고모할머니는 김세인의 의중을 물었다. 향후 부딪칠 사람은 김세인이니, 상황판단도 김세인이 하는 것이 적절했다.
“사과를 받건 안 받건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좋지 못한 감정은 풀고 가는 것이 홀가분하겠죠. 서로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일 필요도 없고요.”
“그러면 레이튼이 알아서 적당히 대응하도록 해요. 서로 대립해야 득이 없을 것이니. 하지만 한 번 도발을 한 자들이고 잘못을 인정했다 해도 상황이 달라지면 딴소리를 할 것이니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겁니다.”
지금은 상황이 불리하니 물러섰지만, 기회가 되면 물어뜯을 것이라 말하면서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김세인도 언제 그들이 허튼짓할지 모르기에 긴장하기로 했다.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진다면 사업을 미국에서 시작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미국이라고 문제가 없지는 않을 겁니다. 어디건 신규로 진출하면 텃세가 있기 마련입니다. 여기는 그나마 인종차별은 없지만, 미국은 그런 것까지 고려해야죠.”
김세인은 미국으로 근거를 완전히 옮기는 것은 그리 내키지 않았다. 아직은 한국에 미련이 많았다.
김세인은 유희원에게 진행되는 일에 대하여 보고를 받고 있었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일을 이중으로 보고받는 것이지만, 적절한 지시를 내리려면 필요한 조치였다.
사무실에서는 가능하면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고 신체적인 접촉 같은 행위는 지양했다. 물론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반갑게 인사하지만, 그 정도가 친밀한 감정을 드러내는 전부였다.
“오늘 SI 연구소에 다녀왔다고?”
“응, 연구소 건립계획서를 전달해주려고. 첨단 시대이지만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서 직접 전달해야 한다니.”
“그건 내부 보안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지. 마음만 먹으면 해킹을 할 수 있으니. 물론 암호화를 해서 해킹이 되어도 상관이 없도록 할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고.”
“거기 갔을 때 특별한 것은 없었고?”
“거기 사람이 엄청나게 많더라고. 팀장급 인원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10명이 넘던데. 지원팀의 인원까지 하면 100명도 넘어가는 것 같아.”
“거기 말고도 세 군데 흩어져 있잖아. 그러니 지금은 200명이 넘어 300명 가까이 될 거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시제, 자금 현황을 살폈다. 유희원은 김세인 명의의 증권계좌의 예탁금을 언급했다. 시제 항목도 김세인 개인 자금, SI홀딩스 운용자금, SI 연구소 운용자금으로 나뉘어 있었다.
“내가 올 때보다 평가금액이 10% 이상 증가한 것 같아. 하지만 GH그룹의 주식을 다 처분한 것은 조금 아쉽다.”
“적절한 시점에 수익을 실현한 것이 최선이야. 더 갖고 있어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편이고.”
“그런데 황지원 때문에 M&A 하려는 것 아니었어?”
“고모할머니 쪽에서도 작업을 하는데 혼선을 빚으면 자칫 성과도 내지 못하면서 주가만 올리는 사태가 벌어지기에 당분간 그쪽에서 추진하기로 했어.”
유희원은 무슨 말인지 대충 이해했다. 김세인의 자산이 많지만, 고모할머니의 자산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또한 김세인이 매각한 상황이니 황씨 일가에서 방심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지분이 얼마나 되는데?”
“내가 5% 정도 보유했었는데 할머니 쪽은 무려 8%에 육박하고 있어. 더구나 지금 어느 한쪽에서 주식을 매각하는 중이기도 하고. 재주는 황씨 일가에서 부리고 돈은 다른 사람이 챙기는 꼴이야. 그래서 나는 형식상 손을 뗐지.”
그러면서 여당의 일각에서 주식투자로 선거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도 김세인이 매각을 진행한 사실마저 알려주었다.
“그래서 지금 가격이 10,600원까지 떨어진 거야?”
“그렇지. 대량 매각을 하면 2~3일 후에 매입하도록 하고 있어. 충분히 하락하여 저점에 다다르면 긁어모으는 거야.”
“그런데 저 가격이라면 엄청나게 하락한 상황인데 왜 매각하는 거야? 회사에 문제가 있는 거야?”
“내년 선거가 있으니 정리할 필요가 있지. 총선 임박하여 정리하면 그 자금의 출처나 사용처를 은닉할 수 없으니. 그래도 그들은 10% 정도의 수익을 낸 상태이고.”
“그런데 나머지 지분은 어디로 간 거야? 개인이 매입한 거야? 5% 정도는 사라진 것 같은데? 설마 황씨 일가가 샀어?”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 외국에서 들어온 자금이 움직인 것도 감지되고 있으니.”
김세인은 그 정도만 말하고 달리 설명하지 않았다. 수지가 확보한 지분까지 더하면 13%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 정도면 아직 M&A를 시도하기에는 어렵지만 제법 많은 지분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6월이 되자 다시 김세인의 학교생활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속속 모든 과목의 기말고사 일정이 발표되었다. 시험공부를 해야 했다. 물론 다른 사람보다 이해력이 뛰어나기에 어렵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노력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SI연구소도 차근차근 업무를 추진하고 있었다. 더구나 소문 때문인지 인·허가 문제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토목공사를 하고 있었다.
김세인은 그 와중에도 훈련을 멈추지 않았고 제국기본격투술과 제국기본검술도 이제는 9식에 입문하여 인간의 수준을 벗어난 상황이 되었다.
“마법도 이제 기초마법은 다 익히고 중급 마법에 입문해도 될 것 같아요. 대신 마법이론과 마법수학을 익혀야 해요.”
수지는 김세인이 승무원 전용 훈련장에서 정해진 훈련을 마치자 홀로그램으로 나타나서 그렇게 평가했다.
김세인은 두 가지 학문의 기초를 메모리 마법으로 전송받기로 했고 내용이 방대하기에 신체개조를 했던 장치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냥 해도 되지만 안전을 위해 그걸 사용했다.
“마법이론과 마법수학은 에스퍼를 익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
정신을 차린 김세인은 그 내용이 상당히 방대하고 내용 자체도 어려울 것 같아 그런 반응을 보였다.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그걸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과 직접 응응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그러니 부단히 훈련하고 익혀야 합니다.”
김세인은 전송받은 내용이 알 것도 같은데 막상 실제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다. 마법을 전개하면서 직접 적용하는 수밖에 방도가 없었다.
“이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수해도 상관이 없을까?”
김세인은 에스퍼 수련을 하는 것은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지 물었다. 에스퍼를 운용할 수만 있다면 성취가 미미해도 면역력이 향상되어 질병에 강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