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71
71. 이빨을 빼라 (3)
“그건 큰 제약이 없어. 하지만 에스퍼 수련에 적절한 신체로 개조하는 것은 불가능해. 물론 보조사용자가 된다면 가능하지만.”
“그러면 희원이에게 전수해도 되겠네.”
김세인은 이미 어떻게 말할지 구상을 한 상황이었다. 귀찮아서 거절할 수도 있지만, 방법이야 찾으면 되었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 내가 세인에게 전달하는 내용에는 제한이 있지만, 세인이 어떻게 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으니. 그건 세인이 판단할 영역이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을 거야. 에스퍼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감각이 필요해.”
그러면서 김세인이 빠르게 에스퍼를 감지하고 익힐 수 있는 것은 신체개조를 했기 때문임을 설명했다. 사전에 신체개조를 하지 않는다면 에스퍼를 익힐 수가 없었다.
“세인은 지구의 다른 사람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야.”
“혹시 유전자마저 달라진 것은 아니지?”
김세인은 두려운 기색으로 물었다. 그것은 2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었다. 유전자 변형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그건 아닐 거야.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걱정되어 검사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을 벌어지지 않았어.”
“그나마 다행이군. 혹시라도 제국기본격투술이나 검술을 익히면 에스퍼를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감지는 못하더라도 축적이 될 수도 있고 그러면서 감각이 향상되고.”
“그러면 유희원씨와 경호원들에게 전수를 해줘. 그런 다음에 결과를 살피는 것도 방법이지. 건강에 나쁜 것은 없으니.”
“그렇게 하자. 대련을 하자는 말도 있는데.”
로든은 종종 김세인이 훈련할 때 얼마나 강해졌는지 궁금해하면서 대련했으면 좋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었다. 고용주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로서 호승심을 보였다.
박정국 사장은 강한식 부장이 일으킨 물의로 유발된 문제는 대충 해결된 것 같지만 뭔가 미진한 느낌이 들었다.
“그저 알았다는 반응입니다. 별로 신경 쓰는 것도 아니고요.”
“넬리 킴 회장을 만나지 못했다고?”
이건주 회장은 적당히 만나서 타협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대신 전달했다고 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그저 집사 역할을 하는 레이튼 이사를 만났습니다. 김세인이란 자라도 만나려고 했는데 굳이 만날 필요는 없다고 하는 상황이라서….”
“그렇다면 억지로 만날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 노인네 한 성질 한다는데 걱정이군.”
말로는 되었다고 하지만 두고 보겠다는 의도임을 모를 수가 없었다. 더 싸울 명분은 없어 참고 넘어가지만, 어떤 꼬투리만 잡으면 보복하겠다는 심보였다. 자신도 그런 성향이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뉴스타그룹 이정후 명예회장이 팔순 연회를 한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초대장이 왔지만, 회장님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재성 부회장님이 대신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회장님의 참석 여부와는 상관없이 가신다고 했고요.”
이정후 회장이나 이재성 부회장이나 모두 재계 원로급이었다. 80살이 가까운 사람은 몇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간 비워두고 그날 그 노인네 오는지 알아봐요. 따로 시간을 내는 것보다 거기서 보는 것이 그나마 낫겠지.”
이건주 회장은 그냥 두자니 뭔가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고 굽히고 찾아가자니 자존심이 상해 결국은 자연스럽게 만나 악연을 정리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괜히 만나 일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자칫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밑에서야 싸우더라도 끝장을 보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지만 대장이 나서서 문제가 되면 퇴로도 없어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중요한 협상에서도 협의가 끝난 이후에 만나는 것이 관례였다.
“공손한 자세만 보인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아버지 얼굴을 봐서라도 막가지는 않겠죠. 내가 그 정도 하는데 어깃장을 놓는다면 끝까지 하는 수밖에 없고.”
“뭔가 바라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무역 문제도 있고 미국에서 소송도 있는데 아군을 만들어두면 좋을걸. 조카손자와 적당히 친분을 맺어두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 보이고요. 일본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는데 그 나이에 그런 정도라면 앞으로 뭐라도 될 것도 같고.”
이건주 회장은 문제가 된 이후에 넬리 킴과 김세인에 대한 자료를 자세히 살폈다. 그 결과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판단했다. 운도 실력이라고 설사 운이 좋은 것일지라도 가까이 하고 싶었다. 거기다 정보팀의 보고에 이번에 세운 SI홀딩스나 SI연구소의 역량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넬리 킴은 한국에서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이정후 뉴스타그룹 창업자의 팔순 잔치에 초대받자 모처럼 김세인을 대동하고 참석했다.
그런 자리에 가기를 귀찮아하는 편인데 미국에 왔을 때 몇 번 만나기도 했었던 사이라서 무시하기도 쉽지 않았고 김세인을 재계에 소개하기 위해 참석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이건주라고 합니다.”
그들이 입구에서 인사를 하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뒤에 등장한 일성그룹 이건주 회장이 자리로 찾아와서 인사를 했다. 생각지도 않은 조우였다.
물론 김세인은 수지로부터 이건주가 그 연회에 참석할 예정임을 들은 상황이었기에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따로 만난다고 해도 할 이야기도 없었다.
“선친인 이형필 회장과는 미국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4년 전에 타계하셔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나와 동갑이어서 말이 통하던 사이였는데 내 또래는 이제 별로 남지 않은 것 같아요.”
넬리 킴 회장이 슬쩍 선대 회장을 언급하자 이건주는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와 동갑이라는 말은 아들뻘이라는 말이고 그 말의 의미는 건방진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쓰이는 것이 보통이었다.
“선친이 살아계실 때 미국에 큰 기업인이 있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제가 먼저 찾아뵙고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 보니 이런 자리에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상대가 아버지와의 인연을 내세우자 결국 납작하게 엎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지 더욱 공손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
“나 같은 퇴물을 만나서 뭐 득 될 게 있다고 찾아와요?”
“어르신, 말씀을 편히 하시지요. 제가 아들뻘인데요.”
이건주 회장은 넬리 킴 회장의 냉랭한 대응에도 넉살이 좋게 대응하고 있었다. 선대의 인연을 이야기하는 순간 자신이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랬다.
“이번에 찾은 조카손자라고 들었습니다.”
“김세인입니다.”
이건주 회장이 김세인을 보면서 애매한 어조로 말을 붙였다. 김세인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어 가볍게 자신을 소개했다. 옆으로 다가오지 않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중인데 괜히 신경전을 벌여 이미지가 나빠질 필요는 없었다.
“얼마 전에 우리 회사 직원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들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어르신께 실례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알았다면 절대로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텐데 송구합니다.”
SI 연구소가 누구의 것인지 알지 못해 그런 실수를 했다는 말이었다. 그건 상대를 존중해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뭔가 베풀어준다는 뉘앙스도 있어 듣기에 거북하기도 했다.
“각자 제 할 일을 한 것인데 뭐 실례랄 것이랄 수도 없겠죠. 제 할 일 하면 그만이죠. 애가 잘못했다면 그만큼 책임을 지면 그만이고, 잘못이 없다면 거리낄 것도 없어서 좋은 일이고.”
이건주는 넬리 킴 회장의 말에 잠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 되었다. 그런 변화도 옆에서 유심히 살피기에 알 수 있는 미세한 변화였다.
“아닙니다. 우리 직원이 무조건 잘못한 일입니다. 먼저 사람을 보냈지만, 다시 한번 송구하다 말씀드립니다.”
김세인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이건주를 보자 신뢰하기 어려웠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수지가 보여준 장면을 보면, 박정국 사장이 사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자 고모할머니의 명칭을 ‘곧 죽을 할망구’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무시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넬리 킴의 이력이나 재산, 영향력을 확인하고 태도를 바꿨다. 더구나 미국의 주요 IT기업의 대주주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후에 태도가 바뀐 것을 보면 그의 속내가 빤히 짐작되었다.
앞에서는 천하에 공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뒤로는 뭔가 흉계를 꾸미거나 이권을 노리고 있어 보였다. 실로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이었다.
‘가증스러운 자이다. 이자도 그냥 쓰러뜨릴까?’
그 순간 수지가 나서서 유혹하기 시작했다. 김세인이나 주변에 적대적인 자만 보면 무조건 죽이자는 수지였다. AI의 알고리즘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으니 당연하겠지만 김세인에게는 여전히 적응되지 않고 있었다.
‘이건주 회장이 쓰러지면 골치 아파져. 물론 누군가 수습하겠지만, 그 사이에 혼란이 커질 거고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거야. 내가 하려는 일도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거고.’
김세인도 순간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럴 정도로 잘못을 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기에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그런 소행을 괘씸하지만 상대가 없는 곳에서는 하 나라의 왕도 욕하는 것이 사람이었다.
“서로 잘 지내면 되니 그만 해요. 아예 모르는 사람도 아니니 그만하면 되었어요. 이거 다른 사람들 보는 데서 이러는 것은 모양새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고 손을 내저었다. 고모할머니도 남에게 보이기 위해 쇼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상황이었다. 그렇게 하여 일성그룹의 좋지 않은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수작이었다.
‘지금 완전히 화가 난 것 같은데. 눈꼬리가 떨리고 있어. 이렇게 하는 것 자체가 연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
수지의 말에 슬쩍 이건주를 보니 미세하게 그런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행사에 온 것도 이런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온 것으로 보였다.
‘확, GH그룹 대신에 일성그룹으로 목표를 바꾸고 싶네.’
김세인은 고모할머니의 재산과 자신의 재산을 합하면 이건주 회장의 재산에 필적할 것도 같지만 집안의 재산이나 회사의 자산은 견줄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더 많은 재산을 모아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드림호프나 고모할머니의 재산마저도 최대한 빨리 물려받아 증식을 시키는 것이 좋다. 생전에 증여를 받는 것이 상속을 받는 것보다 안전하다. 외국인의 경우 유산상속을 방해할 수도 있다.’
영주권을 받았지만, 아직 시민권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현재 친척으로 등록을 했지만, 그것도 법원에 가면 뒤집힐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재산증식을 하려면 김세인의 소유여야 문제가 없었다.
고모할머니 명의의 재산을 불린다면 결국 그만큼 세금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그러니 증여를 받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증여를 받으면 현금 부족사태가 벌어질 수 있으니 상황을 봐야 했다.
“언제 시간을 한 번 내게나. 같이 식사나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나 나눠보세.”
김세인에게 슬쩍 반말로 따로 만나자는 말을 했다. 빈말인지 진짜로 만나기를 원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바로 약속을 잡는 것은 아니기에 그렇게 하자는 대답을 했다. 괜히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