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76
76. 무기 상인 (1)
수지는 한국의 상황보다 중동, 시리아 사태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일상적인 뉴스보다 전쟁이나 사건, 사고에 관한 소식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김세인이 관심을 보이니 더욱 그러했다.
“저들을 받아들여 캠프를 조성하는 것은 어때? 거길 아예 장악하여 통치할 수도 있어 보이는데?”
그러면서 시리아 난민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들을 일종의 용병을 만들어 세력화하자고 유혹했다. 마치 전쟁을 게임처럼 생각하는 성향을 보였다. 심지어 어떻게 훈련시킬 것인지까지 언급하면서 개입을 원했다.
“적당히 안드로이드를 보내고 무기를 지원하여 독자적인 세력으로 육성하면 군벌로 성장할 것도 같은데. 그러다가 시리아나 이라크 일부까지 장악하면 유전도 확보할 것 같은데.”
수지는 흥미로운 게임을 앞에 둔 아이처럼 진지한 어조였다.
“하지만 난민이라고 해도 신념을 가진 예비 테러리스트가 많은 상황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난민들이 이동하다가 내부에서 분란이 발생해 학살이 벌어지는 경우도 허다하잖아. 거기에 폭력집단이 관여하여 강도질이나 강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극한 상황에 몰리면 인간은 도덕이나 법은 내팽개치고 폭력에 의지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경향을 보였다. 김세인은 그런 자들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수백 명의 난민무리가 어느 날 수십 명 수준으로 격감하는 사태고 벌어졌고 심지어는 두 난민무리가 만나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실로 아비규환의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런 지역에 들어가서 똑같이 행동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수지가 있기에 엉망은 아니겠지만 그럴 가치가 없었다.
“저기에 개입하는 순간 수렁에 빠지는 거야.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터키, 러시아, 이라크 할 것 없이, 모두 다 적군과 아군이 따로 없는 혼돈의 상태에 빠지고 있잖아.”
김세인은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설사 돈이 되더라도 그런 일로 돈을 벌고 싶지 않았다.
“한데 재미있는 것은 무기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야. 그 때문에 중고 공작기계나 화공약품이 엄청나게 거래가 되고 있고 무기밀매상이 판을 치고 있어.”
그러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거의 전수조사를 한 정도로 세세하게 관련 거래를 조사한 실정이었다. 그러면서 거래 가격이 일반적인 가격보다 훨씬 높다면서 수익성을 말했다. 그런 거래에 뛰어들어 이득을 취하려고 했다.
“무기밀매상이라, 죽음의 상인이라고 하지. 어떤 자들이야?”
“상당히 많지. 주로 중국, 이란, 러시아,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에 근거지를 둔 자들이 총출동을 했어. 심지어 정부 차원에서 그들을 후원하고 있지.”
그러면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무기상인의 계보를 보여주었다. 무기나 재료는 전략물자이기에 정부에서 통제하는데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다들 뒷배가 있기에 가능했다.
“여기 시리아의 알레포나 홈스 주변에 반군 기지가 숨겨져 있고 무기공장도 많이 있지. AK소총이나 RPG 계열의 소모품을 주로 생산하는 것 같아. 탄약이나 로켓 탄두 말이야.”
지도에 비밀공장의 위치를 표시했다. 심지어 일부 공장은 지하에 있어 겉으로는 아예 드러나지도 않고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탄약이나 폭탄을 만들고 있었다. 언제 폭발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사실상 테러 기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무기상들이 재료를 공급하고 있었다. 물론 완제품도 일부 공급하지만, 완제품은 검문에 걸리기에 주로 원재료 상태로 이동했다.
“신념이란 것이 참 무서워. 싸우다 죽어도 좋다고 저러니. 물론 독재자에게 오랜 세월 동안 억압을 당하다가 분출이 되었으니 통제가 어렵겠지만. 반정부 시위대도 수니파와 시아파, 자본주의자와 사회주의자로 나뉘어 난리를 치고 있으니. 거기에 주변 국가에 대한 증오도 심각한 수준이고.”
김세인은 수지가 보여주는 참상을 보면서 탄식했다. 거기다 대통령의 친위무장조직이 자행하는 반정부 세력에 대한 테러도 도를 넘고 있었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대통령은 시위대를 다독이는 조치를 취하는데 한쪽에서는 반정부 인사를 제거하니 해결이 되지 않지. 평화적인 시위대를 무장투쟁을 하도록 정부가 몰고 있어.”
수지도 그렇게 말하면서 샤비하라는 조직에 대해 언급했다. 그들이 시리아 사태를 내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들이 자행하는 백색테러에 의해 모든 세력이 무장투쟁에 나서게 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한데 정작 알사드 대통령은 그걸 모르고 있는 것 같지?”
“더구나 샤비하를 지휘하는 자가 독단적으로 작전권을 가지고 움직이니. 시위를 하거나 정부에 비판적이면 무조건 제거하니.”
수천 명에 달하는 자들이 움직여서 반정부 인사를 색출하고 군과 행정조직을 움직여서 자신들의 활동을 은폐하고 있지만 결국은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그들의 활동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점점 석유가격도 폭등하겠군.”
“일본에서의 수요감소로 유가가 하락할 상황인데 ‘아랍의 봄’ 사태가 이어지면서 유가는 점점 폭등하고 있으니.”
걱정스러워하는 김세인과 달리 수지는 흥미진진한 기색으로 각국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골치 아프군. 세상이 점점 혼란스러워지니.”
“하지만 너에게는 나쁘지 않아. 조용히 힘을 기를 수 있으니.”
수지의 말처럼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수지가 옆에서 개입하라고 계속 부추기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샤비하 같은 조직을 하나 양성하면 편리할 수 있어. 너를 귀찮게 하는 자들을 언제든 제거할 수 있으니.”
“그런 조직을 운영하고 싶지는 않아. 그럴 필요가 없으니.”
하지만 수지는 세계 곳곳에 있는 사설 무장 조직의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마피아 조직이라 일컫는 러시아나 멕시코, 콜럼비아, 인도의 조직에 미국이나 유럽의 폭력조직, 심지어 중국이나 사우디 같은 나라 권력자의 사조직까지 언급했다.
“중국의 경우에는 사단급 부대가 중국 공산당 고위 권력자의 사설 조직이나 마찬가지야. 그들은 기업까지 운영하고 무기 밀매까지 하고 있어. 분쟁지역에 유통되는 무기와 군수물자 상당수가 중국에서 나온 것들이야.”
김세인에게 그런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고 그들이 적대적인 인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언급했다. 그런 자들을 상대하려면 무장 조직이 필요했다. 만일 수지가 없었다면 김세인은 멕시코에서 온 킬러들에게 죽었을 것이란 말에 반박하기 어려웠다.
김세인은 이건주 회장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는 요청을 하기에 약속 장소에 나왔다. 저번에 황성후 회장과 만났던 향정과 비슷한 ‘호선湖仙’이라는 궁중요리 전문점이었다. 재벌가 회장은 대부분 고급 한식당에서 만나기를 원했다.
사실 이건주 회장 비서가 SI 홀딩스로 연락을 하여 만나자고 하니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지만 왜 만나려고 하는지 알게 되면서 그냥 만나기로 했다.
수지가 이건주 회장이 기조실장인 박정국 사장과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이건주 회장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니 당연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소송이 생각보다 더 클 것 같습니다.”
“그래요?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하기로 했지 않나?”
“문제는 전면적인 판결이 나기 전에 이루어지는 가처분으로 전면적인 판매금지가 단행되면 소송전략이 엉망이 됩니다.”
“그렇다면 미국에 로비해야 한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아울러 손을 쓸 수 있는 사람, 특히 소송이 벌어지는 캘리포니아에서 유력한 인사를 통해 현지 여론을 우호적으로 조성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는 한인이 많으니 다른 지역보다 낫겠군.”
“하지만 그곳은 실리콘밸리이기에 그들의 안방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절대 우리에게 유리한 지역이 아닙니다. 판매금지가 떨어지면 재판을 오래 끌려고 하는 전략 자체가 어그러지고 맙니다. 재판 전략 자체를 새로 짜야 합니다.”
박정국 사장의 말에 이건주 회장은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내가 한 번 방문하여 관계 요로의 인물을 만나야 하나?”
“그것도 좋지만 캘리포니아 재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넬리 킴 회장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더구나 IT 버블 이전부터 그쪽에 많은 투자를 했고 현재도 주요 업체의 지분을 상당히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압니다.”
“며칠 전에 만났지만 별로 성과가 없었는데 고민이군.”
“넬리 킴 회장의 조카손자를 따로 만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러면서 앞으로 뭘 하려는지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따로 만나자고 했으니 한 번 만나보는 것도 좋겠군. 그 이후 미국에 건너가서, 저택을 방문하여 정식으로 협조를 요청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만나자는 연락이 온 것을 알게 됐다. 아쉬운 것이 없다면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을 사람임을 알지만 참으로 임기응변에 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만 송구하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식사 한 끼 대접하고자 만나자고 했네.”
김세인은 속으로 ‘내가 거지냐, 음식 한 끼 가지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식사나 하자는 요청에 거부하려고 하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려고 나온 상황이었다.
“이렇게 따로 자리를 만들 일은 아니지만 일성그룹의 회장님을 만날 기회는 드물 것이기에 왔습니다.”
김세인은 굳이 자존심을 내세워서 뻣뻣한 자세를 취할 필요는 없기에 웃는 얼굴로 인사말을 건넸다. 나이도 3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이니 어떻게 하건 문제는 아니었다.
“일단 자리를 하세. 따로 사람을 부르지는 않았네.”
안으로 안내하면서 두 사람이 하는 자리임을 알렸다. 물론 약속을 잡을 때도 그렇게 하자는 요청이었기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그 자리에 배석하는 사람이 있다면 김세인도 다른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야 했다.
“저야 상관이 없습니다.”
‘단둘이 앉아서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것인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의 수작에 휘말려 함정에 빠지지는 않을 자신도 있었다.
그들은 다소 넓은 4인용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10여 명은 족히 앉아서 식사할 넓은 공간에 자리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
“종종 사람을 만날 때 이용하는 곳일세.”
김세인은 그런 것을 보면서 자신도 이런 음식점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이곳은 일성그룹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더라도 뭔가 관련이 있는 장소인 것 같았다.
“GH그룹 황성후 회장님을 만날 때는 향정이라는 곳에서 봤습니다. 거기도 꽤 괜찮았습니다.”
“한두 번 가본 기억이 있군. 여기나 거기나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곳일세. 시내에 이런 장소가 몇 군데 있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용히 만날 장소를 위해 운영하기도 하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 SI 홀딩스와 SI 연구소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대의 목적을 알지만, 원하는 대로 응해주었다. 넬리 킴 회장이나 김세인의 향후 계획을 염탐하려는 것 같았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키워서 재벌이 되고 싶어 하죠. 저도 그렇습니다. 뭔가 유망한 업종을 골라 키우는 거죠.”
미래의 먹거리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IT산업에 투자할 것임을 밝혔다. 일성그룹의 주력인 일성전자의 영역과 겹치는 것이고 결국은 종합전자회사로 만들 포부를 밝혔다.
“국내에는 한계에 직면한 많은 기업이 있고 그들을 인수하여 정상화를 시키려고 합니다. 그 회사는 연구개발 능력이 뒤떨어져 경쟁력을 상실했지만, 저와 연구원들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것이라 봅니다.”
“자네의 능력으로 말인가?”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5개의 게임을 연구소에 넘겨주었고 게임제작에 필요한 툴 30여 개를 넘겨주었습니다. 현재 MORPG 게임엔진을 개발 중이고요.”
“나도 한때 게임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자네가 게임엔진을 개발한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김세인이 허풍을 떠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게임개발을 진행 중인데 외부에서 가져온 게임엔진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라 신규로 발주를 주어야 하는 상황인데 적당한 업체가 없어 결국 제가 개발하기로 했고 현재 설계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넘겨준 게임도 제가 게임엔진을 개발한 상황이라 어려울 것은 없고요.”
김세인이 이미 한 번 게임엔진을 개발했었다고 하니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 되었다.
“지금 작업하는 게임엔진을 개발한 이후에는 스마트폰 OS도 한 번 개발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핸드폰 제조업에 진출해야겠지만요. 그렇게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성과가 나오겠죠. 마찬가지로 하드웨어도 같이 연구하면 될 것도 같고요.”
이건주 회장은 일성전자를 오랫동안 경영한 사람이라 기술 동향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김세인이 언급하는 내용이 허튼 내용이 아님을 알지만 믿어지지 않아 계속 반문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 주력할 것임을 내비치자 화가 잔뜩 난 표정이 되었다. 김세인이 대놓고 선전포고를 하는 상황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