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81
81. 무기 상인 (6)
이런 제약이 반도체 산업을 오히려 퇴보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런 정책을 고수하고 있었다. 물론 대기업은 그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제약을 받지 않고 애꿎은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만 대상이 되고 있었다.
“첨단산업은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 투자 제한도 있습니다. 주주라고 할지라도 영업비밀이나 기술에 관련된 것은 공개할 수도 없고요.”
거래처 정보도 그런 것에 해당이 되기에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기술정보도 아이템별로 진척 상황은 보고해도 세부적인 기술에 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문제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협력을 하다가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면 사람을 보낼 것이니 시간을 두고 논의를 해보도록 하죠. 서로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보이니.”
“소유자가 같은 계열의 법인일지라도 소재한 국가가 다르면 기술이동에 제한이 많습니다.”
김세인은 귀찮다고 해서 피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이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나중에 미국의 팹리스 업체에서 수주를 받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파운드리 설비를 만들어도 영업이 불가했다.
한국은 팹리스 업체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파운드리 업체가 성장할 기반이 취약했다. 결국 외국에서 주문을 받아야 하는데 기술 보호 문제가 걸릴 수 있었다.
“단가가 싸다면 거래하지 못할 것도 없죠. 물론 법적인 문제도 해결이 된다는 전제가 붙지만요.”
생산단가를 보면서 수익이 날지 여부가 불투명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시도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기에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조제프 레넌은 그런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기에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김세인도 SI 연구소에 대해 소개했고 현재 진행하는 연구가 어떤 것인지 알리면서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 대해 설명했다. 조제프 레넌도 자신들에 비해 자금도 풍부하고 연구 분야가 엄청나게 넓은 것에 부러워하는 기색이기도 했다.
하지만 은근히 김세인이 연구소를 만들었다고 하니 잘 될 리가 없다는 식으로 무시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에 다시 한번 제대로 성과를 내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도록 하겠다 다짐했다.
로사리오 켄팅턴은 셋째아들인 슈비스케를 불렀다. 며칠 전에 넬리 킴을 만난 이후에 생각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너도 저번에 넬리 킴 회장과 세인 킴이란 애를 봤지?”
“봤습니다. 아버지보다 훨씬 많은 자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잖아요. 캘리포니아에서 수위를 다툰다고 들었습니다.”
“그 노인이 91년도에 사업을 접고 은퇴할 무렵만 해도 내가 더 자산이 많았는데 IT붐과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를 거치면서 어느 순간 슈퍼리치로 부각이 되고 얼마 전 일본 지진이 날 때 또다시 재산을 엄청나게 증식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10위권 정도까지 올라갔다는 말도 있다.”
남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 로시리오의 성향을 알기에 슈비스케는 담담한 표정으로 듣기만 했다. 그런 일이 종종 있기에 놀랄 일도 아니었다.
“뭔가 시도하실 생각입니까? 미국 내에서 손을 쓸 수는 없습니다. 설사 손을 쓴다고 해도 아무런 득이 없습니다.”
재산을 강탈하는 것도 현물일 경우에나 가능하지, 미국처럼 법과 금융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발각되면 평생 감옥에서 보내야 할 수도 있었다.
“넬리 킴 회장을 어떻게 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손자라는 애는 틈이 있을 것 같다. 한국이란 나라에 있다가 미국에 오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것이고 그로 인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면서 김세인이 젊고 혈기 왕성하여 욕심을 부릴 수 있음을 언급했다. 거기다 아직 젊어 경험이 없기에 실수할 수도 있다고 단정하면서 그걸 유도하여 이득을 취할 생각임을 알렸다.
“모산나 기계를 그쪽에 떠넘기려고 한다. 쉽지 않겠지만.”
“아버지가 가져오려고 했던 업체가 아닙니까? 그럴 목적으로 웰스파고 은행을 움직여 대출도 막은 것 아닙니까?”
“모산나 기계는 썩은 감자이다. 가져와도 득이 없다. 멕시코에 네 형이 운영하는 회사에 대부분의 기술은 다 넘어간 상황이다. 남은 것은 선박 기술인데 우리에게 전투함을 만들 기술은 그리 필요하지 않다.”
“저들이 바보가 아닌데 인수할까요? 회생할 길이 없습니다.”
“보통이라면 인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인수할 생각을 하도록 만들면 된다. 젊은 사람이라면 혹할 제안을 하려고 한다. 그건 바로 군수물자 납품에 관한 합작이다.”
“1년에 1억 달러 적자에 불과하고 거기서 뭔가 얻는다고 해도 큰 것이 없는데, 의미가 있습니까? 그 정도 자산이라면 인수해도 큰 타격은 없을 겁니다.”
“무기 밀거래를 시도하게 만들고 그걸 빌미로 하여 애국법의 적용을 압박하면서 패밀리컴퍼니의 지분양도를 압박할 생각이다. 처벌을 피하려면 적절한 가격에 양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요? 아직은 넬리 킴 회장이 있는데. 더구나 회사 직원들도 바보는 아니기에 피할 겁니다.”
“당장 효과를 볼 수는 없겠지. 젊은 애라 뭔가 이루려고 할 것이고 옆에서 그걸 자극하면 된다. 나도 나설 것이니 너도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봐. 네가 들어있는 캘리포니아 청년회를 동원해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캘리포니아 청년회는 잘 사는 집의 청년들이 모이는 이너서클이었다. 끼리끼리 모여서 노는 것이 보통이고 소규모 클랜들이 모여서 모임을 이루고 있었다.
“파티가 있을 때마다 초대장을 보내고 연락하도록 하죠. 매일 어디선가 파티 하나 정도는 열리는 상황이니.”
“그것도 방법이지. 아울러 뒤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유흥에도 눈뜨게 만들면 괜찮을 수도 있다.”
그런 파티는 항상 마약과 도박이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거기에 문란한 섹스 파티까지 이루어지는데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고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작업에 들어가도록 하죠. 동양의 얼뜨기 하나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죠. 그런 쪽으로 잘 나가는 A급 에스코트 애들, 서너 명만 동원하면 정신 차릴 수 없을 겁니다.”
“천천히 시작하도록 하자. 당장 급할 것은 없다.”
“모처럼 재미난 일을 할 것도 같습니다.”
둘은 어떻게 하면 김세인을 불러낼 것인지 모의하기 시작했고 착착 계획이 세워졌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어디선가 지켜볼 수도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김세인은 유희원에게 한국에서 진행된 일에 대해서 전달받고 있었다. 수지에게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받은 상황이지만 그걸 알릴 수는 없기에 알 필요가 있었다.
부동산 관리현황부터 SI 홀딩스, SI 연구소까지 보고받은 내용을 정리하여 전달했고 설명까지 했다.
“당장은 기장이나 세무신고는 문제가 없어.”
“그거야 문제 될 것은 없겠지. SI 홀딩스에서 임대계약까지 처리하는 상황이니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유희원을 두고 있기에 편리한 점은 있지만,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계열사에 전화를 하여 보고받고 정리를 하는 것 자체가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시급한 일도 아니었다.
“집에는 문제없지?”
“특별한 일은 없어. 예원이가 여기 오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애가 철이 없어.”
“결혼하고 나면 겨울 방학 때 오라고 하자. 그때는 진짜 사돈처녀이니. 고모할머니도 이해하실 것이고.”
지금 오라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유희원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으니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런데 이건 뭐야? 모산나 기계 인수하려고? 인수대금은 그리 크지 않지만, 전망이 그리 좋지 않아 보이는데.”
유희원이 김세인이 검토하고 있던 서류를 보면서 뭔지 물었다. 거절하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인수하라고 성화였다.
“그러게 말이야. 인수를 하라고 두 번이나 사람을 보내기까지 하니 문제야. 웰스파고 은행의 채권단장마저 고모할머니를 찾아와서 인수해달라고 사정을 하니.”
빚쟁이가 찾아오듯이 와서 생떼를 부리고 있었다. 하소연을 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거절하는 것도 일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듣지도 않고 거절하는 것은 문제라서 적당히 응대했다.
“드림호프 지분 증여는 어떻게 하신대?”
“일정대로 하기로 했어. 그대로 진행하면 고모할머니가 아닌 내가 나서야겠지만. 골치 아파진 것도 같아.”
지금이야 최대 주주가 고모할머니이니 김세인이 상대하지 않아도 되지만 지분을 전부 다 넘겨받으면 김세인이 상대해야 했다. 회사의 주인으로서 역할이 필요했다.
“그런데 시민권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야? 비공식적으로 시민권을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는데. 드림호프 증여 문제도 있고.”
사실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사실 어떤 문제보다 시급한 일일 수도 있지만 당장 결정하기에는 복잡한 문제였다.
“결혼할 때까지라도 시민권을 받지 않으려고. 그래야 모든 것이 원만하게 해결될 것 같아.”
김세인이 시민권을 받고 결혼하면 자칫 유희원의 시민권을 받는 것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럴 바에는 결혼 후에 부부가 동시에 받는 것이 나았다.
김세인으로서는 굳이 일찌감치 시민권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국적을 상실하면 한국에서 하는 일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었다.
“하긴 결혼할 때 한국 국적을 가진 것이 혼인신고 하는데 번거롭지 않겠다. 내가 아는 언니는 재미교포하고 결혼하고 1년 지날 때까지 처리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하니.”
“어쨌든 시민권 획득이 급한 것은 아니야. 비공식적이니 좀 더 살펴야지. 신청해도 꼭 통과된다는 보장도 없고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으니. 그럴 바에는 좀 더 버티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 공식적으로 허가서를 먼저 받는 수도 있으니.”
먼저 신청했다가 그 사실이 공개되어 여론이 좋지 못하면 관계기관에서 없었던 일로 할 수가 있고 그러면 이미지만 나빠질 수도 있었다. 그런 위험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언제 외국에 나갈 거야?”
“한꺼번에 처리하지 않고 천천히 처리해야 할 것 같아. 8월 중순에 런던에 갔다가 스위스에 다녀올 생각이야. 나머지는 나중에 해야지. 거기만 가면 급할 것도 없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법인은 홀로 존재할 수는 없지. 결국 주인이 있어야 가능해. 그게 개인이건 법인이건 말이야. 첫 시작점만 잡고 있고 히스토리만 알고 있으면 정리가 가능해. 물론 그 사이에 다른 존재가 있다면 골치가 아프겠지만. 서두르다가 정체가 드러날 소지가 있어. 영국이나 스위스는 관광을 위해 간다고 해도 다른 곳은 위험할 수 있어서 보류하기로 했어.”
고모할머니와 레이튼과 이야기를 하다가 당장 급한 것만 처리하기로 했다. 물론 김세인은 다른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바로 수지에게 그 이후의 일을 처리하도록 하여 껍질만 남기고 다른 곳으로 감출 계획이었다. 이후 적절한 시점에 법인을 없애버릴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