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82
82. 독심 (1)
이건주 회장은 미국의 A사에서 제기한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만 수십 명, 변리사도 그에 상응하는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캘리포니아 십대 로펌 중에 하나인 H&K로펌과 특허전문 업체인 캐니악이 이번 소송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기에 소송 대응능력으로는 A사에 뒤처지지는 않을 겁니다.”
먼저 미국에 와서 준비한 박정국 사장이 보고했다. 변론 준비기간만 해도 몇 개월에 걸리는 일이었다.
“현지 반응은 어떤가요?”
“반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도 반소를 제기한 상황이라 병합이 되어 기존의 크로스라이선스 부분까지 일괄적으로 조정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단 우리는 판매금지는 최대한 막으면서 소송을 길게 가져가는 전략을 취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최대한 기술특허 부분을 부각시켜 검증과정을 길게 가져갈 계획입니다. 기술공개를 위한 예비판결도 신청하여 철저하게 지연을 시키도록 할 것입니다.”
기술특허 부분은 유사성을 판별하기 위한 검증의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그렇기에 보통 2~3년은 소요되었다. 그렇기에 소송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어떻게든 가처분 신청을 통해 판매금지를 받아내려고 했다. 그걸 막는 것이 1차 목표였다.
“하지만 결국 몇 개 제품은 판매금지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출시한지 1년이 지난 제품은 어느 정도 분석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 검증이 어렵지 않아 가처분 판결이 용이합니다. 우리는 그걸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건 그렇고 일단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되는 일이니 넬리 킴 회장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떤가? 유리한 여론이나 판결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정도라도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데.”
법대로라는 말이 있지만, 그것만큼 모호한 말도 없었다. 법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 법정에서도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일단 연락할 곳은 확인했습니다. 패밀리컴퍼니의 CEO인 레이튼이란 자와 저택의 캐시라는 여자가 최측근이라 합니다. 그보다는 김세인을 통해서 연락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와 연락은 가능하지?”
“물론입니다. 직통전화번호를 확보한 상황이니 연락은 가능합니다. 접촉할까요?”
“그렇게 해. 따로 만날 수 있어도 좋고 집으로 방문하는 것도 좋아. 약속이 잡히지 않으면 내가라도 연락하지.”
“어떻게든 협조를 얻어내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뭔가 대가를 줘야 할 것인데 어느 정도까지 양보해야 합니까?”
어떤 일에는 대가가 있어야 했다. 한국의 만만한 대학생이라면 몰라도 슈퍼리치의 후계자인 김세인 정도면 그냥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들이 도움을 받는 것만큼 득이 있어야 움직였다.
“우리가 가진 특허의 경우에 크로스라이선스가 가능하다고 해. 물론 적절한 로열티는 부담해야겠지만. 아울러 소부장 사업에 내 개인적으로 투자를 해줄 수 있고 별도의 법인을 통해 매입도 가능하다고 해. 일본 놈들이 장난을 치려는 것 같으니.”
이건주 회장도 고심하여 결론에 도달했기에 바로 결정한 것을 언급했다. 손해일 수도 있지만 득도 많은 일이었다.
“천성반도체를 통해서 소부장을 지원하신다는 말씀인가요?”
천성반도체는 중견 파운드리업체였다. 겉으로는 일성전자와는 연관이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이건주 회장이 소유한 업체였다. 일성전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소량의 주문형반도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쪽이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했다.
“나중을 위해서는 소부장을 국내에 육성할 필요도 있어. 얼마 전 일본 신조 총리란 놈을 만났는데 은근히 협박하더란 말이지. 고베지진 때 스미모토가 불났을 때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에서는 한국의 반도체가 잘나가지만, 일본에서 소부장을 통제하면 그날로 올스톱이 된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죠. 지금은 그래도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지만 언제 문제가 생길지 모르죠. 목줄 잡고 있다고 하는 놈들이니. 그 정도로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하면서 협조를 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회장님이 만나서 협조를 구해야 할 겁니다. 외부에 보여줘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이미 몇 번이나 논의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라 빠르게 결론이 났고 곧바로 후속 조치가 이루어졌다.
레이튼과 협의하여 메시지를 통해 투자지침을 주기로 했다. 그에 관해서는 수지의 도움을 많을 예정이었다. 메시지를 보내는 주체는 수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적시에 메시지를 봐야 하기에 담당 직원을 세 명 정도 지정하여 동시에 모니터하도록 하죠.”
지침이 있더라도 제시간에 수행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었다. 그렇기에 놓치지 않도록 만들어야 했고 만일에 착오가 발생하면 그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했다.
“그보다 회사 내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없는지 모르겠군요. 기존 CEO를 해고한 상황이라 반발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에 나간 사람도 있고요.”
“그런 일은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처음에야 어수선했지만, 지금은 안정이 된 상황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드림호프보다 조건이 좋은 직장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레이튼은 말을 듣지 않으면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채용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함부로 직원을 해고할 수 없는 것이 내부고발 문제인데 그런 약점이 없기에 걱정할 것이 없었다.
“유가 선물에 투자했는데 상당히 올라 수익을 실현하는 문제로 논란이 많습니다.”
“일단 보유하다가 만기 전에 정리하는 것으로 하죠. 1~2년 정도는 계속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세인은 당분간 유가가 하락할 이유가 없기에 당분간 콜옵션에 투자할 예정이었다.
“그보다 드림호프에 일성전자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던데 어떻게 할까요? 특별히 만나야 할 이유가 없어 보류하고 회장님께 보고하니 세인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라던데요.”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일단 만나볼까 합니다. 우리가 가기 그러니 드림호프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한 번 만나죠. 아쉬운 쪽에서 움직여야죠.”
“거기는 특허 소송 문제로 다급해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다급할 것은 없죠. 그것도 하나의 전략이고. 단지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 최대한 손실을 줄이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그들은 승소가 목적이 아니에요.”
김세인은 소송은 분명 일성전자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유사성은 분명 존재했고 최종적으로는 일부라도 침해했다고 결론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잘 변호하여 침해 부분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것인지, 그것이 문제였다. 아울러 반소를 통해 기존의 특허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고, 상대의 특허침해 사실을 입증하여, 배상금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1차적인 쟁점은 판매금지 여부겠군요?”
“그렇습니다. 가처분으로 판매금지를 때린다면 소송을 길게 끌고 가려는 전략 자체가 불가능해요. 그런 조치는 너무나 가혹하기에 의혹만 가지고 판결할 수는 없고요. 그걸 어필하기 위해 고모할머니가 필요한 거죠.”
가처분은 예비판정에 불과하지만 어느 정도 인과성이 증명되어야 내려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의혹이 일었고 소송을 제기하는 순간 언제라도 처분이 가능한 조치이기도 했다. 이방인인 일성전자는 그런 판결을 내려도 저항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했는데도 한국인이기에 돕는다는 의혹을 받는다면 우리 회사의 이미지만 나빠질 수도 있고 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드림호프는 많은 IT 업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레이튼의 우려에 김세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의견이었다. 괜히 그런 문제에 개입하여 욕먹을 필요는 없었다.
“설령 고모할머니가 나선다고 해도 일성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꿰어맞추는 판결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한 후에 일성전자 박정국 사장을 만나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언급했다. 향후 스마트폰과 통신전자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전쟁이고 현재 보유한 구글의 지분가치를 지키기 위한 드림호프의 전쟁이라는 말을 했다.
“아마도 저쪽에서 먼저 협력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만나 일성전자가 부당한 취급을 받는다면 고모할머니가 나설 수 있음을 알리려고 할 것입니다.”
“저들이 뭔가 해줄 것이 있을까요?”
“그거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봐야죠. 어쨌든 우리의 협조를 받으려고 한다면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김세인은 그렇게 말했고 레이튼이 나서서 박정국 사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마침 박정국 사장은 일성전자 지사가 있는 LA에 머물고 있어 몇 시간 후에 사무실로 찾아왔다.
“고모할머니를 방문하여 인사라도 드리고 향후 미국에서 전개될 사업에 대한 조언을 얻고 싶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아울러 한국에서 우리 일성전자와 김세인 사장이 서로 협조할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양쪽에서 보유한 특허를 공동으로 사용한다든지 서로 취급하는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주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박정국 사장은 소송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는 순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그런 경우라면 서로 협조하는 것이 좋겠군요. 그런 부분은 한국에 돌아가서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도록 하지요. 회장님도 미국에 언제까지 머물 수는 없을 것이니 바로 할머니에게 말씀을 드리도록 하지요.”
김세인은 이제 시작이기에 당장 대가를 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앞으로 최소 2~3년은 협조를 해야 하기에 급하게 대가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김세인은 드림호프에 갔다 와서 바로 고모할머니에게 가서 일성전자 박정국 사장을 만난 결과를 이야기했다.
“저들이 크로스라이선스까지 제공하고 네가 생산한 것을 구매해준다는 말이지? 그 대신에 우리가 저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도록 움직이라는 말이지?”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우리가 움직인다고 유리한 판결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객관적인 판결은 나올 것이라 봅니다.”
“결과를 완전히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여론은 조금 우호적으로 바꿀 수 있겠지. 같은 한국인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좋겠지. 그것이 너에게도 나을 것이다. 유대인들이 서로 돕는 것처럼 도움을 주는 것이 좋겠지.”
“어렵다면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김세인은 자신의 판단과 다를 수가 있기에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상관없음을 이야기했다.
“아니다. 너를 위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이걸 기회로 삼아 한 번 같이 움직이도록 하자. 그렇지 않아도 8월에 네 생일이라는데 이번에 제대로 된 파티도 하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이 떠올랐다. 티를 내지 않고 김세인을 적절하게 사람들에게 소개하려는 것 같았다. 김세인은 박정국 사장에게 다음날 점심에 저택으로 방문하라고 초대했다.
기다리고 있었는지 승낙을 했고, 다음 날 11시 무렵에 이건주 회장과 박정국 사장이 10여 명의 수행원들과 같이 방문했다.
“이렇게 다시 찾아뵙게 된 것은 도움을 요청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번에 스마트폰 관련하여 A사와 일성전자가 송사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그 재판에서 공정한 판결이 나오도록 힘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재판이라는 것도 여론에 휩쓸릴 수밖에 없고 현지의 여론에 따라 배심원의 평결이 좌우됩니다.”
한국에서야 일성전자가 항상 ‘갑’이지만 이번 A사와의 특허 소송에서는 ‘을’이 될 수밖에 없고 약자일 수 있었다.
“같은 한국 사람이니 내 힘은 없지만 부당한 처사를 당하지 않도록 여기저기 말은 해보겠습니다. 물론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요. 그리고 세인이를 만난 것도 기념하고 세인이가 8월 초에 생일이기에 여기와 새너제이 저택에서 생일파티를 열어 내 지인들에게 소개할까 하는데 그때 올 수 있으면 참여하게나.”
“그런 자리라면 당연히 와서 축하를 드려야지요.”
이건주 회장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했다. 넬리 킴 회장이나 김세인의 위세를 올려주는 역할을 하겠지만 그런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얼굴을 알려 넬리 킴 회장의 지지를 받는 사람임을 보이는 것도 좋았다.
식사가 끝나고 난 다음에 그들은 야외에 있는 티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거기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고모할머니 대신에 김세인과 레이튼이 이건주 회장과 박정국 사장을 상대했다.
“이번 소송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최종적으로는 합의로 종결이 되겠지만, 그 과정은 치열할 것입니다.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잡을지 판가름할 분기점이라 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거야 일성전자의 사정이지 일반 대중은 어떻게 되건 큰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김세인은 상대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지만 그것의 의미에 대하여는 오불관언이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상대가 이제 대가를 지불할 때라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