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84
84. 독심 (3)
“그러면 굳이 로사리오를 처리하는데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하나? 그냥 한 달 후에 작업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정확히 파악해야 해. 그리고 그와 연결된 무기 거래 커넥션도 인수인계를 받아야 할 것 같아.”
로사리오 켄팅턴은 상당한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네오콘 계열의 정치인이나 군수업자들과 교류가 있었다. 그들과 얽힌 사연들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장남은 어떻게 할까?”
“장남은 그냥 두어도 문제가 없을 거야. 살펴본 결과 아주 모범적인 사람이고 포도농장과 와이너리를 제외한 일은 하나도 관여하지 않아. 주류판매회사도 3남인 슈비스케가 관리하고 있어.”
“그렇다면 장남은 그냥 두자는 말이야?”
“결혼까지 해서 부인과 아이도 셋이나 있지. 아마도 장남은 범죄와 연루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 같아. 뭐랄까 자신의 후대를 온전하게 보존하려는 로사리오 켄팅턴의 계획이랄까.”
“알았어. 로사리오가 죽으면 유산 문제가 생길 것인데.”
“그때 분쟁을 일으키면 서로 사이가 멀어질 거야. 그러면 뭐 독자적으로 활동하는데 문제없지.”
수지는 김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맞춰주려고 했다. 그렇지만 김세인은 내심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멕시코나 중동의 일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이그니아가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생산하는 무기의 일부를 슈비스케가 중동에 유통하고 있었다.
로사리오 켄팅턴과의 만남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LA에 있는 엠페리얼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미슐랭가이드에서 공인받은 2성급 음식점이라서 그런지 양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김세인도 꽤 맛있게 식사할 수 있었다.
“이런 좋은 레스토랑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성급으로 예약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인데 급히 약속을 잡다 보니 여기밖에 없더군.”
“제 입이 그리 고급은 아니라서 사실 3성일지라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저 먹기 좋다, 다소 거북하다 정도만 분별하는 수준입니다.”
김세인은 자신의 음식 취향이 그리 고급이 아님을 밝히면서 음식 가지고 생색을 내거나 그걸 빌미로 귀찮게 들러붙지 못하도록 했다. 식도락을 즐기자고 불러내면 그것도 귀찮았다.
“얼마 전에 모산나 기계의 인수 제안을 받았을 겁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본론을 꺼내었다.
“드림호프에서 그런 제안을 받았다 보고받았지만 인수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거절하기로 했습니다. 적자를 내더라도 전망이 밝다면 투자하겠지만 더 나빠지겠더군요.”
현재 지분의 증여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주주의 명의를 변경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고 증여세 납부 관련 세무신고도 이미 한 상황이었다.
“사실 둘째 아들인 이그니아가 티후아나에서 기계 관련 일을 하기에 모산나 기계에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설비를 그들이 공급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런지 모산나 기계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내가 여유가 있다면 인수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나파에서 포도농장을 하는 사람이라 힘이 없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말을 하는 동안 완전히 진심인 것 같았지만 실상을 아는 김세인에게는 헛웃음이 나는 신파극이었다. 그동안 모산나 기계의 모든 기술을 다 훔쳐 가 놓고 가증스럽게 동정을 하고 있었다.
“사정이야 안타깝지만, 돈이 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죠.”
김세인은 냉정한 어조로 대답을 하면서 로사리오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려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교류가 필요할 것인데 몇몇 사람이 초청장을 보냈지만 파티에 오지 않는다는 말이 돌던데 조금 아쉽군요.”
그러면서 그런 모임에 나가야 사람을 사귀고 견식을 넓힐 수 있다는 식으로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사업을 하려면 인맥이 중요하다는 요지의 말을 하면서 그들과 어울리라고 충고했다.
“아직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는 중이고 공부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런 모임에 나갈 여유가 없습니다. 나중에 미국에 건너와서 본격적으로 일을 할 때나 시간을 낼 수 있어 보입니다.”
김세인은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중간에 말할 기회가 생기자 단호한 어조로 그렇게 말을 했다. 일부러 그러는지 아니면 원래 말이 많은지 몰라도 상당히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겉으로 김세인을 위한 것처럼 이런저런 조언을 가장한 유혹을 했다. 그러면서 범죄와 연루되기 쉬운 사업들을 추천하면서 장점을 늘어놓았다. 김세인을 몰락시키기 위한 작업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더 듣도록 하죠. 영업시간도 그렇고 집에 가야 해서 이만 자리를 마칠까 합니다.”
김세인은 개소리를 계속 들을 필요가 없기에 적당한 시간이 되자 자리를 마치기로 했다.
김세인은 LA 엠페리얼 호텔에서 로사리오를 만나고 고모할머니의 저택으로 왔다. 10시가 다 된 시간이지만 고모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어 안으로 들어가서 인사를 했다.
“로사리오를 만났다고? 뭐라고 해? 그런 못된 놈을 굳이 만날 필요가 있어? 그러다 물들까 걱정이다.”
“만나자는 사람 다 피할 수는 없죠? 그 사람의 인격이 어떻건 겉으로는 고모할머니와 알고 지내는 사람인데 만날 일이 없다고 피하면 제가 뭔가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히죠. 비싼 밥을 산다는데 얻어먹는 것도 좋고요. 헛소리일지라도 들어보면 제법 도움이 되는 내용도 있고요.”
그렇게 말하고 대화를 나눴던 내용을 전했다. 모산나 기계의 인수에 대해 언급한 상황을 듣더니 바로 비난을 하기도 했다.
“적당히 상대할까 합니다. 요즘 파티에 오라고 초청이 많은데 그들의 의도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문에는 그 파티에서 마약을 하고 도박을 하며 심지어는 섹스 파티까지 벌이는 것 같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에게 초청장을 보내는 것은 너를 이용하거나 뭔가 불량한 의도가 있다고 봐야지. 그런 자들은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엮이지 않도록 해. 그러다가 이상한 일을 당할 수도 있으니. 그런 곳에서는 경호원도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죠. 아직 공부하는 학생인데 유흥에 빠질 때는 아니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항상 조심해야 해. 그리고 로사리오란 자처럼 너를 해치려는 자가 많으니 움직이기 전에 나나 레이튼과 상의해.”
“일단 모산나 기계 인수제안은 신중하게 검토할까 합니다. 군수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기회일 수도 있어 보이고요. 적자가 나더라도 이점이 있어 보이고요.”
김세인은 방위산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기회이기에 놓치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더구나 함포의 주요 부품을 가공하여 납품하는 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드림호프의 증여가 완료되면 당사자 문제가 거론되어 드림호프는 인수자격이 없을 것이다. 군납업체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국인이 소유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네가 인수한다면 납품처에서 군납업체를 교체하거나 군납 부분만 별도로 분리하여 매각해야 한다.”
“그럼 시민권 문제가 거론되겠군요.”
“그러니 그냥 거절하자. 웰스파고 은행에 더 이상 귀찮게 말라고 말하려고 한다.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
김세인도 국적 문제까지 거론되자 바로 포기하기로 했다. 더 미련을 가져봤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 필요하면 다른 방도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한동안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거처에 가기 전에 유희원이 사용하는 곳에 들렀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기에 형식상으로는 동거하지 않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거야?”
일상적인 이야기를 마치자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선뜻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어주기를 바라는 표정이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그건 아닌데. 그냥 뉴욕에 가고 싶어서. 미국에 와서도 여기에 콕 박혀 있으려니 답답해서.”
“그러면 동부를 한 번 돌아보자. 나도 사실 궁금했으니. 거기다 드림호프 뉴욕 사무실도 들러보고.”
전에 뉴욕에 갔지만 지부장이 잠시 와서 인사만 했었다. 이번에 오너가 되었으니 직접 방문하여 제대로 살필 필요도 있었다.
시리아 최대의 항구인 라타키아는 많은 선박이 들어오고 나가고 있었다. 그 라타키아 외곽에 있는 몇 개의 창고에는 많은 물건이 쌓여 있었다. 주로 잡화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창고 한쪽에 마련된 지하통로를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가면 상당한 넓이의 지하실이 있었고 거기에는 총기류와 대포, 탄약과 포탄이 보관되어 있었다.
들어오는 문 반대쪽에 또 다른 문이 있었고 거기를 통과하여 나가자 몇 갈래의 지하통로가 나왔다.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무기조립공장이 있어. 탄약공장도 있지만 아직은 굳이 가동할 필요가 없어 가동하지 않고 있어. 외부에서 가져오는 것이 더 싸게 먹히는 상황이니. 총은 AK 계열로 4천 정이 있고 대포는 500개 정도가 있지.”
수지가 그 장소에 대하여 설명했다. 슈비스케 산하의 무기밀매조직의 시리아 거점이었다.
“현재 알레포 인근에 블랙랜스 용병캠프가 있어. 대략 1개 대대 규모이지. 몇몇 서방의 현지 법인을 경비하는 업무를 수행 중이지. 그 명목으로 무장을 한 상황이고.”
“쿠르드 반군과도 연관이 되어 있다면서?”
“터키에서 활동하는 쿠르드 반군이 주로 무기를 조달하던 루트가 알레포와 모술이거든. 그렇기에 블랙랜스가 그들에게 무기를 판매하고 있었지. 꽤 큰 거래처야.”
그러면서 쿠르드 반군에 대하여 설명했다. 몰래 석유를 개발하고 원유의 밀매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전에 로사리오가 그런 거래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런 거래는 무기밀매보다 훨씬 복잡했다.
“거기에 있는 블랙랜스 요원은 미국인들이야?”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출신이 대부분이야. 상주하는 용병 중에 미국인은 없어. 시리아 현지인은 블랙랜스 요원이 아니라 그냥 용병대의 일용직이나 마찬가지이고. 그들은 신뢰할 수가 없어 슈비스케도 무기를 주지 않았어. 얼마 전에 철수령이 내려지면서 각 기업이 철수 했고 경비요원이 대부분 철수한 상황이야.”
“그러면 사실상 백수가 되었다는 말이네.”
“그래서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지.”
수지의 말에 그냥 웃고 말았다. 블랙랜스가 진출한 것은 경비용역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기 밀매를 감추기 위한 위장이었기 때문이었다. 멕시코에서 파견된 자들은 주로 무기나 군수물자를 운송하는데 동원이 되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야? 계속 무기 밀매를 할 거야?”
“애매해.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이상한 명령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고. 전면적으로 철수를 한다고 하면 내부 반란에 직면할 수도 있고. 돈이 되지 않으면 하부 조직이 이탈할 수도 있고.”
슈비스케는 이미 제거가 된 상태이고 안드로이드가 대역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하면서 조직의 자금 상당 부분을 이미 빼돌린 상황이었다. 그런 일을 해도 그저 통상적인 자금은닉으로 다들 생각했다.
“일단 현상 유지를 하면서 이후의 상황을 보자. 다른 분쟁지역에도 진출할 계획이야?”
“리비아의 군벌 몇 개를 로사리오가 소개해 준 상황이야. 지중해에서 선박 몇 척도 운영 중이니 어려운 것은 아닌 것 같아.”
무기는 주로 화물선으로 운송을 하는데 심야에 화물선에 접근하여 환적을 했다. 나무 상자나 컨테이너를 배의 곤돌라를 이용하여 소형 선박으로 옮겨 실었다.
“리비아는 여전히 카다피가 통치하고 있지 않아?”
“카다피 휘하의 군벌들이 지역을 나누어서 통치한다고 봐야 해. 더구나 미국의 제재와 봉쇄로 인해 카다피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진 실정이라 조만간 내전이 벌어질 수도 있어. 여기에 시위마저 격해지면서 부패한 관료와 야심가들이 날뛰는 실정이고.”
카다피의 독재가 무너지고 있고 지역을 장악한 카다피의 부하들이 준동하고 있었다. 전이라면 무자비한 숙청을 하겠지만 지금은 수도 트리폴리 정도만 통제가 가능하지 나머지 지역은 시위대가 준동하면서 통제력을 상실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지역의 유지, 토호들이 무장하기 시작했어. 어떤 상황이 올지 몰라 무기를 몰래 사들이는 상황이고. 더구나 몇몇 테러조직이나 이탈리아 마피아들까지 무기 밀매에 뛰어드는 상황이지. 벌써 수십만 정의 총기가 풀린 상황이야. 시위대에 발포가 이루어지는 순간 리비아는 아비규환의 내전이 발발할 거야.”
슈비스케도 5천 정의 AK 소총과 5백만 발의 탄환을 판매한 상황이었다. 물론 슈비스케가 아닌 대역이 한 일이지만 상당한 양의 무기를 판매한 상황이었다.
“거래 상대 중에 알 샤우드 소장이 있는데 리비아의 군부 서열 10위권 안의 인물이야. 벵가지 서남부에 있는 3사단의 사단장인데 그자가 3천 정의 소총을 사들인 상황이야.”
수지가 사진을 띄우고 3사단의 관할구역을 보여주었는데 리비아의 주요 유전지대를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영석유공사라는 카디피 직속 기구가 있어 경비부대 역할에 그치고 있었다.
더구나 그곳에서 프랑스의 석유회사인 테베린이 자체적인 경비대를 운용하고 있기에 독자적인 활동을 하기에는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