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85
85. 독심 (4)
“그자가 1만 정도의 용병을 원하고 있어. 당장은 아니고 유사시에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그자는 유전지대를 장악하는 것 외에 동부군단 사령부가 있는 벵가지를 장악하려는 것 같아.”
리비아는 고작 2개 군단의 군대만 있고 동부군단과 서부군단의 휘하에 육해공 3군이 포진해 있었다. 군단사령부에 해군과 공군이 같이 배치되어 있고 벵가지에 1개 사단과 외부에 2개의 사단이 배치되어 있었다.
“벵가지에도 사단이 하나 있지 않아?”
“벵가지에 사단이 있지만, 그들은 도시경비대로 경찰의 역할까지 담당하기에 전투가 벌어지면 사실상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거야. 중대 규모로 뿔뿔이 흩어져 있으니. 물론 전투상황에는 연대본부에 집결할 것이지만 과연 제 역할을 할지 미지수야.”
“설마 휴먼해킹으로 뭔가 작업을 하고 있는 거야?”
“너무 건방진 것 같아 손을 봐주었지. 슈비스케의 부하를 보냈는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서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말을 잘 들으라고 지시했지. 이후에는 건방을 떨지는 않고 있어. 물론 항상 지켜보고 있고 계속 어깃장을 놓는다면 대역으로 갈아치울 수도 있어.”
그런 연후에 군부대 가건물 안에 유정을 개발하여 원유로 몰래 팔아치우는 것을 알렸다. 그런 짓을 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부패가 심한지 알 것도 같았다. 그런 자금이 있어야 부대를 유지할 수 있는 면도 있었다. 그것도 공공연한 비밀이고 카다피와 군 수뇌부도 그 사실을 알면서도 눈감아주고 있었다.
“석유 생산량이 얼마야?”
“그리 많지는 않아. 시추설비 자체가 소규모라 하루에 2천 배럴 정도 생산해서 1년을 꼬박 채굴해도 70만 배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아.”
“헐값에 처분해도 대략 2~3천만 달러는 되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빼돌리는 거야?”
“거기 프랑스 쪽의 테베린이라는 원유회사가 진출한 상황인데 그들과 선을 대서 원유 취합장으로 보내는 상황이지.”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진행되고 있지만, 프랑스의 일부 석유회사는 예외를 인정받아 리비아산 원유를 헐값에 매입하고 있었다. 그런 루트가 있기에 버젓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었다.
“너는 리비아 사태도 개입하려는 거야?”
김세인은 분쟁지역이라면 무조건 개입하려는 수지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돈을 벌고 군사작전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돈이 된다면 굳이 피할 필요는 없지 않아? 우리가 하지 않아도 그런 일을 하는 자들은 많아. 분쟁을 격화시키지 않고 필요하다면 그 나라를 장악하여 질서를 유지하면서 돈을 벌 수 있어.”
김세인은 이미 대역을 허용한 상황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 않아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비겁한 변명이겠지만 수지나 자신이 아니라도 나쁜 사람은 많았다.
“그런데 수지 너는 무엇을 목표로 하는 거야? 무조건 싸우고 세력을 모으고 돈을 버는 것이 전부야?”
김세인은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불분명한데 수지마저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지 모호한 것 같아 질문을 던졌다.
“세인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건데. 세인이 뭔가 세상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기를 원하잖아? 그걸 위해, 내가 무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국가마저 두려워하는 힘을 가지기를 원하고 있잖아? 돈이 많아도 국가라는 권력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극복할 수 있는 파워를 갖기를 원하는 것 아닌가?”
김세인은 수지의 말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깨달았다. 마음 한구석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걸 수지가 읽은 것 같았다.
“국가를 능가하는 재산, 국가의 무력을 압도할 정도의 무력을 갖기를 원하잖아. 나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김세인의 숨겨진 욕구를 읽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지만 수지는 그걸 파악하고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김세인은 내심으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어쭙잖은 명분을 찾고 있었다.
GH그룹의 회장인 황성후는 계열사 지분변동에 되게 민감해진 상황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 자본이 GH그룹 계열사 지분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임원들과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방도가 없어 두 아들을 서재로 불러서 의견을 물었다.
“이게 다 저 녀석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갑자기 지원이가 문제라니?”
조용한 성격의 황지택이 동생을 비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니 황성후가 이유를 캐물었다.
“미국의 갑부인 넬리 킴 회장이 운용하는 자금이 들어온 것 같다는 말이 여의도에서 돌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규모가 훨씬 큰 그룹도 투자한 금액이 우리보다 크지 않습니다. 다른 그룹은 우리 그룹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우리만 10%, 많으면 20% 가까운 지분을 정체불명의 자본이 매집한 상황입니다. 그게 왜 그러겠습니까?”
그러면서 비서실에서 그동안 필사적으로 조사하여 알아낸 사실을 언급했다. 몇몇 증권회사의 내부 자료를 빼내고 등기소까지 움직여서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의 정체를 파악했다.
“더구나 얼마 전에 터진 우호 지분 매도 건도 그들과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계열사 지분이 30%대로 떨어진 상황이고요.”
얼마 전 차명으로 숨겨놓은 5%대의 지분이 황성후의 승인을 받지 않고 블록딜로 매각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법인 대표 명의로 거래가 이루어진 상황이라 취소도 할 수 없었다.
원상회복을 하려면 시장에서 되사는 것밖에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지분을 회수하려고 하면 주가가 급등하니 사실상 제대로 복구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관련자들을 데려와서 조사, 사실상 족쳤지만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었다. 팔아야 할 이유가 있지만, 굳이 팔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아 진상을 파악하는 것은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책임자도 어떻게 된 사정인지 설명하지 못했다.
“쟤가 김세인이란 녀석과 척진 이후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설명됩니다. 배후에 넬리 킴 회장이 있어요. 더구나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GH리조트입니다. 최근 연기금마저 장기보유종목에서 제외를 했고요.”
연기금의 장기보유종목이란 우량종목이라는 의미였고 국가에서 경영권을 지켜준다는 의미였다. 거기서 제외되면 언제든지 처분이 가능해졌고 오너 일가와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 외의 모든 지분이 시장에 풀린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거기에 포함이 되기 위해 얼마나 신경을 썼고 연기금의 보유 지분을 높이기 위해 비서실에서 상당히 공을 들였는데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정치권에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바로 넬리 킴 회장이 움직인 겁니다.”
정치권에서 움직인 것이 아니라 수지가 휴먼해킹으로 연기금 관련자들에게 계속 GH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매각하라고 주입했고 주가마저 하락세라 장기보유불가로 판정이 되고 말았다.
“뭔 개소리야? 김세인, 그 찌질이가 무슨 힘이 있다고? 넬리 킴 회장, 그 할망구가 미국에서나 힘을 쓰지, 한국에서 힘을 쓴다고? 그저 GH그룹이 외국 자본의 표적이 된 거지.”
황지원이 말도 되지 않는 억측이라고 면박을 주었다. 황성후는 둘이 논쟁을 벌여도 가만히 듣기만 하지 달리 말이 없었다. 그로서는 두 아들 중에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머리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 생각이 되는데 감은 황지택의 말이 옳다고 말하고 있었다. 더구나 얼마 전에 김세인을 만났을 때 보인 태도를 보면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았다.
“어디서 이상한 소리 듣고 와서 소설을 쓰는데 그런 허무맹랑한 말을 믿는 거야? 증거를 보여줘?”
황지원은 증거를 보이라고 했다. 증거 자체가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을 알기에 열을 내면서 부인했다.
“그러면 우리 쪽 리조트 지분이 얼마나 되지?”
황성후는 황지원을 무시하고 황지택에게 질문을 던졌다.
“보유지분 30%, 우호 지분 8%, 총계 38% 정도입니다. 얼마 전 연기금에 대략 10% 정도가 있었는데 풀렸고 우리가 3% 정도 더 확보한 상황입니다. 시장에 62%가 풀려 있는데 그중에 얼마나 저들의 수중에 들어갔는지 파악이 불가합니다.”
“일일 거래수량은 1~2% 정도이니 시장에 10배 정도 풀렸다면 20% 정도 떠돌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퇴장했다고 봐야겠군.”
“그렇습니다. 40% 정도 저들에게 넘어간 것 같습니다. 김세인의 계좌에 있던 지분을 매각했는데 우리를 방심시키려는 위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신 넬리 킴의 계좌로 옮겨간 겁니다.”
“그러면 시장에서 전부 긁어모아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게 쉽지 않습니다. 경쟁사들과 출혈경쟁을 하는 상황이 벌어져 수익성이 악화되어 투입할 자금이 없습니다.”
황지택의 말에 황성후가 한숨을 내쉬었다. 경쟁사들이 유상증자를 하거나 사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점유율을 확대하니 맞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계열사가 그런 상황입니다. 이게 우연은 아니라고 봅니다. 경쟁사에서 유상증자하거나 사채를 발행한 금액만 보면 무려 5천억 원입니다. 이 정도 자금을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곳은 재계 10위권은 되어야 합니다.”
“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내가 가만히 있으니 이제 만만해? 하다, 하다 이제 그런 걸로 트집을 잡네. 증거가 있어? 하나도 없잖아? 미륵의 관심법도 아니고, 참.”
황지원은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기에 더 강력하게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흥분한 것처럼 보였지만, 내심으로는 오히려 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다. 저번에 만난 그자의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너에게 상당한 앙심을 품는 것도 같다. 더구나 그 부모를 해쳤다는 말에 상당히 격분한 상황이었다.”
황성후도 다른 말은 어느 정도 용인이 되지만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듣고 내심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보유한 지분을 팔고 나갔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너무 쉽게 물러난 것이 이상했다. 위장이라 생각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걸 가지고, 참.”
황지원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란 듯이 대꾸를 했다.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학교에서 공공연히 했다면서? 네가 그 입장이라면 그런 말을 듣고 격분하지 않을 것 같아? 너라면 어떻게 할 거냐? 아마 잡아다가 족치라고 할 것 같은데.”
황지택이 바로 따지고 들었다. 한때 황지원의 지독한 악의에 주눅이 들어 있기도 했지만, 나이를 먹고 주변에 사람이 생기면서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애들하고 술 먹다가 실수로 했던 말인데, 뭐. 그 이야기를 옮긴 입 싼 새끼들이 문제이지.”
“평소에는 술을 아무리 먹어도 멀쩡한 놈이 실수라고? 저놈보고 해결하라고 하면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더 키울 것 같고.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참.”
황지택은 말을 마치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황지원을 봤다. 전과 달리 기세등등한 황지택의 태도에 황지원은 죽일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전과 달리 황지택은 기세등등했다.
“저쪽으로 리조트가 넘어가면 끝입니다.”
순환출자로 묶인 상황에서 GH리조트가 보유한 모든 계열사 지분 4~5%가 이탈하면 줄줄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계열사에서 지분을 더 확보하면 되지만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분을 따로 다른 계열사로 헐값에 옮겼다가는 횡령이나 배임으로 처벌을 당할 수도 있었다. 제 가격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 정도 자금은 없었다. 그렇다고 전처럼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도 지금은 쉽지 않았다.
“지금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된 자금이 최소 6조 원에 달합니다. 다른 계열사도 최소 30% 정도는 잠식을 당했어요. 봄부터 점점 주식의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어요. 이러다가 거래량이 사라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어요.”
황지택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재차 대책을 촉구했다. 황성후는 황지원을 보다가 한숨만 내쉬었다. 일을 수습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암중에서 움직이는 상황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공시할 정도로 지분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대책을 세울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