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91

91. SI 리조트 (6) 
 
 
 
 

“최적화로 해결하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건 프로그램 전체를 손대야 해서 쉽지 않습니다. 한두 달은 꼬박 매달려야 할 겁니다. 그렇게 하면 이건 개선한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김세인은 두 회사의 프로그램을 열어보고 불필요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을 했다. 몇 개 프로그램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로딩 파일이 중복되어 있었다. 그걸 공통파일로 구성하면 로딩할 때 사용되는 용량은 줄고 시간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하려니 그것이 오히려 더 어렵고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기에 현재 제작하는 게임엔진도 몇 군데 해결하지 못한 실정이었다. 방법이 없으면 포기하려고 수지에게 물었는데 김세인이 해결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다른 기종과의 호환 문제는 어떻습니까?”

“그건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특허문제나 변형문제가 있기에 다소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번에 SI 연구소에서 출원한 각종 특허를 침해하는 것이기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합니다.”

공짜로 모든 것을 해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 사실을 언급했고 박정국 사장은 곤혹스러운 기색이 되었다. 얼마 전에 꽤 많은 특허를 제출했다고 보고받은 상황이고 그게 어떤 특허인지 분석하고 있지만 결과를 보고받지 못했다.

“당연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해야죠.”

이건주 회장이 그런 말을 했지만 사실 믿음이 가지 않았다. 일성을 ‘특허 강도’라고 지칭하는 경우도 많았다.

“원하신다면 연구소에 정식으로 연구용역을 주시면 됩니다. 연구용역도 하는 편이니 말입니다. 연구 결과에 대한 각종 라이선스는 연구소에 귀속되고 사용권만 조건에 따라 부여됩니다.”

김세인의 말에 박정국 사장이나 이건주 회장의 표정은 떨떠름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연구용역을 줄 때는 모든 권리는 일성에 귀속시키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건 문제가 있는 방식이지만 우월한 위치를 무기로 관철한 상황이었다.

“연구용역을 주는 자체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사용권, 2차 권리만 부여한다니 문제가 아닙니까?”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는 어느 정도 인정하겠지만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슷한 이름의 연구논문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걸 아이디어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죠.”

노래나 책 제목에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연구용역의 주제를 가지고 아이디어 특허로 인정하기는 애매했다.

“그런 것도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봅니다. 필요하다면 공동연구까지 양보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모든 권리가 공동으로 출원되는 겁니까?”

“이 경우에는 서로 기여도에 따라 권리를 등록해야죠.”

김세인은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게 옳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 말에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GH 리조트의 지분을 매입하고 공시했는데 진짜로 인수할 계획입니까?”

박정국 사장이 슬쩍 화제를 전환했다. 더 이야기해서 득이 되지 않을 것 같기에 피했다.

“이왕에 시작했으니 느긋하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돈도 있으니 주가가 하락하면 매입할 생각입니다. 재무제표를 보니 회사는 괜찮은 것도 같고요. 혹시 몰라서 대주주의 권한으로 회계 장부를 열람하고 감사도 진행 중이고요.”

김세인의 말에 이건주 회장은 다소 마뜩잖은 표정이 되었다가 바로 표정을 고쳤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가장 귀찮은 존재가 바로 그런 자들이었다. 일성그룹도 외국과 합작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김세인과 같은 태도를 보였다.

상대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을까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부당한 간섭은 없지만, 마찬가지로 불법적인 행위는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일성그룹의 경영 기조와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고 그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파탄이 났다.

“그걸 인수해서 직접 경영할 계획입니까?”

“SI 리조트도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만일에 인수할 수 있다면 크게 이윤을 남기지 않고 그룹 직원과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세인은 누구와 타협하지 않고 진행할 것임을 드러냈다. 타협을 위한 조건을 언급하지 않고 있었다. 그건 타협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아울러 경영인연합회에서 도움을 요청한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니 그걸 말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방해해도 큰 상관이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김세인은 8월 12일이 진짜 생일날이었고 미역국으로 아침밥을 먹고 유희원과 같이 런던으로 향했다. 물론 레이튼이나 로든, 이창원 부장을 비롯하여 한국과 미국의 경호원들까지 줄줄이 같이 이동했다.

‘이래서 슈퍼리치는 자가용 비행기를 보유하거나 전세기를 이용하는 건가? 굳이 자가용까지 필요하지 않겠지만 전세기는 고민할 필요도 있겠어. 나중에 고모할머니와 상의해보자.’

김세인은 런던에서 입국 절차를 진행하면서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 20여 명의 일행이 한꺼번에 통관하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는 면도 있었다.

“관광도 할 거야?”

“그럴 생각이야. 일하기보다 관광을 해야지. 런던에서 한 3일 정도 구경할 계획이지. 그러다가 잠깐 시간을 내서 시티 구역으로 가서 한두 시간 일을 처리하면 될 거야. 그동안 너는 주변 카페에서 잠시 대기하면 되고. 너까지 거기 갈 필요는 없으니.”

김세인은 스위트룸을 빌려서 유희원과 같이 머물렀다. 사실 유희원을 굳이 데리고 움직여야 할까 고민했지만, 혹시라도 누군가 감시라도 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기에 위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여행에 동행했다.

“스위스도 간다고 했지? 어디로 가는 거야?”

“바젤로 갈 거야. 거기가 금융도시이자 문화도시라고 하네.”

그러면서 바젤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런 설명에 유희원은 처음 듣는지 궁금한 표정이 되었다. 거기에 영국 법인의 자회사가 있었다. 거기서 세계 곳곳의 자회사와 연결이 되었다.

“런던과 바젤에서 일을 처리하면 이후에는 그리 급하지 않나 봐. 그 두 곳이 시작점이니 거기만 해결하면 전부 다 처리가 된다고 하니. 법인 형태이니 공동 관리자로 등재가 필요한가 봐.”

“그런 것도 가능해?”

“응, 전에는 주로 개인 명의로 비밀계좌를 개설했는데 지금은 법이 바뀌어 비밀보장이 되지 않아 법인으로 등록한다고 해. 법인이라면 개인의 신상을 세세하게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면이 있으니. 면세혜택이 줄어들었지만.”

“법인이라면 직원도 있겠네.”

“상당히 많이 있다고 해. 대략 50명 정도, 미국에 20명, 30명 정도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어. 약간 점조직 형태로 활동을 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고 있어.”

레이튼은 혼자가 아니었다. 혼자서 그렇게 관리할 수도 없었다. 예금이 아닌 법인이나 헤지펀드로 관리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설사 발각되어도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자금세탁 혐의를 받겠지만 투자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경우 처벌이 쉽지 않았다. 투자 주체를 숨기는 것이 윤리적으로는 문제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마약 거래나 무기 밀매 같은 명백한 범죄행위에 연루되면 문제지만 그렇지 않으면 적용할 법규가 그리 많지 않았다. 면세혜택을 받지만 그렇기에 자산의 이전이나 거래가 자유로웠다.

다음날부터 런던을 돌아다니면서 관광했다. 그러다가 시티라고 하는 런던 금융가로 가서 레이튼과 같이 명의이전 작업을 진행했다. 본인이 진행해야 하는 일도 있기에 김세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했다.

3일 정도 유희원과 같이 슈퍼리치 후계자답게 호화로운 런던 관광을 했고 스위스의 바젤로 넘어갔다.

물론 중간에 잠시 시간을 내서 용무를 처리했는데 본인임을 확인하고 몇 가지 서류에 자필로 서명한 것이 전부였다. 물론 패스워드를 지정하여 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이행했다.

“이렇게 하면 한국인 김세인이나 미국인 김세인과는 별개의 독립된 김세인으로 등록이 되는 겁니까?”

“회사로 보면 별개의 법인이 되는 겁니다. 일종의 블록을 만들어 분리하는 것이죠. 한국인 김세인이나 미국영주권자 김세인은 분리가 되지 않지만, 이 재산은 분리가 됩니다. 그 신분으로는 재산권을 행사할 수도 없고요.”

레이튼이 설명했는데 확실하게 감이 오지 않았다. 비자금을 은닉하는 행위라기보다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역외 법인이었다. 이런 법인은 절세를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별도의 신분증이라는 말씀이죠?”

“그렇습니다. 여기부터 산하 조직으로 연결이 됩니다.”

레이튼의 설명을 들으면 산하에 수도 없이 많은 역외 법인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산하에 만들어진 법인만 해도 수백 개가 되었다. 필요해서 만들고, 필요해서 언제라도 청산했다.

“법이 국가마다, 지역마다 다 다르기에 변호사를 통해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이게 각 국가마다 거래하는 고문변호사 명단입니다. 사실 그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일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고문변호사인 한지석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 자들이 30여 명이나 되었고 그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비용은 역할에 따라 개인당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달하고 있었다.

김세인은 유럽 여행을 마치고 미국에서 며칠 동안 보내다가 8월 20일경에 유희원과 같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모할머니나 레이튼은 추석 무렵에 한국에 오기로 했다.

돌아온 직후에 황성후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지만,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는 말로 거절했다. 뭐라 말하건 이미 투자한 금액이 있기에 물러날 수도 없었다.

더구나 그가 귀국하기 직전에 고모할머니의 역외 법인이 보유한 지분을 전부 넘겨받아 무려 24%의 지분을 보유하여 GH 리조트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그 때문에 언론에서도 조만간 SI 홀딩스에서 M&A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그동안 GH 리조트는 GH개발이라고 하는 비상장 부동산임대회사에서 16%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황성후 일가가 8%, 나머지 7% 정도가 GH 계열사에서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니 황성후로서도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8월에 들어와서 몇몇 재벌그룹이 매각한 지분을 제외하고 GH그룹 계열사의 주식거래가 사실상 실종된 상태이기에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장외거래가 이루어지니 불안했다.

“3%의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3 거래일 가중평균가격으로 인수했습니다. 그 정도 조건이면 금감원 조사를 받아도 문제가 없습니다. 장외거래의 경우 시가보다 낮으면 문제가 됩니다.”

김세인이 SI홀딩스를 방문하자 이장우 대표와 최영석 이사가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지분 인수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인수 가격이 너무 낮아도 문제이고 높아도 문제였다.

“9월 초에 외국계 법인으로부터 7% 정도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한 다음 공시하면 됩니다. 그 지분을 인수하면 GH 그룹의 오너와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과 비슷한 정도가 될 것입니다.”

“혹시 이 모든 외국계 법인이 미국 회장님의 영향권에 있는 법인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이번에 인수하는 지분은 저랑 우연한 기회에 알고 지내던 홍콩의 자본가가 보유한 물량입니다. 이번에도 블록딜로 인수하면 됩니다.”

김세인의 말에 이장우는 진짜로 M&A를 시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그저 겁을 주기 위해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 짐작했는데 실제 행동에 들어가니 난감했다. 아직까지 GH 리조트 주식 외에 GH그룹의 주식을 매입하지 않았기에 상황을 몰랐다.

“혹시 리조트 관련 전문 경영인을 물색해 보라고 있는데 결과가 나온 것이 있습니까?”

김세인은 GH 리조트의 현 경영진을 해임하면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해야 하기에 그 후보를 물색하도록 했다. 리조트의 경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전문가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