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93
93. SI 리조트 (8)
황성후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GH 리조트에 대한 M&A 방어를 하고 있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얼마 전에 불법 M&A 시도라고 주장하면서 경영인연합회까지 움직여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원에 진정을 넣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저 외국인들이 내응하여 움직인다는 심증만 있었지, 아무런 물증도 없었다. 그저 뭐라도 해서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움직인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조사해서 별 성과도 없었고 그 때문에 오히려 입지만 축소되었다.
“알아서 찾아와서 주식을 매도하고 갔다니 그게 말이야, 방귀야? 그렇게 간단한 거냐고? 누가 봐도 짜고 치는 고스톱인 걸 알 수 있는데, 이걸 그냥 넘어가?”
하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자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이니, 증명도 불가능했다. 거기다 금감원의 조사가 있고 난 후에는 아예 매일 주식을 매입하고 그걸 공시하고 있었다.
한꺼번에 몰아서 공시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 공포감이 더 심했다. 매일 1~2%씩 지분이 증가하여 마침내 그들이 확보한 지분을 앞지르자 숨이 콱 막혀왔다.
“지금이라도 리조트를 포기해야 합니다. 아울러 거기서 보유한 그룹의 지분은 어떻게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합니다.”
재무이사의 말에 황성후는 바로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 경영인연합회 사무국장을 움직여서 다른 재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말았다.
흑기사가 되어달라고 했는데 아예 개입하는 자체를 거부했고 심지어 GH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구나 그 지분은 대부분 김세인의 영향권에 있는 자들이 확보하게 되었다.
“문제는 문제이군. 돈 나올 구멍도 없는데.”
M&A는 결국 돈 싸움이었다. 누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에 의해 결정되는 싸움이었다. 돈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지분확보가 결판났다.
그런 판국이라 M&A 소문이 나면서 금융권도 등을 돌리고 대출을 거부했다. 더구나 전과 달리 각종 규제 때문에 한도가 있어 대출해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본가를 방문했다. 아버지인 황윤만과 박금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도 더 이상 현금을 동원할 여력이 없었다. 김세인의 공격이 시작되고 6천억 원 이상의 자금을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했다.
“그놈은 지원이 녀석 때문이 아니라 GH 리조트를 욕심내서 하는 짓이야. 그럴 목적으로 연기금이 보유한 지분까지 매각하도록 로비를 했고. 일성과 RG마저 움직여서 돕지 못하게 했고.”
일성그룹 이건주 회장이 넬리 킴의 저택을 몇 번이나 방문하고 파티까지 참석한 내용이 알려졌고 RG그룹의 조인환 고문과의 관계도 알려진 상황이었다.
“방도가 없습니다. 연기금에 알아보니 로비도 아니고 그간 악재 떨기를 한 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거기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위에서 내려온 지침은 없다고 합니다. 정부나 정치권도 전처럼 힘을 쓰기 어렵다는 말만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연기금의 투자 운용에 관한 규정을 언급했다. 우량주식의 조건에 어긋나는 상황이라 담당자는 적절한 조치를 했고 그 결과 일이 벌어졌다. 그걸 막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누군가 직권으로 막아야 했는데 그럴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 일이 잘못되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애들에게 지분 증여를 하고 지분을 모으려고 한 일이 이 사태를 불러왔다는 말이냐?”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단 그렇습니다. 그 틈을 노리고 들어온 상황이라 어렵습니다. 연기금이 돌아선 상황이라 모든 계열사가 40%의 지분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저쪽이 얼마나 가졌는지 파악이 어렵습니다. 상장된 모든 계열사의 지분을 최소 30% 이상은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감사하는 녀석들이 뭔가 심각한 것을 잡았다고 하던데 뭐야?”
“그게 어찌 된 것인지 비자금을 마련한 곳을 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물가 정보까지 들먹이고 세무신고까지 건드는 상황이라 입막음이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해도 티가 나기 마련이고.”
비자금의 가장 고전적인 수법이 비용을 과다로 계상하고 뒤로 빼돌리는 것이었다. 즉, 납품단가를 부풀리고 그걸 납품업체에서 역으로 빼돌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골치가 아프군. 탈세까지 문제 삼을 수도 있겠군.”
“일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지만 그걸 빌미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경영진의 해임안을 제출할 것입니다.”
주주총회 소집을 거부하면 결국 강제 소집 절차를 진행할 것이고 그러면서 여론전을 할 것이니 쉽지 않았다.
“얼마 전에 큰집 주형이를 만났다는데 뭐라고 해?”
박금희가 친정인 SG그룹에 관해 언급했다.
“도울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거기도 약점이 많아 표적이 될까 겁내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건형이 형과 사이도 좋지 않고.”
“지원이는 뭐라고 해? 어떻든 그놈이 시작인데.”
황윤만은 철없는 손자의 행동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생각하여 재차 언급했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자신으로 인해 이런 일이 초래되었다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동분서주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오불관언이라는 태도였다.
“이 자식이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으니. 그렇다고 나서서 해결하라고 하다가 일만 더 키울 것 같고. 패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난감합니다.”
“뒤에서 일어나는 부분은 조사가 불가한가? 요즘은 전산이 잘 되어 있어 다 가능하다는데? 그걸 잡아 족쳐야지.”
박금희 회장이 외국계 자본의 불법행위가 없는지 조사하여 엄벌할 수 없는지 물었다.
“국내에서 들어와 있는 부분은 조사가 가능하지만, 한 업체당 고작 10억 원 정도 거래한 것이라 문제 삼을 수도 없습니다. 뒤로 연결 고리를 찾아야 하는데 외국이고 그걸 조회하려면 쉽지 않습니다. 명백한 범죄혐의가 있어야 형사 공조 요청을 하고요.
“이런 상황이면, 리조트 무너지면 줄줄이 넘어가겠군.”
“그래서 리조트를 놓고 담판을 지을까 합니다. 경영권을 내놓는 순간 약점이 드러나 문제가 클 겁니다.”
전임자와 후임자가 싸우면 무조건 후임자가 이겼다. 후임자는 당장 드러난 문제점이 없지만, 전임자는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하는 말처럼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전의 문제는 이후에 문제 삼지 않는다는 약조를 받겠다는 말인가? 리조트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리조트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확실히 연결 고리를 끊고?”
박금희 회장이 고개를 저으면서 물었다. 리조트에는 유통의 사업장도 많아 갈라서는 순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버틸수록 타격이 클 겁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상장하지 않은 GH 반도체만 남고 말 겁니다. 물론 그 전에 저는 감옥에 가 있겠지요. 그렇게 되면 상장하지 않은 회사도 계열사에서 제기한 민사소송으로 인해 전부 다 빼앗기고 말 겁니다.”
법무팀을 통해 최악의 상황까지 검토했는데 회사의 경영권을 빼앗기는 순간 5년 이내에 벌어진 각종 사고나 비리는 모조리 단죄를 당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민사소송을 통해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내놓을 수도 있었다. 계열사가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일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느냐? 그렇게 하려고 해도 우리도 어떻게든 힘을 써서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요새는 세상이 바뀌어서 허투루 쓴 거는 10원짜리 한 푼까지 다 밝혀지고 맙니다.”
수백억, 수천억 원을 횡령하고 탈세했는데 그것이 밝혀지면 패가망신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방어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맘 같아서는 그놈을 잡아다 족치고, 회사를 뒤집어엎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는 일이고.”
황윤만은 화가 나자 폭력적인 성향을 자신도 모르게 드러내고 있었다. 만만한 존재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김세인의 옆에 지키는 사람이 많고 경호업체인 정명 가드 때문에도 쉽지 않았다.
“언제 가서 만날 생각이야?”
“상황을 봐야죠. 당장은 아니지만 주주총회 직전에 판세가 어려우면 타협하려고 합니다.”
“그게 될까 모르겠다. 리조트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인데.”
“이자라도 붙여야 한다면 비상장인 반도체를 넘길까 합니다. 거길 원할 것도 같습니다.”
김세인이 보유한 지분의 총액은 리조트를 제외하고 2조 원 정도로 추산되었다. 그걸 다 가져가려면 계열사가 가진 리조트 지분으로는 부족했다. 최소 1조 원 정도 되는 회사 하나 정도는 내주어야 계산이 비슷했다.
“지원이 놈, 지금이야 우리가 어떻게든 통제하겠지만 나중에 너도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세후란 놈은 그나마 요즘은 잠잠하지만.”
황윤만이 타박을 했고, 그러자 박금희가 질겁한 표정을 지었다. 황성후의 동생인 황세후는 개망나니로 이름을 날렸고 지금도 가문의 골칫거리였다. 황지원도 그런 성향이라니 답답했다.
김세인은 몇 사람을 SI 홀딩스 회의실로 불러 모았다. 임대사업자 사무실에 집무실이 있지만 홀딩스에는 별도의 사무실이 없기에 홀딩스에 오면 사장실이나 회의실에서 용건을 말했다.
“마침내 어제 40%를 넘었습니다.”
이장우 사장이 먼저 상황을 보고했다. 오전에 공시를 위한 신고까지 한 상황이라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지금은 전날 매입한 것을 다음날 오전에 신고했고 매일 지분변동이 공시되고 있었다.
“이렇게 모이시라고 한 것은 GH 리조트의 주주총회 소집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대책도 논의하고요.”
“주주총회를 소집하면 주주명부가 폐쇄되니 적당한 날짜를 골라야 합니다.”
주주총회가 개최되면 기준일자를 정해 주주명부를 확정했다. 그렇기에 가장 적당한 날짜를 골라야 했다.
“저들이 주주총회 소집을 거부할 것 같은데, 그러면 법원에 강제집행을 위한 처분신청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저항을 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주주총회 소집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저들이 어떻게 하건 주주총회는 소집될 것입니다. 그런데 GH 리조트만 공략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최영석 이사가 그렇게 말하고 김세인에게 눈치를 봤다. SI 홀딩스에서 리조트의 지분만 매입하고 다른 계열사의 지분은 매입하지 않는데 상대가 그냥 지켜보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리조트의 지분만이 아닌 다른 계열사의 지분도 누군가 다량으로 확보한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리조트 지분을 확보해도 손을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김세인이 두루뭉술하게 대답했고 유희원이나 한지석 변호사, 이장우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최영석 이사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은 표정이었다. 상황을 짐작하면서도 묻는 것 같았다.
“장준익 고문님이 오셨습니다.”
사장의 비서가 문을 두드리고 통보했고 안으로 들어왔다. 사실상 SI 홀딩스의 이사와 감사가 전부 모이게 되었다. 서로 간단히 인사를 하고 다시 자리를 잡았다.
“나에게도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오는데 리조트를 정말로 가져올 생각인가?”
“그럴 계획으로 여태 움직였고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번 시작한 이상 포기할 수는 없죠. 여기서 물러나면 수천억 원이 날아가고 맙니다.”
김세인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기도 했다.
“GH 그룹 전부를 가져올 것인가?”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재계나 정치권에서도 말이 많고 리조트는 용납이 되지만, 그 이상은 그냥 두지 않겠다는 말이 도는데, 강행할 생각인가?”
장준익 고문이 재차 물었다. 김세인도 전부를 가져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기세이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더구나 외국계 자본으로 진행하는데 소요된 자금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수가 있기에 포기하기도 애매했다.
“적당히 타협하면 어떤가? 지분교환 방식으로 말일세. 리조트를 인수하면 감사부터 해서 저들을 고소, 고발하는 것으로 양동작전을 벌일 것 같은데, 그건 문제가 커.”
장준익 고문은 그 후유증에 대하여 우려를 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자체가 재계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그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기업, 특히 재벌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
“하지만 리조트 하나만 가져와서는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의 본전도 찾지 못할 것입니다. 계산이 맞지 않아요.”
김세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상승했고, 그 때문에 손실이 커졌다. 그러니 그 이상을 챙겨야 뭔가 이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