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96
96. 결혼식 (1)
리조트 회사와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결혼식도 준비해야 했다. 물론 기본적인 것은 다 준비가 끝난 상황이라 김세인은 태평했지만, 유희원이나 고모할머니는 상당히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이 침대가 좋겠다. 신방이면 그런 분위기가 나야지.”
“침대는 새로 살 필요가 없는데. 새거나 마찬가지인데요.”
“아까우면 객실로 옮기면 되지. 가구도 싹 다 새로 바꿔. 우중충한 색상이잖아.”
김세인이 사용하던 기존의 가구도 좋은 것이지만 신방에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대부분 교체했다.
“제가 사야 하는데.”
“됐어. 각자 처지에 맞추면 되는 거야. 한복을 보러 가야지?”
오직 유희원네서 하는 유일한 예물이 고모할머니 한복을 맞춰주는 것이었다. 그걸 찾으러 가기로 했다.
“부담이 될까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는 것이니 받기로 했다. 어쨌든 잘 입도록 하마.”
쓰는 것에 비하면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크지만 그래도 결혼 예물로 받는 것에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네 몫으로 큰 거 하나 해줄까 했는데 그건 나중에 미국에 올 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 짜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절대로 그런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는 바라는 것 없어요.”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이 있어야 당당해. 그러니 앞으로 살면서 네 몫을 챙겨. 사람은 그런 욕심이 있어야 해.”
고모할머니의 말에 유희원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무조건 조카손자인 김세인에게 잘하라고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면 오래 갈 수가 없어. 친구처럼 서로 의논하고 대화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하려면 최소한의 경제력은 필요해. 그래야 상대에게 예속이 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
“알겠습니다.”
“정당한 네 몫을 챙기라는 말이야. 같이 일하면서 네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세인이한테 달라고 해. 그렇게 해서 네 경제적인 기반도 마련할 필요가 있어.”
고모할머니의 말에 유희원은 놀라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 집안 어른이라는 것이 좋았다.
“세인이 똑똑하지만 애가 좀 물러. 전보다 나아졌지만 우유부단한 면도 있고. 애가 그냥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아니지만 앞으로 큰 회사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야. 그래서는 불안하지. 그러니 네가 옆에서 많이 도와야 해.”
“세인씨가 좀 착하기는 하죠. 모질지 못하고요. 하지만 GH 그룹을 상대하는 걸 보면 조금 달라지긴 했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조금 뒤가 무르죠. 저라면 끝까지 갔을 텐데.”
“그것도 일장일단이 있지. 끝까지 가는 방법도 문제이고 타협하는 것도 문제이고. 이 문제는 뭐가 좋다고 할 수는 없어. 선택의 문제이니. 타협하여 실리를 챙겼지만 독한 이미지는 만들지 못했으니 손해일 수도 있고 끝까지 가려다가 격렬한 저항을 받아 리조트 외에 얻는 것이 없을 수도 있고.”
“그건 그렇죠. 나중에 어느 재벌이 개입할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30위 안에 있는 재벌이 하나라도 나서면 쉽지 않다고요.”
“그나마 얼마 전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해 재벌들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 지켜봤지만 본격적으로 싸움이 커지면 쌈짓돈이라도 꺼낼 수도 있어. 기득권을 건드리는 행위이니.”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둘은 바쁘게 움직였다. 물론 캐시는 넬리 킴 회장의 동선을 관리하면서 경호에 집중했다.
김세인은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회사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GH 리조트와 반도체를 인수하고 경영진을 구성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회장으로 취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규모기업집단의 대표자로 등록을 해야 합니다.”
“기준이 5조 아닌가요? 아직 조건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김세인의 재산은 5조가 되지 않았기에 해당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이상해서 반문했다.
“그게 회장님이 지배한 회사의 자산 총액에 소유한 부동산과 자금도 합산됩니다. 그렇게 하면 5조 원 정도 됩니다. 순수자산이 아닌 자산 총액 기준이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법이 그렇다면 따라야죠.”
그러면서 집계에 포함되는 자산목록을 보여주었다. 5조2천억 원이라는 합계가 나왔다.
일본 엔화 투자 이후에 부동산과 현금을 합쳐 2조9천억 원 정도 되었는데 SI 홀딩스를 확장하고 SI 연구소를 만드는데 5천억 정도 쓰고 주식을 매입하는데 1조5천억 원을 사용하여 현금성 자산이 6천억 원 수준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동안 유가 선물에 투자하여 10억 달러 정도를 벌었고 부동산 가치가 무려 2천억 원이나 증가했고 그동안 투자한 주식의 가치도 1,500억 원 증가했다.
더구나 리조트와 반도체의 자산이 3조5천억 원에 달했다. 순수하게 김세인의 재산만 따지면 4조3천억 원 정도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으로 보면 5조 원이 넘어갔다.
“진짜 재벌이 된 건가요?”
“그렇습니다. 국가에서 인정한 재벌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규모기업집단으로 등록해야 진정한 재벌이었다. 거기에 등록하지 못하면 재벌로 인정을 하지 않았다.
“역대 최연소 대표자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먼저 조회했습니다.”
이장우 사장이 문제가 될 수 있기에 먼저 조건을 알아보고 자진하여 신고했고 예비로 조사한 결과 대상이 확실한 상황이기에 김세인에게 보고한 것이기도 했다.
“규제도 많지만 그만큼 혜택도 있습니다. 무형의 공신력이라는 것은 그만큼 크기도 하고요.”
“실무책임자로 이장우 사장도 등록이 되는 거죠?”
“그렇습니다. 실무자도 책임자와 담당자가 별도로 있어야 합니다. 담당자는 관리 파트에서 부장급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신고서류를 건넸다. 받아서 읽어보았다. 매년, 또는 자산 10% 이상의 증감이 발생하면 변동상황을 신고해야 했다. 내용은 일반사항과 자산, 특수관계인, 지배관계 등에 관하여 상당히 자세하게 기재해야 했고 각종 증빙서류도 첨부해야 했다.
“증빙서류까지 하면 책 한 권이 아니라 서너 권은 되는 것 같군요. 이거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 않겠군요.”
“해야죠. 이번 기회에 재물조사도 병행할까 합니다. 한 달 정도 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 동안 준비하면 됩니다.”
“GH 반도체 대표이사 선임과 이사회 구성도 마무리가 되었죠? 이제 임원 인사만 하면 되나요?”
“그렇습니다. 임원의 직급과 소속만 홀딩스에서 결정하고 보직은 대표이사가 결정하면 됩니다. 일반 직원은 각 회사의 인사 파트에서 인사명령을 내리면 됩니다.”
물론 그렇게 절차가 진행되지만, 임직원의 인사는 회장이 가장 먼저 챙기는 사안이었다. 그렇기에 대표이사일지라도 대주주인 회장의 의중을 따라야 했다.
“문제 되는 것은 없나요?”
“사전에 임원 후보를 물색해둔 상황이기에 문제는 없습니다. 단지 회색분자들의 처리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회색분자요?”
“낙하산도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오너 일가와 친인척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알아서 다 알아서 퇴직했기에 문제가 아닙니다. 두 번째 부류는 가신단이라 칭하는 핵심 인사들입니다. 그들도 다들 알아서 퇴사했습니다. 문제는 세 번째 부류로 첫째와 둘째의 주변인들입니다.”
“학연, 지연 등으로 얽힌 존재라는 말이군요. 라인에 속해 호가호위하던 자들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이런 자들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들은 약간의 특혜를 받았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낙하산도 아니기에 정리할 수도 없습니다. 능력이 있는 자들도 있고 무능력한 자들도 있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회사를 안정시키는데 걸림돌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딱히 정리할 수단도 없고요.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고요. 일단 내부감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자들을 색출하고 정리하는 방향으로 갈까 합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버려진 존재들이니 능력 있는 자들은 잘 회유하여 포용하는 방향으로 합시다. 평판에 문제가 있는 자들은 정리할 필요가 있겠지만요.”
“하루, 이틀에 해결할 문제가 아니니 1~2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세인은 이런 일은 수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미 그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후에 집중적으로 조사하면 될 것도 같았다.
김세인은 외부의 일을 처리하느라 에스퍼의 수련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마도공학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할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수지가 가지고 있는 GH 그룹의 지분은 어떻게 할 거야? 돈이 묶이게 되어서 문제잖아?”
GH 리조트를 김세인이 인수한 후에 진행된 지분교환과 GH 반도체의 인수로 인해 사실상 김세인과 GH 그룹 사이의 분쟁은 종결이 되었다. 그 여파로 인해 M&A 이슈가 사라진 GH 그룹의 주가는 무려 20% 가까이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다.
그건 M&A의 대상이었던 GH 리조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현재 수지가 관리하던 자금도 마이너스가 나게 되었다.
“그 정도야 유가선물 거래로 벌충을 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문제는 더 이상 공격할 여지가 없다는 점이지.”
5% 정도의 지분을 더 확보한 황씨 일가의 경영권이 견고해졌고 어지간해서는 M&A를 시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냥 시장에 확 던지는 것도 방법이지. 그러면 난리가 날 수도 있겠지만.”
주식으로 1조 원 가깝게 묶이고 경쟁사 증자에 참여하거나 회사채를 구입하는데 사용한 돈, 5천억 원 가까이가 묶인 상황이었다.
“그보다 내가 짠 프로그램을 확인해 봤어.”
“괜찮은 프로그램인데 획기적인 것은 아니야. 두 MOS보다 성능도 뛰어나고, 앱스토어 같은 응용프로그램도 괜찮고. 하지만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야. 이미 두 진영이 형성된 상황이라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어.”
“뭔가 방법이 없을까?”
“소소하게 스마트폰 개발에 실패한 업체를 인수하여 시작하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성공하려면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해. 그건 자원의 낭비이지.”
“하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신규로 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잖아.”
“배터리를 시작하는 게 어때? 거기에 Car-OS를 개발하고. 그분야가 더 유망해 보이는데. 자율주행도 연구하고.”
그러면서 전기차 시장이 더 매력적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수소를 이용한 에너지저장장치의 개발에 뛰어드는 것도 방법이고. 기회는 여러 분야에 걸쳐 있어. 연구소에서 그 분야를 연구하는 것도 방법이야. 넓게 봐.”
“자금이 사실상 고갈된 거나 마찬가지야.”
“한 1년간 세인의 자금을 내가 운용하면 1조 정도는 만들 수 있어. 그리고 아직 시작 단계라 많은 자금이 필요한 건 아니야.”
김세인은 수지가 있지만,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했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마음을 다스릴 수밖에 없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세인이 너무 스마트폰에 매몰되어 있어. 그것은 지엽적인 분야야. 다른 것도 기회가 많아. 지금 인수한 반도체도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수지가 권유한 것만 하려고 해도 엄청났다.
“알았어. 지금은 뭘 시작할 때가 아니라 내실을 다질 때이지.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지.”
김세인은 욕심이 앞선 걸 반성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을 떨치기 쉽지 않았다. 놓친 고기가 커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