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97
97. 결혼식 (2)
김세인은 정신없이 회사 일을 처리하고 결혼식을 준비했다. 어느새 결혼 날짜인 10월 15일이 되었다.
결혼식은 호텔에서 했다. 가족과 친지만 초대했지만 제법 사람이 많이 왔다. 김세인이 직접 면접을 보고 채용한 임직원들도 참석했다. 넬리 킴 회장이 알던 재계 인사들도 꽤 참석했다.
또한 신부의 아버지가 RG 그룹의 임원으로 있기에 제법 하객이 많았다. 더구나 김세인이나 넬리 킴 회장을 보고 참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에 일성그룹 이건주 회장도 참석했다. 박정국 사장이라도 올 것 같아 연락했는데 직접 참석했다. 그렇게 되자 다들 넬리 킴 회장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김세인의 혼주석에는 고모할머니 혼자 앉았다. 다른 사람을 굳이 앉도록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 일반적인 결혼식에서는 신랑의 아버지 역할이 그리 없으니 그러했다.
결혼이 끝난 후에 신혼여행은 하와이로 갈 예정이었다. 안전을 위해서 미국 이외의 지역은 고려하지 않았다.
“하와이에 내 별장도 있는데 호텔로 간다고?”
“별장에 가려면 한 시간 동안 이동해야 하고 별장 관리인이나 요리사 등 별도의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번거롭죠. 그냥 며칠 있는데 번화가 호텔이 편해요.”
“너희가 편한 대로 해야지. 잠깐 갔다 오는 것이니 사람 부르고 하려면 번거롭지. 미국에서는 로든이 주축이 되어 경호해?”
“그래야죠. 레이튼과 연락해서 경호원들을 준비했고 후임 집사인 레온이 인솔해서 LA에서 오기로 했어요. 앞으로 레온이 레이튼의 후임을 맡기로 했다면서요?”
“레이튼이 드림호프를 맡았고 나이가 있으니 후임이 필요하지. 당분간 레이튼이 암중에서 업무를 감독할 예정이다.”
그렇게 말을 하다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유희원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심해. 신혼이라고 기분 낸다고 둘만 따로 있다가 사고 날까 걱정이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해.”
노인이라 그런지 걱정부터 했다.
“간단히 관광이나 하면서 휴식을 취할 겁니다. 고모할머니도 미국에 갔다 올 건가요?”
“힘들게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몸살 나면 다른 사람 힘들게 할 건데. 그동안 레이튼과 같이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그러면 집에서 쉬고 계세요. 갔다 올게요.”
김세인은 유희원이 오자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일단 호텔 객실에서 쉬다가 비행기 시간에 맞춰 출발할 예정이었다.
“친구들이 와서 말이 많더라.”
호텔 객실에 들어가자 유희원이 참았던 말을 했다.
“나는 경황이 없어 애들이 와도 그냥 악수만 하고 말았는데.”
“학교 다닐 때 친하게 지냈던 여자애들 몇이 와서 신부대기실에서 한동안 같이 있었지. 그전에도 종종 통화도 했고.”
“구체적으로 뭐라고 하는데?”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들이지. 우리 결혼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고. 황지원의 이야기도 하고. 네가 GH 리조트를 적대적 M&A 방식으로 인수한 것에 대해서 말이 많아. 어쨌든 뺏은 것이니. 욕 몇 마디 했다고 그렇게 하는 게 옳은지 따지는 애도 있고.”
황지원에 우호적인 동기들도 꽤 있었다.
“하여간 말이 많아. 그런 것 전부를 신경 쓰고 살 수는 없겠지. 그것 때문에 동기들이 양쪽으로 갈렸다는 말도 들었어.”
김세인도 학교에서 듣는 게 있지만, 따로 말을 하지 않았다.
“뭔가 해주기를 바라는 애들도 있어. 말로는 친구 밑에 있지 못한다고 하면서도 한쪽에서는 회사 다니다 짤리면 책임져 달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뭐든 쉽지 않아. 앞으로도 그런 일이 많을 거야.”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받는 문제로 양가의 의견이 달랐고 그 문제로 처가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김세인 측은 축의금을 받지 않기로 했고, 그 때문에 유희원의 집에서 따로 받을 것인지 아니면 받지 않을 것인지 논란이 되었다.
김세인 측에서 혼수도 원하지 않고 모든 결혼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니 받지 말자는 아버지와 형제들 의견과 어쨌든 그동안 여기저기 낸 각종 부조금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받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의견이 부딪쳤다.
“오늘 보니 어머님이 부조금 문제로 불만이 있는 것 같던데, 나중에, 처남 때와 처제 때 챙기시라고 해.”
“혼수를 준비하지 않으니 실제 쓴 돈은 많지 않은데. 그동안 계속 내기만 하다가 모처럼 받을 기회인데 받지 못하니 아쉬운 생각이 드나 봐. 그렇다고 자기 쪽은 받지 않는데 우리 집만 받아봐? 그건 더 모양이 빠지는 거지. 아버지와 오빠, 예원이까지 그렇게 말해서 받지 않기로 했나 봐.”
“처제와 처남에게 용돈은 줬어?”
“오빠는 자존심이 있는지 거절하려고 해서 그냥 차나 한 대 사라고 했어. 그게 있으니 부조금 받지 말자고 했지.”
“아버님과 어머님은 뭘 하기도 그렇고 애매하다.”
“우리한테 바라는 것 없다고 하시니. 딸 파는 것도 아니고, 혼수를 해주는 것 없는 것만 해도 된다고 하셔.”
“나중에 여행이나 한 번 보내드리는 걸로 하자.”
김세인은 결혼식 뒷이야기를 하면서 그 과정에서 벌어진 사안에 대해 서로 공유했다.
신혼여행이기에 김세인이나 유희원 모두 일과 일상을 떠나 상대에게 집중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신혼여행을 하는 동안 일 이야기는 자제했다.
“너무나 좋다.”
김세인은 저녁에 해변을 걸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바닷가는 어디나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국적인 풍경이 색다른 감흥을 주었다.
“내일이면 한국에 돌아간다니 아쉽기도 해.”
“그러게. 시험과 회사 일만 아니라면 며칠 더 쉬었을 것인데 학기 중이라 어쩔 수가 없어. 나중에 방학 내면 또 오자.”
“괜찮아. 그냥 아쉬운 거지. 해야 할 일이 많잖아. 얼마 전에 인수한 업체의 정상화도 해야 하는데 돌아가야지.”
“사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해. 계속 미루기 어려워서 결행했는데 결혼식 뒤로 미룰 것을….”
“이자만 해도 얼마인데. 그냥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는 것이 낫지. 해야 할 일인데 미루다 일이 어그러질 수도 있고.”
일이나 회사에 대해서는 그동안 언급을 피했지만 내일 한국에 간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다.
“혹시 고모할머니께서 나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 있어?”
“뭘 말이야? 결혼식을 앞두고 너에 대해 말을 많이 해서 무슨 의미로 묻는 건지 짐작이 되지 않는데.”
그러자 고모할머니가 자기 몫을 챙기라고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김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왔다.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해. 그렇다고 딴 주머니를 차라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더구나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서로 대등한 관계가 된다는 말씀은 공감이 가기도 하고.”
김세인은 유희원을 지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중에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최악의 인간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해?”
“생활비는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겠지. 분명 나 때문에 지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대신 자기의 월급이나 자기가 기여하여 성과를 낸 부분에 대한 성과급은 확실히 저축하는 게 좋겠지. 그리고 고모할머니도 재산의 일부를 증여해줄 것인데 그것도 확실하게 관리해야 하고.”
김세인은 무슨 의도로 고모할머니께서 말했는지 짐작이 가기에 자신의 생각을 말했지만, 또 다른 의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건 오해만 불러올 수 있었다.
“낭비하지 말라는 말이지?”
김세인은 왜 유희원이 그런 말을 꺼냈는지 짐작했다. 바로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런 의미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먼저 말한 걸 거야.”
“알았어. 나 잘되고, 우리 잘살라고 해주신 말씀이라 생각해.”
김세인은 신혼에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결혼은 현실이라는 생각에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 생각했다.
“지금 말한 것처럼 우리 잘살자. 앞으로 서로 싸울 일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이야기하면서 좋은 방도를 찾아보자.”
김세인은 막상 닥치면 실천하기 쉽지 않겠지만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으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기에 믿어주기로 했다.
김세인이 신혼여행을 떠난 사이 넬리 킴 회장은 레이튼을 불러서 논의하고 있었다.
“세인이 결혼했는데 손자며느리에게 뭐라도 해줬으면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한국에 있는 재산은 김세인에게 증여한 상황이라 남아 있는 것은 없었다. 나중에 미국에 올 때 준다고 했지만 당장 아무것도 주지 않으려니 마음이 불편했다.
“굳이 서둘 필요가 있을까요? 세인이 가진 것도 많은데.”
“세인이가 가진 건 세인이 것이지. 사람은 자기 주머니에 뭔가 있어야 마음이 든든해.”
“그렇다고 미국에 있는 돈을 가져오는 게 쉽지 않고 설사 가져온다고 해도 처리하려면 세금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레이튼은 넬리 킴 회장이 소유한 한국 내의 재산을 김세인에게 증여하면서 미국에서 추가로 가져오는 방법을 검토했지만, 절차도 까다롭고 미국과 한국의 각종 세율도 높아 포기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보다 혹시라도 세인이를 돕는 사람에 대해 들은 게 있나? 이번 GH 리조트의 인수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암중에서 움직인 것 같은데. 내가 봐도 레이튼은 아닌 거고,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니 심상치 않아.”
넬리 킴 회장은 역외 법인이 운용하는 자금에 관해 레이튼에게 물었고 그 외의 외국계 자금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물었다.
“최소 2조 원, 대략 3조 원 정도가 GH 그룹의 지분을 확보하고 경쟁사에 자금을 공급하는데 투입되었습니다.”
“나도 그렇게 파악을 했어. 다른 계열사들까지 전방위로 공격받으니 GH 리조트를 막지 못한 거야. 그 돈의 전주가 누구야?”
“혹시 사채업자일까 몰라서 그쪽도 조사했지만, 진짜 외국계 자본이었습니다. 주된 유입통로는 세계 주요 금융중심지였습니다. 도쿄,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런던, 프랑크푸르트, 로마, 파리, 미국의 뉴욕, LA 등 다양했습니다.”
“세인이 말로는 알던 사람이라고 하던데 세인이 가족이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은 없어. 뭔가 이상하지 않아?”
“저는 회장님이 아는 비선을 소개한 거라고 짐작했는데, 아니었군요. 혹시라도 세인 본인이 구축한 네트워크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큰데, 단기간에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어. 워낙 은밀하게 움직인 덕분에 한국의 금융감독기관도 추적을 하지 못했다는데.”
넬리 킴 회장의 말에 레이튼도 걱정스러운 기색이 되었다.
“문제는 누군가 거물이 접근하여 세인이를 이용한 것이야.”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굳이 이용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게 문제이지. 현재 만들어진 구도를 보면 하등 세인이에게 불리할 게 없다는 거야. 그냥 순수하게 도움을 주었어. 마치 레이튼이 움직인 역외 법인이 세인을 돕는 것처럼. 이걸 보면 세인이가 그 자금의 주인이라고 단정해도 될 정도라는 말이지.”
다른 사람들은 김세인과 넬리 킴 회장이 암중에서 움직여서 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넬리 킴 회장은 레이튼을 통해 역외자금을 움직였지만 실제로 한 역할은 20% 정도에 불과했다.
“애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며 넘어갈 수도 있지만, 실상을 아는 상황에서 쉽지 않아.”
“그렇다고 조사를 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더 조사하면 그들의 눈에 들어갈 거고, 그건 바로 세인이에게 알려질 겁니다.”
“일단 모른 척 가만히 있도록 해. 하지만 문제가 생기는 순간 개입해야 할 수도 있으니 살펴봐. 특히 경호와 경비 쪽으로 새로운 자들이 끼어들지 않도록 살펴.”
“일단 한국에서는 정명가드 쪽에서 맡고 있고 로든을 통해서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우리가 직접 통제하고 있고요. 그 외에 관여하는 곳은 없습니다.”
수지의 존재를 모르는 넬리 킴과 레이튼은 김세인이 암중의 존재에게 이용당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물론 수지나 김세인도 그 사실을 알지만 달리 어떻게 해결할 방도가 없어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런 걱정을 하는 이유도 호의이지 해치려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신혼여행에 가서도 너무 능력이 좋아 실상을 적시하는 고모할머니와 레이튼 때문에 맘이 편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