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98
98. 응징 (1)
김세인은 신혼여행을 갔다 온 후, 밀린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더구나 바로 중간고사도 있기에 그것까지 준비해야 했다. 거기에 신혼살림을 차리는 것도 신경 써야 했다.
“결혼식에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건주 회장을 만나자 인사를 건넸다.
“넬리 킴 회장님은 선친과 친분이 있었고 그런 분의 조카손자이자 후계자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더구나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식을 치르는 데야….”
서로 인사치레한 후에 만난 용건을 처리했다. SI 연구소와 일성전자와 스마트폰 MOS 공동연구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실무자들이 조건을 조율했는데 마침내 타결되었다.
하지만 그 계약은 김세인이 바라는 새로운 MOS의 개발이 아닌 현재 일성전자에서 사용하는 MOS의 슬림화 및 최적화였다. 그렇기에 김세인은 계약이 체결되자 아쉬움을 토로했다.
“제3의 MOS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개발만 해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표준 하나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고려해야 할 것이 아주 많습니다.”
김세인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일성전자와 협력하여 새로운 MOS의 개발과 적용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일성전자에서 나선다면 가능할 수 있었다.
“성능이 뛰어나다면 문제가 없지 않나요?”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을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장착하는 것은 낭비일 수도 있습니다. 호환성도 중요하고요. 우리 일성만, 한국만 자칫 고립될 수도 있습니다.”
일성에서 개발했던 MOS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포기한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국제적인 산업표준과 동떨어진 상황이라 다른 핸드폰 제조사와 연합하여 현재의 MOS를 채택했다.
“둘 다 사용하면 어떤가요? 일성전자와 RG전자에서 두 가지를 만드는 겁니다. 사실 칩셋만 바꾸면 되는 일이니까요.”
김세인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통신사와 앱 개발자들과도 연관되는 문제이고. 그만큼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길게 보면 성능이 중요합니다. 획기적으로 성능이 좋아지면 다른 MOS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그게 말처럼 될지 모르겠습니다. 김 회장이야 자신이 있겠지만 그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일단 주어진 프로그램의 최적화에 주력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하지만 생태계가 조성된 이후에 주도권을 MOS 쪽에서 가져가면 문제가 심각할 수 있습니다. 일성전자 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모든 통신사, 모든 국민이 MOS의 개발한 회사에게 약탈당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A사의 인앱 결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회사도 그 길로 갈 것이라 봅니까?”
“그렇습니다. MS가 독재가 이루어질 때 여러 OS가 있기에 그나마 조금 숨통이 트였는데 대안이 없다면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태가 벌어질까 걱정되기는 하지만 둘과 셋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표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겁니다.”
둘은 양립할 수 있지만 셋은 공존이 불가했다. 물론 독점금지를 내세워서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쉽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후발주자가 자리 잡는 것은 어려웠다.
김세인은 시기상으로 조금만 더 빨랐다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그렇기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포기할 수 없다면 몇 개의 회사를 모아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요.”
이건주 회장은 사안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답답했지만 싫다는 사람을 어떻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김세인은 이건주 회장이 말한 대로 제3의 세력을 규합하는 방안이 그나마 현실성이 있어 보였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초기라 아직 사라지지 않은 패잔병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을 모아서 방도를 찾는 것이 좋을 수도 있었다.
김세인은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 학교 앞에 있는 ‘참치마을’이라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가자 류현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울러 몇몇 동기들도 도착했고 유희원도 따로 도착했다.
그동안 시험 기간이라 시간을 내기 어려웠는데 시험도 끝났기에 일종의 결혼식 뒤풀이를 겸한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물론 그 자리의 계산도 김세인이 할 예정이었다.
“다들 바쁜 가운데서도 결혼식에 와줘서 고맙다.”
일부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고 일부는 회사에 취직하여 신입사원으로 있었다. 물론 대학원에 가지 않고 취직하려다가 실패한 사람도 있기에 그 부분은 두루뭉술하게 지나갔다.
“뭘, 축의금을 준비했는데 받지 않는다고 해서 맛있는 식사를 공짜로 했는데. 역시 우리 억만장자는 대단해.”
그 자리에 나온 사람은 김세인에게 우호적인 동기들이었다. 대부분 학교 다닐 때도 원만하게 지내던 사람들이었다.
“희원이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이거 건배 한 번 해야지?”
그들은 결혼식장에서 편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운지 다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김세인도 전날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게 미안했기에 성심성의껏 응대를 해주었다.
“일단 앉아 봐.”
김세인이 남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유희원이 눈짓으로 부르기에 옆으로 갔더니 채윤희라는 동기가 약간 강압적인 어투로 자리를 권했다. 억지로 무게를 잡고 있었다.
“뭐, 이미 결혼했으니 시시콜콜 연애 이야기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고 신혼여행에서 어떻게 했는지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아 널 부른 거야?”
“그건 나중에 니네들이 결혼하면 저절로 알게 될 일이니 굳이 우리가 대답할 일은 아닌 것 같아.”
김세인은 짓궂은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아 그 정도로 응수했다. 그런 장난에 사실대로 말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유희원이 부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다들 김세인의 고모할머니나 재산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었다. 유희원도 알고 있지만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지 몰라 김세인에게 떠넘겼다.
김세인은 밝혀져서 문제가 될 내용을 제외하고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부모에게 받은 유산이나 고모할머니에게 시드 머니를 받은 것에 대해 사실대로 말했다.
“그런데 황지원이 말한 내용 들었어?”
김세인은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것에 대해 알기에는 워낙 은밀하게 이루어진 일이었다. 수지가 알려줘서 알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기회만 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했는데?”
“희원이가 돈 보고 널 골랐다고 하던데. 원래는 자기랑 사귀고 있었는데 네가 더 돈이 많아 배신했다고 했다던데.”
그 말을 유희원도 들었는지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김세인에게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라도 오해할까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
“황지원이 나에 대해 헛소문을 낸 게 한두 번도 아닌데,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응징해야지.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말해봐?”
그러자 친구들이 황지원과 친하게 지내던 자들이 전한 말을 전해주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어떤지 파악이 되지 않지만, 어감은 유희원이 돈 때문에 김세인을 선택했다는 식이었다.
물론 어떻게 말했는지 정확하게 알지만 그걸 언급할 수는 없었다. 지능적으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게 말을 했지만 명확하게 말을 하지 않았다.
김세인은 그 내용을 듣자 괜히 GH 그룹에 대한 공세를 멈췄다고 생각했다. 지분교환으로 더 이상 적대적 M&A를 시도하지 못할 거라 예상하여 다시 도발하는 것 같았다.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생각이야? 법이 너무 허술해서 처벌이 쉽지 않다던데?”
한 친구가 응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 말을 했다. 고소하여 처벌받게 하는 건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더 기고만장하여 더 날뛸 수도 있었다.
“헛소리했다고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지. 자기 얼굴에 침 뱉기지. 찌질함의 극치이고.”
김세인도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런 헛소리에 애꿎은 GH 그룹과 그 집안에 분풀이한다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김세인은 며칠 후 새벽에 황지원에 대한 응징을 마무리했다. 물론 그걸 외부로 내색하지 않았다. 괜히 언급하여 의심을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오늘 새벽에 죽었다고? 그 녀석이 말이야?”
학교 갔다가 출근한 김세인은 황지원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죽은 사실을 유희원에게 들었다. 그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GH 그룹에서 손을 썼지만, 모종의 이유로 막지 못했다.
김세인은 그런 사실을 알고 수지에게 진상이 알려지도록 조치하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GH 그룹 황성후 회장의 둘째 아들 황지원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서 죽은 사실이 공개되고 말았다.
“그래. 새벽 2시경에 한국대 근처의 단란주점에서 술을 잔뜩 먹고 고작 1㎞ 떨어진 숙소를 가다가 길가에 세워진 트럭에 충돌하여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해.”
그러면서 인터넷을 열어 관련 기사를 보여주었다. 심지어 충돌한 부위가 반대편 차선 쪽이라 더 심각했다. 그 때문에 운전석의 황지원은 트럭의 정면 우측 모서리에 충돌하여 참혹한 모습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기사 밑에 달린 댓글을 읽으니 절반은 죽어도 싸다는 반응이고 절반은 아무리 그래도 죽은 사람이니 심한 말은 자제하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사람이나 운행하는 차량에 충돌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는 댓글이 달린 후에는 비난 일색이었다.
“뭐라 말하기 그렇네.”
김세인은 수지가 한 일, 결국 자신이 벌인 일이기에 마음이 착잡했다. 그렇기에 유희원의 말에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할 거야? 병원에 갈 거야? 걔랑 친하게 지낸 애들 몇이 조문을 가려는 것 같은데. 저녁에 갈 사람 같이 모여서 가자는데. 난 안 갈 거야.”
“가서 뭐 하게? 죽은 건 불쌍하지만 음주운전이라며? 더구나 갈 정도로 친하게 지낸 사이도 아니고. 걔네 부모나 가족을 만나서 낯이나 붉히지. 좋은 뜻으로 왔다고 생각지 않을 거야.”
“그건 그렇지. 얼마 전에 이상한 헛소리를 하여 기분 나쁘게 하더니 고모할머니 말씀대로 천벌을 받은 것 같아.”
유희원도 최근에 황지원의 했던 언행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말이 곱지 않았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후련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세인도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나도 그렇지만 희원이 너도 말을 아끼자. 괜히 말 한마디 잘못해서 욕먹는 수도 있으니.”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래도 고모할머니에게 말씀은 드려야겠지? 자기가 할 거지?”
“그렇게 해야지.”
김세인은 자신이 수지에게 시킨 것이라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끝까지 평상심을 유지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는 감각에 괴로웠다. 하지만 공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불가피한 선택임을 자신에게 설득하고 있었다.
김세인은 황지원의 사고 사실을 말했다. 한국을 방문했던 레이튼은 김세인이 돌아오자 바로 미국으로 떠났다. 더 이상 회사를 비워둘 수는 없었다.
“천벌을 받았군. 이번에는 우리 손부한테 험담했으니.”
“그것도 들었어요?”
“그래. 혹시라도 너한테 해코지할까 걱정되어 레이튼에게 살피라고 했었다. 거기서 그런 흉측한 소리가 들리더구나.”
“애가 그런 소리 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니 어떻게 하기도 그래서 무시하기로 했어요. 변호사에게 물어봐도 처벌하기가 애매하다고 하더군요. 주어도 생략하고 대상도 암시만 했으니.”
“법이 물러서 그래. 그런 말장난에 농락을 당하는 법이라니 있을 필요도 없지. 법을 고쳐서 그런 놈들을 다 처벌해야 해.”
“하지만 맘대로 처벌할 수 있게 하면 권력자에게 밉보인 자들은 조금만 비판해도 잡혀들어갈 것입니다. 그걸 생각하면 어쩔 수 없죠. 강화하면 언론의 자유나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니.”
“그것도 그렇지만 악용하는 놈들이 문제이지. 음주운전을 하다가 죽었으니 하나도 불쌍하지 않아.”
“그건 그렇죠. 들리는 말에 의하면 나를 어떻게 하지 못해 혼자 안달복달하다가 제 분을 이기지 못해 폭음했다고 합니다. 그게 나 때문이라고 하니, 참.”
“너에게 돌진하거나 칼 들고 달려들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지. 이제 그런 놈이 없어졌으니 한시름 놓아도 되겠구나.”
“그렇기야 하죠. 리조트와 반도체를 인수한 후에 일이 벌어져서 다행입니다. 먼저 이런 일이 생겼다면 시작도 하지 못하고 그만둬야 해서 손해만 잔뜩 봤을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그렇구나. 하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피도 눈물도 없다는 비난받을 상황이니.”
사실 음주운전은 결혼식 전날도 했지만 일단 처리를 나중으로 미룬 면도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결혼식 당일에 그 소식이 퍼져 이상한 소문이 결혼식장에 떠돌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