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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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선포
“젠장! 이미 늦었나!”
연이어 터지는 폭음과 총성. 만약을 위해 투입한 정보원으로부터 전해지는 영상에는 화력시험장을 연상시키는 미칠듯한 포화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미친놈들. 건드릴 걸 건드려야지. 지금 세상에 죽음의 천사를 모르는 멍청한 놈들이 있을 줄이야.
아니, 어쩌면 놈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인데, 저 흉악하기로 이름 높은 카르텔 놈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는 일. 하지만 그건 문자 그대로 발악에 불과할 뿐이다.
사실, 직접 그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그 역시 죽음의 천사에 대한 걸 믿지 못했을 것이다.
카르텔의 병력이 사제 장갑차 일곱 대에 나누어 타고 다른 카르텔을 공격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첩보를 듣고 멕시코군 병력과 합동으로 움직였을 때만 해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발전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막상 목표를 발견했을 때 그들이 발견한 것은 검은 날개를 단 정체불명의 존재와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 카르텔의 병력들이었다.
죽음의 천사.
누군가의 중얼거림과 함께 출동했던 모든 병력은 죽음의 천사라는 존재가 실존하고 있음을 인지했다. 죽음의 천사가 가만히 고개를 돌려 자신들이 탄 헬기쪽을 바라보았을 때, 망원 카메라를 통해 그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하는 순간 화면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눈이 마주친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흠칫.
순간 그들 모두 자신도 모르게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잠시 그렇게 움츠러들었던 정신은 어느 순간 흑 하고 그 존재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본래대로 돌아왔다.
“차, 찾아!”
지휘관으로부터 뒤늦게 명령이 떨어졌지만, 어떤 탐지 장비에도 죽음의 천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저 파괴된 사제 장갑차와 공포에 찌든 모습으로 죽어 넘어진 카르텔의 조직원들만이 오늘따라 유독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도로 한복판에 나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던 미국과 멕시코의 부대들은 일단 주위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서진 차량과 시체들을 확인해 봐도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들을 몰살시킨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조사를 하고 있는데, 카르텔의 아지트를 염탐하고 있던 정보원으로부터 급보가 전해졌다.
“뭐? 그쪽에?”
자취를 감추었던 죽음의 천사가 그곳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첩보였다. 지휘관은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어떤 광경이 연상되었다.
“맙소사.”
곧바로 헬기에 다시 올라타고 급히 아지트가 있는 도시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들이 헬기를 타고 접근할 때는 이미 아지트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아 오르고 있는 중이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격렬한 전투의 소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병력을 나누어 일부는 아지트 근처에 강하시키고, 지휘관은 직접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상황이다.
격렬한 총성과 폭음은 이내 사그라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지켜보던 정보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
“뭐야! 무슨 일이야!”
-다… 죽었습니다.
“뭐?”
-죽음의 천사가… 전부 죽여 버렸습니다!
“…”
총성과 폭음이 잦아든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저항하던 자들이 모조리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마약 카르텔이 몰살당하면 좋은 일 아니냐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지역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던 세력이 사라지면, 그 파이를 나누기 위해 다른 카르텔들이 움직이게 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게 마련이고, 그것은 고스란히 살육으로 연결된다.
이런 식의 끊임없이 물고 물리는 연결고리를 미군은 정말 신물이 나도록 겪어왔다. 그나마 꼬리를 잡아 감시하고 있던 세력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으니 이제는 새롭게 들어설 카르텔들의 움직임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지휘관으로서는 그야말로 다된 밥에 코를 빠뜨린 격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젠장…”
자신도 모르게 상소리를 내뱉는 순간이었다.
지잉!
갑자기 이명과도 같은 어떤 떨림이 지휘관의 귓가를 때렸다.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감싸쥐며 얼굴을 찌푸리는데, 문득 세상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정말로 시간이 멈춘 것은 아니다. 단지, 그렇게 느껴졌을 뿐.
몸을 움직일 수도, 달리 뭔가 생각을 떠올릴 수도 없는 멈춰진 시간 속에서 지휘관은 공포를 느꼈다. 그것은 마치 감각과 사고와 행동의 자유를 발탈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발이 닿지 않는 끝도 없는 깊은 물 속에 빠진 채 수면 위의 세계로부터 점차로 멀어져가는 그런 끝도 없는 절망감.
그런 절망과 공포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한다.]듣는 순간 지휘관은 깨달았다.
그것은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명령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아득히 넘어서는 무언가로부터 전해지는 포고였다. 어떻게 뛰어 넘어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는 지독하게도 높은 장벽 위에서 외쳐지는 선언이었다.
지휘관의 뇌리 속에 공포와 죽음이라는 이름이 박혀 들어갔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지휘관은 이것이 자신을 아득하게 초월해 버린 어떤 존재의 상징임을 이해했다. 그러한 초월적인 존재를 대부분의 인간들은 신이라 부른다.
[이것은 설득이 아니다.]그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 말들은 듣고 있는 모든 이들의 영혼 속에 각인되어 새겨졌다. 누군가가 일일이 정과 망치를 들어 육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영혼에 새겨 넣는 것처럼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일일이 새겨지고 있었다.
[이것은 협조를 구하는 것 또한 아니다.]단어에 스며든 분노와 강렬한 의지가 단호하게 영혼을 파고 든다. 지휘관은 그러한 모든 것을 통해 지금 말을 전하고 있는 이가 얼마나 크게 분노하고 있는지 여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은 잔혹하고 포악하며 또한 무자비한 명령이다.]지휘관은 두려움에 떨었다. 육체와 영혼을 태울 것만 같은 강렬한 의지에 전율했다. 눈앞에서 쏟아져 내리는 강렬한 폭우와 뇌성벽력에 몸을 떠는 한 줄기 갈대처럼 정처없이 휘청거리며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하나의 악령이 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그 악령은 세계를, 그 세계에 속한 인간들을, 그 인간들의 육체를, 그 육체에 깃든 정신을, 그 정신의 기반인 영혼을 병들게 하고 있다.] [너희들은 그 악령이 유해함을 뻔히 알면서도 이제껏 제대로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생계를, 누군가는 힘을, 누군가는 돈을, 누군가는 또 다른 새로운 이유를 들어 그것을 합리화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하게 세계를 병들게 만드는 악이다.] [세계가, 인간이, 육체가, 정신이, 그리고 영혼이 병들어 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저마다의 변명을 통해 합리화하기 바쁘다.] [너희들은 스스로 그 병을 고치기를 포기한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이 자리에서 위대한 신인 공포와 죽음을 대신해 그 의지를 빌어 너희에게 고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마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 악령은 이 세계에서 배제된다.] [앞서 말했던 바와 같이 이것은 설득도 아니고, 협조를 구하는 것도 아니며, 또한 잔혹하고 포악하며 무자비한 명령이다.] [이것은 스스로 낫기를 거부한 너희들에게 전해지는 극약처방이다.] [이 명령에는 어떠한 예외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 뜻을 시험하려 들지 말라.] [알량하고 얕은 꾀로 신의 의지를 시험하려 들지 말라.] [시험하려 드는 자, 천벌이 내려질 것이다.] [의료용의 대체제가 필요하다면 희망과 생명의 이름을 부르라. 고통이 지워질 것이다.] [소리를 낼 수 없다면 마음으로 부르라. 능히 응답할 것이다.] [명심하라. 이것은 명령이다.] [잔혹하고 포악하며 무자비한 명령이다.]그렇게 메아리처럼 몇 번이고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영혼에 완전하게 새겨지는 순간, 지휘관은 꿈에서 깨어나듯 현실로 돌아왔다.
“…”
지휘관의 몸은 어느새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얼른 옆좌석에 앉은 부관을 돌아보자 역시나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주위를 둘러봐도 모두 마찬가지. 모두가 홀린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 얼른 조종석쪽을 바라보았다. 헬기 조종사와 부조종사 역시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지만 벌벌 떨면서도 헬기 조종은 계속하고 있었다.
“바, 방금 그건…”
바로 그때였다.
꽈과광!
사방에서 뇌성벽력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앞에도, 뒤에도, 도시 안은 물론이고 저 멀리 국경 너머의 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미친 듯이 벼락이 떨여져 내린다.
그것은 단순히 이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그 순간 지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운 좋게 그 순간을 촬영한 위성 사진에는 지구의 거의 대부분 지역에 시퍼런 벼락이 떨어져 내리는 장면이 포착되어 있었다.
비가 오든 안 오든, 구름이 있든 아니든, 야외든 실내든 본래대로라면 벼락이 내리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 섬뜩한 푸른 섬광은 어김없이 떨어져 내렸다.
그 불꽃은 순식간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약들을 태워 없애 버렸다.
여기에는 인간이라는 생물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지식과 관념 속에서 마약이라고 정의되는 모든 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다.
술처럼, 마약과 비슷한 의존성과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도 이미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마약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있는 물질은 제외되었다. 본래부터 인간이 몸속에 가지고 있는 아드레날린이나 도파민 같은 호르몬도 제외되었다. 하지만 예외는 거기까지. 환각 그 자체를 목적으로 조합되고 생산되어 인간 대부분에게 마약이라고 정의되고 인식되는 모든 물질들이 그 한 번의 뇌성벽력을 통해 모조리 불태워지고 사라져 버렸다.
이것이야 말로 신의 힘.
이것이야 말로 기적.
“으악!”
“힉!”
갑자기 섬광이 터져 나오며 병사들이 가지고 있던 구급키트에서 불꽃이 확하고 피어올랐다. 기겁을 하며 살펴보자, 화생방용 구급키트로 소지하고 있던 아트로핀이 섬광과 함께 확 타오르며 소멸해 버린 것이다.
“서, 설마…”
구급용으로 지니고 있던 아트로핀까지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는 모습에 지휘관은 물론이고 병사들마저 얼이 빠지고 말았다.
구태여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뿐이니까.
자신들이 느꼈던 그 모든 감각과, 환상인지 현실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전부 사실이었던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마약의 배제.
스스로 잔혹하고 포악하며 무자비하다고 표현한 그 명령이 지금 이순간 실행되어 버린 것이다.
“맙소사…”
지휘관은 물론이고 헬기 안에 타고 있던 이들 모두 얼이 빠지고 말았다.
그 목소리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위대한 신인 공포와 죽음의 뜻에 의한 것이라고.
신이라니.
갑자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사태란 말인가.
물론 지금 이 헬기에 타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종교를 가지고 있다. 가톨릭, 개신교, 불교를 비롯해 믿고 있는 종교도 가지각색이다. 그들 중에는 정말로 신이 있다고 믿는 자들도 있었으나, 또한 그저 전장의 극한 상황을 절대자의 이름으로 극복해보려는 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이렇게 뜬금없이 신이라는 절대적인 존재와 마주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그들만의 얘기가 아니었다.
그 순간 지구라는 거대한 행성에 사는 모든 이들이 그 목소리를 들었고, 눈앞에서 벼락이 떨어지며 마약이 사라져 버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시점에서 형진은 그들의 인식 속에 공통적으로 정의된 마약을 확인했고, 그것 모두를 지워 버렸다.
이것을 위해 그는 세 장의 최고급 권한 명령서를 모두 사용했다.
하나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마약의 소멸.
또 하나는 어떤 식으로든 마약을 생산하거나 유통하려 하거나 구매하려 들거나 사용하려는 자들에 대한 천벌.
그리고 마지막은 의료용의 대체제가 필요한 이들에 대해 희망과 생명의 권능을 통해 고통을 지워주는 기적의 부여.
어떻게 보면 그 귀한 최고급 권한 명령서를 한번에 모두 사용해 버리는 것이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었으나,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만 빠져도 마약은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일이 생길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도,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최고급 명령을 발동하고는 다시 몸을 숨긴 채 요안나가 기다리는 위치로 이동하고 있는 형진에게 공포와 죽음이 물었다.
[아깝지 않아?]형진은 피식 웃어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아까운 기분도 조금은 있었다. 최고급 권한 명령서라는 것 자체가 신의 권능을 이 세상에 실현시키는 막강한 위력을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강력한 물건이기에 함부로 사리사욕을 위해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쳇.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장쯤 남겨서 세상 모든 여자들이 바니걸 슈트만 입게 해달라고 빌 걸 그랬습니다.”
[킥.]
공포와 죽음은 피식 웃어 버렸다. 정말이지, 못 말리는 녀석이다.
사실 최고급 권한 명령서를 사용하는 순간 엄청난 양의 공헌도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소모되어 버렸다. 엘리시온이 아닌 이상 모든 것은 인과율을 벗어날 수 없고, 그것은 신의 권능 역시 마찬가지. 기적이란 것도 결국은 원인을 대체할 신앙과 공헌도라는 것을 소모해 현세에 구현되어지는 현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엄청난 공헌도가 소모되었음에도 공포와 죽음은 그리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실 공포와 죽음은 신앙의 양에 비해 공헌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정상적인 불균형 상태에 빠져 있었다. 호구신의 사제나 기타 다른 방면에서 공헌도에 빨대를 꽂은 건 좋았는데, 그것을 뒷받침할 신앙은 생각처럼 많이 증가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헌도를 대량 소모하면서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들에게 공포와 죽음이라는 이름이 심어졌다. 신의 이름이 알려지고 그 존재감이 강해지면, 그것은 곧 신앙의 증가로 직결되기 마련. 교환비는 그리 좋지 않지만, 부족했던 신앙이 빠른 속도로 채워지고 있으니 공포와 죽음으로서는 오히려 남는 장사라 할 수 있다. 어차피 공헌도는 가만히 있어도 계속해서 채워지는 것이니까.
[자, 받아라.] “네?”[한 장은 희망과 생명의 힘을 끌어다 쓰는 것이었으니, 되돌려 주마.]
툴툴거리던 형진은 깜짝 놀랐다.
“헉! 정말요?”
[그렇다고 정말로 바니걸 슈트 같은 쓸데없는 일에는 쓰지 말고.]
“쳇.”
그럼 그렇지.
[싫어? 싫으면 말고.] “크흠.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하하하…”============================ 작품 후기 ============================
일단 한편.
술은 없애면 안 됩니다.
요리에 써야 해서 -_-a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