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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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임무
“저도 잘 하는 건 아닙니다만, 이건 대충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물건입니다.”
형진은 임무를 하달하기 전에 지부장들에게 먼저 지구의 무기를 실제로 시연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사용하고 있는 무기들은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면서 실시간으로 획득하는 중이다. 본신은 왕성에서 탱자탱자 노는 것 같아 보여도, 분신들은 지금도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총기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주위에 성물을 배치하고 다시 보호의 권능을 둘러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를 했다. 집행자들이 보통의 인간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라 해도 그들의 피부가 강철처럼 두터워서 날아드는 총알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당연한 조치다. 할 녀석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시험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장 먼저 시연해 보이는 것은 권총.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하는 것을 대충 막 집어왔을 뿐이라 정확한 종류 따윈 모른다. 형진 역시 총기를 다뤄 본 일이 적고, 특히 이런 권총류는 다뤄 본 일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일단 다른 분신을 통해 요안나가 구해온 사격술 조교를 통해 익히고 몇 번이나 연습을 해본 다음에야 이렇게 시연을 해보이고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하는 무기들 중 상당수는 열악한 생산 기반 하에서 급조된 물품들이 많다. 실제로 필리핀 같은 곳에서는 무려 가내 수공업으로 권총의 복제품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대장간 같은 곳에서 소총을 뽑아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복제품들의 경우 원본보다 성능이나 내구성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터라 탄창 하나를 채 쏘기도 전에 부서져 버리는 경우도 흔하지만, 그것은 바꿔 말하면 그렇게 열악한 상태에서 제작된 총도 탄창 하나 정도는 쓰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손잡이를 가볍게 말아 쥐고 다른 손으로 감싼다. 총구와 손, 팔, 어깨, 눈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느낌으로 한쪽 발을 자연스럽게 내밀면서 몸통을 약간 튼다. 그렇게 자세를 취하고 나서야 형진은 조심스럽게 방아쇠를 탕겼다.
쾅!
묵직한 총성과 함께 목각 인형의 어깨쯤에 탄환이 날아가 박힌다.
“쩝.”
나름 연습 좀 했는데도 이 모양이니 역시 자신은 몸치가 맞는 모양이다. 하기야 군대 있을 때도 사격은 영 성적이 좋지 않았었다.
형진은 다시 라이언하트를 일으키며 사격을 시도했다.
쾅! 쾅! 쾅! 쾅!
그러자 이번에는 보기 좋게 표적의 심장 어림에 탄환이 날아가 박힌다.
본래 라이언하트는 사자심왕의 전투 감각이나 생전의 전투 경험 등을 익히는 스킬. 하지만 지금의 형진은 이미 마스터 레벨을 넘어 기존의 한계 레벨에 근접한 상태이고, 그것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올라서는 중이다. 다시 말해, 라이언하트를 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그는 이미 사자심왕을 넘어서고 있다는 뜻. 사자심왕이 지닌 전투 감각을 가지고 새로운 경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이기에 사자심왕이 생전에 사용해 본 적이 없는 무기로도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대로 좀 더 사격 연습을 더 한다면, 충분히 명사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시연을 하고 있는 중이니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옳다.
“음…”
지부장들은 터져 나온 총성에 놀라고, 뒤이어 그것으로부터 날아가는 무언가를 육안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형진은 일단 안전검사까지 마친 후에야 다시 총을 인벤토리에 넣고는 살짝 침음성을 흘리고 있는 지부장들에게 말했다.
“보시다시피, 타나토스에서 무기를 든 자에게 대응하던 방식으로는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빠질 수 있습니다.”
“확실히, 그렇겠군요.”
이곳에 모여 있는 집행자들 중에서도 특히 강한 축에 속하는 탁스 두겐 역시 그런 형진의 말에 찬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형진은 다시 좀 더 큰 총기를 꺼냈다. 앞서의 권총은 이름조차 잘 몰랐지만, 이번의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소총으로 유명한 AK-47이다. 흔히 테러리스트 3종 세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가장 널리 쓰이며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이 소총이다.
권총과는 달리 소총은 군대 있을 때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지라 조금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앞서의 권총 사격 시범의 목표로 쓰인 목각인형은 15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소총 사격 시범의 표적은 그 열 배인 150미터에 세워져 있었다.
“앞서의 작은 총은 휴대가 간편한 대신 거리가 멀어질수록 맞추기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이 정도 크기의 총이 되면…”
쾅! 쾅! 쾅!
라이언하트를 발동한 채 연달아 세 발을 쏘자 멀리 떨어져 있던 목각 인형의 머리가 날아가 버린다.
“음…”
다시 한 번 지부장들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으며, 형진은 역시나 탄창을 제거하고 안전검사를 마친 후에야 인벤토리에 소총을 집어넣었다.
“보시다시피 이런 식으로 원거리에서 적을 손쉽게 살상할 수 있습니다. 지구에는 방금 보신 무기보다 열 배 이상 먼 거리의 적을 쓰러뜨릴 수 있는 개인 화기도 존재합니다.”
“결국 개인의 감각만으로는 상대의 공격을 인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깁니까.”
기젤의 말에 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굳이 2인 1조의 팀 구성을 권하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한 사람의 인지능력으로는 이런 무기들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역시 베테랑들이라 그런지 말하고자 하는 맥락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형진은 하는 김에 몇 가지 시범을 더 보이기로 했다.
“뒤쪽에서 물러나 주십시오. 이 무기는 사용자의 후방에 선 사람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지부장들은 얼른 멀찍이 물러났다. 이번에 그가 꺼내든 무기는 척 보기에도 뭔가 범상치 않은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다. 당연하다. 형진의 어깨 위에 자리 잡은 이 무기는 테러리스트 3종 세트 가운데 하나이며 알라신의 요술봉이라고도 불리는 RPG-7이다.
쾅!
방금 전 소총으로 맞췄던 나무 인형이 아예 흔적도 없이 박살나 버린다. 지부장들은 다시금 침음성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건 그나마 작은 것이고, 훨씬 큰 것도 존재합니다. 물론 이런 것들은 일반적인 시민들은 사용할 수 없는 무기에 속합니다만,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저쪽 세계의 군대와 충돌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으니 충분히 그 위험성을 숙지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 틈에 섞여 있던 기르카의 지부장 프리이가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이 정도의 원거리라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대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쪽의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죠.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그게 뭐죠?”
“은신과 잠행입니다. 저쪽 세계의 기술이 발달해 있다고는 해도 보이지 않으면 맞출 수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완벽한 건 아닙니다. 위치가 발각된 상태에서 은신을 쓸 경우 상대는 여러분을 찾기 위해 좀 더 광범위한 공격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산이나 언덕, 건물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식으로.”
“허…”
지부장들은 왜 자신들과 같은 숙련된 집행자만을 특별히 선별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이런 식의 무기를 갖추고 있다면, 어설픈 실력만으로는 그야말로 죽기 딱 알맞은 일이기 때문이다.
“제가 지급한 방어구라면 어지간한 개인 화기는 거의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방어구라는 것이 몸 전체를 완벽하게 방어해 주는 것도 아니고, 탄환이 뚫지 못하더라도 그 충격은 그대로 남아 육체에 전해질 수도 있습니다. 방금 전 같이 폭발하는 형태의 무기라면 방어구로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이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무기들을 지닌 자들과 전투가 벌어질 경우 잠시도 마음을 놓으셔서는 안됩니다.”
“알겠습니다.”
사실 형진의 말에는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었다. 지부장급 정도 되면 총알을 눈으로 보지는 못하더라도 총구의 방향만으로도 어느 정도 다음 공격이 가해지는 위치 정도는 파악할 수 있고,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지구에서는 초인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듯이 개인의 인지능력이라는 것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기 마련이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임무를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임무의 성패는 분명 중요한 문제지만, 지부장급의 인재가 자칫 한순간의 실수로 손실을 입기라도 하면 큰 일 아니겠는가. 몇 천억을 가뿐히 넘기는 전투기보다 그것을 운용하는 조종사가 더 소중한 법. 하물며 지부장급의 집행자는 시간과 돈을 들인다고 무조건 육성되는 그런 인재조차 아니다.
“여러분들이 임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저는 지구 각지에 황혼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성물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주로 대도시를 기점으로 삼고 있는데 신전의 성물을 이용하는 느낌으로 활용하시면 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지구에 설치될 성물은 황혼과 망각께서 허락하시는 대상에 대해서면 엄격하게 그 권능이 실행되므로 긴급히 지역을 이탈해야 할 경우가 있다면 활용해 주십시오.”
“성물의 위치는 어떻게 확인하면 됩니까.”
“공포와 죽음께서 각 성물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실 겁니다. 임무 목표를 확인하는 방식과 비슷한 느낌으로 시야에 나타날 테니 위치를 확인하는 것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겁니다.”
그런 식으로 지구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의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교육 받고 나서야 비로소 지부장들은 임무를 하달 받게 되었다.
“아란님이시죠? 프리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잘 부탁드립니다.”
임무를 하달 받으면서 임의로 2인 1조의 편제도 이루어졌다. 당분간은 이런 식으로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현장에 투입과 임무 보조의 역할을 번갈아 시험해 보게 될 것이다.
“오늘은… 제가 보조군요. 마침 잘 됐어요. 이걸 받아주세요.”
“이건…”
“비약입니다. 전투시에 도움이 될 만한 약을 좀 챙겨 봤어요. 사용법은 병에 적혀 있으니 일단 쭉 읽어 보세요.”
“…”
아란은 프리이가 건네준 작은 도자기 병들을 확인해 보았다. 어둠 속에서 시야가 밝아지는 약부터 시작해서 후각이나 청각을 일시적으로 증폭시켜 주는 약까지, 누가 연금술사 아니랄까봐 다양한 종류의 약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별 말씀을요. 그럼 가볼까요.”
“네.”
아란은 프리이와 함께 임무 수행을 위해 움직이려다가 문득 시선을 느끼고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앞서 자신과 얘기했을 때보다 훨씬 성숙한 느낌의 미엘이 아기를 안아든 채 멀찍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형진과 미엘의 아이인가. 거리가 멀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느낌만으로도 꽤 귀여운 인상이다.
-아란님. 이곳에서 메이드로 일해볼 생각 없으신가요?
미엘이 그렇게 권유를 해오긴 했지만, 아란은 아직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느닷없이 메이드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권유를 하는 것도 당황스럽고, 자신이 그것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공포와 죽음께서 지부장 자리를 버리는 것을 허락하실지도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물어보면 응답이야 해주시겠지만, 그것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승낙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아직 물어보지도 못한 상태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고개를 돌리려던 아란은 갑자기 어디선가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듯한 느낌으로 허공을 날아 움직이는 아기들과, 당황해서 그들을 쫓아가는 요정들의 모습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나, 둘… 세어보니 모두 일곱이나 된다.
맙소사. 이게 무슨.
“아란님?”
자신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진 채 떼지어 날아가는 아기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이번 임무의 파트너인 프리이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라도?”
“아뇨. 아무것도.”
아란은 얼른 표정을 수습하고는 마음을 다잡았다. 지부장이 된 뒤로는 임무를 수행하는 빈도가 줄어 버린 데다, 다른 세계에서의 첫 임무이니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
정신 차리자. 아란. 지금은 임무에 집중할 때다.
============================ 작품 후기 ============================
일단 한편.
그럼 편안한 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