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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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변화
기자들은 처음에 예고도 없이 펼쳐진 에어쇼의 모습에 감탄하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뒤이어 지금 모습을 드러낸 것이 게임 안에서 구현된 호버 보드와 에어 슈즈임을 깨닫고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했다.
“잠깐… 새로운 세상으로의 신호탄이라고… 아까 그랬지?”
“그럼… 설마?”
전부터 그런 얘기가 있긴 했다. 엘리시온에 적용된 기술들은 실제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며, 해커에 의해 점유된 상황에서도 서버를 리셋하지 못하는 이유도 사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던가. 실제로 그런 소문으로 인해 한동안 제작사인 미라지 코어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호버 보드의 경우엔 자기 부상 방식으로 이미 제한된 공간에서 실증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드론 방식의 호버 보드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지금 보여지고 있는 호버 보드나 에어 슈즈처럼 십 미터 가까운 고공으로 날거나 하는 식의 물품이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다.
“질문 있습니다!”
스스로 디자인한 물품들을 타고 유저들이 발표장 주위를 비행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프리츠를 향해 문득 기자 가운데 하나가 그렇게 소리쳤다.
“네, 말씀하십시오.”
“이 물품들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따로 기반 시설 없이 외부에서도 작동하는 겁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확인해 보시는 편이 낫겠죠.”
프리츠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시상식 주위에 대기중이던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신호를 받은 사람들은 일제히 단상 주위의 출입문을 개방했다.
“자, 함께 가볼까요.”
프리츠는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으로 출입문으로 향했고, 그의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 역시 뒤를 따랐다.
구름 모양의 탑승물을 탄 사람이 스윽 빠져 나가자, 검 위에 선 사람이 뒤를 따른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은 고래 모양의 인형 위에 다소곳하게 앉은 여인. 그런 식으로 갑자기 게임에서 튀어나온 듯한 사람들이 우르르 공중에 뜬 채로 통로를 빠져 나가 강당 밖으로 나오자 주위를 지나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저거…”
“하늘을 날고 있는 거 맞지?”
“어, 어떻게?”
아무리 봐도 눈속임과는 거리가 멀다. 근처 도로를 비롯해서 주택가까지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는 유저들의 모습에 지나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차량들까지 멈춰서서 그들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다.
“맙소사…”
“정말이었어.”
기자들은 그렇게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유저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떤 기술이 적용된 것인지 말씀해 주실수 있겠습니까?”
“아쉽지만 그것은 보안 사항입니다.”
“특허를 신청하실 예정은 있으십니까?”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네? 하지만 시판되면 그 기술을 분석해서 모조품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하십시오. 저는 불가능하다에 걸겠습니다.”
프리츠는 허공에 둥둥 뜬 모습으로 여유롭게 대답을 이어갔다.
“저렇게 하늘을 난다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이 물품들의 사양은 게임 안에서와 동일합니다. 탑승자 보호 기능이 기본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에 보급된 퍼스널 모빌리티는 물론이고 바이크나 드론, 하다못해 자동차보다도 안전합니다.”
“충돌 시험 같은 것 역시 시험을 해보신 겁니까?”
“지금도 하는 중이죠. 엘리시온 안에서.”
“네? 엘리시온이라고요?”
예상 외의 대답에 기자들은 당황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설마… 설마?
하지만 프리츠는 그런 기자들의 모습을 즐기듯 바라보며 이렇게 설명을 추가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추측하신 분이 있으실 지도 모르지만, 엘리시온은 단순한 게임이 아닙니다. 문자 그대로 현실을 확장시킨 시뮬레이터라고 할 수 있죠.”
“확장 현실 시뮬레이터?”
“미라지 코어가 엘리시온을 먼저 공개한 것은, 여러분들에게 다가올 미래가 어떤 것인지 손쉽게 보여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그 때가 이렇게 도래한 것이죠.”
“맙소사…”
당연한 일이지만, 그날 프리츠가 했던 말들은 그대로 기자들에 의해 대서특필 되었다. 자유롭게 창공을 나는 유저들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엘리시온이 사실은 확장 현실 시뮬레이터라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갑자기 쏟아져 나온 이런 예상치 못한 정보에 사람들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박이 난 것은 그저 게임 안에서 소소하게 이루어지는 공모전인줄 알고 탑승물 디자인에 참여했던 사람들. 미라지 코어는 상용화될 탑승물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게임 안에서와 마찬가지로 지급할 것이라는 공고를 내보내고, 유저들과 현실에서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그냥 게임 하다가 게시판에 글과 그림을 조금 끄적거린 것만으로 돈방석에 앉게된 그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공모전이 계속 이어진다는 추가 발표가 이어지자 유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상상력을 총동원해 새로운 탈 것의 디자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쏟아진 정보는 다시 현실에 여러 가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역시 주식 시장. 곧바로 미라지 코어의 주식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자동차와 바이크, 퍼스널 모빌리티, 드론, 그외 항공 관련 주식이 급락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타이어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바닥을 뚫고 내려갈 정도다.
퍼스널 모빌리티나 드론 같은 경우는 몰라도 자동차나 항공 산업 등은 국가 산업의 중핵을 이루는 대기업인 경우가 많다. 이들 회사의 주식이 급락하기 시작하자 곧바로 정부에 압력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호버 보드와 에어 슈즈는 이제 막 만들어진 물품이기 때문에 관계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 같은 개념은 아직 상용화는 먼 얘기라는 판단하에 느긋하게 관계 법령을 추진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나니 당황할 수밖에.
개중에는 확장 현실 시뮬레이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사람들에게 인식된 게임인 엘리시온에 대한 규제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깜짝 상자 같은 이 게임을 그냥 이대로 가만히 놔둬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개중에는 국유화하여 이 기술들이 함부로 다른 나라에 유출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조차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엘리시온은 그런 식의 견제와 압박을 비웃듯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앞서의 시상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기자들이 운집했고, 발표를 지켜보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압력이 들어왔지만, 막상 회사 경영진들도 프리츠가 새롭게 내놓을 기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휴우…”
요 며칠 이곳 저곳에서 꽤나 시달렸는지 프리츠의 안색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탈 것 발표만으로도 그 난리를 치렀는데, 오늘 발표까지 이어지면 어떤 꼴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이 참에 가족들을 데리고 왕성 라이언하트에 놀러오는건 어떤가.”
“라이언하트요? 그… 타나토스에 있다는?”
프리츠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형진은 씩 미소를 지었다.
“혹시 미친놈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바람은 피하는 편이 좋지 않겠어?”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어차피 남도 아닌데.”
“하하…”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하겠네. 모르긴 해도 발표가 나면 또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을 해두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이 되어서 아이들은 유치원을 쉬기로 했고, 가족 모두가 집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 되는 오늘의 발표를 지켜보기로 했던 참이다.
“제시?”
“프리츠!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어요.”
“왜? 무슨 일이라도?”
“그게… 회사 관계자라고 요안나라는 사람이 헬기를 타고 집에 찾아와서…”
느닷없이 헬기가 집 근처에 날아드니 당황했을 법도 하다.
“잠깐 바꿔 주겠어?”
“네.”
곧바로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금발 미녀의 모습이 전화기를 화상 통화로 전해진다.
“요안나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않고 움직여서 죄송합니다.”
“반갑습니다. 아뇨. 아무튼 가족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제 펜트하우스로 모신 뒤, 미스터 베커께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함께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로서야 더 할 나위 없는 일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그렇게 가족에 대한 시름을 떨쳐 버린 프리츠는 다시 한 번 형진에게 격려를 받고 단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온다!”
“와아아아!”
프리츠는 이미 앞서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의 발표로 인해 일약 스타가 되어 있었고, 그의 모습이 단상에 나타나자 기다리고 있던 관계자들이 일제히 환성을 터뜨렸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리츠는 헤드셋을 잠시 만지작거리더니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앞서 저희 미라지 코어는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탑승물인 비행형 퍼스널 모빌리티를 선보였습니다. 때문에 이번에 발표할 것 역시 그것과 연동될 무언가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 아닙니까?”
누군가의 외침에 프리츠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프리츠는 가만히 손을 맞잡은 채 말을 이었다.
“사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어떻게 보면 사치품입니다. 물론 미국 같이 땅이 넓은 나라에서 자동차가 필수품인 것을 생각하면 옳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퍼스널 모빌리티가 없다고 해서 생명이 위태롭거나 한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공개한 제품은 다릅니다.”
프리츠는 양손을 펼쳐 보였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흔히 의식주라고 부르는 요소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인류보다 현재의 인류가 더 긴 수명을 가지고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의료 기술의 발달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 제품들은, 그러한 의료 기술을 보다 혁신적으로 뒤바꾸어 버릴 제품들입니다.”
그렇게 말을 이어가던 프리츠는 어느 순간 손을 겹쳤다가 다시 천천히 펼쳐 보였고, 그 순간 그의 손 위에는 영롱한 빛으로 빛나는 하나의 유리병이 나타나 허공에 떠다니기 시작한다.
“서, 설마…”
“그럴 리가…”
프리츠는 사람들을 향해 빙긋 웃으며 선언했다.
“이것의 이름은 생명의 포션. 게임 안에서 익히 사용해 보셨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바로 그 물약입니다.”
사람들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누구도 입을 열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호버 보드는 그렇다 치자. 어설프게나마 한정적인 공간에서 비슷한 형태로 구현한 일도 있으니까. 하지만 포션이라니? 게임 안에서 사냥 중에 걸핏하면 들이키던 그 물약이 진정 맞단 말인가?
“질문 있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게임 내에서의 포션은 외상 등에 탁월한 효과를 지니는 것으로 압니다. 이것 역시 그런 효과를 가진 겁니까?”
“네. 하지만 외상에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구체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다른 여러 가지 임상 시험이 필요할 테니 지금 언급하기는 곤란하겠습니다만, 전 이 약이 진정한 백세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거라고 단언합니다.”
“허…”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폭탄이 터졌다.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낸 그것의 이름은 생명의 포션. 하지만 사람들은 왜 굳이 그냥 포션이 아닌 생명의 포션이라고 이름이 붙은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곧바로 언론에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 놀라운 소식을 다시금 세계 각지로 타전하기 시작했고, 불치병으로 인해 고통 받던 사람들이 너도 나도 임상 시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왔다. 사람들은 미국 정부가 미라지 코어를 국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는 격분했으며, 그런 식의 압력을 정부에 넣은 기업과 단체들을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두편째.
즐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