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655
00655 147-1. 데이트 =========================
머리로 피가 몰린다. 쾅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전장에서 돌격을 외치는 북소리처럼 울려 퍼진다. 돌격은 돌격인데 어디로 돌격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한 채 대열의 선두에서 엉겁결에 앞으로 밀려나가는 신병처럼, 보호와 균형은 오들오들 떨리는 손으로 형진의 벨트를 잡았다.
“…”
눈이 핑핑 돌아가는 와중에도 일생일대의 적을 마주한 듯한 느낌으로 자신의 벨트에 손을 가져가는 여신의 모습에, 형진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귀엽긴 한데, 어쩐지 몹쓸 짓을 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벨트를 잡기는 했지만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몰라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더 그런 기분이 든다.
“!”
가만히 형진의 손이 다가와 벨트를 조물거리고 있는 여신의 손을 잡는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자 또다른 손이 다가와 그녀의 뺨을 어루만진다. 조금은 까칠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안도감이 드는 그 감촉에 보호와 균형은 가만히 눈을 감으며 그 손에 얼굴을 기댔다.
엉거주춤하게 멈춰있던 그녀의 손이 천천히 움직여 그의 단단한 가슴을 어루만진다.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잘 단련된 복근과 그 위에 자리 잡은 단단한 가슴의 근육이 눈을 감은 그녀의 손끝을 통해 낱낱이 뇌리에 새겨지고 있었다.
다시금 입술을 통해 그의 숨결이 느껴진다. 또 한 번의 입맞춤. 보호와 균형은 자신도 모르게 헐떡거리며 매달리듯 그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그렇지 않아도 정신이 없는 판에 키스마저 받자 보호와 균형은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저 매달리듯 그의 몸에 다소곳하게 양손을 얹은 채로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던 그녀는 문득 그의 손이 자신의 골반 위에 가만히 얹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그의 손은 천천히 올라가며 옆구리를 쓰다듬었다. 간지러운 느낌에 살짝 몸을 비틀자, 방향을 바꾸어 등을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토닥이듯 등을 쓰다듬던 그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더니 속옷에 와닿는다. 보호와 균형은 그제서야 그의 손이 무슨 의도로 그렇게 움직였는지를 깨닫고는 다시금 흠칫 몸을 떨었다.
거부를 하려면 지금 해야 한다. 하지만 보호와 균형은 그럴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대신 이제 곧 그의 시선 아래 자신의 몸이 드러날 것을 부끄러워하며 더욱더 그에게 가까이 밀착시킬 뿐이다.
능숙한 그의 손이 속옷을 후크를 끌러냈다. 그러자 속옷을 통해 잘 고정되어 있던 그녀의 가슴이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키스가 잠시 멈추었다. 보호와 균형은 거칠게 몰아쉬는 자신의 숨이 드러나지 않도록 애쓰면서도 가만히 팔을 들어 그의 손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왔다.
마침내 형진의 시선 아래 봉긋하게 솟아오른 그녀의 가슴이 드러났다.
가만히 손을 뻗어 음미하듯 어루만진다. 보호와 균형은 감히 그를 마주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한손을 들어 입을 살짝 가렸다. 하지만 그 정도 가지고는 불현듯 새어나오는 거친 숨소리를 막아내는 건 역부족이었다.
“흑.”
그의 손이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 끝의 민감한 융기에 닿는 순간, 보호와 균형은 자신도 모르게 짤막한 숨을 급히 들이쉬고 말았다. 그것은 막으려고 해서 막아지는 반응이 아니다. 하지만 이래서야 모처럼 스스로 입을 가리고 막은 이유가 없어지지 않는가.
자꾸만 가슴을 농락하는 그의 손길에, 그렇지 않아도 민감하게 반응하던 융기가 단단하게 성이 나고 말았다.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진 보호와 균형은 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차마 밀쳐내지는 못하고, 그렇게라도 그의 장난스러운 손길을 막아내려는 행동이다.
형진은 가만히 그녀의 몸을 안은 채 다독이듯 등을 쓰다듬었다.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한 그 손길에 보호와 균형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지만, 그의 손길은 어느 틈엔가 그녀의 몸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천조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앗!”
그의 손길이 엉덩이에 걸쳐져 있던 천조각에 닿자, 보호와 균형은 화들짝 놀라며 그렇게 비며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를 내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손길은 거침없이 그 안으로 밀려들어갔고, 아차 싶은 순간에는 이미 그것을 아래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보호와 균형은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뭘 어떻게 해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마침내 남아있던 최후의 저항세력마저 일소해버린 그의 손길은 가만히 그녀의 등을 안더니 조심스럽게 그녀를 소파 위에 눕혔다.
차가운 가죽 소파의 질감이 벌거벗은 등을 통해 그대로 느껴진다. 하지만 당장 보호와 균형은 그런 것에 놀라기보다도, 스스로 허리춤의 벨트를 풀기 시작한 형진의 모습으로부터 황급하게 시선을 돌려야만 했다.
툭.
그리고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진다. 모처럼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선에 그가 벗어서 던진 바지와 속옷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문득 처음 그와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추억은 아름답게 포장되기 마련이라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한 경향이 있었다.
하기야 신앙이며 공헌도도 하나 없는 무일푼에 당장의 능력은 요정보다도 못한, 그런 상태로 무작정 그를 찾아나선 것부터가 무모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꼬맹이 사이즈의 아바타에 타격이라도 받아서 신격이라도 떨궜다면, 꼼짝없이 엘리시온에 틀어박혀 수많은 시간을 허송세월 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그를 만나 지금 이런 순간을 맞이한 것 자체가 그녀에게 있어서는 기적이나 다름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잠시 꿈꾸듯 상념에 잠겨 있던 그녀의 생각이 다시 현실로 돌아온 것은, 준비를 마치고 다시 몸을 기울이는 그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나서의 일이었다.
가만히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싼 채 키스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서로 태초의 모습이 되어 부둥켜 안은 채 입을 맞추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깊은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와는 달리, 그의 욕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그녀의 목덜미로 옮아간다. 남녀간의 애정 행각이라고는 키스 밖에 모르는 그녀에게 있어, 그와 같은 짙은 애무는 실로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강렬했다.
민감하게 달아오른 살갗에 그의 입술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보호와 균형의 입에서는 가쁜 숨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목덜미를 지나 쇄골을 넘어 가슴골에 닿자 이미 그녀는 자신의 호흡을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집요한 입술은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천천히 아래로 몸을 움직이며 그녀의 전신에 작은 입맞춤을 계속해서 선사했다. 봉긋한 가슴을 유린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배를 타고 내려와 골반을 지나쳐 민감하기 이를 데 없는 곳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문득 움직이다가 멈추어 선다. 대신 그녀의 허리가 튕겨지듯 들려진다. 그의 입술과 혀가 그녀의 민감한 곳을 여지없이 농락해 버린 탓이다.
“허윽!”
짜르르하게 전해져 오는 전율스런 감각에 그녀는 탄성을 터트리며 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집요한 그의 혀는 그렇게 그녀가 퍼덕이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으으읏…”
전기가 통하는 듯한 그 느낌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보호와 균형은 결국 어느 시점이 되자 가벼운 절정을 느끼며 축 늘어져 버렸다.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퍼덕이는 것을 멈추자, 그는 비로소 고개를 들고는 다시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보호와 균형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비로소 하나의 고비가 끝났음을 깨닫고는 손을 들어 그의 목에 팔을 휘감고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모든 일은 어디까지나 전희에 지나지 않았다.
문득 그의 강인한 팔이 자신의 한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집요한 전희로 인해 잔뜩 민감해져 있는 자신의 비밀스러운 곳에 뜨거운 무언가가 와닿는 것이 느껴졌다.
“!”
순간 살짝 풀려있던 보호와 균형의 눈이 크게 흡떠진다. 하지만 짤막한 비명이 터져 나오기 전에 그의 입술이 그대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아 버린다.
뜨거운 무언가가 단숨에 가벼운 저항을 뚫고 단숨에 그녀의 몸 안으로 진입해 들어왔다. 하지만 고통은 아주 짧았고, 무언가 상쾌한 기운 같은 것이 하복부로 전해지며 그 고통을 그대로 잠재워 버렸다. 그대신,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속살이 뜨거운 무언가와 마찰하며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강렬한 쾌락을 그녀에게 선사하기 시작한다.
천천히 그의 몸이 밀어 붙일 때마다 보호와 균형은 짙은 열기를 머금은 거친 숨을 토해냈다. 이미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감각을 마비시키듯 전해져 오는 미칠 듯한 쾌락과, 더 이상 채울 것이 없을 정도로 넘쳐 흐르는 충족감만이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흐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이나 고통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비로소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하게 남아 있던 빈 공간이 형언할 길조차 없는 무언가로 채워지자 그 뿌듯함에 절로 감정이 부풀어 차오른 것이다.
하지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행위도 어느 순간 뜨거운 정이 몸 안에 쏟아지며 끝을 맺었다.
“하아… 하아…”
보호와 균형은 어느 틈엔가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은 채였다.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한 느낌으로 그렇게 필사적으로 그의 몸을 안고 있었던 그녀였지만,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자신을 안아 올리는 행동은 온순하게 받아들였다.
형진은 그녀를 안아든 채 일어나더니, 갑자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미 보호의 권능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상황이라 추위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집 밖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의 행동에 여신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뒤이어 시야에 드러난 모습에 그녀는 작은 탄성을 터트렸다.
그곳은 산장의 뒤편에 마련된 노천 온천이었다. 마치 신화속의 한 장면처럼, 은은하게 김이 피어오르는 우유빛의 온천이 산의 정경을 그대로 담은 작은 정원 안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형진은 천천히 그녀를 안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치 아기를 씻기듯, 그녀의 몸을 정성스럽게 씻겼다.
“아픈 곳은 없나요?”
“…”
보호와 균형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대답 대신 양손으로 물을 퍼올려 그의 몸을 조심스럽게 닦아 주기 시작했다.
잠시 서로의 몸을 그렇게 물로 씻기는 일을 하고 나자, 형진은 그녀를 끌어당겨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는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그토록 격렬한 첫 경험을 하고 난 뒤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은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금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남자라면 가장 좋았겠지만, 이제 와서 그런 일은 어찌되든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미 마음을 빼앗겨 버린 이상, 한없이 약자가 되어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결합을 시도했다. 한 번 경험한 일이라 두 번째는 좀 나을 줄 알았지만, 그의 뜨거운 몸과 하나가 되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안이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대로 익숙해지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매번 처음과 같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은 영원을 살아가는 신. 익숙해지고 권태로워지더라도 그건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다. 인간과 같은 필멸자들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아주 먼 미래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그녀에게는 아주 많은 경쟁자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그녀는 가장 늦어버린 후발주자다. 보통 남녀 관계에서는 나중에 만나 불타오르는 쪽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불행히도 이 남자에게는 그런 것도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가족을 끔찍이 여기는 그의 심성을 고려하면 한참이나 늦어버린 후발주자인 그녀가 가장 불리한 쪽에 속한다. 그러니 더욱 노력해야만 한다. 그의 마음이 자신을 떠나지 않도록. 그를 더욱 열심히 사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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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