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768
00768 174. 징벌 =========================
“꺄아아악!”
처음에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정보로 인해 생겨났던 병목 현상이 사라짐과 동시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아니 이해하는 것을 거부하던 정보들이 뇌리를 비집고 들어오자 사람들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믿기 어려운 모습. 그러나 사람이 마치 먼지처럼 부서지며 티끌과도 같은 불꽃이 되어 흩어지는 그 모습은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머리 속에 마치 낙인처럼 새겨져 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호기심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의 메모리와 그것에 연동되어 있던 인터넷 사이트에도 새겨졌다.
죽음의 천사가 다시 나타났다는 말에 놀라워하며 해당 동영상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셋이나 되는 사람이 한줌 티끌이 되어 사라지는 모습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테러와 마찬가지로,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죽음의 천사 모습을 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누군가를 응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전부… 죽음의 천사라는 말인가?”
대충 가늠해도 수백 명. 게다가 이번에는 거의 시간차조차 없이 등장했다. 누가 봐도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상황.
자국에서 두 번째 가는 대도시이며, 옛 러시아 제국의 수도로서 번영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 한복판에서 시작된 이 사건을 바라보며 러시아 대통령은 숱도 얼마 남지 않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건 아마도 아닐 거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외정보국에서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특징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확인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누가 봐도 이건 전부 다른 인물입니다. 일부러 눈속임할 생각이 아니라면.”
죽음의 천사는 기본적으로 검은 불꽃 같은 것을 두르고 화려한 검은 날개를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자들은 그것을 제외하고는 체격이나 움직임, 들고 있는 무기들에서 현격한 차이를 지니고 있었다. 당장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등장했던 이인조만 하더라도 검은 불꽃인지 연기인지 모를 것으로 전신을 두르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누가 봐도 확연하게 구분될만한 차이가 있었다. 그런 식의 차이점이 이번에 동시다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죽음의 천사들 모두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전과는 양상이 다릅니다. 이전에도 죽음의 천사에게 조력자가 있음을 알려주는 징후가 있었고, 그들에 의해 행해진 암살 역시 존재했습니다만, 이번처럼 모두가 그런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정보총국에서는 이것이 단순한 현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죽음의 천사로 칭해지는 그러한 모습들이 일종의 자격이나 상징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연방보안국도 같은 의견입니다. 저 모습 자체가 어떤 위계를 나타낸다는 의미죠. 다시 말해서… 이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추측입니다만,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죽음의 천사들은 이전에 이슈가 되었던 죽음의 천사와 동등한 수준의 능력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력자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라도 되었단 말인가.”
“현재로선 그것이 가장 타당한 추측이 아닐까 싶습니다.”
러시아 대통령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죽음의 천사는 모습을 드러낸 이후로 세계 전체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 그 중에도 가장 큰 사건은 이른바 ‘선언’이다. 세계 전역의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진 그 내용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화인처럼 사람들의 마음 속에 새겨져 있었다.
그런 죽음의 천사가 이제 수백 명으로 늘어나 버렸다. 도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조차 갈피가 잡히지 않을 정도다.
잠시 입술을 깨문 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던 러시아 대통령은 문득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본래 죽음의 천사였던 자는 어떻게 된 거지?”
“그건…”
회의에 참석중이던 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기존의 조력자들이 모두 죽음의 천사로 능력과 지위가 상승했다면, 본래 죽음의 천사였던 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순간, 그들은 한 가지 아주 끔찍한 상상을 떠올리고 말았다.
만약 기존에 죽음의 천사 역할을 맡고 있던 인물이, 그것을 초월한 무언가가 되었다면… 과연 그 존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만약 그 자가 지금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다면, 막아낼 방법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회의 참석자들은 그러한 상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전신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만약 그럴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목숨이 상대의 손에 쥐어져 있음을 확실하게 인지한 것이다.
늦고 빠르고의 차이는 있지만, 그와 같은 판단은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 전원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이번 일을 배후에서 진두지휘했던 한 국가의 수장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그가 지배하는 나라는 매우 기묘한 것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에 의해 지배되면서도, 극단적인 친미국가이며, 그러면서도 또한 절대왕정이 지배하는 곳이다. 석유 외의 산업기반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해서, 에너지와 통신 외에는 자급하는 산업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량부터 시작해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거의 모든 것들을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막대한 양의 석유와 이슬람의 양대 성지를 안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떵떵거리며 잘 살아가고 있는 나라가 바로 그가 지배하는 나라다.
하지만 이 나라가 그러한 부를 기반으로 무조건 승승장구하기만 한 건 아니다.
아랍의 봄 때는 들끓는 국민의 민심을 잡기 위해 일시적으로 150조원의 돈을 풀어 무마하기도 했고, 모 SNS가 시위자들의 소통 수단이 된다고 생각하자 현금가치로 111조원이 넘는 해당 SNS를 아예 사들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조치를 했음에도 처참하게 죽어버린 어떤 리비아 지도자의 모습에 왕가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물론 이것은 다른 독재자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이곳과 같은 절대왕정의 국가를 다스리는 자가 받은 충격은 다른 누구와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이번의 일을 주도한 것 역시 그렇게 변화해 가는 정세에 대한 두려움의 표출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빨라도 자신의 생에서는 없으리라 생각되었던 일들이 급격한 속도로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며,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그것을 늦춰보려는 발악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상대는 그가 꺼내들었던 것보다 더 강력한 공포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을 가리고 있던 무언가가 그 공포에 의해 박살나 깨지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주님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주님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주님 외에…”
그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그런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 외에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궁의 경계를 강화하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하고 난 뒤에 남은 것은 자신이 신봉하던 종교에 매달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그가 지원했던 이들은 하나씩 죽음의 천사에게 꼬리를 잡혀 척결당하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고문당하거나 했다는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그저 갑자기 나타난 죽음의 천사에게 시체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는 형태로 죽음을 당했다는 내용 뿐이었다.
그는 이것에 희망을 걸었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서 지원은 여러 가지 복잡한 경로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러한 경로중 대부분은 테러가 실패로 돌아가고 그것을 실행했던 조직들이 토멸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곧바로 처리되었다. 연결 고리가 없는 이상,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그 지원의 출처조차 파악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었다. 지나고 나서야 자신이 적대하려던 자들이 얼마나 인간의 상식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인지 알아차린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기도에만 몰입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였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자들이기에, 자신이 평생을 바쳐 신앙했던 종교의 힘으로 물리치려 하는 것이다.
그렇게 두려움에 찬 하루가 지나고 궁전에도 밤이 찾아왔다.
더 이상 죽음의 천사의 출현에 대한 보고는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바꿔 말하자면, 더 이상 찾아내어 징벌할 대상이 남지 않았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었다. 테러 시도가 일어난지 고작 며칠 되지도 않은 시간 동안, 그것을 구상하고 실행한 이들 대부분이 죽음이라는 이름의 징벌에 처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누굴까.
물어볼 것도 없는 얘기다. 당연히 테러가 가능하도록 지원했던 이들에게로 손이 뻗어올 수밖에 없다. 처벌된 조직은 이를테면 손과 발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이고, 그들이 자신의 생각을 실행해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한 자들이야 말로 진정한 두뇌요 심장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을… 불을 밝혀라! 궁의 모든 곳에 환하게 불을 밝혀라!”
“명하신대로, 불을 밝히겠습니다. 폐하.”
시종의 말과 함께 그가 기거하고 있던 궁전이 환하게 밝혀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계속해서 기도에 열중했다.
언제까지나, 또 언제까지나.
그렇게 기도에 몰입하다가, 어느 순간 깜빡 잠이 들었다. 인간인 이상 거듭해서 닥쳐오는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피로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어느 시점이 되자 신체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잠시 그에게 휴식을 누릴 기회를 선사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정신을 잃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랐다.
“물, 물을.”
그는 목이 타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말했다. 그가 그렇게 말을 하면 바로 대기중이던 시종이 대답을 해야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없었다.
“물을 달라고!”
그렇게 소리치며 고개를 돌렸지만, 어느 틈엔가 방 안에는 자신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닐 거야. 아닐 거라고. 절대로 아닐 거다.
그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탁자 옆에 놓인 작은 종을 흔들어 소리를 내었다.
자신의 외침을 듣지 못했더라도 이 종이 울리면 바로 근처의 시종이 달려와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부름에 응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몸은 이제 격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격렬한 지진이 일어나 주위의 모든 것들을 흔들어대고 있는 것처럼, 그는 그렇게 떨며 아닐 거라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급히 서랍 아래쪽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겉표면은 금으로 도금되고, 손잡이는 상아로 만들어진 아주 고급스러운 권총이다.
떨리는 손으로 탄창을 확인하고는 문을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덮쳐올지 모르는 무언가를 경계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미 몸은 흘러내린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 땀이 자꾸만 눈을 따갑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흘러내린 땀은 또한 심한 갈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목이 타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에 괴로워 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반응이 없자, 그는 고민했다.
이대로 이곳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일단 장소를 옮겨 안전한 곳으로 가 있는 것이 좋을까.
그의 궁전 지하에는 전술핵이 날아와 꽂혀도 끄떡없는 지하벙커가 마련되어 있다. 일단 그곳으로 내려가 버티고 있으면 제아무리 죽음의 천사라도 방법이 없을 것이다.
내려가려면 진작에 내려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그런 조치가 스스로의 행위를 자백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저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다. 일단 살고 봐야 뭐라도 할 수 있는 법 아니겠는가.
고민은 길었지만, 결정은 짧았다.
그는 마침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탈수 증상을 겪은 탓에 그의 몸은 휘청거리고 있었지만 필사적으로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문을 향해 다가갔다.
혹시라도 문 밖에 있을지 모르는 무언가를 경계하며 잠시 기척을 살폈다. 만에 하나를 염두에 두고, 한참이나 그렇게 무언가 기척이 전해져 오지 않을지 기다렸지만, 역시나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의 이성이 정상적이었다면, 이것만으로도 이미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렸어야만 한다. 그의 궁전은 수많은 사람들이 머무는 장소였고, 아무리 어두운 밤중이고 또한 그의 거처 근처라고는 해도 작은 기척 정도는 전해지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방이 어느 순간 텅 비어 버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극도의 위험을 알리는 징후였지만 그는 미처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다른 기척이 없다는 사실 하나에만 기꺼워 했다.
그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
검은 암흑이 열려진 문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었다. 암흑은 그를 휩쓸고 방안으로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어둠으로 채워버렸다.
그는, 그가 있던 방은, 어느 틈엔가 거대한 암흑의 중심에 내던져져 있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일단 한편.
후아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