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00)
〈 100화 〉 100.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00.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유진. 연회에 참석했구나.”
카일이었다. 나처럼 한껏 차려입은 그는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요즘 몸이 괜찮아져서 연회를 즐기려고. 근데 카일 형도 연회는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 않아?”
카일은 연회를 즐기는 인물이 아니었다.
“이번 연회는 아버지를 위한 연회잖아. 아들로서 빠질 수는 없어.”
“그렇게 말하면 지금까지 연회를 빠뜨린 내가 뭐가 돼?”
“아. 미안. 넌 심장병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잖아. 나는 당연하고 가족들과 가신들도 모두 이해하고 있어.”
카일은 그리 말하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누군가를 찾는 기색이다.
“유진. 유리아는? 네 전속 메이드이니 함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유리아는 왜 찾아? 혹시 유리아에게 마음이라도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넌 심장병이 있잖니. 당연히 유리아가 같이 있을 줄 알았지.”
카일이 묘하게 당황하고 있다.
난 그 반응을 보며 카일이 유리아를 신경쓰고 있음을 알았다. 그게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으나, 이해는 한다.
현재 유리아는 저택 내에서 높은 인기를 가지고 있다. 집사들에게 청혼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어쩌다 저택에 들린 귀족들이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리아에게 청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만큼 유리아는 아름다웠으니까.
‘확실히… 유리아는 카일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기도 해.’
물론 이것만으로 카일이 유리아를 좋아하게 됐다고 볼 수는 없다.
“유리아는 주방에서 일하고 있어. 오늘 손님들에게 선보일 요리 중에 절반 이상은 유리아가 만든 거야.”
나는 일부러 유리아를 주방에 보냈다.
요리도 이유 중 하나가 맞다. 나는 본격적으로 현대의 요리를 선보이며 내가 개발했다는 걸 어필할 것이다. 요리 중 하나가 그들의 혀를 만족시키고 뇌리에 각인되는 순간, 그들은 내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이런 식으로라도 그들에게 내 존재를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유리아를 데리고 있으면 여러 남자들이 달라붙을 게 뻔하다. 그들을 예의를 갖춰 거절하는 것도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손님 중에 헬브리트의 후계자가 있거든.’
유리아와는 배다른 남매가 된다. 유리아의 청은발과 푸른 눈은 헬브리트가의 특징이기도 하니, 그가 유리아를 보고 이상함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그럼 오늘 요리 중에 만두도 있으려나?”
“형이 가르쳐준 그 음식 말이지? 있어.”
“정말? 한 번 찾아봐야겠어.”
카일의 얼굴이 밝아졌다. 만두는 내가 카일에게 물어서 만든 음식이다. 카일에게서 쓸데없는 의심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카일 님! 여기 계셨군요!”
살짝 걸걸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카일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분홍색의 입은 여자가 이쪽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연분홍색의 드레스를 입은 귀족 영애였다. 얼굴은 두꺼비상이고 뺨에 여드름이 있다. 몸은 통통한 편이다.
“어머. 유진 공자님도 함께 계셨군요. 오랜만이에요.”
나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네. 오랜만입니다. 배리엔 누님.”
배리엔 플라비트.
플라비트 후작가의 영애다. 플라비트 후작은 왕국 최고의 포도주를 생성하는 플라비트 마탑의 주인이다. 플라비트 후작가는 왕국 내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부유한 집안이다. 재력만 따지면 프루커스 백작가 이상이다.
그리고 카일의 약혼녀다.
‘카일은 그녀를 싫어했지. …음. 꺼려 했다는 게 맞으려나?’
큰 이유는 없었다. 카일도 남자라고 예쁜 얼굴을 가진 여자가 좋으니까.
원작에서는 플라비트 후작가가 악마와 계약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플라비트 가문 직계 전원이 처형당한다. 카일로서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확연한 증거였기에 도울 수도 없었다.
‘돕지 못하긴 개뿔. 히로인이 위험에 처했을 땐 뒤도 안 돌아보고 돕던 놈이….’
카일은 어색한 얼굴로 배리엔을 상대했다. 배리엔은 환하게 웃으며 카일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육체적인 스킨십도 거리낌 없이 행한다.
나는 조용히 그들의 행태를 지켜봤다.
배리엔에게 얼굴을 제외하면 모난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성격도 좋은 편이고 가문도 엄청나다. 물론 내 취향과는 100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으니 절대로 꼬추가 서는 일은 없다. 줘도 안 따먹는다.
‘크크. 원작에선 이뤄지지 못했지만… 내가 좀 나서서 이 여자를 도와줘야겠군.’
그 대가로 카일의 히로인들은 모두 내가 따먹을 것이다.
“잠깐. 플라비트 영애.”
“카일 님.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실 필요는 없어요. 우린 약혼한 사이잖아요? 그냥 배리엔이라고 부르세요. 어서요.”
“……배리엔. 지금은 유진과 대화는 나누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니 일단 떨어지시고 나중에….”
내가 그들에게 끼어들었다. 어딜 내 핑계를 대려고.
“전 괜찮습니다. 저야 저택에 있으니 오늘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카일 형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반면에 배리엔 누님은 카일 형님과 자주 만나지 못하지 않습니까. 이 참에 마음껏 대화를 나누시지요.”
“유진 공자님은 못 본 사이에 무척이나 성숙해지셨군요.”
“항상 아이로 지낼 수는 없으니까요. 아. 두 분. 결혼식은 언제 올리십니까?”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양가의 입장이 있다 보니…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네요.”
“…하. 하하. 때가 되면 하지 않겠습니까.”
카일이 어색하게 웃었다.
카일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정치적인 이유로 결혼이 미뤄지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방해를 받는다고 해야 한다. 프루커스와 플라비트가 이어지면 양가문 모두 날개를 단 격이니까.
그리고 카일이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엔티온은 의외로 결혼이나 연애에 관대하니까.
“그럼 두 분,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나는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이번에 젠트를 찾아갔다.
“젠트 형님!”
“오! 유진! 네가 이 초콜릿이라는 물건을 발명했다지? 무척이나 맛있구나.”
젠트는 나랑 12살 차이가 있는 형제였다. 그는 보기와 다르게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했다.
“네. 요즘 초콜릿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어요.”
“맛이 이 정도로 뛰어나니 당연하지. 넌 프루커스 가문의 큰 복이다. 동생아. 나중에 이 형을 도와다오. 너와 나의 힘이라면 프루커스 가문을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전력을 다해 형님을 돕겠습니다.”
입에 발린 말이었다. 젠트가 필요 없어지면 곧바로 암살해 치워버릴 것이다. 이놈은 카일 같은 호구끼가 없다.
“하하하. 말만 들어도 든든하구나.”
젠트가 내 어깨를 두들긴다.
젠트는 내게 호의를 보이고 있었다. 내가 검에 대한 재능이 없고 같은 어미에서 태어난 친형제이며,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그의 입장에서 나는 경쟁자가 아니다.
“아까 카일과 대화를 나누는 걸 보았다. 무슨 대화를 나누었느냐?”
그는 카일을 경쟁자로서 인식하고 있다.
“별로 대단한 대화는 아니었어요. 오늘 제가 개발한 요리들이 등장한다는 것 정도요.”
“네가 개발한 요리는 나도 먹어보았다. 맛있더구나. 특히나 갈비찜이라는 요리가 무척이나 뛰어났어.”
젠트가 연회장 한 쪽을 쳐다봤다. 거긴 식탁과 의자가 놓여 있는 곳이다. 저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특히나 내가 개발했다고 알려진 요리는 입소문이라도 탔는지 상당히 인기가 좋았다.
“플라비트 영애는 상당히 카일을 좋아하는 모양이군.”
“카일 형님의 약혼자니까요.”
“쯧. 유진. 약혼이라고 해서 꼭 결혼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다.”
젠트가 혀를 차며 말했다. 말하는 그는 정작 약혼녀와 결혼한 당사자였다. 단순히 카일의 약혼 상대가 플라비트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플라비트 가문이 카일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후계자 경쟁에서 불리해지니까.
“카일 형님은 빨리 결혼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유진. 결혼은 빨리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기억해두어라.”
“예. 기억해둘게요. 근데 카일 형님이 결혼하면 플라비트의 후계자가 되는 게 아닌가요?”
“플라비트 가문에 정당한 장자가 있으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음. 그렇군요.”
카일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젠트는 카일과 배리엔의 결혼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뭐, 그건 나중에 차차 진행해도 돼. 지금은 우선… 이간질이나 해볼까. 크크.’
젠트는 카일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인물이 아니다. 카일은 자신을 욕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젠트는 자신을 욕하면 반드시 처벌하거나 보복하는 인물이다.
“젠트 형님. 카일 형님이 곧 오러 익스퍼트에 오를 것 같은데… 알고 계십니까?”
“뭐라?! 카일이 벌써 익스퍼트에 오른다고?!”
놀란 말투와 다르게 목소리는 무척이나 작았다. 주위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카일의 평판이 바로 올라 갈 테니까.
“확실한건 없어요. 제가 요즘 카일 형님을 보며 생각한 거예요.”
“……유진.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또한 함부로 떠들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말했느냐?”
“젠트 형님이 처음이에요. 죄송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안 말할게요.”
“…….”
“…….”
내가 입을 다물자 젠트가 미간을 찌푸렸다.
“……유진. 내게만 말해 보거라. 카일이 오러 익스퍼트에 오른다는게 무슨 말이더냐?”
“제가 요즘 플룬 기사단과 친하게 지내요.”
“플룬 기사단…? 아. 그 평민 출신의 기사단이군.”
“예.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사들이에요.”
“뛰어난 실력? 하. ……아니다. 계속 말해 보거라.”
“저도 프루커스 가문의 일원이니 검술을 수련하고 있어요. 재능은 전혀 없지만요. 근데 제가 이래보여도 보는 눈이 있어요. 이제 막 오러 익스퍼트가 된 기사가 있는데… 그가 풍기는 분위기와 카일 형님의 분위기가 비슷해요.”
“하하. 겨우 그런 것이었느냐?”
“카일 형님에게 직접 물어본 적도 있어요. 곧 벽을 넘을 수 있을 것 같다면 자신감 있게 말하던데요.”
내 말에 젠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카일이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
젠트도 형제다. 카일이 되도 않는 말을 할 인물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카일이 곧 벽을 넘는다고 했으면 정말로 곧 벽을 넘는다는 뜻이다.
“네. 그렇게 말했어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저번에 물었을 때 카일이 이렇게 말했다. 설령 완전히 구라라고 하더라도 젠트의 성격상 카일에게 물어 확인할 리 없다.
“……카일이 올해 17살 이었나?”
“네. 카일 형님이 오러 익스퍼트가 된다면 왕국 내 최연소의 나이에 오러 익스퍼트가 된 거죠. 아마 전무후무한 기록일걸요?”
뭐, 유리아의 기록이 없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
젠트의 얼굴은 심각해져 있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영웅을 좋아한다. 영웅의 전설이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영웅을 원하고 동경한다.
17살의 나이에 오러 익스퍼트에 오른 불세출의 천재. 그야말로 영웅담의 초반 부분이 아닌가.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가신들 중에서도 카일을 지지하는 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그랬고.
“아. 맞다. 카일 형님이 연회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번 연회에 참가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무엇이냐?”
“아버지를 위해서래요. 아들로서 빠질 수 없대요.”
“……그러냐.”
평범하게 듣는다면 카일은 효심이 지극한 아들이다. 하지만 젠트에겐 또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번 기회에 엔티온에게 은근슬쩍 실력을 알린다던가.
‘원래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라 마음에 안 드는 놈은 끝까지 마음에 안 들어 보이거든.’
개새끼 같은 놈이 어쩌다 좋은 일을 하더라도 무언가 꿍꿍이를 가지고 좋은 일을 한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종의 선입견이라 할 수 있다.
‘또 개새끼의 눈에는 개새끼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
겨우 이것만으로 젠트가 무언가를 하리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더욱더 카일을 경계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겠지. 그리고 그럴수록 둘의 싸움은 더 심해질 것이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우리들을 향해 다가왔다. 젠트와 나는 발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4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남자는 무척이나 잘생긴 청은발의 남자였다. 눈동자는 푸른색이다.
“젠트 공자. 오랜만에 뵙습니다. 우트렌 성에서의 젠트 공자의 활약은 왕궁에까지 알려져 있습니다.”
“할리오스 공자. 언제나처럼 우아하시군요. 아, 이쪽은 제 친동생인 유진입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진 공자. 마켈로스 헬브리트 공작의 아들인 할리오스 헬브리트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