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1)
〈 11화 〉 011. 헌터과
011. 헌터과
오준혁이 부러움이 가득 섞인 시선으로 날 보며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나는 성심성의껏 대답해주다가 점점 지겨워졌다.
그러다 딱 맞게 교수가 들어오며 강의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B급 던전에 대해 강의하죠.”
나는 따분함이 서린 눈으로 교수를 쳐다봤다. 중년의 교수는 담담하게 강의를 이어나갔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강의를 집중해서 듣는 학생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딴짓을 하고 있다. 어차피 헌터는 대학교를 중퇴해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대학교의 헌터 지원 정책이 없었다면 헌터과는 사람이 없는 학과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눈알을 옆으로 굴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한 여자를 쳐다봤다. 팔짱을 끼고 오만한 시선으로 강의를 지켜보고 있는 여자였다.
비단 같은 검은 머리, 새하얀 피부와 살짝 올라간 눈꼬리.
한하린.
학과내에서 가장 예쁜 여자다. 아니, 그 미모는 대학교 최고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내 첫사랑이기도 하다. 물론 짝사랑이었다.
17학번으로 나보다 1학년 선배다. 현재 D등급의 헌터이며 능력은 중력조작이다. A등급의 헌터인 한아영의 여동생으로도 유명하다.
‘몸매가 잘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고 있지만… 휴지끈이 긴 나는 알 수 있지. 최소 E컵이다.’
청순한 얼굴에 비해 몸매는 음란하다. 딱 내 취향이었다. 솔직히 처음 그녀를 본 순간 벼락을 맞은 듯한 짜릿함을 느꼈다.
당시 나는 뭐에 홀린 듯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말은 북풍한설보다 차가운 꺼지라는 말이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녀의 별명 중 하나가 빙하여왕 이란 걸.
내 첫사랑은 그날 끝났다. 그리고 내 안에 자리 잡은 건 추악한 성욕이다.
‘자빠뜨려서 존나 쑤셔박고 싶다.’
그 도도한 얼굴을 쾌락으로 일그러뜨리고 싶었다. 상상 속의 그녀는 이미 내 전용 성노예였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과 달리 비참했다. 나는 헌터가 되지 못한 지망생이었고, 그녀는 젊은 나이에 D등급에 오른 수재 헌터였다.
‘아니. 잠깐만. 나도 능력을 각성했잖아.’
내 능력은 이질적이지만, 엄청나다. 내가 생각하기로 활용하기에 따라서 무궁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능력이다.
내 가슴 속에 불길이 화르륵 타오른다. 나는 그녀를 포기했었다. 나랑 주제가 안 맞았기에. 저 포도는 신포도라며 고개를 돌렸었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다면.
‘내가 강해져서 한하린과 동일 선상에 선다면.’
한하린의 도도함의 근원은 힘에 있다고 생각된다. 만약 내가 한하린 만큼 강해진다면, 한하린은 나를 마냥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다 한하린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눈이 마주쳤다.
한하린은 대뜸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봤다. 찔끔 놀란 나는 고개를 정면으로 돌려 필사적으로 모른 척 했다.
두 눈이 마주친 것뿐인데 심장이 뛰었다. 그게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시발. 따먹고 만다.’
•••
나는 강의가 끝나고 한하린을 스쳐 지나가며 성감대 탐지 스킬을 사용했다. 저 도도한 한하린의 성감대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한하린의 성감대: 왼쪽 유두. 혀. 겨드랑이.]‘…하.’
무려 세 개나 되는 성감대였다. 그녀가 처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요망한 여자가 될 소질이 있다는 건 알았다.
‘근데 성감대를 알면 뭐해. 따먹을 수가 없는데.’
나는 급격히 우울해졌다.
강간? 여긴 현실이다. 그리고 한하린은 무려 D등급 헌터다. 신체적으로, 능력적으로 나보다 더 뛰어나다.
만약 한하린과 싸운다면 10초 만에 패배할 자신이 있었다.
‘…스마트폰 해킹 해볼까.’
일단 남자친구의 유무는 파악해두자는 생각에 적당한 타이밍에 한하린의 스마트폰을 해킹했다.
[해킹에 성공했습니다.] [한하린의 스마트폰을 10분 동안 해킹 할 수 있습니다.]나는 내 눈에만 보이는 스마트폰 화면을 이리저리 돌리며 그녀의 개인 정보를 구석구석 살펴봤다.
10분이란 시간은 그러기에 충분했다.
‘어…?’
그러나 한하린의 스마트폰에서 별 특별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가장 먼저 연락처를 살폈는데, 남자친구는커녕 친구도 몇 없었다.
‘하긴 성격도 지랄 맞아서 과내에서 어울리는 여자는 2~3명이 전부였지.’
나는 안심했다. 그 여자들의 연락처를 제외하면 남자친구로 보이는 연락처는 하나도 없었다. 메신저도 마찬가지다.
‘사진도 가족사진이랑 친구랑 찍은 사진을 제외하면 특별할 게 없고.’
점점 초조해졌다. 뭔가 그녀를 공략할 단서가 있으면 좋을 텐데. 별로 없었다.
‘…이럴 땐 인터넷 기록이다. 검색 기록은 많은 것을 말해주지.’
유난히 중복되는 기록들을 살펴봤다. 맛집이라던가 헌터 장비 같은 검색 기록이 있었으나, 내가 집중한 키워드는 다른 것이었다.
-한아영
-A등급 헌터
-능력 강화
-중력 능력 활용법
-마나 각성 방법.
-빠르게 강해지는 법
‘…이건 열등감?’
한하린은 친언니인 한아영으로부터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나도 얼마 전까지 인터넷에 ‘헌터 능력 각성하는 법’ 같은 걸 하루에 몇 번이나 검색해봤다.
‘이걸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정보다.’
나는 이 정보를 잊지 않도록 조용히 되뇌었다.
•••
전투 훈련실.
오준혁과 나는 서로 검을 들고 마주했다.
우리 주위에는 헌터과 학생들과 교수가 있었으나, 우리에게 신경 쓰는 이들은 없었다. 전투 훈련실은 넓었고, 우리는 그 일부를 사용할 뿐이다.
“어라?”
오준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아니. 얼마 전까지 검 드는 것도 힘들어했잖아. 힘세졌냐?”
“근육 좀 붙었지.”
“새끼. 매일 노는 것 같더니 몰래 수련하고 있었네. 그러다 마나까지 사용하는 거 아니냐?”
“에이 설마.”
마나(Mana).
능력과는 다른 종류의 힘이다. 다르게 기(氣)라고도 부른다.
능력이 선천적인 힘이라면, 마나는 후천적인 힘이다. 재능과 수련을 통해 마나를 깨닫고 초인적인 힘을 사용한다.
C등급 이상의 고등급의 헌터 대부분이 능력과 함께 마나를 다룰 줄 알았다. 그들이 말하기를. 능력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고 하더라. 물론 내가 듣기엔 개소리였다.
달리 말하자면 C등급이 되려면 능력뿐만이 아니라 마나까지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C등급 헌터의 조건이 마나 각성이다.
“시작한다.”
오준혁이 검을 휘두르며 내게 다가왔다. 이전에는 그 검을 보는 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볼 뿐만이 아니라 검을 들어 대처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민첩 능력치의 영향일 것이다.
캉!
“오?”
“이전의 내가 아니란 말이지.”
내가 호기롭게 말했지만, 상황은 점점 내게 불리해졌다. 오준혁은 비록 F등급이지만 근접형 헌터다. 가진 능력은 몸의 일부를 강철화 시키는 능력. 따라서 오준혁은 저래 보여도 몸의 단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내 능력치가 좀 올라갔다고 해서 이미 헌터로서 활동하고 있는 오준혁을 하루아침에 상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방어 일변도로 오준혁의 검을 막아냈다. 그게 고작이었다.
“후우. 씨발. 졌다!”
내 말에 오준혁이 실실 웃었다. 지친 기색이 전혀 없다. 헌터의 육체 능력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야. 그래도 3분이나 버텼어. 전에는 1분도 못 버텼잖아. 발전하고 있어. 아주 보기 좋아. 능력만 각성하면 나 따위는 그냥 이겨버리겠는데?”
이미 능력은 각성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나는 능력을 각성하고도 육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지 않았다. 그게 좀 아쉬웠다.
“그럴 리가 있냐.”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벤치로 걸어갔다. 마침 저 멀리서 한하린이 교수를 상대로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교수가 아니었다면 한하린은 훈련실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하린은 교수를 향해 검은색의 동그란 구체를 던졌다.
“중력구! 좋습니다! 근데 하린 양. 너무 느려요. 이래서는 그냥 피하면 그만이죠.”
“…….”
교수는 괜히 교수가 아니었다. 그 한하린을 여유롭게 상대하며 시기적절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한하린의 오만함은 교수에게도 통용되지만, 교수는 그 태도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한하린의 뒤에 한아영이 있으니까. 교수도 뭐라 못하지.’
대한민국에서 만 명도 되지 않는 A등급. 그중에서 한아영은 실력은 최상위였고, 소속은 대한민국 10대 길드 중 하나다. 연예인급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한아영의 한 마디에 교수는 헌터계에서 매장될 수도 있는 것이다. 괜히 차세대 S등급 후보가 아니었다.
“야. 또 한하린 보고 있냐? 포기한다며?”
오준혁이 생수를 건네며 말했다. 나는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포기하기엔 좀 이른 것 같더라고.”
“이르긴 개뿔. 쟤랑 우리는 사는 세계가 달라. 오르지 못할 나무가 아니라, 아예 다른 차원의 존재라고.”
“그럼 내가 그 차원으로 가면 되겠지.”
“미친놈.”
한 번 웃은 오준혁이 이어서 말했다.
“오늘 치맥 고?”
“…아니. 당분간은 바쁠 것 같아.”
내 눈은 한하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
집에 돌아온 나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열어 유희생활 어플을 실행했다.
‘만약. 내가 유희 세계 속에서 초능력을 얻는다면, 현실의 나도 그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그 의문은 아직 풀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있었다.
‘쿠토모리 레아의 팬티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 말은 다른 물건들도 유희 세계에서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 되지.’
창작물 속에만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무기를 현실로 가져와 사용한다면?
‘비록 템빨이라 하더라도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거지.’
나는 처음으로 내 성욕이 아니라 강해지기 위해 유희 목록을 탐색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세계는 ‘절대왕좌’다. 드라마와 게임까지 나온 이 소설은 마법이 있고, 특별한 힘을 가진 물건도 존재했다. 다만 몬스터도 있어서 더럽게 위험한 세계다.
‘내 능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군.’
두 번째는 ‘스타 오즈’다. 우주 배경의 SF영화로 외계인과 인간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곳이다. 제법 재밌게 본 영화였다.
‘내 해킹 능력을 십분 발휘 할 수 있지만… 너무 위험해.’
‘스타 오즈’는 사람의 목숨이 마치 개미 목숨처럼 그려진다. ‘절대 왕좌’ 이상으로 위험한 세계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은 그냥 강력한 무기만이 아니다. 기왕이면 영구적인 능력을 주는 물건이면 좋았다.
‘뱀파이어 형사… 이게 좋겠군.’
한국 드라마인 ‘뱀파이어 형사’는 뱀파이어가 된 형사에 대한 이야기다. 이 드라마의 후반부에는 ‘생명의 구슬’이란 물건이 나오는데, 뱀파이어가 먹으면 인간이 되고, 인간이 먹으면 늙지 않으며 신체능력이 초인적으로 변한다.
‘현대 서울이 배경이니 해킹 스킬도 사용할 수 있고, 드라마에 나오는 뱀파이어는 그렇게 초월적인 괴물도 아니지.’
나는 비교적 최근에 종영한 ‘뱀파이어 형사’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다. 유희 세계에선 미래를 알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신중하게 움직이면 어렵지 않게 생명의 구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 목적은 생명의 구슬을 얻고 바로 현실로 돌아오는 것. 드라마에 나왔던 여배우들을 따먹는 건 덤이지.’
진짜 덤이었다.
[뱀파이어 형사를 선택했습니다.] [아바타가 생성됩니다.] [선택 가능한 아바타의 설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강유진-22살의 천재 해커.
-어둠의 세계에선 ‘테이커’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설정이 하나뿐이었다.
‘……선택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냐.’
나쁘지 않은 설정이다. 원작 내용에 스며들기에도 썩 괜찮은 설정이기도 했다.
‘여자를 따먹는 건 어디까지나 덤이다.’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자신 없는 다짐이었다.
[유희를 시작합니다.]•••
“…….”
나는 어두컴컴한 방의 의자 위에서 눈을 떴다. 눈앞에는 빛을 내뿜는 모니터 3대가 있었고, 그 옆에 커다란 컴퓨터 본체가 위이잉 거리며 가동하고 있었다.
방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맥주캔과 컵라면 용기. 그리고 등 뒤에 있는 정리되지 않은 침대.
‘방구석 폐인의 방이군.’
나는 우선 눈앞에 있는 컴퓨터를 해킹했다.
내가 빙의한 아바타인 ‘강유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었고, 눈앞의 컴퓨터는 개인정보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었다.
[해킹에 성공했습니다.] [강유진의 컴퓨터를 3분 동안 해킹 할 수 있습니다.]“……오?”
보안이 높은 것들을 위주로 살펴보던 와중에 내 흥미를 끄는 것을 발견했다.
고객 명단.
거기에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문지혁.
드라마, ‘뱀파이어 형사’의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