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24)
〈 124화 〉 124.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24.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마지막 3번째 조건은……. 음. 듣기 싫으면 지금 말해.”
“…듣겠습니다.”
베칸은 유리아를 피해 옆으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품에 숨기고 있던 단검을 꺼내 나를 향해 휘두른다. 그의 단검에는 오러가 맺혀 있다. 단검이 노리는 것은 내 왼쪽 팔이었다.
나를 노린 것은 내가 유리아의 주인이고, 내가 유리아에게 팔을 자르라고 명령한 걸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만만해 보였거나.
“우선 내 팔의 빚은 갚은 뒤에 말이야!”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유리아가 베칸보다 빠르게 내 곁에 와있었으니까.
카앙!
단검이 부딪혔다.
“언제…!”
베칸이 경악하며 뒷걸음질 쳤다.
유리아가 움직였다. 그녀는 베칸의 오른팔을 잡아 꺾어 버리고는 왼쪽 눈에 단검을 쑤셨다가 뺐다.
“끄아아아아악!”
베칸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유리아의 구두가 베칸의 머리를 사정없이 차버렸다.
“주제가 넘는 것에도 정도가 있습니다…! 설마 제 분간도 하지 못할 정도로 머저리 일 줄은! 주인님! 제게 1시간만 주시길! 이 남자에게 제 주제를 알도록 교육하겠습니다!”
유리아가 말했다. 짜증이 서려 있는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설마하니 그녀가 이렇게 까지 격렬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그, 그래. 1시간 정도야 뭐.”
내가 살짝 압도당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비어 있는 옆방을 쓰겠습니다. 자, 가시죠. 베칸 씨.”
“크억!”
유리아는 장갑을 낀 손으로 베칸의 머리채를 거칠게 휘어 잡고는 문밖으로 나갔다. 난 얼떨떨하게 문을 쳐다보다가 바닥으로 시선을 내렸다. 베칸이 흘린 피와 눈동자에서 나온 액체가 지저분하게 뿌러져 있었다.
잠시후.
옆방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아아아아악! 그만! 그만하라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것 같았다. 동시에 호기심이 올라왔다. 나는 슬쩍 문밖으로 나가 옆방의 문틈으로 내부를 살펴봤다.
“으으으…. 잘 못… 했습니다. 그만… 해주십시오. 제가 잘 못… 아아악!”
“전 당신이 조금 더 이성적일 줄 알았습니다. 용병단이었다곤 하나 지금은 도시 제일의 상단을 가진 주인이니까요. 헌데 그 본성은 어디가질 않는 모양이군요.”
파지지지직!
“끄르르르르…!”
유리아의 손에서 전기가 흘러나왔다.
영천류의 뇌광만 사용할 수 있는 나와는 달리 유리아는 영천류의 뇌광과 암영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당신이 해야 하는 건 한 가지뿐입니다. 주인님을 공손히 대할 것. 이 정도는 아무리 머저리인 당신이라도 지킬 수 있겠죠.”
전기 고문은 기본이었다. 살을 잘라 내거나 가죽을 벗기는 고문도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유리아는 포션까지 아낌없이 사용해 쉬지 않고 고문하고 있었다.
‘……어우.’
나는 시선을 뗐다. 보고 있으면 내가 다 아플 정도였다.
그리고 약속한 1시간이 지났다.
베칸은 아까처럼 내 앞에 마주앉았다. 다만 아까와 다르게 왼쪽 팔과 왼쪽 눈이 없다. 또한 아까는 제법 결연한 분위기를 흘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다.
힐끗힐끗.
베칸은 테이블 옆에 있는 유리아를 끊임없이 눈치 보고 있었다. 유리아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하면 몸을 벌벌 떨었다.
“베칸. 나를 봐야지. 지금 너와 대화하고 있는 건 유리아가 아니라 나야.”
“죄, 죄송합니다! 용서를! 용서를!”
베칸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애처로울 정도다. 고작 1시간 만에 이렇게 변한다는 게 놀랍다.
“…용서하지. 아까 했던 대화를 계속할까.”
“상단을 바치겠습니다! 세금도 꼬박꼬박 내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니… 으으….”
베칸이 말하면서 유리아의 눈치를 봤다. 심하게 떨고 있었다.
“음. 좋아. 그럼 네가 지켜야 할 세 번째 조건을 알려줄게. 유리아.”
“네. 주인님. 여기 있습니다.”
유리아가 테이블 위에 유리병을 올렸다. 그 안에 끈적한 시커먼 액체가 담겨있다. 타르처럼 생겨서 기분 나쁘다.
“전십독(傳十毒). 중독되면 서서히 심장을 침식하지. 심장이 완전히 침식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열흘. 열흘 안에 해독약을 먹으면 침식했던 게 사라지지만, 독성이 사라지지 않아서 다시 서서히 심장을 침식하기 시작하지.”
해독약은 두 가지다. 독을 완전히 해독하는 완전 해독약과 심장 침식을 없애고 근원이 되는 독성만 남겨서 다시 열흘의 시간을 주는 해독약.
완전 해독약을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참고로 이 독은 유리아가 하센트에게 전수 받아 제조한 독이다. 비법 독이다.
‘하센트의 말로는 최상급 해독 마법사는 이 독을 마법으로 쉽게 해독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마법사를 쉽게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지.’
무엇보다 독만 먹이고 감시를 소홀히 할 생각이 없다. 헛짓거리를 하려고 하는 순간 죽여버릴 것이다.
“먹어. 해독약은 일정 기간마다 줄게.”
“…….”
베칸은 독병으로 손을 뻗지 못했다. 이걸 먹는다는 것은 내 노예가 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니. 어떻게 보면 노예보다 더 심하다. 적어도 노예는 독같은 걸 먹지 않으니까.
“이런 걸 먹지 않아도… 저는 잘 해낼 수 있습니다! 공자님에게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그러니…!”
“너 따위의 충성은 필요 없어. 먹어. 세 번 말하게 하지 마.”
“…….”
유리아가 베칸을 쳐다봤다. 그리고 차갑게 말했다.
“드시죠. 설마 주인님의 말을 무시하시는 겁니까?”
유리아가 눈살을 찌푸리자 베칸이 깜짝 놀랐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지금 먹겠습니다!”
베칸이 허겁지겁 독병을 쥐고 서둘러 입안에 털어 넣었다.
나는 감탄했다. 베칸은 저래 보여도 거친 일을 하던 용병이다. 오러 익스퍼트 하급이니 어느 정도 실력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고작 1시간을 고문당했을 뿐인데 거친 늑대가 겁에 질린 똥개새끼가 되었다.
‘유리아의 고문 실력이 상상 이상이야.’
이해는 간다. 유리아는 최근에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매일 감옥에 찾아가 프프렉 용병단을 고문했으니까.
꿀꺽꿀꺽.
베칸이 우리 앞에서 독을 삼켰다.
나는 흡족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
“앞으로 잘 부탁하네. 베칸 상단주. 테브라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함께 힘써보도록 하세. 하하하하하.”
“네…….”
“이참에 상단의 이름도 바꾸도록 하지. 블랙 타이거라니…. 이런 촌스러운 이름으로 상단을 운영한다니 말이 되나!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상단주?”
내가 기껏 살갑게 대해주는데 대답이 늦다. 내가 작게 혀를 차자 유리아가 단검을 슬쩍 내보였다.
“……새, 생각합니다. 공자님.”
화들짝 놀란 베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단 이름은 천마(天魔)…. 아니지. 이 세계에는 어울리지 않는 상단 이름이야. 페가수스라는 이름도 괜찮지만 뭔가 끌리지 않는군. 상단 이름은 코리아로 하지.”
“코리아… 좋은 이름입니다. 혹시 무슨 뜻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내가 굳이 그걸 자네에게 말해줘야 하나? 자네가 알아볼 생각은 없고?”
“죄,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잘 하는 게 좋을 거야. 날 실망시키지 말게. 내가 자네에게 실망한다면… 교육을 할 수 밖에 없어.”
교육이라는 말에 베칸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다.
“자, 잘하겠습니다! 절대로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믿겠네. 코리아 상단주. 하하하하하하하하.”
“…….”
“자네는 왜 안 웃나? 이 좋은 날에 웃음이 안 나오나?”
“코리아 상단의 미래를 생각하느라… 웃지 못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코리아 상단의 미래는 아주 밝을 거라네. 걱정말게. 하하하하하하하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얼마나 화목한 군신관계인가.
•••
다음날. 테브라 항구 도시에서 프루커스 저택으로 돌아온 나는 엘라인에게 여행을 가고 싶다고 부탁했다.
호위기사 10명과 동행한다는 조건으로 허락받았다. 기사들의 뒤치다꺼리를 할 하인들도 데려 가야한다. 그러다 보니 나를 포함해 총 25명이나 되는 인원이 되었다.
나는 불평하지 않았다. 여행을 허락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 방으로 돌아가는데 복도에서 카일과 마주쳤다. 카일은 방금 감옥에서 나왔다고 한다.
“자. 열쇠. 잘 썼어.”
“형이 좀 더 써도 돼.”
카일이 주는 열쇠를 받지 않았다. 당장 고대 전사 훈련소의 열쇠가 필요한게 아니었다.
“유진. 내일 여행을 간다며? 어디로 가는 거야?”
“왕국 북쪽에 있는 휴즈 설산에.”
“휴즈 설산? 뜨거운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는 신비한 산 말이지. 좋겠다. 나도 가보고 싶네.”
고대에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이 휴즈 설산에서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 때문에 설산은 여름이 되어도 절대로 녹지 않으면 평생 동안 눈을 유지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산에 쌓인 눈을 산 밖으로 가져오면 바로 녹아버린다고 한다.
“형도 같이 갈래?”
“내가 네 여행에 끼어도 될까?”
“괜찮아. 형제잖아.”
“그래. 잠깐. 어머니에게 허락받고 올게.”
카일이 기뻐하며 엘라인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카일이 여행에 끼어들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진짜로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도 아니었다.
‘내가 남작위를 받고 테브라의 영주가 되면 엘라인의 허락을 받고 움직일 이유가 사라지지.’
다른 건 몰라도 운신이 자유로워지는 것 하나 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엘라인도 따먹어야 하는데… 워낙 철벽이라 힘들단 말이지.’
엘라인과 단둘이 있을 때 몇 번 야릇한 분위기로 끌고 간적 있었다. 그런데 성공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엘라인은 철벽이었다. 엘라인은 절대로 일선을 넘지 않는다. 성감 고조를 이용해 은근슬쩍 스킨십을 해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따먹을 수 없다.
‘미약을 사용해버려? 아니…. 미약에만 너무 의존해선 안 돼. 미약에만 의존하면 재미가 없잖아.’
난이도가 클수록 성공했을 때의 만족감은 더 커질 것이다. 시간은 많다. 마나와 관리의 힘인지 엘라인은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흐흐흐. 그 철벽이 무너지는 순간이 기대되는군.’
•••
커다란 마차 안에 나를 포함해 4명이 탑승했다.
나와 유리아가 함께 앉았고, 그 맞은편에는 카일과 루시가 앉았다. 루시는 카일의 전속메이드였다.
루시 코브렛.
가신인 코브렛 남작의 딸이다.
꼬불거리는 적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는 유리아보다 어렸다. 그녀가 카일의 전속 메이드가 된 건 불과 반년 밖에 되지 않았다. 원래 카일의 전속 메이드였던 여자는 저택에서 일하던 서기관과 결혼하며 일을 관뒀다.
‘으음.’
원작에서 나왔던 만큼 예쁘긴 했다.
‘애매한데.’
얼굴은 예쁜데 몸매가 빈약했다. 유리아 보다 어리다는 것을 감안해도 너무 빈약하다. 유리아가 저 나이였을 때는 그래도 가슴이 살짝 부풀었었다. 근데 쟨 가슴이 전혀 부풀지 않았다. 아예 없다.
‘덮칠 생각은 없어.’
루시는 카일의 전속 메이드였다. 어설프게 건드렸다간 망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딱히 내 취향인 것도 아니니 내버려두기로 했다.
“휴즈 설산은 처음이에요! 너무 너무 기대되네요! 유리아 씨는 휴즈 설산에 가본 적 있으신가요?”
“아니요. 저도 휴즈 설산을 가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도 무척 기대돼요.”
루시는 활달한 성격의 여자였다.
거기다 유리아를 보는 눈에 존경과 흠모가 넘쳐난다.
‘유리아가 하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긴 하지.’
유리아는 미모도 뛰어나고 일도 못하는 게 없다. 어린 메이드인 루시의 눈에는 그녀가 무척이나 대단해 보일 것이다.
나는 멍하니 유리아를 쳐다보고 있는 카일에게 말을 걸었다.
“카일 형. 형은 설산에 가본 적 있어?”
“설산? 그야… 아니. 없어. 나도 처음이야.”
카일은 전생에 설산에 가본 적 있다. 그가 살고 있는 화산은 겨울이 되면 눈이 내릴 테고 설산이 된다.
“설산에는 예티라는 몬스터가 산다던….”
쿠웅!
히이이이이잉!
묵직한 소리와 함께 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마차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멈췄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문제가 일어난 게 틀림없다.
카일은 빠르게 마차의 창문을 열었다.
“헨트 경. 무슨 일입니까?”
“몬스터 무리와 누군가가 전방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플룬 기사단의 단장인 헨트가 말했다. 헨트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그를 비롯한 수 십 명의 기사들은 우리를 호위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런 사고는 달갑지 않은 것이다.
“앞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위험 합니까?”
“아닙니다. 그쪽도 어느 귀족가로 보입니다. 그쪽 기사들이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돕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카일은 고개를 저으며 마차 밖으로 나갔다.
“저희도 가세하도록 하죠.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카일 공자님. 전투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공자님은 마차 안에서 기다려주십시오.”
“아뇨. 저도 돕겠습니다. 사람이 위험에 빠졌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유진. 루시. 유리아. 너희는 마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의 성격이라면 직접 나설 것임을 처음부터 알았다.
‘이거 전형적인 클리셰잖아.’
주인공인 카일과 함께 여행 온 게 잘못이었다. 카일이 없었다면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구해준 사람이 귀족 영애라는 것에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