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27)
〈 127화 〉 127.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27.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휴즈 설산 근처의 마을 중 하나에 도착한 우리는 마차를 내리자마자 마을 뒤편의 휴즈 설산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와아….”
루시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럴 만도하다. 휴즈 설산은 무척이나 컸다. 또한 현대의 아름답고 자극적인 사진들을 여럿 보아온 나도 놀랄 정도로 휴즈 설산은 아름다웠다.
휴즈 설산은 그 이름답게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꼭대기는 구름까지 닿을 정도로 높았다. 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 산에 있는 눈들은 모두 만년설이다. 흙이 아니라 눈으로 쌓아 만들어진 산 같았다.
“유진 공자님.”
헨트가 다가왔다. 그는 자못 심각한 얼굴로 설산을 보고 있었다.
“휴즈 설산은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매우 위험한 곳입니다. 저 산에 살고 있는 몬스터는 휴트리스 백작가가 이곳의 관리를 포기할 정도로 많고 사납습니다. 무엇보다 환경 자체가 인간에게 적대적입니다. 철저한 준비를 한 베테랑 모험가도 간간이 살아돌아오지 못하는 곳이 휴즈 설산입니다.”
“알고 있네. 헨트 경.”
내가 설마 그런 기본적인 정보도 조사하지 않고 이곳에 왔을까. 휴즈 설산은 원작에서도 위험하다고 서술 되었던 곳이다. 내가 휴즈 설산의 위험성을 모를 리 없었다.
“헨트 경이 걱정하는 건 내가 휴즈 설산을 등산하는 것이겠지?”
“…예. 그 근처로 산책하는 것 까지는 가능하더라도 등산은 불가능합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어머니와 약속했지. 휴즈 설산에는 등산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난 그냥 휴즈 설산을 두 눈으로 보고 싶었을 뿐이네.”
“휴. 다행입니다. 유진 공자님이 고집이라도 부리셨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곤란했을 겁니다.”
“내가 고집을 부렸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
“아마도 백작 부인께 바로 보고했겠죠. 하하하.”
헨트는 품안에 들고 있던 마법 통신구를 슬쩍 내보였다. 저걸 통해 엘라인에게 보고했을 것이다.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걱정 말게. 이 마을에서 3일 간 푹 쉬다가 갈 테니까. 거처는 잡았나?”
“마을에서 가장 좋은 여관을 잡았습니다.”
“휴즈 설산의 특산물이 토끼 고기였던가?”
“예. 휴즈 설산의 토끼는 무려 1M 크기라고 하더군요. 토끼 고기가 무척이나 맛있다고 합니다. 저녁은 토끼 요리로 준비해두겠습니다.”
“부탁하지. 난 5일 동안 마차를 타고 와서 그런지 몸이 좀 피곤하군. 방안에서 저녁까지 쉬어야겠어.”
“다른 일은 생각 마시고 푹 쉬십시오.”
일을 하는 하인들을 내버려두고 유리아와 함께 헨트가 잡았다는 여관으로 향했다. 최고급 여관답게 건물 자체도 귀족 저택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뛰어났다.
‘부유한 평민이나 귀족을 상대하기 위해 지은 여관이군.’
휴즈 설산은 유명한 곳이다. 나처럼 여행이나 관광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휴즈 설산은 직접 두 눈으로 봐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나는 여관에서 가장 좋은 방 중 하나를 차지했다. 내부는 건물의 외양과 다르게 조금 실망스러웠다. 내부를 꾸미기에는 돈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딱 하나. 이 방에서 창문을 통해 볼 수 있는 뷰 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창문을 열면 새하얀 휴즈 설산이 바로 보인다.
‘휴즈 설산 사진은 나중에 기념으로 찍기로 하고… 지금은….’
나는 유리아를 쳐다봤다. 유리아는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낀 것인지 유리아가 나를 쳐다보며 미소를 그렸다.
“유리아.”
“네. 주인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유리아가 치마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팬티를 보고 눈동자가 커졌다.
“뭐야. 아무것도 안 했는데 푹 젖어 있잖아. 기대하고 있었던 거야?”
“주인님 때문입니다. 제 몸은 이미 주인님에게 너무… 익숙해져버렸으니까요.”
“나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지. 책임을 져볼까.”
•••
“후우우.”
카일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숨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얼어붙어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루시와 함께 휴즈 설산 근처를 산보하고 있었다. 뽀득뽀득한 눈을 밟으며 걸으니 전생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화산에 눈이 내리면 사형들과 함께 청소를 했지.’
화산에서 잡일을 하는 건 제자들의 몫이었다. 그때는 마냥 귀찮기만 했는데 지금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공자님?”
루시가 불렸다. 카일을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잠깐 생각에 잠겼어. 무슨 일이야?”
“별건 아니에요. 슬슬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너무 멀리가면 헨트 경이 걱정할 거에요.”
“그러네. 슬슬 돌아갈까. 루시는 휴즈 설산에 온 기분이 어때?”
“좋아요! 아마 오늘 일은 평생의 자랑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휴즈 설산은 생각했던 대로 무척 신비하고 아름다워요!”
“신비하다라…. 이 눈들은 휴즈 설산에선 평생 녹지 않는다지. 정말 신비한 산이구나. 어쩌면….”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카일은 어쩌면 만년설삼이 휴즈 설산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년설삼은 아주 추운 곳에서 자라는 오래된 산삼이다. 영원히 녹지 않는 만년설이 있는 곳에 만년설삼이 있다는 말을 전생에서 들었다.
‘설령 만년설삼이 정말 존재하더라도 이런 커다란 산속에서 어떻게 만년설삼을 찾겠어.’
휴즈 설산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 설산의 근방에 있는 것만으로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춥다. 지금 경지로 휴즈 설산에 들어가 봤자 얼어 죽을 것이다.
카일은 휴즈 설산을 올려다봤다. 보면 볼수록 화산이 떠오른다. 그리고 화산이 떠오를수록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 세계에서 화산파를 일으키려면 최소한 장문인 정도의 실력을 길러야 하는데…. 언제쯤 강해질지 그 경지에 도달할지 알 수 없구나.’
화산파는 강해야 한다.
그 어떤 외력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화산의 장문인이 될 자신은 최소 화경. 이 세계의 말로는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화산파의 중심이 되는 자신이 강해야 이 세계에 새로이 세워지는 화산파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급해 할 필요는 없어. 이 세계는 무림이 아니니까. 무림맹도 없고 마교도 존재하지 않지.’
그 대신에 귀족이라던가 몬스터라던게 존재하지만 다른 무인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화산파가 견제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자님! 눈이에요! 눈!”
카일은 루시의 높아진 목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함박눈이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설산의 광경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하늘에서 함박눈이 바람에 따라 흔들린다.
“……!”
카일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의 시선에선 함박눈들이 마치 떨어져 내리는 매화 꽃잎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매화 꽃잎들의 움직임이 마치 검술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꽃잎이 흔들리면 검이 흔들리고, 꽃잎이 회전하면 검이 회전하는 것 같았다.
“…아.”
카일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흘려 나왔다.
무언가. 무언가가 손에 잡힐 것 같았다. 더 높은 곳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공자님!”
루시의 물음에 카일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딘가로 올라가던 정신이 정상적으로 내려왔다.
‘조금만 더 있었다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루시를 탓할 수는 없다. 이 깨달음은 불현 듯 찾아온 것이었고, 루시는 무인이 아니었다. 깨달음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그 깨달음은 내게 아직 허락되지 않은 깨달음인가 보구나.’
카일은 쓴 웃음을 지었다.
“루시. 무슨 일이야?”
“저기 봐요. 유리아 씨가 있어요.”
“유리아?”
카일이 루시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그곳은 카일 일행이 머물기로 한 최고급 여관이었다. 총 5층의 귀족 저택같은 건물이었는데 5층 창가에 유리아가 있었다. 유리아는 창틀을 잡고 눈 내리는 휴즈 설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리아의 뺨은 붉어져 있었고 하얀 숨결을 토해내고 있었다. 카일은 추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휴즈 설산의 영향인지 이 마을은 한겨울 같은 추위가 느껴지니까.
유리아의 몸이 흔들린다. 그에 따라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숨결이 한층 많아졌다.
‘유리아가 고소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나?’
카일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루시를 따라 여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루시는 유리아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유리아 씨! 유리아 씨!”
멍하니 휴즈 설산을 쳐다보던 유리아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붉어진 얼굴의 그녀는 어딘가 야릇한 분위기를 흘리고 있었다.
“루시와… 카일 공자님이시군요. 산책 중이셨습니까?”
유리아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네! 지금 돌아가는 중이에요. 유리아 님은 뭐하시고 계셨나요?”
“방금 전 까지 짐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쉬면서 휴즈 설산을 보고 있었습니다. 하으….”
움찔. 유리아의 몸이 한 차례 크게 움직였다.
“얼굴이 붉으세요. 몸이 안 좋으신가요?”
“…네. 기후가 변해서 그런지, 흣. …좀 안 좋네요.”
카일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리아에게 말했다.
“유리아. 내가 보기엔 감기에 걸린 것 같아. 오늘은 너도 푹 쉬는 게 좋겠다. 유진은 뭐하고 있어?”
“유진 공자님은… 침대에서 쉬고 계십니다. 으읏….”
그때였다.
유진이 유리아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날씨 탓인지 두꺼운 겉옷을 걸친 유진은 유리아와 마찬가지로 붉어진 얼굴로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날 불렸어?”
“유진!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여. 지금 침대로 가서 쉬어.”
“여기 오기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나도 그렇고 유리아도 감기에 걸렸나봐. 오늘은 좀 쉬어야겠어. 미안한데 저녁은 형들끼리 먹어.”
“미안하긴. 몸이 나쁘면 당연히 쉬어야지.”
퍼억!
“하아으!”
“유리아?!”
갑자기 소리를 낸 유리아에 카일이 깜짝 놀랐다. 어딘가 비명 같으면서도 야릇한 목소리다. 카일은 설마 그녀가 저런 목소리를 낼 줄 상상도 못했다.
“미안. 유리아. 움직이다가 다리를 삐끗했어. 많이 아파?”
“아, 아뇨. 괘, 괜찮습니다.”
“추우니까 창문은 닫자. 형이랑 루시도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
창문이 닫혔다. 유진과 유리아는 푹 쉬려는 모양이다. 카일과 루시는 걱정스레 창문쪽을 쳐다봤다.
“유진 공자님과 유리아 씨…. 기껏 휴즈 설산에 여행 왔는데… 괜찮을 까요?”
“괜찮을 거야. 가벼운 감기 같으니까. 오늘은 푹 쉬게 내버려 두는게 좋겠어.”
•••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카일은 유진의 방을 주먹으로 두들겨 노크했다.
똑똑똑.
스윽. 슥. 문안에서 천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카일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공기가 느껴졌다. 벽한 쪽에 있는 난로가 따뜻하게 방을 데우고 있다.
카일은 침대에서 상체만을 일으킨 유진을 보았다. 감기 때문인지 이불이 유난히 두꺼웠다. 반면에 유진은 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다.
“저녁 전에 걱정되서 한 번 와봤어. 상태는 어때?”
“나쁘지 않아. 아마 내일이면 나을 것 같아. 여행의 여독이랑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에 몸이 약간 적응을 못했나 봐.”
“그래? 다행이야. 옷은 왜 그렇게 가볍게 입었어?”
“이불이 두껍잖아. 옷이 무거우면 더워서 못 자. 그리고 잘 때는 최대한 가볍게 입어야 잠이 잘 와. 난로가 있으니 따뜻해.”
“응. 네 말이 맞아. 그래도 감기에 걸렸으니 잘 챙겨 입어야지. 저녁은 어떻게 할 거야?”
“저녁은… 여기서 대충 먹을게. 형이 하인들에게 내 대신 부탁 좀 해줘.”
“알았어. 그런데 유리아는?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카일이 방안을 둘러봤다. 넓은 방 안에는 유진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유리아가 내 전속 메이드이긴 하지만 항상 같이 있진 않아. 유리아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어디로 갔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유리아도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니 옆방에서 쉬고 있지 않을까?”
“그렇겠지. 근데… 그, 하얀 스타킹은 뭐야?”
카일은 침대 끝쪽에 걸려 있는 하얀 스타킹을 가리켰다. 카일이 알기론 유진은 스타킹은커녕 귀족들이 흔히 입는 타이츠도 입지 않는다.
“…아. 아까 창문을 열었을 때 눈이 들어와서 스타킹이 젖었거든. 그때 유리아가 스타킹을 벗고 빨래를 한다고 정리했는데 실수로 놔두고 간 모양이야.”
“그 유리아가 실수를?”
“감기에 걸려서 상태 안 좋잖아. 카일 형. 스타킹에 관심 있어? 저거 가질래?”
카일이 당황했다. 그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쳤다.
“가지긴 무슨. 난 이만 가볼게. 푹 쉬어.”
카일이 문을 닫고 나갔다. 유진은 그의 기척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덮고 있던 두꺼운 이불을 들어 올렸다.
그곳엔 유진의 남성기를 입에 물고 있는 알몸의 메이드가 있었다.
“들키는 줄 알았네.”
유진이 킬킬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