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28)
〈 128화 〉 12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2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밤이 되었다.
나와 유리아는 두껍게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목표는 당연히 휴즈 설산이다.
밤에 휴즈 설산으로 떠나는 건 위험하니 좋지 않은 행동이다. 당연히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남들에게 행동하려면 밤에 움직일 수밖에 없다.
내가 휴즈 설산으로 온 것은 2가지 목적이 있어서다.
‘여행? 뭐하러 이딴 곳에 여행을 오겠어. 볼거리라고는 설산 밖에 없는 재미없는 곳에.’
진짜 여행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휴즈 설산이 아니어도 상관없이 프루커스 백작가 근처의 괜찮은 곳에서 대충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나는 현실에서 가져온 따뜻한 겨울용 옷들을 단단히 여미며 단검도 빠지지 않고 챙긴 뒤에 유리아를 쳐다봤다.
유리아는 항상 입고 있던 메이드 복이 아닌 코트와 망토로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검은 마스크 까지 쓰고 있어서 푸른 눈을 제외하면 드러난 곳이 없다. 그녀의 허리춤에는 검과 총, 단검, 도끼 등의 무기들이 장비되어 있었다.
“준비는 됐지?”
“네. 생필품들은 모두 그림자에 넣어 두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그녀가 생필품을 챙기지 않더라도 내겐 스마트폰이 있으니 문제없었다.
“늦어도 내일 점심까지는 돌아와야 돼. 가자.”
“네. 주인님.”
우리는 기척을 숨기며 저택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조금 돌아서 휴즈 설산 쪽으로 향했다. 바로 향하지 않은 것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의 흔적이 내일 기사들이 발견해 일이 귀찮아 질 수도 있다.
나는 휴즈 설산 입구에서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주인님. 그건?”
“이거? 스노우모빌. 그냥 달려가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잖아. 생각 외로 크게 비싸진 않더라.”
2인용 스노우모빌이다. 앞은 스키가 달려있고 뒤쪽엔 무한궤도가 달려 있다. 이건 ‘뱀파이어 형사’ 세계에서 구한 물건이다. 특별한 힘을 가진 물건이 아닌지라 다른 세계에서 사용한다고 해도 성능이 떨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나는 헬멧을 쓰고 운전대를 잡았다. 유리아는 내 뒤에 앉아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우리는 스노우모빌을 타고 휴즈 설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걸어가거나 뛰어 가는것보다 빠르고 편했다.
‘오우거 얼굴처럼 생긴 바위를 찾아야 돼. 원작에선 휴즈 설산 중턱쯤에 있다고 나왔지.’
그런데 얼마안가 문제가 발생했다.
스노우모빌이나 우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스노우 모빌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
“주인님. 오른쪽에서 아이스 트롤 3마리가 쫓아오고 있습니다.”
“아이스 트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푸른색 피부 가죽을 가진 커다란 체구의 아이스 트롤이 빠른 속도로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아이스트롤. 이름은 그럴싸 해보이지만 신체능력은 일반 트롤이랑 대동소이하다. 일반 트롤과 다른 점은 추운 환경에 적응했다는 것 정도다. 현실에도 존재하는 몬스터다. 아마도 작가가 현실의 몬스터를 그대로 원작에 써먹은 것일 테지.
‘트롤은 D등급 몬스터. 우리에겐 큰 위험이 되지 않아.’
지금의 나라면 마나를 사용한다는 조건 하에 트롤 3마리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리아는 두 말 할 것도 없다.
“계속 따라올 기세잖아. 거슬리게…. 죽여 버려.”
“네.”
유리아가 권총을 들고 트롤들을 겨누었다.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총구 앞에 마법진이 그려진다. 마법진이 완전히 그려졌을 때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
발사된 총알은 마법진을 통과했다. 위력 강화 마법진이다. 일반 권총으로는 트롤에게 피해를 줄 수 없기에 마법으로 위력을 강화해야 한다.
총알은 정확히 트롤의 몸에서 약한 부위, 눈구멍을 꿰뚫고 뇌로 파고들었다. 트롤 3마리가 설원 위에 쓰러진다.
“역시 유리아야.”
“별일 아닙… 주인님! 앞에!”
유리아가 다급하게 말했다. 나는 유리아보다 조금 늦게 정면에 있는 걸 발견했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유리아 만큼 어둠을 잘 꿰뚫어 보지 못 한다.
“젠장. 저건 또 뭐야.”
정면에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허공에서 움직이지 않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우리가 옆으로 피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니까.
“악령입니다. 제가 호들갑을 떨었군요.”
“제대로 형상을 갖추지 못한 놈이군. 돌아갈 필요는 없겠어.”
악령은 개체 차이가 심한 몬스터다. 제대로 된 놈들은 베테랑 헌터도 상대하기 까다롭다. 그러나 상대는 형상을 갖추지 못한 희끄무레한 연기 같은 악령이다. 평범한 물리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도 없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유리아는 단검을 손에 쥐었다.
단검의 검날에 시퍼런 오러가 맺힌다.
부우우우웅.
나는 스노우모빌의 속도를 낮추지 않았다. 스노우모빌이 악령의 밑으로 지나가는 순간, 유리아가 단검을 휘둘렀다.
끼아아아아아악!
악령이 비명을 지르며 사라진다.
악령을 죽이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최고로 효율적인 방법은 마나를 이용해 공격하는 것이다. 나처럼 마나를 사용해 육체를 강화시키는 방법은 안 된다.
나는 아직 오러를 일으키지 못하니 유리아처럼 악령을 죽일 수 없다.
‘대신에 나는 뇌전으로 악령을 죽일 수 있지.’
내가 사용하는 뇌전 특성은 마나와 활력을 소모한다. 뇌전의 근원이 마나이니 뇌전을 이용하면 악령을 성공적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제 쫓아오는 놈들은 없지?”
“…….”
드물게도 유리아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좀처럼 없는 일이다. 그녀의 정신이 다른 곳에 가있다는 증거였다.
유리아는 정면 왼쪽 대각선 방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다.
새하얀 언덕 위에 한 인영이 보였다.
“…예티입니다. 제가 상대하기엔 힘들 것 같습니다.”
“우리를 보고 있는 거지?”
“예. 우리를 확실하게 봤습니다.”
예티가 손을 흔든다. 아니, 무언가 던지는 시늉을 하는 것 같다. 내 눈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얼음창이 옵니다! 오른쪽으로!”
유리아의 말대로 스노우모빌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푹푹푹. 커다란 고드름같은 얼음창 3개가 우리가 있던 곳에 박혔다.
나는 입술이 바싹 타는 것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
예티. 즉, 설인(雪人)은 현실에서도 B급 상위의 몬스터다. 얼음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혼자서 활동하지만 가끔씩 무리 지어 활동하기도 한다. 무리지었을 때는 A급 헌터도 꺼리는 몬스터다.
‘이 세계의 예티는 바람을 다루는 능력까지 있지.’
고로 저 예티는 A급의 몬스터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여야 싸워볼만한 몬스터인 것이다.
“왼쪽에서 유턴을!”
나는 유리아의 말에 따라 스노우모빌을 몰았다. 푹푹푹푹푹! 얼음창이 바닥에 박힌다.
‘어우 씨…. 보기만 해도 살벌하네.’
마음 같아선 예티놈을 황천으로 보내버리고 싶지만, 싸우는 건 간단하지 않다. 거기다 예티는 내가 간신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먼 곳에 있다. 싸워도 승산은 별로 없고.
아우우우우우우우우.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오늘은 만월이다. 개지랄 떨기 딱 좋은 날이다.
‘휴즈 설산에 있는 늑대라면… 다이어 울프군.’
C급 몬스터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쳐다봤다. 다디어 울프 20마리가 우리를 향해 달려든다. 다이어 울프는 개개인의 강함은 트롤보다 약한 수준이지만 항상 무리지어 행동하고 민첩하다.
쓰으으으으으.
악령까지 여기저기 튀어나오는게 보인다. 놈들은 아까의 희끄무레한 놈들보다 더 선명한 몸을 가지고 있다.
“왼쪽에서 아이스 트롤 일곱 마리와 아이스 보어 무리가 옵니다.”
“멧돼지까지 냄새를 맡았나. 아주 맛집이 된 기분이야.”
태평한 척 말했지만 내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여기서 멈춘다면 몬스터의 밥이 될 것이다.
‘시발. 설마 이 정도 일 줄이야.’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연히 정면에서도 몬스터가 나왔다. 정면에서 나온 놈들은 유리아가 빠르게 처리해준 덕분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뒤를 쫓아오는 몬스터가 문제였다.
이미 몬스터 80마리를 넘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더 몰려들겠지. 낮이었다면 더 괜찮았을 텐데…. 괜히 밤에 움직이기로 했나?’
불행 중 다행인 건 예티가 우리가 아닌 몬스터를 향해 얼음창을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예티의 입장에선 우리나 몬스터들이나 똑같은 먹이로 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 보다 쉽게 잡을 수 있는 것부터 잡기 시작한 것이다.
‘멀리 있어서 다행이다. 아마 예티는 우리가 인간인 걸 모르고 있을 테지.’
인간임을 알면 우리를 노렸을 것이다. 몬스터는 본능적으로 인간을 최우선적으로 노리니까. 저 따라오는 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우거 얼굴 바위…. 오우거 얼굴 바위…! 어디 있는 거냐!’
까아아아아악!
공중에서 괴물의 소리가 들렸다.
내 뒤에 앉아 있는 유리아가 빠르게 반응했다. 그녀가 하늘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1M가 넘는 괴물 박쥐다.
‘여기서 몬스터가 더 늘어나잖아.’
부우우우웅!
스노우모빌이 엔진 소리가 시끄러웠다. 여차하면 해킹을 사용해 스노우모빌의 한계 속도를 뛰어넘을 생각이다. 이전에 ‘뱀파이어 형사’에서 해킹을 사용하면 성능을 일시적으로 초월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찾았다!”
오우거 얼굴 바위가 있었다.
힐끗. 뒤를 쳐다본다. 여전히 우리들을 따라오고 있다.
“저것들을 따돌려야 하는데….”
“잠깐 동안이라면 암전을 이용해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바로 부탁해!”
“네.”
유리아의 그림자에서 어둠이 뿜어져 나왔다. 이건 마법이 아니다.
영천류 암전(暗轉).
어둠을 뿜어내서 사방을 어둠에 잠기게 한다. 시전자 본인만 어둠을 꿰뚫어 볼 수 있다. 혹은 시전자 이상의 마나를 다루는 실력을 가져 어둠을 꿰뚫어 보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어둠을 꿰뚫어 볼 수 있다.
나는 암영이 터득하지 못했기에 암전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지식으로는 알고 있다.
시야가 캄캄해졌다. 나는 머릿속으로 거리를 가늠하다가 달리는 스노우모빌을 그대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바닥에 떨어지려는 내 몸을 유리아가 잡았다. 유리아가 날 들고 정면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유리아! 오우거 얼굴 바위 정면 아래쪽에 공간이 있으니 거기로 뛰어들어!”
“알겠습니다.”
푸욱!
우리의 몸이 눈 속으로 처박히고 아래쪽으로 쑥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도중에 어둠이 걷히고 시야가 돌아왔다.
‘시야가 어두운 건 똑같군. 그래도 마나를 사용하면 볼 수는 있어.’
우리는 비교적 딱딱한 눈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천장을 쳐다본다. 대충 5M 높이에 구멍이 있었다.
“……몬스터가 여기로 쫓아오지 않을까요?”
유리아가 걱정스레 말했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은 없어. 여긴 결계로 지켜지고 있으니까. 다이어 울프가 기가 막히게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해도 우리를 쫓아오진 못해.”
“결계…. 여긴 혹시 던전입니까?
“그 비슷한 곳이라 할 수 있지.”
우리는 몸에 묻어 있는 눈을 털어냈다. 돌아갈 때는 괜찮다. 안전한 비밀통로가 있으니까. 그곳을 이용하면 빠르게 설산 아래쪽으로 갈 수 있다. 일방통행이라 문제지.
“아마 이쪽일거야. 가자.”
새하얀 눈을 밟으며 안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눈이 점점 없어지고 기온도 따뜻하게 변했다.
“동굴이군요. 열기가 느껴집니다.”
“이 휴즈 설산의 비밀 중 하나가 외부와 달리 내부는 따뜻하다는 거야.”
우리는 동굴 속을 걸었다.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들어오니 살 것 같았다.
“……혹시 이 동굴이 따뜻한 건 용맥 때문입니까?”
“오. 바로 눈치 챌 줄이야. 네 말이 맞아. 정확하게는 용맥이 모이는 장소. 영맥이라 할 수 있지. 휴즈 설산의 전설은 기억하지?”
“에이션트 실버 드래곤이 설산에서 죽어 휴즈 설산의 눈이 녹지 않는다는 이야기 말입니까?”
“그 전설은 사실이야. 정확하게는 여긴 그 실버 드래곤의 둥지였지. 휴즈 설산이 만년설산이 된 것도 그 실버 드래곤이 마지막 모든 힘으로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야.”
그 이유는 원작에서 나오지 않아서 모른다.
“드래곤 레어가 주인님의 목적입니까?”
“아니.”
휴즈 설산의 전설은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다.
드래곤 레어? 모험가들의 손에 이미 옛날에 발견되었을 것이다. 지금 그곳은 드래곤 레어라 부를 수 없다.
“이곳에 살고 있는 난쟁이 놈들이 목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