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3)
〈 13화 〉 013. 뱀파이어 형사
013. 뱀파이어 형사
룸을 나온 박찬성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사장실로 향했다.
그곳에 통칭 마담이라 불리는 중년 여인이 있었다. 하얀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있다. 얼굴에는 주름이 있었지만 꾸준한 관리와 운동으로 30대 초중반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농익은 과실같은 여자다. 일반 아가씨들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요염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김미옥.
영혜정의 마담. 뒷세계에선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철의 여자다.
“6번 특별룸에 넣었습니다.”
6번 특별룸. 영혜정에서 유일하게 카메라가 설치된 룸이다.
“응. 보고 있어.”
김미옥이 한쪽 벽을 쳐다봤다. 얇은 TV가 있었는데, 화면 속에는 옷을 갈아입고 있는 유성진이 있었다.
“어머.”
김미옥은 그의 사각 팬티를 보고 입을 살짝 벌렸다. 팬티 너머로 묵직함이 느껴졌다. 젊었을 때 흑인을 상대해본 적 있었는데, 딱 그 사이즈를 떠올리게 만드는 크기였다.
“보통 놈이 아닙니다.”
“그래. 나도 입구 CCTV 영상은 봤어. 보고 얼마나 놀랬던지….”
김미옥이 노트북을 몇 번 조작하자 화면 일부에 아까 녹화된 CCTV 영상이 재생되었다.
커다란 체격의 남자의 뺨을 거침없이 때리고, 나이프를 일말의 주저 없이 허벅지에 박는 모습. 저건 결코 일반인이 아니다.
“두현이는 괜찮아?”
“예. 위험한 부위는 피했습니다. 다만, 몇 주 동안은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네. 근데 이 남자는 뭐야? 자기는 알아?”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 실력이면 보통이 아닌데…….”
박찬성이 말끝을 흐렸다. 저 정도 실력이면 진짜 어느 조직이라도 환영할 정도로 뛰어나다.
“어쩌면 다른 조직이 키운 킬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 조사해보겠습니다.”
“뱀파이어야?”
뱀파이어에 관해선 이미 알 사람은 알고 있었다. 거기다 대한민국의 화류계를 주름잡는 그녀가 뱀파이어를 모를 리 없었다.
“아닙니다. 이건 확신할 수 있습니다. 뱀파이어 특유의 기척이 없었습니다. 송곳니도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그럼 헌터 쪽?”
“뱀파이어 헌터는 저렇게 막무가내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상대가 뱀파이어가 아니라면 온화한 편입니다.”
“정체불명의 실력자라는 건데…. 정체가 뭘까.”
“…….”
박찬성은 입을 다물었다. 남자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도 남자가 누구인지, 무슨 목적으로 영혜정을 찾아 왔는지 알고 싶었다.
“애들이 걱정이야. 보아하니 성질이 장난 아니던데… 애들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건 아닐까?”
“동생들을 준비시키겠습니다.”
“……여기에 있는 애들로는 부족하니?”
최소 30명. 빌딩 곳곳에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남자들 전부가 박찬성의 동생들이자, 조직원들이다. 단체로 덤벼들면 남자하나 담그는 건 손쉬운 일이다.
“그놈은 두현이를 죽이려 했습니다. 제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대로 죽였을 겁니다. 아마도 이미 사람을 죽여 본 놈이고, 전투 훈련을 받아온 놈입니다. 만일을 철저하게 대비하고 싶습니다.”
박찬성은 두현이를 보던 남자의 시선을 떠올렸다. 그것은 뱀파이어의 눈과 흡사했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눈.
“제가 보기엔 놈의 정체는 셋 중 하나입니다. 싸이코패스거나, 킬러거나, 살인마.”
“……후우.”
김미옥이 한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영혜정이 자리 잡고 골치 아픈 일들이 몇몇 있었으나, 오늘 같은 일은 처음이었다.
지금 시대는 옛날과 다르다. 여기서 사람이 죽는다면 귀찮은 것들이 꼬일 수 있다. 인맥이 닿는 정치가의 힘으로 눌러보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최고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게 가장 좋았다.
“…아니야. 애들은 부르지 마렴.”
김미옥은 화면을 보았다. 남자가 자리에 소파에 앉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남자는 날뛰기 위해, 영혜정에 시비를 걸기 위해 찾아온 것 같진 않았다.
“내가 지켜 볼 테니, 넌 저 남자에 대해 조사해주렴.”
“알겠습니다. 마담.”
박찬성이 정중히 인사하며 문을 닫고 나갔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박찬성은 조폭이 아니라 유능한 비서처럼 보였다. 요즘 조폭은 엘리트라고 하더니, 박찬성을 보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
김미옥은 팔짱을 끼고 화면을 쳐다봤다.
그녀의 눈은 서릿발 같았다.
만약. 자신을 얕보고, 되먹지도 않은 목적으로 영혜정에 찾아왔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주리라.
그러나 화면을 지켜볼수록 눈동자에 서린 차가움은 사라지고 묘한 열기가 담겼다.
“하….”
•••
나는 박찬성 실장이 나가자마자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조용히 눈알을 굴려 주위를 확인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카메라가 있었다. 사방에 카메라가 있었다. 벽의 장식물로 교묘하게 숨겨뒀지만, 집중하고 찾아보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일반인보다 더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충 5개 정도인가. 내가 뭘 하든 다 보이겠군. 음.’
아마도 이 룸에만 특별히 카메라가 존재할 것이다. 다른 룸에도 카메라나 도청기가 존재한다면 정치가들이 영혜정을 비호 할 리가 없다.
‘뭐, 이해해. 입구에서 사고를 쳤는데 그냥 내버려두기에는 겁나겠지. 내버려두면 무슨 사고를 칠 줄 알고.’
도청기는 찾지 못했지만 아마도 존재 할 거라 생각한다.
상관없었다.
‘누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꼴릿 한데?’
나는 속으로 킬킬 거렸다. 아무래도 내겐 관종 기질이 있는 모양이다.
‘영 시간이 안 가네.’
기다리다 보니 아까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나는 떡대를 일개 캐릭터로 생각했다.
이딴 가짜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게임으로 치자면 NPC다.
……아니. 정말 가짜인가? 지금 내가 느끼기로는 현실과 다를 게 없었다.
헌터의 능력으로 세상 하나를 창조하는 게 가능한가?
‘……모르겠다.’
나는 그냥 의문을 내던졌다. 아무 단서 없는데 유추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무슨 추측을 하든 그건 내 단순한 망상에 불과할 것이다.
‘그보다 떡대다. 나는 놈을 죽이려고 했어.’
그 놈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 지금도 그렇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지. 거슬린다고 다 죽여 버릴 수는 없어.’
나는 강한 힘으로 모든 걸 파괴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래봤자 당장 순간에는 재밌을지 몰라도 이후에는 지루할 뿐이다.
‘치트키를 쓴 게임과 같지.’
압도적인 힘으로 몬스터를 죽이고, NPC도 죽인다. 즐거운 건 딱 잠시간뿐이다. 그 후에 찾아오는 것은 지겨움과 허무함이다.
게임에 괜히 승리조건이 있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모든 것이 새롭지 않다는 뜻이니까.
‘자제하자. 웬만하면 죽이지는 말고 반만 죽이자.’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평소에 실없이 중얼거리는 말이 아니다. 이건 앞으로의 ‘유희 생활’에 대한 다짐이었다.
유희를 유희로서 즐기기 위해선 최소한 그 세계관에 맞게 행동 할 필요가 있다.
‘…뭐, 난 충동적인지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룸의 문이 열리며 여자들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가장 앞장서 들어온 것은 적갈색 단발 웨이브의 여성이었다. 붉은 립스틱을 치한 도톰한 입술이 색정적이다.
이름은 레이카.
현실의 그녀를 연기한 여배우의 이름은 나아연. 애 딸린 유부녀에 30대 후반의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관리를 꾸준히 해와서 그런지 얼핏 보면 20대 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던 여배우다.
그녀는 붉은색의 몸에 착 달라붙는 짧은 원피스를 입었다.
가슴은 꽉 찬 C컵이다. 가슴을 향한 내 눈썰미는 틀리지 않는다.
“후후. 젊은 분이시네? 젊은 남자가 여기 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헤라.
가슴 언저리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의 여성이다. 머리카락엔 살짝 볼륨이 들어가 있어 우아해 보인다.
등과 가슴골이 파인 검은 원피스를 입었다. 치마는 앉으면 팬티가 그냥 보일 정도로 짧았다. 군살 하나 없는 몸매로 셋 중 가슴이 가장 큰 D컵이었다.
현실에선 과거에 신입상까지 받은 적 있는 여배우다. 이름은 신혜진. 눈꼬리가 살짝 처졌는데 그게 매력이었다.
내 기억 속으로는 청순한 이미지인데,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는 요염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미영이에요.”
막내 미영.
검은색 긴 머리를 고무 끈으로 묶었는데 어린 얼굴이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새내기 여대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실에선 해체한 아이돌 걸그룹 출신의 여배우다. 이름은 오지혜. 솔직히 난 아직도 오지혜가 무슨 걸그룹 출신인지 모른다. 내가 모르는 걸 봐선 어마어마하게 망했나 보다.
몸에 착 달라붙는 살구색 레깅스를 입었다. 상하의가 분리되어 있었는데 11자가 새겨진 복근이 훤히 드러났다. 가슴은 B컵으로 셋 중에 가장 작았지만, 허리 라인이 죽여준다.
레깅스 특징상 입고 있는 팬티의 윤곽이 훤히 드러났다. 어딘가 순진한 표정과 다르게 대담한 T팬티였다.
“……후.”
내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몸이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이미 내 좆은 그녀들을 보자마자 절반쯤 발기하고 있었다.
“난 성유진이야.”
가볍게 내 소개를 끝낸 난 테이블 위로 가진 돈, 1,500만 원을 몽땅 올렸다.
“응?”
“오늘 질척하게 놀아보자.”
지금 난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눈앞에 있는 여자들의 보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실제 현실의 여배우들의 보지와 어떻게 다른지 직접 비교해보고 싶었다.
나는 자켓을 터프하게 벗어 던지고 셔츠의 윗 단추를 천천히 풀었다.
내 눈은 이글이글 거리고 있었다. 술따윈 관심 없다. 내 목표는 오로지 너희를 따먹는 것이다.
내 마음을 읽을 것일까. 연륜이 있어 보이는 레이카가 곤란한 얼굴로 웃으며 내게 말했다.
“저기. 젊은 오빠. 여기 그런 곳 아니야. 술 먹고 노는 곳이지.”
개소리.
드라마에선 확실히 건전하게 나왔다. 대한민국의 방송계는 워낙 수위에 민감하니까.
그러나 이건 드라마 따위가 아니었다.
성매매도 없이 대한민국 최고의 룸살롱이 된다고? 그것도 정치인들이랑 대기업 임원들이 그냥 술이랑 노래만 즐기다가 돌아간다고?
머리가 좀 돌아가면 아무도 안 믿을 말이다.
“……아. 그래?”
“젊은 오빠. 매너 있게 행동하면 우리가 오늘 신나게 놀아줄게~”
나는 레이카의 말을 한 귀로 흘러들으며 자켓을 손에 들었다.
“잠시만. 딱 5분만! 여기서 기다려. 금방 갔다 올게.”
“오빠?”
나는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초조하게 타고 3층으로 내려갔다.
“어, 손님?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잠시 나갔다 올게.”
정문 입구로 나가 계단을 내려갔다. 빌딩을 나선 내가 간 곳은 근처에 있는 ATM 코너였다. 택시를 타고 올 때 봐두었다.
헐레벌떡 ATM 기기의 앞으로 온 나는 카드를 넣기 시작했다. 옆에 웬 아저씨가 있었지만 흥분된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1,500만원으로 부족했나. 다른 룸이었다면 충분했겠지만… 여긴 안 된단, 이 말이지.’
나는 씨익 웃으며 ATM기기로부터 돈을 빼냈다. 몇 차례나 반복하고 ATM의 현금이 떨어지면 옆의 ATM기기로 옮겼다.
레이카. 헤라. 미영.
세 사람은 화류게의 정점이라 할 수 있었다. 돈이야 얼마나 들어도 상관없다.
나는 지금 성욕에 지배당한 한 마리의 발정난 개다.
‘어차피 내가 번 돈도 아니고.’
1억.
대충 뽑아든 주황색 지폐들을 자켓에 넣고 보따리처럼 싼다. 내 행동을 보고 있던 아저씨가 경악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돈 보따리를 들고 영혜정으로 돌아갔다.
입구에는 아까 나와 드잡이질을 벌였던 떡대가 아닌 다른 조폭이 있었다. 얍삽하게 생긴 그놈은 나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넌 교육 좀 받았구나. 수고.”
급했다. 진짜 급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1초가 내겐 1분처럼 느껴졌다. 룸에 도착했을 때는 환희마저 느꼈다.
그녀들은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는데, 워낙 치마가 짧아서 그 허벅지 틈사이로 팬티가 엿보였다.
“어, 오빠? 화장실 갔다 온 거야?”
“으음. 밖에 나갔다 온 것 같은데.”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술안주와 고급 양주들을 죄다 옆으로 밀치고는 자켓 보따리를 올렸다.
보따리를 풀자 5만 원짜리 지폐들이 와르르 무너지며 드러났다.
5만 원의 언덕. 그것만큼 어울리는 단어들은 없으리라.
“1억. 기존에 있던 것까지 합해서 1억 1천 5백만 원. 이 정도면 질퍽하게 놀 수 있겠지? 아니면 이 정도로도 부족하나?”
놀라 입을 벌린 그녀들을 나를 미친놈 보듯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