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35)
〈 135화 〉 13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3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페서스를 한 차례 갈군 나는 만들어지고 있는 저택을 한 차례 둘러봤다.
내가 드워프들을 욕하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빨리 저택이 완성 된 모습을 보고 싶어.’
저택 디자인은 내가 했다. 정확하게는 건축 설계사에게 의뢰해 내가 원하는 모양의 저택의 설계도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
드워프는 낯선 현대의 설계도를 보고 고작 몇 시간 만에 이해하고 곧바로 기초 작업을 시작 했다.
‘저택에서 떨어진 곳에 감옥을 만들고, 손님용의 별채도 지어야 하고… 해야 할 일이 많아.’
돈은 충분하다. 건축 자재 대부분은 코리아 상단을 통해 구했다. 정 구하기 힘든 건축 자재는 현대에서 구해 가져왔다.
‘흐흐…. 이 넓은 저택에 여자들을 가득 채우는 거야.’
나를 제외한 남자를 내 저택에 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기사나 병사? 지금 당장은 필요 없다. 테브라 도시의 치안은 꽤 괜찮은 편이다. 바다에서 가끔 도시로 올라오는 해양 몬스터를 제외하면 위험 요소는 없다.
‘경비병 선에서 처리 할 수 있지. 테브라 도시가 발전한다면 그때 가서 고용하면 돼.’
프루커스 백작가의 플룬 기사단은 데려 올 수 없었다. 그들의 소속은 프루커스 백작가이고 저택을 지킨다는 임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병력부터 채운다면 남들은 내가 전쟁을 준비하는 걸로 보이겠지.’
젠트는 십중팔구 민감하게 반응 할 테니 병력은 나중에 천천히 꾸리는 것이 낫다.
‘저택에 여자만 있으면 소문이 좋지 않겠지만… 남장 시키면 돼. 흐흐.’
나는 이 저택이 완성되는 것을 상상하며 히죽 웃었다.
•••
프루커스 백작가에 3명의 모험가 무리가 찾아왔다. 2명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성이었다. 그들을 반긴 것은 놀랍게도 플룬 기사단의 단장인 헨트였다.
“이쪽이다. 이쪽. 이쪽에 우리 플룬 기사단의 거처가 있지.”
헨트가 모험가들을 안내했다.
“헨트. 설마 네가 기사단의 단장이 될 줄이야.”
허리춤에 검을 장비한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갈색 수염을 가슴팍까지 기른 그는 멋들어진 기사 정복을 입은 헨트의 몸을 자꾸만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실례야. 노플. 헨트는 기사가 되기 충분한 실력을 갖췄어.”
무리 중에 유일한 여자. 프네린이 말했다. 로브를 뒤집어쓰고 스태프를 손에 든 그녀는 전형적인 마법사였다. 로브 틈으로 드러난 얼굴은 곱지만 중년의 나이는 어쩔 수 없었는지 주름이 군데군데 보였다.
“나는 헨트가 성공할거라 생각했다. 설마 대영주의 기사단장이 될 정도로 성공할 줄은 몰랐다만.”
다른 한 명은 긴 금발을 가진 엘프 남성이었다. 피부가 하얗고 길쭉한 귀를 가지고 있다. 올해 150살이 넘는 그는 얼굴에 있는 약간의 주름을 제외하면 정말 젊어 보였다. 이름은 베데르. 정령 궁수다.
“하하. 너희들은 별로 변한 게 없구만.”
헨트가 기분 좋게 웃었다.
용병과 모험가. 하는 일을 별반 다를 게 없는 그들은 한때 모여서 함께 던전을 공략하며 대륙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게 무려 15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프루커스 백작가에 들어와도 괜찮은 거야?”
프네린이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대영주의 저택이라 생각하니 괜히 눈치가 보였다.
“괜찮다. 이미 백작부인께 너희들의 출입을 허락 받았지. 거기다 요즘 저택은 풀어져 있다고 해야 하나…. 여러 가지로 널널하거든.”
“널널하다니? 대영주의 저택이니 당연히 바쁜 거 아니었어?”
노플의 되물음에 헨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프루커스 백작가는 좀 특별하거든. 현재 이 저택에는 백작부인 밖에 없어. 가주인 엔티온 님과 장남인 젠트 공자는 우트렌 성에서 생활하고 있지.”
“응? 프루커스 백작의 아들은 셋이 아니었어?”
“삼남인 유진 공자는 2달 전쯤에 남작위를 받고 테브라의 영주가 됐지. 그리고 차남인 카일 공자는….”
헨트는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 생각해봐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이건 모두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공공연연 한 비밀이다만, 카일 공자는 한 달 전에 가출 하셨다.”
“가출?! 공자가 왜? 뭐가 부족해서?”
“그거야 나도 모르지. 난 카일 공자와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었어. 저번에 휴즈 설산으로 여행 갔었는데 그때 감명이라도 받았나 보지 뭐.”
껄렁한 헨트의 말투에 베데르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기사란 놈이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냐?”
“카일 공자가 여기에 있는 것도 아니니 아무렴 어떠냐. 그보다 안으로 들어가라. 여기가 우리 플룬 기사단의 훈련장 겸 숙소다. 우리 전용의 병영이라 할 수 있지.”
셋은 헨트를 뒤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입구에는 기사 스콰이어가 평소와 다르게 갑옷을 갖춰 입고 창과 검을 무장한 채로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는 스콰이어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오셨습니까! 단장님!”
스콰이어가 우렁차게 외쳤다.
헨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도 수고가 많군.”
간단히 인사를 한 헨트는 오랜 친구들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군기가 바짝 들어있던데… 우리 온다고 일부러 시킨 거 아니야?”
뛰어난 눈썰미를 가진 노플의 질문이었다.
헨트는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노플 이 날카로운 새끼. 바로 눈치 까는군.’
실제로 헨트는 플룬 기사단 전체에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옛 친구들이 찾아오는데 해이한 기사단을 보여주면 자신의 폼이 살지 않는다. 헨트는 그들에게 자신의 위엄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슨 그런 모욕을 하나? 우리 플룬 기사단은 평소에도 항상 긴장감을 갖추고 있지. 언제 일이 터져서 출격하게 될지 모를 일이니까. 평소에 몸을 긴장시켜 놓아야 여차 할 때 제대로 검을 휘두를 수 있지.”
“아…. 미안. 옛날의 네가 떠올라 지금의 너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말이야.”
“이해한다. 나도 가끔 옛날의 날 떠올리면 지금의 내가 기사단장이란 사실에 깜짝 놀라지. 들어와라. 여기가 내가 사용하는 집무실이다.”
헨트는 옛 친구들에게 자신의 집무실을 소개 시켜주었다. 집무실은 번쩍번쩍 했다. 어제 스콰이어들을 불러 구석구석 청소를 했다. 현재 헨트의 집무실은 먼지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오오오.”
옛 친구들의 감탄사에 헨트의 콧대가 올라갔다. 특히나 벽에 장식해놓은 검들이 인기가 좋았다.
“잠시 기다려라. 내가 직접 차를 대접해줄테니.”
“차를 대접해준다고? 네가?”
“지금의 난 차를 자주 즐기고 있다. 너희들을 위해 특별한 차를 꺼내지.”
헨트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마법 주전자와 찻잔을 꺼냈다. 마법 주전자를 가동시키자 안에 들어있던 물들이 펄펄 끓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손에 쥐고 찻잔에 넣기 시작한 헨트를 보며 프네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그건 뭐야?”
“아. 이건. 믹스 커피다. 뜨거운 물과 찻잔만 있으면 누구든 간단히 커피를 만들 수 있지.”
“커피?”
나름 차를 즐기는 마법사인 그녀는 커피라는 차를 처음 들어봤다.
“검은 가루랑 하얀 가루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게 차라고?”
“유진 공자가 발명한 차의 일종이다. 요즘 푸르커스 영지에서 유행하고 있지. 백작 부인께서도 자주 이 커피라는 것을 즐기지.”
헨트는 마법 주전자를 들고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붓기 시작했다.
“…이거 향기는 꽤 좋은 걸.”
“이게 유행하는 차라고…?
“커피라고 했나? 색깔은 꽤 좋지 못하군. 흙탕물 같은 색이다.”
커피의 겉모습은 좋지 못했다. 진한 갈색은 흙탕물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향기는 제법 좋아서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일단 한 번 마셔봐라. 마셔 보면 알거다.”
헨트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헨트도 처음엔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본래부터 차를 즐기지 않는 타입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믹스 커피는 일할 때마다 묘하게 땡긴다. 요즘엔 하루에 한 번은 꼭 마시고 있다.
후르릅.
헨트가 먼저 커피를 마시자 옛 친구들은 조심스레 찻잔을 들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이건….”
“맛있어! 홍차 보다 더 맛있잖아?!”
“흙탕물 같은 외견과 달리 정말 맛있군. 향도 뛰어나다. 설탕이 들어갔나?”
프네린은 책상 한쪽에 있는 상자를 쳐다봤다. 믹스 커피라고 했던가. 저 봉지를 뜯어서 찻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 것만으로 간단히 만들 수 있다. 거기다 봉지에 포장되어 있으니 챙기기도 쉬워보였다.
“믹스 커피라고 했지? 어디서 구한거야? 따로 구입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이건… 아직 파는 물건이 아니다. 유진 공자의 말에 따르면 몇 달 뒤에 코리아 상단을 통해서 제대로 판매 한다더군. 내가 몇 상자 가지고 있으니 나중에 한 상자 정도는 챙겨주지.”
“정말? 고마워. 헨트! 아니, 헨트 경!”
“그냥 편하게 불러라. 그보다 이것도 한 번 먹어봐라. 유진 공자가 발명한 과자인데 기사들이 아주 좋아하지.”
“신기하게 생겼네. 과자라고?”
“아아. 이건 초코파이라는 거다.”
•••
헨트는 옛 친구들을 데리고 훈련장에 들어갔다.
기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단장님!”
“음. 마레틴 경. 오늘도 열심히 단련하고 있군. 별일은 없나?”
“없습니다!”
옛 친구들은 숨을 죽이며 기사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기사들의 훈련은 직접 볼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그게 설령 연기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헨트. 기사들이 사용하는 저 물건들은 뭐지?”
엘프 베데르가 물었다.
“유진 공자가 만든 운동기구다. 그냥 운동하는 것보다 저렇게 기구를 이용하면 더 수월하게 근육을 단련할 수 있지.”
“…또 유진 공자인가. 아주 대단한 사람이군.”
“그래. 아주 대단한 사람이지.”
헨트의 목소리는 살짝 우울했다.
유진이 저택을 떠나면서 그는 항상 받던 유진의 선물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유진의 코리아 상단이 제대로 일을 해주길 원할 뿐이다. 그래야 맥주 캔이나 담배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으니까.
“저 신발은 뭐지? 모두 똑같은 걸 신고 있군.”
“아. 저건 유진 공자가 발명한 전투화다. 입기도 편하고 내구도도 뛰어나고 방수도 돼서 갑옷을 입지 않을 때는 저걸 신지. 저걸 정식으로 판매하면 아마 불티나게 팔릴 거다.”
“호오. 그래?”
옛 친구들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 모험가들인 그들은 여행 도중에 신발이 터져 고생한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정말로 내구도가 뛰어나다면 저걸 구매할 의사가 충분히 있다.
이어서 저녁이 되었을 때. 헨트는 옛 친구들을 위해 아껴 두었던 캔 맥주와 라면을 꺼냈다.
“크으으으으! 이 캔 맥주라는 거! 엄청나군!”
“하하하. 노플.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자. 이것도 먹어봐라. 라면이다. 이건 아주 귀한거다. 너희들이니까 대접해주는 거지. 다른 놈들이었으면 보여주지도 않았다.”
옛 친구들은 냄비에 조리되어 있는 라면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그렇게 귀한거라고?”
“조리도 뜨거운 물에 재료를 넣어 끓이는 게 전부로 엄청 간단하고. 생긴 것도 그렇게 귀해 보이지는 않는데?”
“흐흐. 한 번 먹어봐라. 아주 신세계 일 테니.”
헨트는 능숙한 젓가락질로 라면을 집는 반면에 그들은 포크를 손에 쥐고 어색하게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으음!?”
옛 친구들의 눈동자가 커진다. 짜고 매운맛. 생전 처음 먹어보는 자극적인 맛이다. 그러나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자꾸만 끌린다.
“이것도 먹어봐. 그 어디에서도 먹어볼 수 없는 음료수니까.”
“검은색의 물이군. 먹물인가? 기포가 올라오기까지 하는군. 독인가?”
“독이라니. 재미없는 농담이군. 베데르.”
베데르는 살짝 경계하면서도 콜라가 든 컵을 들어 입에 가져다댔다. 그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그러나 컵에서 입을 떼지 않고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후우우. 이, 이건 또 엄청나군. 이것도 유진 공자가 만든 건가?”
“맞다. 유진 공자는 진짜 천재지.”
이후. 헨트는 식사가 끝난 뒤에 자연스레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옛 친구들이 물끄러미 그를 쳐다봤다.
헨트는 웃으며 그들에게 담배를 권했다.
“흐흐. 너희들도 한 번 피워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