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38)
〈 138화 〉 13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3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꿀꺽.
콘파로드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는 온몸이 긴장한 상태다. 이 도시의 주이인 바일런 자작을 만날 때도 이 정도로 긴장하지 않는다.
그가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여자 때문이다.
‘목덜미가 서늘하군. 이 여자는 위험하다.’
콘파로드는 노예 상인으로서 무려 5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노에 상인이었고, 철이 들 무렵부터 아버지를 도와 이 일을 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능력이 생겼다. 바로 사람을 관찰하는 능력이다. 사람을 파악하고 꿰뚫어 보는 능력만큼은 자신을 따라올 자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 능력이 지금 저 여자가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잘못하는 순간 자신은 물론이고 이곳의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저 여자의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저 여자의 주인… 유진 프루커스가 있을 때는 그나마 나았다.’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어도 지금처럼 맹수의 입속에 머리를 넣은 듯한 느낌은 아니었다.
‘유진 프루커스가 데리고 다니는 여자…. 아마도 전속 메이드인 여자겠지. 이름이 유리아라고 했던가…?’
유진 프루커스는 어중간한 귀족이 아니었기에 그 정보를 외우고 있었다. 이곳 바일런은 프루커스 영지와 제법 가까운 편이기도 하고 말이다.
“제법 오랫동안 걸은 것 같은데…. 어디까지 가시는 겁니까?”
유리아가 콘파로드를 향해 물었다.
그의 주위에는 2명의 건장한 체격의 남자 노예가 경계하며 유리아를 쳐다보고 있다.
“곧 다 왔습니다. 여기가 여자 노예들이 있는 곳입니다. 참고로… 여기에 있는 노예들은 제 노예만이 아닙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콘파로드 옹.”
이곳은 콘파로드가 총책임자로 있는 곳이긴 하나, 다른 노예 상인들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이 노예시장의 지분은 바일런 자작 20%. 콘파로드 40%, 나머지 노예 상인들이 40%라 할 수 있다.
콘파로드는 어느 한 문을 열었다.
끼리릭. 철컹.
그곳은 방들이 이어져 시장바닥을 떠올리게 만든다. 노예를 관리하는 직원들도 수 십 명이다.
“이곳이 바일런 노예 시장입니다. 여기에서 장사를 하는 노예 상인은 총 80명이 넘으며, 여기에서 판매되는 노예는 1,000명이 넘습니다.”
방금 전 그들이 있던 저택같은 곳은 VIP들을 위한 특별하고 특이한 노예들을 모아둔 곳이다.
“일반 노예들이 있는 곳이기는 합니다만, 이곳에서도 잘 찾아보면 특별한 노예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설명은 됐습니다. 원하는 노예는 젊고 예쁜 여성 노예입니다. 어려도 상관없습니다. 출신 성분은 가리지 않겠지만 되도록 처녀인 노예가 좋겠군요.”
“음. 꽤 넓은 조건이군요. 이곳을 오랫동안 돌아다니게 되겠습니다만… 괜찮으십니까?”
“상관없습니다.”
“예산은 어떻게 되십니까?”
“100억 네르입니다.”
“……꽤 많으시군요. 하지만 이곳의 노예들은 꽤 비쌉니다. 그건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유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법 노예 시장인 만큼 일반적인 노예보다 더 비싼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그 만큼 질적으로 뛰어나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콘파로드 옹!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한 남자 노예 상인이 콘파로드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군. 수트론. 중요한 손님이 오셔서 직접 모시고 있네. 자네의 노예들을 둘러봐도 되겠나?”
노예 상인은 힐긋 유리아를 봤다. 망토를 뒤집어써서 모습을 최대한 감추려하고 있지만, 드러난 얼굴은 매우 곱다.
그러나 노예 상인은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곳에서 일하다보면 절로 깨닫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는 괜한 호기심은 명만 재촉할 뿐이라는 것이다.
“당연합니다. 어떤 노예를 찾으십니까?”
“여자 노예네. 젊고 예뻤으면 좋겠군.”
“괜찮은 노예들이 몇 있습니다. 한 번 보시죠.”
노예 상인이 어느 한 철창을 가리켰다. 철창 안에 수갑과 족쇄를 찬 여자들 12명이 앉아 있었다. 저택에 있는 노예들과 다르게 누더기같은 옷들을 걸치고 있었다.
“얼굴과 몸을 제대로 보고 싶군요.”
유리아의 주문에 노예 상인은 곧바로 철창안의 여자들에게 명령했다.
“손님의 말을 들었겠지? 어서 옷을 벗고 몸을 보여라!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 독방에 가둬 놓을 것이다.”
노예 상인이 으름장을 놓자 여자 노예들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유리아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위생 상태가 생각보다 별로였다. 다행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여자들의 나이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모두 성인식을 치른 것으로 보인다.
“모두 처녀입니까?”
“4명을 제외하고 처녀입니다.”
“…….”
유리아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얼굴이랑 몸매를 보면 대충이나마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눈빛과 표정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저 노예가 좋겠군요.”
가장 중요한 판단의 기준은 외모다. 외모가 평균 이하면 노예로 구입할 생각이 없다.
노예 상인의 입에서 여자 노예의 이름이 나왔다.
“리젤이군요.”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콘파로드는 의외라는 듯 유리아를 쳐다봤다.
유리아가 고른 노예는 주황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였다. 몸은 비쩍 말라서 결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었다. 두 눈빛도 흐릿한 것이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여자다.
“의외로군요. 옆에 있는 여자 쪽이 더 건강하고 좋지 않겠습니까?”
리젤이라 불린 노예보다 더 뛰어난 미색을 가지고 있다. 나이가 더 많다는게 흠이긴 한데 고작해야 3~4살 차이다.
“저 노예로 정했습니다.”
“음.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보시는 겁니까?”
유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콘파로드의 말대로 리젤의 미래를 생각했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이고 관리한다면 옆에 있는 여자보다 더 뛰어난 미색을 갖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근골이 제법 뛰어났다.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에 달하는 강자인 유리아의 눈에는 리젤이 가진 재능이 보였다.
인간 관찰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노예 상인에 불과한 콘파로드가 알아보지 못하는 분야다.
“1억 2천 네르입니다. 하하. 리젤은 처녀다 보니 가격이 좀 붙었습니다. 이해하시죠?”
유리아는 곧바로 대금을 치렀다.
“하하. 감사합니다! 다른 노예는 필요 없습니까?”
“괜찮은 노예가 없군요.”
원한다면 가격을 흥정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그녀는 최소 10명 이상의 노예를 구입해야 했다.
“콘파로드 옹. 바로 다음으로 가죠.”
유리아는 노예 증서를 손에 쥐고 수갑과 족쇄를 찬 노예를 이끌고 시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대부분의 노예 상인들은 유리아를 공손하게 대했다. 다만 일부의 노예 상인들 중에는 유리아를 불손한 눈길로 쳐다봤다.
“콘파로드 옹. 이 여자… 제법 값이 나가는 것 같은데… 노예로 삼으면 안 됩니까?”
“자네 미쳤나? 이 분은 귀하신 분이야. 자네가 함부로 대할 수 없단 말일세.”
“아. 귀하신 분이구나. 이거 실례했습니다. 크크.”
무례한 노예 상인은 콘파로드의 호통에 바로 뒤로 물러났다.
유리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미행이 붙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무장을 한 남자들이 자신의 뒤를 밟고 있다. 제법 뛰어난 실력을 갖춘 노예 사냥꾼들이다. 노예 시장을 떠나는 순간 바로 노예 사냥꾼들이 공격해올 것이다.
“왜 갑자기 멈추십니까?”
“버러지가 주제를 모르는군요. 주인님에게 쓸데없는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으니 여기서 처리하고 가야겠습니다.”
“예?”
콘파로드가 이해하지 못해 되물었다. 그러나 눈앞에 있던 유리아는 이미 그 모습이 사라진 뒤였다. 콘파로드는 그녀의 움직임을 전혀 보지 못했다.
콘파로드가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발견했다. 목이 잘려 죽어 있는 3명의 노예 사냥꾼들이.
“…….”
콘파로드는 창백해진 얼굴이었다. 시체 때문이 아니다. 유리아가 움직인 지 이제 겨우 10초도 되지 않는다. 즉, 고작 10초 만에 숙련된 노예 사냥꾼 셋이 죽었다는 이야기다.
콘파로드는 자신의 노예에게 자리를 지킬 것을 명하며 황급히 움직였다. 유리아가 어디로 갔을지는 뻔하다.
그리고 생각대로 유리아는 무례한 노예 상인을 죽이고 있었다.
“사, 살려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돈은 전부 드렸지 않습니까!”
“고작 3억 네르가 전재산이라는 걸 누가 믿겠습니까.”
“그게 전부입니다! 나머지 재산은 모두 노예…….”
말을 하던 노예 상인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콘파로드는 보았다. 그녀의 오른손에 휘감겨 있는 검은색 오러가 칼날 모양을 취하고 있음을.
‘오러로 저런 기예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최소 익스퍼트 상급이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저 여자는 수가 틀리면 자신도 죽일 것 같았다.
“콘파로드 옹. 휘하에 있는 노예 상인의 관리가 엉망이군요.”
“죄, 죄송합니다. 앞으로 제대로 관리 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가도록 하죠.”
콘파로드는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았다.
그러면서 허공에 대고 물었다.
“자네. 저 여자를 죽일 수 있겠나?”
귓가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가능하다. 저 여자는 내 존재는 물론이고 위치까지 눈치 채고 있다.”
“……바일런 최고의 암살자인 자네가 들켰다고?”
이 암살자는 이곳에 오면서 몰래 부른 암살자다. 유리아를 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콘파로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를 불렀다.
“솔직히 말하지. 아까 저 여자가 노예 사냥꾼 셋을 죽일 때 움직임을 놓쳤다. 현재 바일런 최고의 암살자는 내가 아니라 저 여자다.”
“자네는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가 아닌가.”
“저 여자는 그 이상이라는 거다.”
“그 이상이라는 건 최상급…….”
“저 여자를 죽여야 한다면 그냥 의뢰를 포기하겠다. 계약이고 뭐고 일단은 살고… 이런.”
“왜, 왜 그런가?”
“저 여자가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마도… 시야 내에 있으라는 뜻이겠지. 도망친다면 꼼짝없이 죽겠군. 콘파로드. 저 괴물같은 여자는 어디서 데려온 거냐?”
“…내가 데려온 게 아닐세. 날 찾아온 거지.”
콘파로드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멈춰 서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빨리 와서 길을 안내하라는 뜻이리라.
•••
“마지막은 이 아이가 좋겠군요.”
유리아는 자신의 허리부근 까지 오지 않는 키의 어린 여자 아이를 쳐다봤다. 은발을 가진 소녀는 유리아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피아! 네피아를 데려가지 마! 데려간다면 나도 데려가라고!”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철창 안에서 절규를 터트리고 있었다.
“……언니. 테리우스도 함께 가면 안 돼요?”
“안 됩니다.”
유리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뭐든지 할게요. 테리우스랑 같이 있고 싶어요.”
“안 됩니다. 당신의 친구는 당신만큼의 가치가 없습니다.”
“…….”
“으아아아아아아!”
“잠깐…. 테리우스와 마지막 대화를 해도 될까요?”
유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피아는 철창 속에 갇힌 소년을 향해 다가갔다. 네피아와 테리우스는 같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소꿉친구다. 그들의 마을은 도적단에게 표적이 되어 쑥대밭이 되었고 그들은 도적단에 붙잡혀 노예로 팔려왔다.
서로를 의지하며 꿋꿋하게 살아왔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잠시 후.
네피아는 유리아에게 다가왔다. 철창 속에서 절규를 터트리던 테리우스가 네피아를 향해 외쳤다.
“네피아! 반드시! 반드시 찾아갈게! 그걸 꼭 가지고 있어!”
유리아는 네피아가 손에 쥐고 있는 반지를 쳐다봤다.
가느다란 철사를 구부리고 꼬아 만든 볼품없는 철반지.
노예 상인의 눈을 피해 몰래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노예 상인이 모른 척 했을 수도 있다. 저런 작은 철반지는 공짜로 줘도 가지지 않는 쓰레기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대화는 끝났습니까?”
“네. 테리우스가 나중에 절 찾아오겠대요. 이 반지가 그 증거에요. ……가지고 있어도 되죠?”
“상관없습니다.”
간단히 말한 유리아는 네피아를 데리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네피아! 그 반지를 절대로 잃어버리지 마! 그걸 가지고 있으면 내가 반드시 널 찾아 갈테니까!”
“응. 테리우스. 기다릴게!”
유리아는 노예 시장에서 총 41명의 여자 노예를 구매했다. 그중 10명은 어린아이들이다. 꽤 괜찮은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키워볼 만했다.
유리아는 구매한 노예들을 마차 안에 넣기 전에 불러 모았다. 연령도 생김새도 제각각인 여자들이다.
“당신들은 모두 메이드가 될 것입니다. 메이드는 주인님을 위해 모든 걸 봉사하는 존재. 그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