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47)
〈 147화 〉 147. 던전 서바이벌
147. 던전 서바이벌
현실에서의 내 일상은 별로 특별한 일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 대충 씻고 밥을 챙겨 먹는다. 요즘은 내가 직접 해서 먹지는 않고 ‘백환’ 세계에 들어가 유리아의 음식을 현실로 가져와서 먹는다.
음식은 딱히 특별한 힘을 가진 것도 아니니 맛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
그러다 학교에 등교한다. 정말 가기 싫은 날이거나 강의 도중에 질리거나 기분 나빠지면 바로 런 한다.
강의가 끝나고 영천검관으로 간다. 진세영과 질펀하게 운동한다.
몸은 꾸준히 단련하고 있다. 문제는 그 만큼 뛰어난 효과가 없다는 것이 문제지. 그래도 초반에는 빡세게 운동하면 힘과 체력, 민첩 능력치가 오르곤 했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죽도록 운동해도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인지 육체 단련에 대한 의욕이 좀 생기지 않는다. 요즘에는 영천검관에 2시간 정도만 할애하고 있다.
나머지 시간은 던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한다. 이래보여도 나는 E급 헌터다. 그리고 높은 등급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높은 등급의 헌터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이고 그 다음이 실적이기에 꾸준히 던전으로 출근하고 있다.
쉬는 날은 없다.
쉬고 싶어지면 ‘뱀파이어 형사’ 세계나 ‘백환’ 세계에 가면 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된다.
현실의 육체적 피로? 완전 회복을 쓰면 한 번에 사라진다. 어차피 12시간에 한 번을 쓸 수 있는 만큼 이런 식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나아연한테는 연락이 아예 없고….’
내가 저번에 영상과 사진으로 협박해 따먹은 여배우인 나아연은 대충 한 달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다. 내 자지 맛을 잊지 못하고 연락하는 상황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내 생각보다 더 자제심이 뛰어난 모양이다.
‘뭐, 그래도 상관없어.’
내가 먼저 나아연에게 연락하는 일은 없다. 그녀가 여배우이긴 한데 관계로 억지로 이어나가야 할 만큼 엄청난 미모를 가진 건 아니다. 냉정하게 보면 진세영보다 좀 떨어지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아연은 ’뱀파이어 형사‘ 세계에서 따먹을 수 있어.’
‘뱀파이어 형사’의 레이카와 나아연은 동일 인물이다. 보지 맛이 똑같다. 나아연은 안고 싶으면 레이카를 안으면 된다. 뭐, 현실 쪽이 좀 더 흥분되기는 한데 큰 차이는 없다.
지금은 강의가 진행되는 도중이었다.
강의실의 구석에 앉은 나와 오준혁은 수업에는 집중하지 않고 딴 짓 삼매경이다. 나는 멍하니 앉아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오준혁은 스마트폰을 만지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교수는 우리를 보고서도 별말 하지 않는다. 교수도 알기 때문이다. 이미 헌터로서 활동하는 우리는 퇴학을 당하더라도 상관없음을. 그리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건 우리 뿐만이 아니다. 흔한 헌터과의 풍경이다.
“야. 야. 이거 봐라. 이번에 나랑 썸타고 있는 여자야. 나보다 한 살 어린데 와꾸 장난 아니지 않냐?”
“어디 보자.”
나는 목을 쏙 내밀어 오준혁이 보여주는 사진을 쳐다봤다. 오준혁과 함께 셀카를 찍은 단발머리의 여자가 있었다. 어디 식당에서 찍은 모양인데 여자의 얼굴은 평범했다.
“평범하네.”
“어? 야. 이게 뭐가 평범해? 이 정도면 상타취지!”
오준혁의 말이 맞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여자의 외모는 평균 이상이다. 내 취향은 절대 아니었다.
“아. 그러네. 요즘 내가 TV를 너무 본 것 같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만 주구장창 보다보니 눈높이가 높아졌어.”
유희 생활 어플 때문에 내가 여자 보는 눈은 상당히 올라가 있다. 이젠 평균 이상의 외모를 가진 여자에겐 예쁘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을 정도다.
“새끼. 집에서만 있으니 현실감각이 사라지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나랑 클럽 고?”
나는 실소를 흘렸다.
“넌 클럽 좀 작작 가라. 얘랑 썸까지 탄다며? 얜 네가 클럽 죽돌이인거 알고 있나?”
“얘도 클럽에서 만난 거야. 그리고 아직 썸타는 관계라니까. 제대로 사귀기 시작하면 클럽도 끊을 거다.”
“퍽이나.”
장담할 수 있다. 오준혁은 클럽을 끊지 못한다. 저번에 사귀던 여자와도 클럽 때문에 헤어진거다.
나는 힐끗 오준혁의 스마트폰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가슴은 꽤 커 보인다. C컵은 되겠어.”
“그렇지? 몸은 아담한데 가슴은 크다니까. 그리고 얼굴도 이 정도면 상타취고…. 요즘은 얘랑 결혼하면 어떨지 생각하고 있다.”
“미친놈.”
결혼은 개뿔.
우리는 아직 20대 초반이다. 결혼을 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다. 거기다 헌터는 그 특성상 등급이 높을수록 대우는 받는다. C급만 되어도 더 뛰어난 미녀와 만나 결혼할 수 있다.
‘헌터는 은퇴할 때 결혼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
헌터는 고수익이지만 그 만큼 위험한 직업이다. 다른 고수익 직업에 비해 사망률이 매우 높다. 방심하면 베테랑 헌터도 죽는다.
‘내 동기도 2명이나 죽었지.’
던전안에서 몬스터에게 죽었다. 한 명은 그나마 시체라도 건졌지만, 다른 한 명은 시체가 몬스터들에게 산채로 뜯어 먹혀 발견하지도 못했다.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던지라 슬프다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이름 정도가 전부였다.
‘난 죽으면 안 돼. 유희 생활 어플이 있는데 죽으면 너무 아깝잖아.’
나는 조심해서 던전을 다니고 있다. 무리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벌 수 있기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
“성유진. 잠깐 나 좀 보자.”
누군가 나를 불렀다.
창문에서 시선을 떼니 박교수가 내 옆에 있었다.
박천우. 헌터과에서 가장 젊은 교수다. 통칭 박교수. 젊어서 그런지 다른 교수들에 비해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무뚝뚝한 말투와 표정과 다르게 오지랖이 넓은 남자다.
“저요?”
“그래. 내 연구실로 와라.”
“지금요?”
“화장실이 급하나? 10분 후까지 오도록.”
박교수는 그 말을 남기고 떠났다.
툭툭. 오준혁이 내 어깨를 건들며 재수 없게 웃고 있다.
“우리 유진이 좆 됐네? 무슨 사고를 친 거냐? 응?”
나를 걱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나는 짧게 혀를 찼다.
“좆 되긴…. 난 아무 사고도 안 쳤어.”
성적이 작살나긴 했지만 그건 나뿐만이 아니다. 당장 내 옆에 있는 오준혁의 성적도 나랑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학생들 중에는 나보다 성적이 심각한 놈들도 많다.
“짐작 가는 건 없냐? 진짜? 박교수가 그냥 부르지는 않을 거 아냐?”
그건 맞다. 지각을 하거나 땡땡이를 치면 잔소리는 해도 따로 불러서 욕을 하거나 하진 않는다.
“몰라. 가보면 알겠지. 갔다 온다.”
나는 대충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나는 처음으로 박교수의 연구실에 들어갔다. 연구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책장에는 몬스터와 관련된 전문서적들이 존재했다.
‘헌터의 역사는 꽤 길지.’
헌터가 대중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초능력자와 몬스터는 근현대에 들어 부쩍 늘어났던 탓이다. 헌터 협회가 설립되며 초능력과 마법사, 무인 등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일반인들은 전혀 몰랐었다.
몬스터의 존재는 요괴 등으로 포장되었다. 설화에 나오는 괴물들은 사실은 실제로 존재했다는 뻔한 이야기다.
‘몬스터 부산물도 있네.’
무슨 몬스터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박교수가 무슨 몬스터를 연구하든 관심도 없었다.
“성유진. 이쪽이다.”
오른쪽에 있는 방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박교수뿐만이 아니라 한하린이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언제봐도 도도한 여자다.
‘한하린이 여기엔 왜…. 설마 박교수와?!’
그런 일은 아닌 것 같았다. 한하린의 저 냉담한 표정과 분위기는 교수가 상대라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한하린의 옆에 앉았다. 박교수가 맞은편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너희들을 부른 건… 이걸 추천하고 싶어서다.”
박교수는 테이블 위에 서류 몇 장을 위에 올렸다. 한하린과 내 시선이 서류로 향한다. 잘 보니까 화려한 전단지 같은 게 하나 껴 있었다.
“던전 서바이벌 리포지드?”
“그래. 성유진. 던전 서바이벌에 대해 알고 있나?”
“몇 년 전에 했던 프로그램이잖아요. 당시에 화제가 돼서 알고 있어요. 근데 폭삭 망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던전 서바이벌.
5년 전쯤에 지상파 방송국 SOX 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프로그램이다.
그 내용은 헌터들이 던전에서 며칠간 생활하며 다른 헌터들과 경쟁하는 것이다. 서바이벌이란 말답게 던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거… 이번에도 또 하네요?”
“그래. 이번엔 꽤 준비했던 모양이군. 헌터 협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우리에게도 이게 날라 왔지.”
헌터 협회가 나서는 건 이해가 간다. 일반인들 중에는 헌터를 두려워하는 인물들이 많다. 헌터 협회는 그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 방송 등에 헌터의 이미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편이다.
“……어차피 이거 저번처럼 또 망하지 않을까요?”
“자세히 읽어 봐라. 방송국도 제법 머리를 썼어. 저번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이전에 있었던 던전 서바이벌은 1화 만에 끝났다. 그 이유는 별거 없다. A급 헌터들이 대거 참가했기 때문이다.
방송국은 A급 헌터의 힘을 과소평가했다. 그들은 하루 만에 던전을 휩쓸었고 제들끼리 싸웠다. 그 과정에서 스토리고 뭐고 존재하지 않았다. 있는 거라곤 화려한 전투 장면이 전부.
그것마저도 제대로 영상으로 찍어내지 못했다. 일반인들은 전투 영상을 보고서도 전투를 이해하지 못했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A급 헌터들의 전투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던전 서바이벌은 아주 대차게 망했다. 방송계 역사상 이 정도로 화끈하게 망한 프로그램은 없을 정도로.
“24세 이하의 젊은 헌터들이 참가 한다?”
“던전 서바이벌 망했던 가장 큰 이유는 헌터와 던전간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였지. 이번엔 아예 강하고 경험 많은 헌터들을 배제했으니 저번처럼 망하는 일은 없을 거다.”
24세 이하여야 하고 3인 1팀이라는 조건이 있다.
20대 초반. 대부분이 F~D등급 헌터들이다. 20대 초반이라는 조건이 붙은 이상 C등급 이상의 헌터들은 그 수가 매우 적을 것이다. 그들이 이 던전 서바이벌에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승 상금이 10억이 고작이니까. 헌터 입장에선 큰돈이 아니다.
“우승 상금이 고작 10억? 일주일 동안 던전에서 생존해야 하는데 고작 10억은 아니죠.”
“우승 상금이 좀 적긴 하지.”
“전 참가 안합니다.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죠?”
박교수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의견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근데 이걸 왜 대학교에서 추천합니까? 공식으로 모집하지 않고.”
“공식으로 모집하면 헌터들이 참가하겠나?”
관종이 아닌 이상은 안 할 테지.
“그리고 헌터 협회에 협조 요청이 왔다. 우리 대학교뿐만이 아니라 헌터과가 있는 전국의 모든 대학교에. 전국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아무나 참가 시킬 수 없지. 그래서 신원이 보증된
우리 학교에 먼저 협력 요청이 온 거지.”
“헌터 협회가 고생이 많네요.”
나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한하린. 넌 어쩔 테냐?”
“……참가할게요.”
“그래? 다행이군. 너를 포함해 2명이니… 이제 한 명을 새로 구해야 하는데….”
“아니. 잠깐만요. 선배. 왜 참가하는 거에요?”
정말 궁금했다.
한하린은 D등급 헌터에 금수저다. 상금 10억?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한하린이 당연히 거절하리라 생각했다. 한하린은 관종이 아니니까.
그녀는 나를 힐끗 보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헌터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안전 할 테고, 다른 헌터와 전력으로 싸울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을 빼면 별로 없어.”
“……아.”
요컨대 전투 경험이 목적이라는 말이다.
나야 다른 유희 생활 어플을 이용하면 다른 세계에서 목숨을 건 진짜 전투를 얼마든지 겪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나도 참가할게요.”
내가 태도를 바꿔 참가를 표명했다. 전투 경험 때문이 아니다. 한하린이 목적이다. 이 기회에 그녀와 친해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보여줄게. 달라진 나!’
나는 헌터 지망생에 불과했던 성유진이 아니다. 나의 첫사랑인 한하린에게 달라진 나를 똑똑히 보여줄 생각이다.
“갑자기 참가하겠다고?”
“교수님. 부탁드립니다. 한하린 선배의 말을 듣고 보니 천고의 기회인 것 같아서요. 이런 경험을 어디에서 해볼까요.”
“……네가 참가한다니 다행이군. 여기 참가 신청 서류다. 작성해라. 프로그램은 보름 뒤에 헌터 협회가 준비한 던전에서 시작한다.”
박교수가 나와 한하린을 추천한 건 우리가 학과 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등급이 낮지만 마나를 쓸 수 있고, 한하린은 마나를 쓸 수 없지만 학과 내에서 최상위의 실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