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48)
〈 148화 〉 148. 던전 서바이벌
148. 던전 서바이벌
나는 ‘던전 서바이벌 리포지드’ 프로그램 참가 신청서를 작성하며 박교수에게 물었다.
“우린 국천대학교 헌터과 대표로 참가하는 모양인데… 다른 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은상민. 너희들의 선배다. 은상민이 C등급 헌터인건 알고 있겠지? 그는 헌터로서 충분히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그의 말을 잘 듣고 행동하면 된다.”
나는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은상민.
4학년으로 일주일 전에 C등급에 오른 남자다. 나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C등급으로 오른 것도 뽀록인 게 틀림없다. 얼마 전에 그를 본적 있는데 강해 보이지 않았다. 싸우면 내가 이길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내가 이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건 내가 막 2학년에 진급했을 때. 헌터과 전체가 회식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능력 각성을 하지 못한 나를 욕했다.
술에 취했다곤 하나 거기서 나를 대놓고 무시한 놈은 그 새끼가 처음이었다. 다른 놈들은 은근하게 나를 멸시하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조롱했다.
그리고 은상민 이놈은 그 이후로 사과 한 마디 없었다.
“그 선배는 오늘 안 왔던데….”
“한수리 길드에서 중요한 던전 공략을 한다더군. 삼일 뒤에 끝난다고 하니 그때 너희들에게 연락이 갈 거다.”
한수리 길드.
널리고 널려 있는 중소 길드 중 하나다.
은상민의 매형이 A급 헌터이자 한수리 길드의 마스터인 한수리다.
‘여기 까지 들으면 답이 나오지. 은상민은 길드의 도움으로 빠르게 C등급이 된 거야.’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C등급이 되었다는 건 마나를 다룰 수 있다는 뜻이니까.
“여기 있는 서류들은 던전 서바이벌의 규칙에 관한 것들이다. 잘 읽어보도록.”
서류를 읽던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백지은? 백지은이 해설을 한다고?’
백지은.
협회 소속의 A등급 헌터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모델 일을 할 정도로 외모도 뛰어나다. 요즘에는 예능 프로그램 에도 자주 출현하고 있다. 소문으로는 배우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와. 백지은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거잖아? 참가하기 잘했다.’
나이는 29세.
20대에 A급이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천재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여자다. 그리고 S급이 될 가능성을 가진 여자다.
‘가슴이 F컵이라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일주일 뒤에 있는 프로그램 참가자 1차 소집일이 매우 기대된다.
‘백지은이 소집일에 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
나는 작게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고 초인종을 눌렀다.
내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안쪽에는 제대로 반응이 갔을 것이다.
그 증거로 초인종에 달린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한하린의 목소리다. 나는 현재 한하린의 집 초인종을 누른 것이다.
우리는 같은 오피스텔에 산다. 그녀는 4층이고 나는 6층이다. 그러나 그녀와 나는 실제로 마주쳐도 별 대화를 하지 않는 서먹한 사이다.
“한하린 선배. 저희 같은 팀이잖아요. 던전 서바이벌에 대해 이런저런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어요.”
내가 생각해도 딱 좋은 핑계였다. 물론 그 속내는 흑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중에 은상민 선배랑 같이 만나 이야기하기로 했잖아. 오늘 대화를 할 필요는 없어.”
“그럼 어쩔 수 없죠. 헌터로서 이런저런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나중에 만나요. 선배.”
나는 그렇게 말하며 물러나는 척 했다. 속으로는 똥줄이 탔다.
‘물어라. 물어라. 물어라!’
나의 간절한 생각이 닿았을까. 스피커에서 한하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노하우를 공유하자고?”
저번에 한하린의 스마트폰을 해킹하며 알았다. 그녀는 마나 각성에 큰 고민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최근에 마나를 각성했다. 헌터 등급은 그녀가 더 높지만, 실제 실력은 마나를 각성한 내가 더 위다. 한하린도 아마 그걸 느끼고 있을 것이다.
“네. 저도 헌터로서 부족하다 보니…. 그리고 같은 팀이잖아요. 좋은 정보같은 건 공유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들어와.”
문이 열렸다. 한하린이 있었다. 집에 들어와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았는지 대학교에서 봤던 옷을 입고 있었다. 하얀 바지와 푸른색 셔츠. 집안이니 검은색 자켓은 벗은 모양이다.
‘몸매가 좋으니 어떤 옷을 걸쳐도 다 잘 어울리는군.’
나는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한하린의 집은 어떨까 기대했는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특별히 눈에 띄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의외로 나를 제대로 대접해줬다.
오렌지 쥬스 한 컵이 전부지만, 내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고 했지? 어떤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은데?”
“제가 얼마 전에 2차 각성을 했어요. 자연계 능력인 번개를 다루는 능력인데…. 한하린 선배는 중력을 다루잖아요? 뭔가 좋은 노하우 없어요?”
“……번개라고?”
“네. 전 뇌전이라고 부르지만요.”
파지직.
내 손바닥 위에서 번갯불이 튀었다.
“집안에선 능력을 쓰지 마.”
“아. 네. 죄송합니다.”
차가운 말에 곧바로 뇌전을 없앴다. 한하린은 팔짱을 끼고 무언가 곰곰이 생각한 뒤에 내게 말했다.
“번개와 관련된 전문 서적을 찾아봐. 의외의 활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군요. 기억해둘게요. 선배는 제게 뭐 궁금한 거 없어요?”
내 말에 한하린을 나를 빤히 쳐다봤다. 무언가를 망설이는 듯 하더니 이내 입술을 떼고 내게 물었다.
“……마나는 어떻게 각성했어?”
“아. 마나요. 이거 사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인데…. 선배한테만 말해줄게요.”
“…….”
한하린의 눈에 힘이 들어간다. 집중해서 내 말을 한 마디도 흘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특수 마나 마사지를 받았어요. 마나 마사지는 아시죠?”
“알아. 마나를 이용한 마사지잖아.”
마나 마사지. 다르게 기공 마사지라고도 불렸었다. 그 원리는 어렵지 않았다. 마나를 이용해 마사지를 하는 것이 전부다. 근데 이게 꽤 효과가 있어서 몇 년 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적이 있었다.
그리고 마나 마사지는 지금도 찾는 사람을 찾는 마사지다.
“마나 마사지는 피로 회복에만 뛰어난 효과가 있는 거 아니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하린처럼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피로 회복을 비롯해 신체 건강에도 큰 효과가 있다. 마나 자체가 이로운 에너지니까. 다만 헌터에게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
“제가 받은 건 특수 마나 마사지였어요. 그걸 대충 한 달? …그 정도로 꾸준히 받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2차 각성과 함께 마나도 각성했죠.”
“……그 말을 믿으라고?”
당연히 못 믿을 거다. 그녀는 마나 각성에 대해 깊게 조사했을 테니 특수 마나 마사지는 듣도 보도 못했을 테지.
“믿지 않으시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그게 100% 사실이에요.”
“…….”
한하린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태연했다. 급한 건 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하린은 마나 각성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도 믿고 싶을 것이다.
“……그 특수 마나 마사지라는 건 어디서 받을 수 있는데?”
“못 받아요. 마사지사가 B급 헌터셨는데 얼마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
한하린은 살짝 실망한 눈치였다.
“아. 그래도 제가 잠깐 그분 밑에서 일했던 적이 있어서 마사지를 하는 방법은 알아요. 재능 있다고 비법도 알려주더라고요. 사람 좋으신 분이셨는데….”
나는 최대한 침울한 표정을 연기했다. 솔직히 연기에는 자신 없지만 그래도 아는 지인이 죽었는데 발랄하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전부 거짓말이지만.
“네가 할 수 있다고?”
“아. 못 믿는 눈치시네. 선배. 잠깐 욕실에 가도 될까요? 제가 신기한 건 보여줄게요.”
한하린은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욕실은 우리 집 욕실이랑 똑같았다.
‘같은 건물이니 당연한가.’
차이점이 있다면 샴푸의 종류 정도다.
나는 욕실에 물을 살짝 받아 그 위에 올라섰다. 수상보를 발동한 것이다.
“그건… 워터 워크? 그걸 네가 할 수 있다고?”
한하린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제가 마나를 제어하는데 재능이 좀 있어요. 마사지사가 이거 때문에 제게 재능이 있다고 한 거에요. 그리고 특수 마사지에 사용하는 비법 마나 오일이 집에 있는데… 가지고 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한하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유희 속세계에 들어갔다가 약간의 포인트를 벌고 나왔다.
[성스러운 물성스러운 물을 마시거나 바르면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가격: 2 포인트
※주의
양에 따라 효과와 유지시간이 달라집니다.]
2포인트를 소모해 구입했다.
나는 이걸 들고 한하린의 방으로 돌아갔다.
“선배. 손 좀 줘보세요. 이게 비법 약인데… 바르면 이렇게 은은한 빛이 나요. 제대로 효과가 발동하고 있다는 뜻이죠.”
내가 손수 그녀의 손에 성스러운 물을 발라줬다.
한하린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자신의 손을 보며 작게 감탄사를 흘렀다.
“이런 게 있었다니….”
이렇게 신기한 것들을 보여주면 신뢰가 갈 수 밖에 없다.
“근데 이게 마나를 이용해 정해지 방법으로 마사지를 해야 해요. 저처럼 극도록 마나 제어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효과가 없대요. 선배가 원한다면 제가 특수 마나 마사지를 해드릴게요.”
그리고 나는 덧붙였다.
“아. 공짜는 안 되요. 이게 좀 비싼거라. 저도 특수 마사지를 받을 때 1,500만원 내고 받았어요.”
공짜라 하면 의심하기 마련이다. 그녀는 돈도 많으니 적당한 가격을 불렀다.
‘한하린은 원래 돈 많으니까. 마사지 한 번에 1,500만원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너무 싸면 한하린이 오히려 의심할 것이다.
“……그 특수 마사지라는 거. 어느 부위를 마사지 하는 거야?”
“부위마다 효과가 다른데… 전신이 가장 효과가 좋아요. 마나는 전신으로 느껴야 하니까요. 특수 마사지. 받아 보실래요?”
“…….”
한하린이 깊게 고민하고 있다. 나는 심장이 떨렸다.
그러나 한하린은 고개를 저었다.
“됐어.”
아직 나를 못 믿는 건가. 아니면 내게 몸을 맡기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나는 아쉬움을 감추고 그녀에게 말했다.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해드릴게요. 아, 이건 비밀이에요. 알려지면 좀 귀찮아질 것 같아서.”
“알았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게.”
“……오늘은 이만 돌아갈게요. 저녁때이기도 하니까요.”
“그래.”
한하린은 여전히 차가웠다.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하지도 않는다.
•••
3일후.
나와 한하린은 은상민과 카페에서 만났다.
은상민은 눈이 작고 눈매가 날카로운 남자다. 그가 실실 웃으며 우리를 보고 있다.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이 재수가 없었다.
‘썩 잘생기지도 않은 놈이 왜 실실 쪼개고 있는 거야.’
은상민은 나를 훑어보고는 이내 한하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린아. 여기서 보니 괜히 반갑네. 사적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지?”
“사적으로 만나는 건 아닐 텐데요.”
한하린이 차갑게 대꾸했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를 제외하고 타인에겐 그 누구든 평등하게 차가운 여자다.
100% 확신했다. 저 놈은 한하린에게 흑심을 가지고 있다.
‘나를 무시하는 건 둘째 치고…. 어딜 감히 내가 찍은 여자를 노려?’
용서 할 수 없다. 기 좀 죽여 나야겠다.
“음. 회의를 위해 모인 건 사실이지. 회의 끝나고 나면 같이 저녁이라도 먹는 게 어때? 내가 쏠게. 좋은 호텔 레스토랑을 알거든.”
“저녁엔 약속이 있어서 전 빠질게요. 던전 서바이벌에서는 어떤 식으로 움직일 거죠?”
“아직 어떤 던전인지도 모르니까. 그때 가서 내가 오더를 내릴 테니 너희들은 잘 따라주기만 하면 돼. 난 C등급 헌터니까 너희들은 아무것도 걱정 할 필요 없어.”
한하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원했던 회의는 이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군요. 알았어요. 그럼 여기서 헤어지죠.”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내가 은상민을 향해 말했다.
“은상민 선배. 전 선배를 리더로 인정하지 못하겠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은상민이 얼굴을 구기며 되물었다. 잘못 들어서 묻는게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되묻는 느낌이다.
나는 그가 이해할수록 쉽게 말해주기로 했다.
“전 저보다 약한 헌터의 오더는 듣지 않습니다. 선배는 저보다 약한 것 같은데요. 그러니 던전 서바이벌에서는 제가 팀의 리더로서 행동할게요. 문제 없죠?”
“이게 미쳤나. 야, 너 몇 학번이야?”
“십!팔! 학번입니다.”
“허…. 어이가 없네. 아무리 헌터과가 자유로워도 그렇지 선배를 공경할 줄도 모르냐?”
학교도 제대로 안 다니는 놈이 선배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최소한 한 번이라도 제대로 대화하고 난 뒤에 선배 노릇을 해라.
“제 말이 틀린 건 아니잖아요. 파티에서 가장 강한 헌터가 리더 노릇을 하는 게 기본 아닙니까? 난 그렇게 알고 있는데. 아, 선배는 길드에서만 단체 활동해서 이런 기본적인 거 잘 모르시는구나? 아! 부럽다! 나도 길드에 들어가서 편하게 사냥하고 싶다!”
은상민이 얼굴이 싹 굳어졌다.
“제정신이 아니군. 일어나 새끼야. 넌 내가 오늘 예의가 뭔지 좀 가르쳐줄게.”
“맞짱 뜨자고요? 좋죠. 지고 나서 질질 짜지 마세요.”
“하린이 앞이라고 가오를 부리나 본데…. 넌 큰 실수를 했어.”
“하린 선배가 없었어도 이랬어요. 전 저보다 약한 놈의 명령은 듣지 않는 주의라…. 근데 하린 선배가 갑자기 왜 나와요? 혹시 하린 선배 좋아합니까?”
나는 힐끗 한하린을 쳐다봤다.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말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아마도 그녀의 입장에서 우리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타인에 불과하니까.
한하린의 태도를 보니 그녀는 우리를 무시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려는 모양이다.
“따라 나와 인마!”
“소리 안 질러도 갑니다. 가. 겁먹은 개가 짖는다 던데. 혹시 쫄았습니까?”
여자 앞에서 선배고 나발이고 없다.
“감당 할 수 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못 배웠나?”
“감당할 수 있어서 했습니다. 좆밥 새끼야.”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합니다. 선배. 제가 잠깐 흥분해서 잘 못 말했습니다.”
“이 새끼가 이제 와서…. 왜 무서워지기 시작했냐?”
“아니. 그게 아닙니다. 개좆밥 새끼야.”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이 날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