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49)
〈 149화 〉 149. 던전 서바이벌
149. 던전 서바이벌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이 날아온다.
나는 곧장 찰나를 사용했다.
은상민은 얼마 전에 C등급 헌터가 되었다. 마나를 담아 주먹을 휘두른 건 아니더라도 그 신체 능력이 나보다 더 높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거기다 나는 설마하니 은상민이 여기서 바로 주먹을 내지를 줄 몰랐다. 찰나가 아니면 이 주먹을 피할 수 없다.
‘…그냥 한 번 맞아 줄까?’
뒷일을 생각하면 그게 더 편하다. 먼저 저 새끼가 때렸다고 변명할 수 있으니까.
‘근데 이딴 새끼한테 맞아야 한다고? 좆까.’
아무리 그게 뒷일이 편하더라도 내 자존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주먹을 쥐고 은상민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뇌전과 마나를 일으켜 은상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은상민이 날아간다. 카페의 유리벽이 박살나며 몸이 가게 밖으로 튀어나가 바닥을 몇 번 굴렀다.
“이, 이 미친놈이 진짜… 제대로 해보자는 거냐?!”
은상민이 부들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 한쪽이 빨갛게 달아 올라 있고, 입에서는 피를 질질 흘리고 있다.
‘이걸 맞고도 일어선다고? C등급은 폼이 아니네.’
상대도 마나를 다룰 수 있어서 그런지 뇌전으로 감전시키지도 못했다. 내가 은상민보다 신체 능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비슷한 신체 능력이었다면 이미 기절시키고 남았을 것이다.
“먼저 주먹 휘두른 건 그쪽이잖아. 난 자기 방어를 했을 뿐이야. 좆밥아.”
부서진 유리벽 밖으로 걸어갔다.. 주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이 카페는 한산한 곳이었다. 손님도 몇 없었다.
“그래. 이 새끼야. 오늘 초상 한 번 치르자.”
은상민이 양주먹을 쥐었다. 그의 주먹에 날카로운 가시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은상민의 능력이다. 그는 자신의 몸이나 물건 등에 가시를 돋게 할 수 있다. 허공에 가시를 만들어내 던지는 것도 가능하다.
저 놈은 자기 자랑을 오지게 하는 놈이라 학과 내에서 그 능력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나는 예전에 직접 본적도 있다.
“입에 흐르는 피나 좀 닦으시죠. 안 그래도 좆같이 생겼는데 누가보면 좀비인줄 알겠네.”
파지지직.
내 오른 주먹에 뇌전이 꿈틀거렸다.
신체 능력은 저 쪽이 더 높지만 내가 질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은상민은 떨어진 상태에서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허공에서 만들어진 돌가시가 나를 향해 날아온다. 나는 보법을 밟아 가시를 피해내며 은상민에게 접근했다.
‘칼이 없더라도 영천류의 보법을 밟을 수 없는 건 아니니까.’
은상민과 내가 접근전을 벌였다. 나름 C급 헌터답게 무술을 배운 티가 났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 매우 어설펐다. 주먹을 잘 쓰지 않은 티가 났다.
나는 영천류의 보법으로 그의 주먹과 발길질을 피해내며 일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아!”
은상민이 분노 섞인 고함을 내지른다. 근처 지면이 꿈틀거리는 게 내 눈에 포착됐다.
나는 곧바로 찰나를 사용했다.
지면이 가시로 변해 나를 향해 솟아오르는 게 느릿하게 보였다. 위로 뛰어 올라 가시들을 피하며 은상민을 발로 찼다.
“컥!”
은상민이 바닥에 쓰러졌다. 마운트 자세를 잡기 딱 좋은 타이밍이지만, 은상민이 고슴도치처럼 온몸을 가시로 바꿔버리면 답이 없기에 달려들 수 없었다.
“C급 헌터라면서. 왜 이렇게 못 싸워? 진짜 C급 맞아? 헌터에 돈이라도 먹였어?”
“이 새끼가!”
은상민이 다시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멈춰!!”
한하린이 우리를 말리기 위해 능력을 발동했다.
중력장.
나와 은상민의 몸에 보다 높은 중력이 가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멈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마나가 내 뇌전에 저항력을 가져 감전을 방지하듯이, 한하린의 중력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게 해준다. 한하린의 중력으로는 나와 은상민을 제압할 수 없다. 고작해야 몸의 속도가 느려지는 게 전부다.
은상민의 손아귀에서 길쭉한 가시가 뻗어 나온다. 은상민은 그 가시를 마치 검처럼 휘둘렀다. 어색한 주먹질과는 차원이 다른 숙련도다.
‘이 새끼…. 선 넘었네.’
맨손과 흉기. 단어로부터 느껴지는 무게부터가 다르다.
나는 찰나를 통해 일단 거리를 벌렸다.
무기를 꺼내진 않는다. 인벤토리의 존재는 숨기고 싶기도 하고, 찰나가 있으니 맨손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충분히 팼어. 기절 시키고 끝내자.’
놈은 내 찰나에 반응하지 못한다. 제대로 된 C등급이었다면 반응했겠지만, 저 놈은 이제막 C등급이 된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했다.
나는 다시 보법을 밟아 은상민에게 접근했다. 느릿해진 그의 움직임을 보면 빈틈을 노린다.
은상민의 두 눈이 보였다.
적의로 가득 차 있는 눈동자를 보는 순간 옛 기억이 떠올랐다.
그건 복도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은 대학 동기의 목소리였다.
‘아 씨. 몸을 늘리는 능력이 뭐냐 진짜. 30cm 밖에 못 늘리는데 이런 능력을 어디에다 쓰라고. 인생 뭐같네 진짜. 그냥 헌터 때려 칠까?’
‘야. 야. 그래도 능력 없는 것보다 낫잖아. 헌터가 될 수 있으니까. 성유진 좀 봐라. 쟨 각성도 못한 주제에 꾸역꾸역 학과에 나오잖아. 솔직히 그 정도면 잠재력 있다는 말도 거짓말 아니냐?’
‘크크. 하긴 걔처럼 아무 능력 없는 것보단 이런 능력이라도 있는 게 낫지.’
저 놈들이 겉으로는 나를 배려하는 척 해도 뒤에서는 병신 취급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멸시와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조롱.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겐 어떤 힘도 없었다. 도중에 헌터가 되는 걸 그만두고 지금이라도 일반인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몇 번이나 고민했었다.
‘야. 네가 우리과에 있다는 헌터 지망생이냐? 1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각성 못했다며? 일반인이 왜 헌터과에 있냐?’
‘상민아. 많이 취했다. 진정해.’
‘아, 좀. 놔봐. 내가 틀린 말 했냐? 어? 무능력자면 내가 아, 나는 헌터가 될 재목이 아니구나. 하고 그냥 좀 꺼져야지. 헌터과에 남아서 왜 물을 흐리고 지랄이야. 내 후배 중에 너같은 놈이 있다는 게 존나 쪽팔린다. 진짜.’
‘유진아. 신경 쓰지 마. 쟨 그냥 좀 취한거야.’
‘야. 이게 바로 능력이란 거다. 쫄았냐? 왜 벌벌 떨고 있어? 그냥 옆에 스쳤을 뿐이잖아. 헌터가 되려는 놈이 고작 이거가지고 쫄기는…. 인마. 헌터는 항상 죽음을 각오하고 있어야 돼. 너처럼 쫄아선 안 된다고.’
‘은상민! 무슨 짓이야?! 쟤 아직 능력 각성 못한 일반인이야! 너 진짜 돌았어?!’
‘아씨…. 장난이야. 장난. 겨우 이런 거 가지고 호들갑은…….’
뿌드득.
은상민의 팔이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꺾어지며 부러졌다.
“크아아아아아악!”
그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왼손에서 힘을 빼고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내 오른손에는 시커먼 천마기가 피어올라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몸을 덜덜 떨며 바닥에 주저앉아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놈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C급 헌터란 놈이 고작 이거 가지고 떨기는……. 헌터는 항상 죽음을 각오하고 있어야 되는거 아니었나?”
은상민을 죽이기 위해 천마수라(天魔修羅)를 사용했다. 천마수라는 천마신공에 있는 수공(手功)이다. 놈은 천마수라에 죽는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죽여……. 어?”
순간 시야가 넓어졌다. 은상민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었는데, 그 생각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상황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한 여름의 길거리에서 몸이 뜨거워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때 아주 차가운 냉수를 들이켜 마신 느낌이다.
나는 내 손에 맺힌 천마수라를 보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 시발. 마기? 갑자기 이게 왜?’
내 오른손의 검은 마기는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그것보다. 난 이 새끼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은상민이 짜증나는 놈인 건 맞다. 저 놈에게 쌓인 게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그게 은상민을 죽일 정도라고 하면 아니다.
이곳이 유희 세계였다면 두 말 할 것도 없이 죽여 버렸겠지만, 여긴 현실이다. 여기서 은상민을 죽였다간 뒤처리를 감당할 수 없다.
내가 은상민에게 시비를 건 것도 어디까지나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왜 내가 저 놈을 죽이….’
의문은 이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달려들어 내 양팔을 붙잡아 순식간에 제압했기 때문이다.
“어억!?”
“움직이지 마! 헌터 협회다!”
반사적으로 저항하려던 나는 그 말을 듣고 몸에서 힘을 뺐다. 괜히 반항해서는 안 된다. 상대는 공권력을 가지고 있고, 헌터에 한해 즉결 처분도 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대낮부터 무슨 짓들이야. 너희들. 아주 미쳤구만? 어?”
“…….”
“일어서! 능력 쓰거나, 마나 움직이면 그냥 바로 죽여 버린다. 그냥 조용히 차에 타!”
•••
나는 헌터 협회 서울 남부 지부의 유치장에 갇혔다. 내가 있는 곳은 헌터용으로 만들어진 철창 안이다. 이미 협회 직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유치장에서 대기 중이다.
맞은편 유치장을 쳐다봤다. 나와 싸웠던 은상민도 갇혀 있었다. 놈의 몸은 멀쩡했다. 협회 직원 중에 치유 능력을 가진 헌터가 그를 치료했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벌금 좀 물고 끝나겠지.’
결과는 정반대이긴 하지만 은상민은 C급 헌터고 나는 E급 헌터였다. 헌터법의 특성상 높은 등급인 은상민에게 훨씬 불리하다. 나한테 쥐어터지긴 했지만 말이다.
한하린은 목격자로서 진술서를 쓰고 가버렸다. 눈치로 본건데 협회에 신고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카페의 주인인 모양이다.
은상민과 나는 합의로 끝낼 것이다. 헌터법은 지랄같아서 가해자든, 피해자든 상관없이 던전이 아닌 현실에서 싸운 것만으로 처벌이 주어지니까. 말하자면 쌍방과실을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것이다.
서로 합의하고, 헌터 협회에는 벌금을 내서 이번 일을 없던 일로 하는 게 베스트다.
나는 유치장 벽에 기대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은상민을 죽이려 했던 건 둘째 치고…. 내가 현실에서 천마수라를 사용했어.’
무의식적으로 천마신공을 썼다는 거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방금 전의 천마수라를 제외하고 천마신공을 단 한 번도 현실에서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전투 중에 무의식적으로 성공해버렸다? 내 재능을 생각하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
심각한 일이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의심되는 건… 천마신공.’
천마신공 밖에 없다. 흔히 소설 속에 나오는 천마신공을 보면 천마신공의 본질은 결국 마공이다.
내가 폭주를 일으켜 천마신공을 이용해 은상민을 죽이려 했다. 그동안 현실에서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던 천마신공을 이요해서 말이다.
‘천마신공은 마천의 왕이 내게 준 무공이지. 그놈의 정체는 아마도 악마겠지. 하는 짓거리를 보면 딱 악마니까.’
내 결론은 마천의 왕이 천마신공에 수작을 부렸다는 것이다.
컴퓨터로 비유해보자.
나는 개쩌는 컴퓨터다. 그리고 천마신공은 개쩌는 야동이다. 문제는 야동에 바이러스가 들어 있어 컴퓨터를 감염시키고 있다.
‘옛날에 바이러스 때문에 컴퓨터를 바꾼적이 있었지. 엄마한테 뒤지게 혼났지만 최신 컴퓨터로 바꿀 수 있었어.’
그 방법은 불가능하다. 나를 다른 나로 바꿀 수는 없으니까.
‘완전회복으로도 바이러스를 없애는 건 불가능해.’
바이러스의 주체는 천마신공이니까. 천마신공을 없애지 않으면 바이러스는 계속 나올 것이다.
‘……바이러스에는 백신이지.’
그 백신이라 할 수 있는 특성을 나는 하나 가지고 있다.
정신 내성.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약간의 효과 정도는 있지 않을까.’
정신 내성 특성의 레벨을 올리는 건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포인트가 없었다.
‘그리고 신의 아틀란티스 세계로 가서 천마신공에 대해서 좀 알아봐야겠다. 마천의 왕. 이 새끼는 역시 믿을 수 없는 새끼야.’
내가 속으로 마천의 왕을 씹고 있을 때였다.
한 남자가 유치장 앞으로 다가왔다.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다. 날카로운 턱을 가진 미남자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다.
그가 유치장 속의 나를 쳐다봤다. 그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데 협회 직원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나또한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매형! 여기야!”
은상민이 말했다. 남자의 정체를 눈치 챘다. 은상민의 매형이라면 한 사람 밖에 없다.
한수리.
한수리 길드의 마스터이자 A급 헌터에 마법사인 남자다.
그는 처남인 은상민의 부름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 처남이 폐를 끼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