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57)
〈 157화 〉 157. 던전 서바이벌
157. 던전 서바이벌
덜컹덜컹.
나와 한하린, 은상민을 비롯한 15명이 탑차 안에 앉아 있었다. 천장에는 불이 들어있지만 바깥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그저 엔진소리와 덜컹거리는 소리만 들려 왔다.
가끔씩 탑차가 멈췄을 때. 문이 열리고 협회 직원이 헌터들을 인솔해 내린다.
“F-11 구역. 도착했습니다. 파란별 팀 내려주세요.”
헌터 3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슬쩍 살펴본 바에 의하면 나무는 없고 풀만 가득한 곳이다.
‘F 구역이 초원 지대였나.’
사전에 이미 공지 받았다. ‘던전 서바이벌 리포지드’가 진행되는 던전은 D등급 오픈형 던전인 ‘펠론의 세계’다. 약간만 움직여도 환경이 완전히 바뀌는 신기한 던전이다. 현재 이 던전은 협회의 완전 관리하에 놓인 상태다.
헌터가 밖으로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탑차가 움직였다.
“K-4 구역에 도착했습니다. 국천대헌터 팀 내려주세요.”
우리 차례였다.
나는 탑차에서 내려서자마자 주위를 훑어봤다. 우리의 시작지점은 바위지대였다. 땅은 퍽퍽한 황토고 암갈색의 바위들이 지천에 깔려 있다.
우리는 서로의 무장을 확인했다. 지금 착용하고 있는 헌터 장비는 협회에서 제공한 물건들이다. 은상민은 롱소드와 방패, 한하린은 숏소드, 나는 화련비도와 비슷하게 생긴 코등이 없는 칼이다.
협회 직원은 우리를 향해 엄포를 놓듯이 진지하게 말했다.
“던전 내에서는 절대로 에너지 프로텍트를 벗어선 안 됩니다. 에너지 프로텍트를 벗고 행동하면 그 자체로 실격입니다. 단, 정해진 휴식 공간에서는 벗어도 됩니다.”
나는 내 왼쪽 어깨를 쳐다봤다. 파란색의 구슬이 걸려 있다. 이게 에너지 프로텍트다. 에너지를 소모해 내가 받는 피해를 대신 받는다. 빨간색으로 변하면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것으로 간주되며 탈락이 확정된다.
“팀 리더인 성유진 씨?”
“네. 제가 성유진입니다.”
“여기 태블릿입니다. 다시 지급하지 않는 물건이니 잃어버리지 않게 주의하세요. 태블릿을 이용해 지도나 상황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들에게 긴급 연락을 할 수도 있고요.”
“네. 설명회에서 들었습니다.
“25분 후. 3시 정각에 시작이니 그때까지 움직이지 마시고 여기서 대기하세요. 저기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거 보이시죠? 태블릿에 위치추적기가 달려 있고, 드론 카메라도 돌아다니고 있으니 부정행위는 하지마세요. 그럼 건투를 빕니다.”
협회 직원은 곧바로 탑차의 운전석으로 걸어갔다. 탑차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어우 씨…. 여기서 일주일이나 보내야 한다니…. 하아.”
은상민은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실제로 겪기 전까지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서 문명의 도움 없이 던전에서 일주일 동안 생활하는 건 힘든 일이다. 여러모로 해야 할 게 많다.
그렇다고 하기 싫다며 바로 기권하면 전국에 방송되어 조리 돌림 당할 것이 분명하다.
“…….”
한하린은 팔짱을 끼고 조용히 주위를 둘러봤다. 그녀는 마나를 각성하고 난뒤부터 무언가 변했다. 예전에는 노출도가 거의 없는 옷들을 입고 H컵 가슴도 압박해 숨기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몸매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고 있었다.
‘보자…. 역시 태블릿의 기능은 한정되어 있군. 가장 유용한 건 지도를 볼 수 있다는 점인가.’
나는 태블릿을 만지작거렸다. 이 태블릿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조작에 빨리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유진아. 어쩔 거냐? 몬스터부터 찾아 다녀?”
은상민이 내게 물었다.
던전 서바이벌은 생존 포인트를 통해 참가자들의 순위를 집계한다. 일주일 뒤, 생존 포인트가 가장 많은 팀이 우승하게 된다.
그 생존 포인트를 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몬스터 사냥이다. 헌터답게 꾸준히 몬스터를 사냥해야 한다.
“몬스터야 돌아다니면 마주치겠죠. 여기서 중요한 건 식량이랑 식수, 그리고 잠자리입니다.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더라도 평균 이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필수니까요.”
초인인 헌터라고 해서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다. 식량이랑 식수는 필수다.
“그럼 시작은 탐색인가…. 어디부터 할 거냐?”
“근처에 R구역이 있으니 거기부터 하죠. R구역은 숲이니 냇물같은 게 있을 겁니다.”
태블릿의 지도로 알 수 있는 건 구역의 영역뿐이다. 정확하게 무엇이 있는지는 탐색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휴식 공간을 찾는 것도 중요해요. 첫날은 몬스터 사냥 보다는 탐색에 집중하는 게 좋겠네요.”
은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지시에 불만은 없는 것 같다.
한하린과 허공에서 시선이 부딪혔다. 내가 그녀에게만 보이게끔 음흉하게 웃자, 그녀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려 버렸다.
우리가 섹스 프렌드라는 사실은 둘 만의 비밀이었다.
‘저 새침한 얼굴이 내 아래에선 앙앙 거리며… 흐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한하린의 알몸을 생각하자 그곳에 살짝 반응이 갔다.
‘참아야 한다.’
이곳에선 참아야 한다.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드론 카메라가 하늘을 순찰하듯이 돌고 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협회 직원 일부가 카메라를 들고 던전을 돌아다닌다. 자칫 잘못했다간 망신당하는 걸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손에 쥔 태블릿이 살짝 진동했다. 나는 태블릿을 쳐다봤다. 알림이 있었다.
>3분 후. 3시 정각에 던전 서바이벌 리포지드를 시작합니다!
‘후…. 이왕 참가했으니 우승은 해야지.’
우리는 팀원 모두가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 우승의 조건은 갖춰졌다. 이 팀으로 우승하지 못한다면 도리어 쪽팔릴 정도다.
‘아니. 잠깐만. 섹스는 못하더라도 몰래몰래 터치는 할 수 있잖아.’
나는 한하린의 음란한 몸을 힐끗 쳐다봤다.
•••
던전의 어느 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곳은 작은 화면 수 십대가 설치되어 있고, 중심에는 커다란 화면 1개가 있었다. 화면의 앞에는 약 10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다.
던전 서바이벌은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된다. 참가자뿐만이 아니라 영상을 보고 리액션을 할 진행자와 게스트들도 마찬가지다.
오후 2시.
스튜디오의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던전 서바이벌 리포지드의 메인 MC인 조석후입니다! 이번에는 일주일 동안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며 설명하게 됐기에 3명의 MC들이 교대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 양해를 바라며 저를 도와줄 보조 MC와 게스트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MC 5명 중 한 명인 조석후의 숙련된 실력 덕분에 촬영은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홍수원 씨. 이번 던전 서바이벌 리포지드는 어떻게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홍수원은 30대 후반의 남자였다.
그는 대한민국의 10대 길드 중 하나인 ‘블루버드’의 스카우트와 참모 역할을 맡고 있는 간부다. 이곳에 초대된 게스트들 대부분이 대형 길드 소속의 간부들이다.
“성공하리라 생각합니다. 옛날에 진행되었던 최초의 던전 서바이벌은 헌터에 대한 정보와 준비가 미흡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헌터 협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규칙 또한 정해졌습니다.
다음 세대의 대한민국 헌터계를 이끌어갈 젊은 헌터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키는 젊은 헌터들의 실력. 저도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협회 소속이자, 요즘에는 모델과 방송일로 한창 바쁘신 백지은 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마찬가지에요. 후후. 전 참가자들의 정보와 실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그들이 어떤 실력을 가졌는지 두 눈으로 보시면 깜짝 놀라 실거에요.”
백지은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방송 때문에 웃는 가식적인 웃음이다.
그녀는 무수히 많은 화면 중 하나를 쳐다봤다.
국천대헌터팀. 성유진의 팀을 비추는 화면이었다.
‘쟤가 잘 할 수 있을까?’
최근에는 던전 서바이벌의 준비로 무척이나 바빠서 만나지 못한 오랜 친구가 걱정되었다.
‘…아. 한 번 만나서 빨아줘야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3시 정각이 되었다. 한쪽에서 모니터링을 하던 협회 직원들이 무언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백지은은 그들이 제압하고 있던 몬스터들을 풀고 있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깨달았다. 그녀는 던전 서바이벌 프로젝트의 책임자 중의 한 명으로서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다.
메인 MC 조석후는 때를 놓치지 않고 큰소리로 외쳤다.
“던전 서바이벌 리포지드! 드디어 시작합니다!!”
•••
>던전 서바이벌 리포지드를 시작합니다!
태블릿의 알림창을 확인한 우리는 바로 R구역이 있는 동쪽으로 거침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전원이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팀이다. 그런 강력한 팀이니 쫌스럽게 행동할 필요는 없다. 다른 헌터가 우리에게 덤벼든다면 맞서 싸워 탈락 시켜주면 그만이다.
“오. 몬스터다.”
커다란 바위 뒤에 숨어 있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이언트 스콜피온. 이름 그대로 2M 크기의 거대한 전갈이다. 딱딱한 외피와 바위조차 부수는 집게발. 그리고 꼬리 독침.
‘D급 몬스터군. 꼬리 독침의 독만 조심하면 별거 아니야.’
우리는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 D급 몬스터 정도야 1명만 나서도 쉽게 사냥할 수 있다.
“어떡할래?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
은상민이 내게 물었다.
나는 슬쩍 시선을 뒤로 돌렸다. 좀 떨어진 곳에서 협회 직원이 카메라를 들고 우리를 찍고 있다. 좀 거슬리긴 한데 어쩔 수 없다. 이건 방송이니까.
“사냥하고 가죠. 마주쳤는데 없앨 수는 없습니다.”
“이거 식량으로 사용할 수 있나?”
“독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자이언트 스콜피온은 살에도 독의 성분이 있어서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 그리고 설렁 독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세월에 제거하고 있겠나.
“내가 죽일까?”
“제가 하죠.”
한하린이 나섰다. 나는 말리지 않았다.
우리를 향해 매섭게 달려오던 거대 전갈이 멈췄다. 그 뿐만이 아니라 제대로 서있지 못하고 바닥에 처박혔다. 보이지 않는 중력이 전갈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한하린은 중력의 강도를 더더욱 올리기 시작했다.
콰직! 콰지직!
전갈의 몸이 처참하게 부서진다.
“끝났어요.”
“…….”
한하린이 은상민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은상민은 어색한 얼굴을 지었다. 한하린이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지금, 그녀는 은상민 보다 강했다. 중력 조작 능력은 최상위 능력 중 하나다.
‘나도 까딱 방심하면 한하린에게 져. 요즘 대련의 승률은 80% 정도지.’
중력장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까다롭다. 그녀가 마나를 사용해 능력을 발동하면 똑같이 마나를 사용하더라도 벗어나기가 꽤 힘들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바로 움직이죠.”
“잠깐. 마석은? 이거 챙겨야 되는 거 아니야?”
은상민이 내게 물었다. 던전 서바이벌의 룰을 숙지하지 않은 게 확실하다.
“협회 직원이 알아서 회수할 겁니다.”
나는 힐끗 태블릿을 통해 자이언트 스콜피온을 죽이면서 얻은 생존 포인트 5를 확인했다.
•••
던전 서바이벌 리포지드의 규칙 중 하나.
오전 6시와 오후 6시에 식량이 들어 있는 상자를 배급한다는 것이다. 이 식량 상자를 얻으면 추가로 100의 생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이건 헌터들을 위한 규칙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한 규칙이다.
식량 상자를 통해 헌터간의 전투를 부추기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헌터들 간의 전투가 더 재밌으니까.
>앞으로 30분 뒤의 오후 6시에 식량이 배급됩니다. 위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도의 여러 곳에 붉은 점들이 찍혔다. 점의 숫자는 총 10개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가장 가까운 배급 장소가 있다. 식량 배급은 공중에서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이 숲에서 발견한 식량이라고는 버섯 밖에 없어요. 식량을 얻으러 가야 합니다.”
생각 이상으로 식량을 찾기 어려웠다. 이름 모를 버섯을 몇 개 발견하긴 했는데 영양가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거기다 100 생존 포인트는 적은 양이 아니에요. 제 의견에 반대하시는 분?”
“네 의견이 맞아. 식량이 필요해.”
“버섯만 먹고 어떻게 살아 남냐. 당연히 가야지.”
한하린과 은상민이 동의했다.
뛰어난 전력을 가지고 있는 헌터 간의 전투가 무서워 식량을 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식량 상자를 얻은 다음에는 잠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곧 해가 저물어요.”
•••
6시 정각까지 10분이 남았을 때 우리는 식량 상자가 떨어지는 장소에 도착했다.
“크아아아아악!”
자신만만하게 앞서 나가던 은상민의 몸에 시퍼런 불꽃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