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62)
〈 162화 〉 162. 던전 서바이벌
162. 던전 서바이벌
콰직!
해골의 새하얀 두개골에 내 칼이 박혔다. 팔과 다리를 잃어도 꿈틀거리던 스켈레톤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다.
그리고 스켈레톤의 몸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이 스켈레톤은 헌터가 소환했다는 증거다. 일반 스켈레톤은 이렇게 사라지지 않는다.
‘보자. 보물 스켈레톤을 잡은 걸로 100 생존 포인트.’
헌터를 탈락 시키면 1명당 20 생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탈락시킨 헌터는 7명이니 추가로 140 생존 포인트. 총 240 생존 포인트를 벌었군.’
그래도 아직 -722 생존 포인트다.
나는 생존 포인트를 생각하다가 그냥 고개를 저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생존 포인트로는 우승할 수 없다.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
‘2명을 놓친 건 좀 아깝긴 해도 이 정도면 괜찮은 성적이야.’
다른 곳에서도 전투가 일어났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최소 15명 이상은 탈락했으리라.
나는 스켈레톤이 가지고 있던 보따리를 풀었다.
“음식은… 새우볶음밥 3인분이네요. 지금 전부 먹죠.”
“전부? 1인분 정도는 만일을 위해 남겨두는 편이 좋지 않아?”
“가지고 다니기도 귀찮고, 상할 수도 있어요. 그냥 전부 먹어요. 어차피 식량이야 6시에 또 얻을 수 있고.”
“어제 같은 일이 일어나면?”
“강석수를 만난 건 그냥 재수가 없었어요. 우리 실력이면 다른 팀에게 꿇리지 않아요.”
한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7명이나 되는 헌터를 탈락시키며 헌터들의 수준을 짐작했다. 마나를 사용하는 헌터라도 한하린과 나의 협공이면 제대로 된 반격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새우볶음밥을 먹으며 종이쪼가리를 쳐다봤다.
L-4
“이게 정보라고?”
“L-4 구역에 뭔가 있나 보네요.”
내가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이 정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L-4 구역은 페이크다.
L은 자음인 ㄴ으로 봐야한다. 그리고 ㄴ은 자음 중 2번째에 위치한다. 알파벳의 2번째는 B. B-4 구역이 진짜 가리키는 곳이다.
내가 이걸 알고 있는 건 해킹으로 이미 알아봤기 때문이다.
‘장난 수준으로 꼬아났네. 보통 헌터라면 L-4구역으로 가서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하고 그냥 포기하겠지. 급한 건 생존이니까. 태연하게 퀴즈나 풀고 있을 시간은 없어.’
다른 정보와 다르게 이 정보만 유독 이렇게 꼬아놓았다.
‘B-4 구역에 있는 보물은 밸런스를 흔들게 할 정도로 엄청난 보물이거든.’
나는 이 보물을 얻을 생각이다.
‘그래야 내가 생각하는 계획을 실행할 수 있어. 무작정 B-4 구역으로 찾아갔다간 의심을 살게 분명하니 먼저 L-4구역을 들렸다가 가야해.’
짜증나는 건 B-4구역과 L-4구역은 정반대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주더라도 절대 쉽게 주지 않겠다는 주최 측의 의지가 엿보인다.
“우선 L-4 구역으로 한 번 가보죠.”
•••
“국천대헌터 팀이 L-4 구역에 도착해 여기저기 둘러보고는 있습니다만…. L 구역은 사막입니다. 뭔가 있을 리가 없어요.”
조석후가 메인 화면을 보며 말했다. 화면에는 성유진과 한하린이 모래와 선인장 밖에 없는 사막에서 이리저리 돌아보고 있다.
-혹시 이 선인장 안에 숨겨져 있는 거 아닐까요?
-……그럴지도.
“아~. 애꿎은 선인장만 파괴하고 있어요. 보시다시피 선인장 안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조석후가 웃으며 말했다. 이런 장면은 그도 환영하고 있다. 방송에서 분위기가 마냥 무거워서는 재미가 떨어지는 법이다.
-…선배. 제가 생각해봤는데 L 구역이 아니라 B 구역 일지도 몰라요.
-B 구역?
-한 번 들어봐요. 제가 봤을 때는 주최 측이 성격이 그리 좋지 않은 것 같거든요.
“하하. 맞습니다. 우리 감독님이 성격이 좀 좋지 않긴 하죠. B-4 구역이라…. 백지은 씨는 성유진 헌터의 추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 글쎄요…?”
“제가 알기로는 백지은 씨가 던전 서바이벌 리포지드 제작에 참여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백지은 씨는 B-4 구역에 뭐가 있는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백지은은 던전 서바이벌의 협회 쪽 책임자 중 한 사람인건 맞다.
“전 몬스터 쪽을 담당해서…. 던전 내에 숨겨져 있는 보물 쪽은 잘 몰라요.”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그녀의 능력은 ‘속박’으로 대상을 구속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능력으로 던전이 시작되기 전에 능력으로 몬스터들을 잡아뒀다.
“B구역은 설원지대였죠. 혹시 B-4 구역에 위험한 몬스터가 있는 겁니까?”
백지은이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음. 그건 비밀이에요. 제가 스포일러하면 시청자 여러분들의 재미가 줄어드니까요.”
“그냥 말씀해주세요. 어차피 제작진들이 알아서 편집할겁니다.”
“조석후 씨는 연기 못하잖아요. 그래서 못 알려드리겠는데요?”
“하하. 제가 연기를 좀 못하긴 하죠. 그리고 그 말은… B-4 구역에 뭔가 있긴 있다는 거군요?”
“글쎄요.”
백지은은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얼마 뒤. 메인 화면은 다시 바뀌었다.
강석수가 있는 아쿠아 스톤 팀이다. 유력한 우승후보인 만큼 메인 화면이 그들이 비추는 빈도는 굉장히 높았다.
“아쿠아 스톤 팀이 보물 스켈레톤을 잡고 얻은 정보는 보스 몬스터의 위치였죠. 잘 찾아왔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저기 거대한 나무는 사실 D등급 보스 몬스터인 우드켈드입니다. 나무인데 불을 내뿜는 나무죠.”
화면을 보고 있던 홍수원이 입을 열었다.
“우드켈드는 방어력과 체력이 높고, 불에 대한 저항력이 엄청 뛰어납니다. 다만 기동성이 낮습니다. 거의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는 수준이죠. 그 약점을 공략한다면 어렵지 않게 사냥할 수 있을 겁니다.”
홍수원은 이어서 말했다.
“D등급 보스 몬스터는 C급 헌터라도 혼자서 잡는 건 힘들지만, 아쿠아 스톤팀이라면 강석수 헌터의 오더 아래에 어려움 없이 잡을 거라 생각됩니다.”
“아! 지금 강석수 선수가 마법으로 만들어낸 얼음창을 던졌습니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는군요! 과연 아쿠아 스톤 팀은 D등급 보스 몬스터인 우드켈드를 사냥할 수 있을 것인가! 시청자 여러분! 같이 보시죠!”
20분.
우드켈드가 죽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20분이면 매우 준수한 기록입니다. 보스급 몬스터를 잡아 300의 생존 포인트를 더 얻었으니…. 감히 제가 말하겠습니다. 우승은 아쿠아 스톤 팀일 것입니다.”
백지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곧 표정을 관리하고 홍수원에게 말했다.
“아직 둘째 날에 불과해요. 우승자를 확정하는 건 많이 이르지 않나요?”
“전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자신 있으시면… 저랑 내기 하실래요?”
“내기라면 어떤?”
홍수원의 두 눈에 흥미가 서렸다. 그는 진심으로 아쿠아 스톤 팀, 아니 강석수의 우승을 확신하고 있다. 그러니 내기 정도는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다.
“진 사람이 5억을 기부하고, 보는 눈이 없어 해설을 망쳤으니 시청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거죠.”
“……호오. 마음에 드는군요. 좋습니다. 대신, 진 사람은 시청자뿐만이 아니라 이긴 상대에게 추가로 사과하는 걸로 어떻습니까?”
“좋네요. 내기의 승리 조건은…. 홍수원 씨는 아쿠아 스톤 팀이 우승하는 것. 그리고 저는 아쿠아 스톤 이외의 팀이 우승하는 걸로 괜찮나요?”
단순히 생각하면 백지은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한 팀이 아니라 수많은 팀에 배팅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홍수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재밌는 내기군요. 지금 카메라가 찍고 있으니 그때 가서 발뺌하지 마십시오.”
“어머.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그대로 홍수원 씨에게 돌려드릴게요.”
두 사람은 웃고 있었지만, 그들 사이의 분위기는 북풍한설처럼 차갑기 그지없었다.
“하하하. 이거 참 재밌는 내기군요!”
조석후가 수습하려고 했지만 영 쉽지 않았다.
•••
던전 서바이벌 둘째 날.
나와 한하린은 6시에 떨어지는 식량을 손에 넣고는 가까운 휴식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던전 서바이벌 계획은 몬스터 사냥을 포기하고 최대한 컨디션을 유지한 채로 다섯째 날에 본격적으로 다른 헌터들을 탈락시키는 것이다.
생존 포인트를 포기했으니 휴식 공간에서 12시간을 보내든, 24시간을 보내든 상관없었다. 물론 그 안에서 섹스를 한 건 나와 한하린만의 비밀이다.
던전 서바이벌 셋째 날 오후.
B-4 구역에 도착했다. 설원 지대였다. 사방이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새하얘서 뭔가 뭔지 모를 정도다. 다행인 건 하늘은 맑고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배. 부탁할게요.”
“알았어.”
한하린이 중력을 사용해 쌓인 눈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눈들이 위로 떠올랐다가 저 멀리 날아간다. 그걸 몇 번 반복하고 나자 지면에 있는 얼음 동굴이 보였다.
“선배. 여기에요. 얼음으로 막혀 있어서 내려갈 수 없네요. 얼음 좀 깨줘요.”
콰아앙!
한하린의 손에서 나온 중력구 하나가 얼음벽을 박살냈다. 우리는 조심히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카메라를 든 협회 직원이 따라온다.
한하린은 꽤 긴장한 표정이었다. 이런 동굴에는 높은 확률로 함정이나 몬스터가 있기 때문이다.
‘근데 함정이나 몬스터는 없지. 이게 끝이야.’
나는 한하린을 따라 굳은 표정을 연기했다. 내가 너무 태연하면 의심받을 테니까.
지지직.
어두운 동굴 속을 번갯불로 밝히며 들어갔다. 동굴은 깊지 않았다. 1분도 지나지 않아 그 끝에 도달했다.
“오. 보물 상자가 있네요. 제대로 찾아 왔어요.”
“잠깐! 함부로 다가가지 마! 함정일지도 몰라!”
내 몸이 멈췄다.
‘실수다. 헌터는 보통 보물상자를 보면 경계하기 마련인데….’
낮은 가능성이지만 보물 상자 자체가 함정이거나, 미믹같은 몬스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헌터가 되면 지겹도록 듣는 말이 보물 상자를 발견했다고 방심하지 말라는 말이다.
‘저 안에 있는 거라곤 종이하나 뿐인데. 어휴.’
그걸 말할 수는 없기에 나는 약간 답답함을 느꼈다.
나는 한 층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 칼끝으로 보물 상자를 툭툭 건들었다.
‘…하. 이게 뭐하는 짓거리냐.’
그것도 모자라 보물 상자에 뇌전을 흘려보냈다.
“선배. 이건 그냥 상자에요. 전기에도 반응 없고, 딱히 뭔가 느껴지는 것도 없어요.”
“그래? 그래도 최대한 조심해서 열어봐.”
“네.”
나는 칼로 자물쇠를 베어내고, 칼로 보물 상자를 열었다.
보물 상자 안에는 종이 한 장만 달랑 들어 있었다.
-태블릿을 확인하세요!
종이에 적혀 있는 문장이었다. 나는 칼을 집어넣고 태블릿을 들었다.
>당신이 찾은 보물은 ‘실시간 지도’입니다.
>3시간마다 1분 동안 몬스터와 참가자의 위치가 지도에 실시간으로 표시됩니다.
>사용하실 때는 카메라를 향해 ‘실시간 지도!’ 라고 외쳐야 합니다.
“오오. 대박!”
내가 씨익 웃었다.
이걸로 내 행동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생겼다.
“선배. 아무래도 일정을 좀 바꿔야할 것 같네요.”
•••
“국천대헌터 팀! 숨겨져 있던 보물인 실시간 지도를 손에 넣고 거침없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몬스터가 아니라 헌터들을 사냥하고 있어요! 헌터들은 정말 무섭겠군요!”
조석후가 흥분하며 말했다.
성유진과 한하린은 자연계 능력자로서 전투를 보는 맛이 있었다. 특히나 성유진 뇌전은 볼때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화려하다.
“……저런 보물은 좀…, 너무 사기 아닙니까?”
홍수원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국천대헌터 팀은 활개를 치고 있었다. 어느새 그들을 뒤쫓는 협회 직원이 아쿠아 스톤 팀과 똑같이 6명이 될 정도다.
백지은은 홍수원을 보며 미소 지었다.
“좋은 보물이긴 하지만, 그만큼 국천대헌터 팀이 힘들게 얻은 보물이에요. 그리고 국천대헌터 팀이니까 저 정도로 활약할 수 있는 거죠. 다른 팀이었으면 저렇게 행동하기 어려워요.”
“…끄응. 그래도 국천대헌터 팀의 우승은 쉽지 않을 겁니다. 이대로 수월하게 일이 풀리면 결국 아쿠아 스톤 팀과 남게 될 텐데. 싸우면 국천대헌터 팀이 불리하죠.”
생존 포인트를 모으고 있는 아쿠아 스톤팀은 결국 살아남으면 이긴다. 제대로 싸우지 않고 방어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설령 싸우더라도 아쿠아 스톤 팀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그건 국천대헌터 팀도 알고 있을 거에요. 저는 기대되네요. 그들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지. 어쩌면 던전 서바이벌 리포지드는 마지막 날까지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우승하는 건 아쿠아 스톤 팀 일겁니다.”
“누가 우승자가 될지는 두고 보면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