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8)
〈 18화 〉 018. 뱀파이어 형사
018. 뱀파이어 형사
[잠재력이 없습니다]“개씨발!”
“시끄러!”
무심코 소리 지르자 옆집 남자가 마주 소리 질렀다. 쳐들어가서 한 대 칠까 고민했는데 관뒀다. 여긴 현실이다.
‘새끼 넌 나중에 또 해킹 해주마. 이번엔 가정을 파탄내주지.’
다시 잠재력으로 돌아가서.
난 이번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내 잠재력은 모두 유희 생활 어플이었던 거지.’
유희 생활 어플을 이용해 스킬을 얻을 수 있고, 능력치도 올릴 수 있다. 좆도 커지지 않았던가. 어떻게 보면 유희 생활 어플은 잠재력을 주는 능력이었다.
‘내겐 유희 생활 어플이 있으니까. 잠재력 따위야 뭐…. 씨발.’
그래도 잠재력이 아예 없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누군가는 날 욕심 많은 새끼라 욕할지도 모르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미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한 거고, 가지지 않은 건 가지고 싶은 법이다.
‘아. 인간이여.’
어플 관리를 클릭했다.
이제 아바타 놈이 돈을 버는 걸 확인할 시간이다.
‘뱀파이어 형사’ 유희의 일시정지를 풀고 자동 진행을 시작했다.
아바타는 모니터 앞에 있는 종이를 보자마자 피식 웃고는 와그작 구겨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 영혜정에 또 가고 싶다. 근데 돈은 없고 일하긴 귀찮고…. 30만원으로 콜걸이나 부를까.
아바타는 해킹 스킬을 써서 컴퓨터를 원격으로 조종해 인터넷에 서울 콜걸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콜걸을 부를 속셈이다.
“…그래. 아바타는 내 행동을 따라하지.”
나는 아바타가 콜걸을 부르기 전에 일시정지를 눌렀다.
“돈은 나중에 생각하고, 이번에 뱀파이어 형사를 처음부터 다시 봐야겠다.”
나는 작년에 뱀파이어 형사가 방영할 때 생방송으로 봤었다. 큰 줄거리는 기억하지만 세세한 설정이나 이야기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드라마를 다시 처음부터 보며 정보를 수집할 생각이다.
“미래의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는데, 당연히 이용해야지.”
나는 드라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드라마는 별로 재미없었다. 예전에는 몇 번 생방송까지 사수하며 재밌게 본 것 같은데. 지금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여주는 예전에도 느꼈던 건데 지금 봐도 매력이 없었다. 여주 역을 맡은 여배우인 김정미가 가슴이 작긴 하지만, 다른 작품 역할에선 제법 매력이 있었는데.
‘전형적인 여주인공이라 그런가.’
그러다 드라마 속에서 아는 얼굴이 나왔다.
“와…. 신혜진. 얼굴만 봐도 가슴이랑 보지가 생각난다. 유륜이 좀 컸는데… 진짜 신혜진은 어떤 유륜일까.”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가능하면 지금 자빠뜨리고 확인하고 싶다.
“오지헤! 백보지에 똥구멍에 점 있는데!”
물론 유희 속의 이야기다.
“나아연! 함몰 유두! 흥분하면 유두가 나오지!”
나아연 배우는 애가 있는 유부녀였다. 항문 근처에도 털이 있던 걸로 기억한다. 드라마 계에선 탑급인 여배우가 똥꼬털이라니… 진짜일까.
영혜정의 마담, 김미옥이 나왔다. 나는 인터넷에 검색해 여배우의 이름을 알아냈다.
본명은 윤경주. 나이는 48이다.
“와. 저 얼굴로 올해 48이라고? 미쳤네. 뱀파이어 아니야?”
윤경주는 나아연처럼 똥꼬털은 없었지만 보지 쪽은 나아연 보다 털이 더 많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그녀는 다리가 노출되지 않는 긴 치마나, 바지만 입고 있다. 항상 노출도가 적은 옷만 입어 정숙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녀가 유일하게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게 연말 시상식 때인데, 등만 살짝 파여 있는 게 노출의 전부였다.
이걸로는 현실의 여배우와 유희 속의 캐릭터의 몸이 완전히 똑같은지 확신할 수 없다.
만약, 현실의 여배우와 똑같은 보지라면?
‘……아이돌이 단체로 나오는 창작물을 보자. 이건 예능 쪽이 맞겠지. 근데 버라이어티 예능도 창작물에 들어가나? 들어가겠지? 들어갈 거야. 뭣하면 뮤직 비디오라던가….’
난 드라마를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어, 쟤는….”
내가 본 것은 윤혜정에서 일하는 아가씨. 스쳐지나가는 엑스트라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왕게임에서 내 자지를 빨았던 여자다. 왼쪽 젖꼭지 아래에 점이 있고, 클리토리스가 컸다.
“그리고 쟤는….”
왕게임에서 내 자지 위에 올라타 50번이나 허리를 흔든 여자다. 허벅지 안쪽에 나비 모양의 작은 화상 자국이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등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드라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드라마는 이름난 여배우만 연기하는 게 아니다. 주조연을 제외하고도 단역, 엑스트라, 까메오 등등이 출연한다. 그 중에서 뛰어난 미모를 갖춘 이들은 적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나는 그들을 외웠다.
‘외우자. 외… 잠깐. 그러고 보니 유희 속 세계에서 신혜진의 번호를 받았잖아.’
어쩌면 현실의 신혜진도 이 번호가 아닐까?
그 생각이 닿자마자 충동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통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고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남자 목소리였다. 나는 급격히 실망했다.
“신혜진 씨, 폰 아니에요?
-아닙니다.
“잘못 걸었네요. 죄송합니다.”
전화를 끊은 난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신혜진과 헤라의 보지는 아예 다를지도 모른다. 그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었다.
‘아니 잠깐만.’
나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더 떠올렸다.
‘여배우는 작품을 하나만 찍는 게 아니잖아.’
제법 인기 있는 주조연의 여배우의 경우 1년에 작품 4~5개 찍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쉬는 기간은 있겠지만 1년에 작품 1개는 너무 적다.
나는 인터넷으로 신혜진이 출현한 드라마, 영화 등을 쳐다봤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녀는 더 많은 드라마를 찍었다. 그 중 영화는 2개뿐이고 모두 단역이다.
유희 생활 어플을 키고 유희 가능한 창작물 목록을 빠르게 훑는다.
‘다른 유희 세계의 신혜진의 보지가 헤라의 보지랑 똑같이 생겼다면?’
우연일 리가 없다. 아니, 나는 지금부터 우연을 믿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다.
신혜진… 아니, 다른 여배우들의 보지를 확인하기 위해 유희 세계에 들어가 당장 찾아가 강간을 한 뒤 빠져나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아래로 처박고 우울하게 절망할 수박에 없었다. 선택 가능한 창작물 중에서 신혜진은 물론이고 다른 여배우들이 참여한 창작물은 뱀파이어 형사를 제외하곤 하나도 없었다. 단 하나도.
“하아.”
또 다시 무거운 한숨을 내쉰 나는 그냥 잠자코 드라마 시청에 집중하기로 했다.
•••
“아! 형! 진짜, 나 요즘 미쳐버리겠어!”
옆집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나도 시끄럽다고 외쳐버릴까 하다가 옆집 남자의 지금 상황이 최악이란 걸 떠올리곤 드라마를 정지시켰다. 나는 벽 쪽으로 다가가 기대어 소리를 듣기 위해 최대한 집중했다.
“…아니. 그 사진은 내가 찍은 게 맞는데…. 카톡에 올린 건 내가 아니라고! 술에 취한 것도 아니야! 어떤 병신이 여자들을 다 채팅창에 초대해서 그런 사진을 올려?! 해킹 당한 거라니까!”
큭큭.
나는 서둘러 벽에서 떨어졌다. 뱃속에서 웃음이 흘려 나온다. 나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무슨 상황인지 감이 잡혔다.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하려고 했어! 했다고! 근데 노아영이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하면, 자기도 신고한다고 지랄이잖아!”
노아영이라면 옆집 남자에게 알몸 사진이 찍힌 여자였다.
‘신고하려면 경찰에게 알몸 사진을 알려야 하니까 쪽팔리겠지. 사진 찍힌 다른 여자들도 대부분 그럴 테고.’
멍청하기는.
나는 그를 비웃었다.
평소에 소음 공해를 좀 신경 썼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형! 나 일할 수 있어. 나 일 잘하는 거 잘 알잖아.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할게. 조용히 지낼게. 그리고 나 정도 되는 마스크 가진 놈 찾기 힘들잖아. 응?”
아무래도 형이란 인물은 직장 상사인 모양이다. 그리고 옆집 남자는 ‘내일부터 클럽에 오지마’라는 말을 듣는 것일 테고.
“형! 제발! 우리 5년이나 알고 지냈잖아!”
정에 기대기 시작했다.
“아, 씨발. 그건 내가 한 거 아니라고! 해킹 당했다고!!”
화를 내고.
“…제발. 내가 잘못했어. 제발. 나 거기서 계속 일하고 싶어. 응? 나 모아둔 돈도 없어….”
애원하고.
“……알았어.”
체념했다.
“씨바아아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나 또한 마주 소리 질렀다.
“시끄러어어!!”
“……뭐 이 새끼야?! 너 죽고 싶어?!”
옆집 남자가 화를 냈다.
뭐, 이해한다. 상황이 좆같으니 짜증이 났겠지. 화도 풀고 싶겠고. 하지만 생판 모르는 남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되지.
“뒤지고 싶은 건 너겠지!”
“이 새끼가! 나와!”
“못 나갈 것 같냐!”
알몸이었던 나는 바지를 챙겨 입고 문밖으로 거침없이 나갔다.
나는 헌터 지망생이다. 헌터는 일반인을 지키는 헌터법 때문에 되도록 일반인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려 하지만, 나는 아직 정식 헌터가 아니다. 공적으로는 헌터가 아니라 일반인이다.
벌컥! 벌컥!
우리는 거의 동시에 밖으로 나왔고, 나는 실소를 흘렸다.
옆집 남자는 얼굴은 잘 생겼는데 몸은 비실비실했다. 키도 나보다 5cm 정도 작았다. 참고로 내 몸에는 적당히 근육이 붙어 있다.
내 눈과 마주친 옆집 남자는 순식간에 분노 조절 잘해가 된 듯,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그에 나는 피식하고 웃었다.
“씨발. 옆집에까지 소리가 다 들리네. 통화할 거면 밖에서 해라. 한 번만 더 네 좆같은 목소리가 들리면 찾아가서 죽여 버린다. 알아들었냐?”
“아…. 네. 죄, 죄송합니다.”
나는 다시 문을 쾅 닫았다.
내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옆집 남자의 사정이 내 생각보다 좋지 않음을 오늘 알았기에 제법 만족스러웠다.
‘가정 파탄 내는 건 봐주마.’
이미 인생 절반은 파탄 난 것 같으니.
•••
늦은 밤.
드라마, 뱀파이어 형사의 주인공인 문지혁은 잠복근무를 하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차 안에서 조용히 몸을 낮추고 어느 한 주택을 지켜봤다. 그의 파트너는 잠시 사우나로 향했다. 문지혁은 그가 돌아올 때 간단한 요깃거리라도 사오길 바랬다.
“……놈은 대체 언제 움직이는 거지?”
그가 감시하는 용의자는 살인 용의가 있는 30대 남성이었다. 나이트 클럽의 화장실에서 30대 여성을 밀쳐 죽이고 도망쳤다.
정황상 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확실한 증거다. 그것만 확실하다면 영장이 나온다.
“후우….”
문지혁이 힐끗 백미러를 쳐다봤다. 백미러 속에 제법 잘생긴 남자가 우울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유난히 생기가 없고 창백한 피부.
그가 살짝 입을 벌렸다. 뾰족한 송곳니가 나있다. 인간의 것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뾰족하다.
‘흡혈귀. 뱀파이어….’
그는 지난 날, 골목에서 뱀파이어 마주했고, 목에 송곳니가 박혀 피를 빨려 죽을 뻔했다. 때마침 자동차가 지나가지 않았다면, 그에 놀란 뱀파이어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확실하게 죽었을 것이다.
그는 뱀파이어에게서 어떻게든 살았고, 몸은 뱀파이어가 되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비밀이었다.
‘뱀파이어가 진짜로 존재한다니….’
당연히 뱀파이어가 되고 어느 정도 조사해봤다. 자신의 육체도 실험했다.
현실은 가상의 뱀파이어와는 좀 많이 달랐다.
낮에도 움직일 수 있지만,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어진다. 낮에는 인간의 평균 육체 능력보다 낮았다.
반면에 밤에는 육체 능력이 인간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정도로 상승한다.
그는 제자리에서 점프를 했을 때 깜짝 놀랐다. 거의 1M 이상의 높이를 도움닫기도 없이 간단히 뛰어버린 것이다. 제대로 집중해서 뛴다면 2M도 가능했다.
‘음식도 먹을 수 있고, 밤에 잠도 잘 수 있어. 송곳니가 뾰족해지고 피부가 좀 창백해진 걸 제외하면 겉으로 보이는 변화는 없어.’
피를 빨고 싶다는 욕구는 아직 없었다. 십자가를 봤는데도 그게 뭐. 라는 생각이 들뿐이다. 마늘? 몇 시간 전에 저녁 식사로 마늘 치킨을 먹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뱀파이어의 육체는 뛰어나.’
낮에만 힘들 뿐이지 밤이 되면 아예 날아다닌다. 인간 5~7명 정도는 우습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인간들이 총을 들지 않았을 때 말이다.
‘그래도 나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아.’
그러나 결국은 뱀파이어는 괴물이다.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괴물. 그리고 문지혁은 형사였다.
‘인간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러니 일단… 뱀파이어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날 뱀파이어로 만든 그 새끼를 잡아야 되고.’
문제는 그 새끼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뱀파이어가 실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
‘……테이커 한테 부탁해야 하나.’
테이커.
1년 전에 어느 사기꾼을 수사하다가 알게 된 해커다.
문지혁은 형사로서 이 해커 놈도 잡아야 하나 고민했었다. 그러나 해커를 잡는 건 자신의 일이 아니었다. 대충 관련 부서 쪽으로 넘기려 했는데… 해커가 뛰어난 정보상이란 걸 알게 되었다.
해커는 돈만 주면 웬만한 정보는 죄다 거래했다. 문지혁이 며칠 동안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녀야 얻을 수 있는 고급 정보를 단돈 30만원에 판매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정보의 힘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있기에 해커와 거래를 하는 걸 선택했다.
‘테이커라면 뱀파이어에 대해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이 정보는 얼마를 부를지 모르겠군. 50만원…?’
서민에게는 쉽게 사용할 수 없는 금액이었기에, 그의 생각은 조금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