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508)
창작물속으로 2508화(2508/2525)
슬슬 1시가 되어갔다. 복도에 있는 유령이 사라질 시간이었다. 유진명과 조나영이 긴장하며 현관문 앞으로 왔다. 손에 든 식칼이 형광등 빛을 받아 번쩍거린다.
우리는 1시가 되자마자 밖으로 나가서 다른 참가자를 죽일 생각이었다. 존버? 내가 있는데 뭐 하러 존버하나. 그건 시간 낭비였다.
‘나가기 전에 주사위나 한번 던져 볼까.’
주사위를 던질 마음을 먹었음에도 조언은 조용하다. 지금 던져도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주사위를 굴렀다. 나온 눈금은 3이었다. 주사위의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던졌을 때 3 이하가 나오면 불운이, 4 이상이 나오면 행운이다. 3이 나왔으니 불운이었다.
‘1이나 2가 나오지 않았으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3 이하의 눈금이 나오면 조언이 경고해 주는 거 아니었나. 조언에 살짝 실망했다.
‘내게 찾아올 불운은 뭐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육체가 뜨거워졌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나쁜 의미로. 감각이 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감기군.’
느닷없이 감기에 걸렸다.
괜히 주사위를 굴렀다. 뒤늦게 후회가 됐지만, 의외로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감기에 걸렸다. 그래서? 내 능력이 사라졌나? 그건 또 아니었다. 컨디션이 안 좋아지긴 했어도 초집중은 사용할 수 있다.
여차하면 방에 틀어박혀서 존버하면 그만이다.
‘행운의 효과가 오래가지 않듯 불운의 효과도 오래가지 않겠지.’
쿨럭.
나도 모르게 기침 소리를 내뱉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그들이 긴장했다. 유령이 오지 않을까 긴장한 것이다.
나 또한 긴장하며 눈치를 살폈다. 유령이 나타나자마자 탈출권을 쓸 생각이었다.
‘아니, 잠깐. 조언이 조용하잖아.’
내 목숨이 위험하면 조언은 경고한다. 경고가 없다? 안전하다는 거다.
‘기침은 생리 현상이지. 생리 현상은 봐주는 건가.’
그것도 안 봐주면 방귀 뀌는 순간 뒤지는 거다. 심지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죽는 거다. 그건 악마가 원하는 죽음 방식이 아니다. 악마는 사람이 죽는 걸 원한다.
(유진 씨. 주사위가 잘 안 나왔군요. 괜찮으십니까? 몸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한 타임 쉬는 것도 방법입니다.)
(문제없어. 계획대로 한다.)
내 컨디션이 약해졌다고 해서 사람을 못 썰 정도는 아니었다.
‘탈출권이란 보험은 있다. 그러니 지금은 내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잖아.’
시간이 됐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 쥔 식칼이 아쉽다. 칼날이 긴 무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간다. 유령이 돌아다니던 복도는 쥐새끼 한 마리 없이 조용했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놈들은 죄다 방안에서 존버하기로 한 것이다.
‘누가 먼저 굶어 죽는지 알아 보려 왔나. 역시 힘이 없으니 피곤하게 사는군.’
열려 있는 문과 닫혀 있는 문.
열려 있는 문 안쪽에는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있었다. 유령에게 생기를 쪽쪽 빨린 모양이다.
조나영이 닫혀 있는 문 중 하나를 가리킨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아마 입구를 막고 있겠지.
참고로 문을 막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문은 당겨도 열리고, 밀어도 열린다. 단순히 입구를 막는 것만으로 문이 열리는 걸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문을 향해 달려가 있는 힘껏 걷어찼다. 문은 부서지지 않았다. 대신 밀려났다. 그 앞에 있던 2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는 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렸다. 그들이 일어나기 전에 식칼을 움직였다.
푹푹푹.
세 명의 목을 찔렀다. 생각보다 더 쉬웠다. 전투가 아니라 일종의 작업으로 느껴졌다. 딱히 힘들 것도 없었다. 셋을 죽이고 다음 문으로 향한다.
있는 힘껏 문을 걷어차 열고 당황하거나 쓰러지는 놈들을 식칼로 죽인다. 이 간단한 방식은 의외로 잘 먹혔다.
물론 적들과 칼부림을 해야할 때도 있었다. 그때는 조금 성가셔져도 결국은 내가 이겼다.
‘칼 하나 다룰 줄 모르는 어설픈 놈들이 태반이군.’
뭐, 현대인이 칼을 다뤄봤자 식재료나 썰었겠지. 물론 나도 현대인이고 무술을 배운 것도 아니긴 한데.
‘나는 천재라서 가능한 거지.’
복도를 걷는데 문이 쾅 열린다. 그곳에서 식칼을 양손으로 쥐고 있는 남자가 두 눈을 부릅뜨고 내게 달려들었다. 반사적으로 초집중을 발동했다.
‘뭐야, 이 병신은.’
옆으로 피하고 목을 찔려주면 된다.
초집중이 해제되는 순간이었다. 놈의 몸이 3개로 늘어난다.
‘착시? 환술?’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지금 능력을 써봤자 아무 의미 없다. 놈이 내게 닿기 전에 대각선으로 이동하며 칼을 휘두른다. 칼날은 세 명의 목을 한 번에 베었다. 가짜 2명이 사라지고, 진짜는 칼을 떨어뜨리고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손으로 막았다.
“씨, 씨발…!”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깊게 베진 못했다. 하지만 놈이 말하는 순간 결과는 정해졌다.
허공에서 유령이 나타나 놈의 몸을 덮쳤다. 놈은 반투명한 유령을 떨쳐내지 못하고 생기가 빨려 실시간으로 말라비틀어져 죽었다.
나는 슬쩍 유령에게 칼을 휘둘러봤다. 칼은 희끄무레한 유령의 몸을 통과했다. 걸리는 느낌이 하나도 없다.
‘이건 좀 쫄리네.’
뒤로 물러났다. 유령을 죽일 수 있다면 모를까. 죽일 수 없는 건 좀 그랬다.
-축하드립니다! 당신들은 게임에서 승리했습니다.
-활약도에 따라 게임 포인트를 추가로 지급하겠습니다!
-다음 게임을 기대해 주십시오!
악마의 방송과 함께 현실로 돌아왔다.
내 눈앞에는 신도현이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악마의 게임을 시작하기 전과 똑같았다. 실제로 1초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악마의 게임에서 나와서 그런지 감기도 없어졌다.
「보유 게임 포인트: 45」
“너 지금 갔다 온 거야?”
“맞아. 이번엔 팀전이었어. 유진명이랑 조나영이랑 같이 했어.”
신도현에게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조나영과 있었던 일 때문이다. 물론 그걸 신도현에게 말할 생각은 없다.
‘키스나 섹스를 한 것도 아니잖아.’
우연히 조나영의 말랑쫀득 가슴을 조금 만졌을 뿐이다. 그것도 변명하자면.
‘조나영이 투명 인간 상태라서 잘 몰랐다고.’
나는 당당하게 신도현을 끌어안았다. 신도현은 흠칫 놀랐으나, 곧 내 몸을 마주 안아줬다.
상체에 신도현의 가슴이 닿는다. 조나영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가슴이다. 크기, 모양, 감촉. 전부 뛰어났다. 아까부터 은근히 아른거리던 조나영의 모습이 사라졌다.
‘역시 신도현이군.’
내 손이 슬금슬금 움직여 신도현의 등을 쓰다듬는다. 그녀의 옷을 벗기려는 것이다. 동시에 섹스를 하자는 신호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도현은 날 밀쳐냈다.
“그럴 시간 없어. 새벽 2시에 킬러가 온다며?”
“2시간이나 남았는데?”
“2시간으로 안 끝나니 문제지.”
그렇긴 하다. 우리가 섹스를 하면 기본 3시간이었다. 나와 그녀는 남들보다 성욕이 좀 강하다.
“한 번만. 한 번만 하자. 악마의 게임에 갔다 와서 몸이 뜨거워.”
절반 이상은 조나영 탓이다. 굳이 말하지 않았다.
“하아. 어쩔 수 없네. 입으로 해줄 테니 그걸로 만족해.”
“예스!”
좀 아쉽긴 해도 해주는 게 어디냐.
나는 바지를 벗고 침대에 누웠다. 신도현도 침대에 엎드려 내 하반신 쪽으로 기어 왔다. 그녀의 입이 내 그곳에 닿는다.
‘오, 오오오오!’
천국을 보았다.
• • •
새벽 1시 55분.
신도현과 나는 어둠 속에 숨어서 곧 찾아올 킬러를 기다렸다. 그녀의 손에는 총이, 내 손에는 일본도가 있었다. 일본도의 경우 낮에 숫돌로 날을 갈았다. 전문가 수준은 아니어도 일본도를 쓸만하게 됐다.
신도현은 굉장히 긴장하는 듯했다. 새벽이라 쌀쌀한 날씨임에도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반면에 나는 별로 긴장되지 않았다.
‘킬러라고 초인은 아니잖아. 유령 같은 놈도 아니고 말이야. 썰면 죽어.’
무엇보다 내겐 조언이 있었다.
‘킬러가 새벽 2시에 오는 거 맞지?’
<맞습니다. 킬러는 당신의 집 현관문을 열고 올 것입니다.>
주택이라 도어락이 아닌 열쇠 방식이었다. 마당 밖에 대문이 있긴 한데, 대문은 사다리 하나만 있어도 넘을 수 있다.
새벽 2시가 됐다.
철컥… 철컥….
문 따는 소리가 들린다. 밤이고 조용한데다가 집중하고 있었기에 잘 들렸다.
‘근데 이 새끼 딱 새벽 2시에 오네. 일부러 맞춰서 왔나?’
킬러는 강박증 같은 게 있는 모양이다.
철컥!
문이 열렸다.
나와 신도현이 각각 일본도와 총으로 킬러를 겨눴다. 킬러는 두 눈을 부릅뜨더니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킬러는 어쩐지 시시했다.
우리는 킬러를 제압했다. 수갑으로 손목을 채우고 밧줄로 다리를 묶었다.
“너무 시시하잖아. 네가 그러고도 킬러냐?”
“…킬러라고 별거 없습니다. 어떻게든 사람만 죽이면 되니 말이죠. 설마 새벽 2시에 매복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혹시 이건 함정입니까?”
“그래. 함정이다. 팽천수가 널 죽이라고 했지.”
“……거짓말이군요. 감이 왔습니다. 당신이 악마의 게임 참가자라는 정보를 받았습니다. 악마의 게임 참가자는 능력을 갖고 있다던데… 그 능력으로 제가 오리란 걸 알아냈나 보군요.”
이 상황에서도 냉정하다. 머리도 제법 돌아가는 놈이다.
“유진아. 죽이고 끝내자.”
신도현이 차가운 눈으로 킬러를 바라봤다. 그 머리에는 소음기를 단 권총을 겨누고 있다.
“잠시만요. 살려주십시오. 저는 도움이 됩니다.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있다면 죽여드리겠습니다.”
“팽천수도 죽일 수 있나?”
“…팽천수는 힘듭니다. 팽천수는 혼자 있는 경우가 없습니다. 항상 킬러를 경계하기에 머무는 곳에 침입하기도 힘듭니다.”
“원한을 많이 살 놈이긴 하지.”
내가 팽천수여도 킬러를 경계하게 될 것 같다.
‘죽여도 될 것 같긴 한데. 이건 너무 쉽잖아. 이용 가치도 있을 것 같고.’
지병수처럼 말이다.
보아하니 팽천수에게 의뢰를 몇 번 받은 놈 같으니 알고 있는 정보도 제법 있을 것이다.
나는 킬러를 보며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유진명에게 넘기자. 유진명이라면 죽이든, 살리든 알아서 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