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569)
창작물속으로 2569화(2569/2569)
궁으로 들어간다. 지하에 있는 궁은 어두우면서도 어지러웠다. 궁을 자세히 보면 뭔가 통일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다.
‘원래는 작은 궁이었는데 증축을 반복한 건가? 이 새끼들 미관이나 실용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지 꼴리는 대로 증축했군. 덕분에 미궁 수준이잖아.’
일단 앞으로 나아갔다. 요괴들이 눈에 띄었다. 허드렛일을 도맡아서 일하는 요괴들 같았다. 요괴가 보이는 족족 죽였다.
꽤 인상 깊은 것들도 볼 수 있었다. 요괴와 인간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냉동실이라던가, 임산부들을 모아둔 인간 가축이라던가.
“으으… 어어어….”
가축 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인간들은 말을 할 줄 몰랐다. 요괴들은 인간 가축에게 말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다. 인간 가축들은 여기서 태어나고 여기서 사육되어 요괴들의 특식이 된다.
모습을 숨긴 채 내 뒤를 따라 움직이던 무림맹주가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최소 수백 년은 반복된 끔찍한 일이군. 이들에게 삶이란 지옥 그 자체였을 테지. 이들에게 삶은 곧 고통이니, 이들의 삶을 끝내어 현세를 구제해 주게.”
“도사란 놈이 사람을 죽여서 구하자는 거냐?”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무림맹주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이들을 데려가 살리는 것도 방법이겠지. 허나 이미 가축으로 길들여져 있는 자들이 아닌가. 팔다리를 보게. 도망치지 못하도록, 반란은 꿈에도 꾸지 못하도록 잘랐네. 저들을 데려가 억지로 살려봤자 삶은 고단할 뿐일세. 자네가 하지 않겠다면 내가 하겠네.”
“말코도사로군.”
“저들은 전생에서 죄를 지어 현생에서는 끔찍한 고통을 받고 있네. 어찌 보면 죄인이라 할 수 있지. 허나 우리가 이곳에 당도한 곳으로 이들의 업보가 청산된 것이라 할 수 있네. 그러니 이 또한 운명이 아니겠는가.”
“아. 그러셔.”
대충 대꾸했다. 운명이니 뭐니 믿지 않았다. 라고 하고 싶지만 이 세계관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었다. 어찌 됐든 별생각은 없었다. 내게 있어 이 세계는 유희니까.
“내세에는 좋은 곳에서 태어나 복을 누리게. 원신천존께서 자네들을 살피길.”
“원시천존은 이들에게 조금도 관심 없을 거다. 이 세계에 관심 있었다면 뭔가를 하고도 남았겠지. 네놈들이 정말로 전생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기왕 전생할 거면 힘 있는 놈으로 전생해라. 힘이 있어야 선택할 수 있을 테니.”
“허허. 참으로 마교도 다운 말이었네.”
무림맹주는 인간 가축들을 죽였다. 그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내력을 움직여 고통 없이 생명을 끊었다.
“이곳의 백호는 반드시 죽여야 하네. 그런 놈이 요선이되는 것 자체가 선계를 향한 모욕일세.”
“도가 아닌 힘으로 등선하는 세상인데 이제 와서 뭘.”
선계는 천국이 아니다. 또 다른 세계일 뿐이다.
무림맹주는 다시 몸과 기척을 숨겼다. 나는 멈췄던 다리를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백호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하수가 고인 호수 위에 지어진 정자에 거대한 백호가 앉아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천지영기가 요동치고 있으나, 정작 호수는 잔잔했다. 정자 옆에는 반쯤 뜯어 먹힌 거미 요괴의 사체가 걸려 있었다.
화련비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등선을 위해 집중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한 번에 죽인다.’
내력을 끌어올리는 순간이었다. 눈을 감고 있던 백호가 번쩍 눈을 뜨더니 나를 주시했다.
“…천지영기와 공능 중에 멈춘다고? 등선은 포기한 거냐?”
“갑자기 멈춘 게 아니다. 처음부터 그럴 예정이었지. 거미 요괴가 용하긴 용하구나. 정말로 별이 내게 찾아올 줄이야.”
백철금호(白鐵禁虎)가 낮게 웃는다.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로밖에 들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 붉은 요기가 줄기차게 뿜어져 나왔다. 백호라면 사방신 백호의 먼 후손일 가능성이 큰데 신령스러움은 조금도 없었다.
“허으. 허으. 못 참겠다. 너는 정말이지 맛있어 보이는구나. 내 수백 년을 살았으나, 네놈처럼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인간은 처음이다. 분명 극상의 맛일 테지….”
“처음부터 나를 노렸다고? 평범한 점쟁이 따위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 누가 나에 대해 말해줬나?”
점쟁이가 점만으로 별의 기운을 가진 나를 알아차린다? 그건 아예 천기를 원하는 대로 읽는 수준이다. 그 정도 능력을 갖고 있다면 명성이 천하에 퍼지고도 남았다.
“거미는 용하긴 했으나 그뿐이다. 내게 길일을 정해주었지. 쓸모가 다했기에 방금 먹어 치웠지. 너에 대해 가르쳐 준 건 어르신이다. 어르신께서 별의 기운을 가진 인간을 먹어서 취하면 천상에서도 대접 받는다 하였다.”
“조화경의 요괴가 어르신이라 부르며 존중한다라. 그 어르신이란 놈은 보통이 아닌 모양이군. 누구지?”
“어르신은… 아. 내가 너무 주절거렸구나. 극상의 음식이 눈앞에 있으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들뜨고 말았군. 자, 별의 음식아. 이름을 고해보거라. 내 너를 영원히 기억하겠노라.”
“극상의 음식? 극상의 내단이 잘도 지껄이는군. 나비탕에는 별 관심 없었다만… 백호의 고기가 기골에 좋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맛 한 번 봐보도록 할까.”
검결지를 들어 놈을 가리켰다.
유성검.
허공에서 12개의 검이 생성되어 놈에게 쇄도했다.
팅팅팅팅팅!
검은 백호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고 튕겨 나간다. 백호는 돌진해서 내게 다가왔다.
‘힘과 달리 움직임은 단조롭다.’
피하는 건 어렵지 않다. 옆으로 피하면서 화련비도를 휘두른다.
뇌천류(雷天流) 뇌강인(雷罡刃).
깡!
드래곤의 비늘도 잘라내는 공격이 튕겼다. 생각 이상으로 강력한 반발력으로 느끼면서 뒤로 물러난다.
“내 육체는 금강보다 단단하다. 그깟 꼬챙이 따위로 내 몸을 벨 수 있을 것 같으냐!!”
백호가 포효를 내질렀다. 그 충격에 지하수의 물이 사방으로 퍼진다. 나는 균형이 잡지 못하고 물 위에서 비틀거렸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막이 터져나간 것 같다.
인벤토리에서 최상급 포션을 꺼내 마셨다. 터진 고막을 빠르게 회복되었다.
백호가 앞발을 휘두른다. 그 날카로운 손톱은 참격이 되어 내게 날아왔다. 칼을 휘둘러 참격을 날렸다. 참격과 참격이 허공에서 부딪쳐 상쇄되었다. 그에 발생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제운령.’
구름의 벽을 일으켜 충격파를 막아냈다.
“허으… 허으….”
백호의 호흡이 거칠다. 놈의 눈은 피가 흐르는 내 귀를 보고 있다. 놈의 입에서는 군침이 쉴 틈 없이 떨어졌다. 식욕에 완전히 지배당한 상태다.
“…어처구니가 없군. 네놈. 싸우는 법도 모르는 데다 오욕칠정은 전부는커녕 식욕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놈이 어떻게 조화경에 오른 거냐?”
“흐흐.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냐? 좋다. 좋은 날이니 기꺼이 관대함을 베풀어주마. 나는 진리를 깨달았노라. 이 세상은 약육강식이다. 그 당연한 진리를 깨닫고 득도하였지. 다른 놈들은 이 간단한 깨달음을 알려줘도 알아먹지 못하더구나. 너 또한 마찬가지겠지.”
깨달음은 체득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간단한 깨달음이라도 영혼과 정신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다. 백호에게 있어 약육강식이란 깨달음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깨달음이었을 것이다.
“깨달음을 얻었느냐? 너는 약자이니 나의 먹이로다. 얌전히 먹히거라!”
백호가 입을 쩌억 벌리더니 내게 돌진한다.
나는 피하는 대신 자세를 취했다. 푸른 뇌전이 전신에서 터져 나와 주먹으로 모인다.
‘입안까지 단련하진 못했을 터!’
허공에 금강신뢰를 소환하는 동시에 주먹을 내지른다.
뇌천류(雷天流) 전자포(電磁砲).
소리보다 몇 배는 빠르게 쏘아진 금강신뢰가 정확히 놈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까아아아아아앙!
금속성이 울린다. 백호는 잠깐 자리에서 멈추더니 이내 입에서 금강신뢰를 내뱉었다.
“이건 못 먹겠군. 흐. 놀랐느냐? 말했지 않느냐. 나는 금강불괴를 이루었다. 머리부터 시작하여 꼬리 말단까지! 내 육체는 그 무엇에도 뚫리지 않으니!”
“네놈 정신까지 금강불괴인지 알아봐 주마.”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진각을 밟았다. 흑뢰가 사방을 휩쓸었다. 백호는 잠깐 멈칫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심상에 무언가 파고들려 했군. 조화를 이루지 못한 놈의 정신 공격 따윈 시시하도다. 나는 마음까지 금강이니. 내 진정한 발 구름을 보여주마.”
백호가 앞발을 들어 호수를 내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요기가 섞인 충격파가 일어나 지하공간을 박살 냈다. 나 또한 충격에 밀려 천장을 뚫고 하늘로 날아갔다.
‘제운령!’
구름을 모아 겹겹이 쌓아 쿠션을 만들어 몸이 멀리 날아가는 걸 막고 충격을 흡수시켰다.
구름을 밟고 선 나는 입에서 흘린 피를 닦으며 지상을 바라봤다. 산 하나가 박살 나 무너지고 있었다.
‘…조화경치고 몸놀림이 어숙한 놈이 저 정도의 힘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요술이군. 천지영기가 마구잡이로 끌어다 쓰고 있으니 가능한 요술이다. 금강불괴 또한 요술이겠지.’
강기로도 생채기 하나 못 내는 진정한 금강불괴를 저 짐승이 진정으로 터득했을 리 없다.
‘내력을. 저놈으로 치자면 요기를 무지막지하게 잡아먹는 요술이겠지. 평소에는 몇 번 못 쓰는 요술이 확실하다.’
하지만 지금은 무한히 유지하고 있다. 놈이 천지영기를 마음대로 끌어다 쓰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등선의식으로 구라는 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천지영기를 자기 멋대로 끌어다 써? 이 짐승 새끼는 후환이 두렵지도 않나?’
하늘이 노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런데 어찌한 연유에서인지 하늘은 얌전하다. 반응이 없다.
‘파천혼을…. 아니, 무림맹주에게 내 비장의 수를 보여주고 싶진 않다.’
떠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백호에게 공급되는 천지영기를 끊는 것. 다른 하나는… 요술 자체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크허어어어엉!”
무너진 산속에서 백호가 포효를 내지른다. 놈의 시선이 내게 향하는 게 느껴진다. 나는 구름 속에 내 몸을 감추었다.
백호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으나, 나를 찾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구름 속을 둘러본다.
파지지직!
오른손에 푸른 뇌전이 모여들어 회전했다. 나는 비뢰신으로 이동해 놈의 등 뒤를 점하고 손을 움켜쥐었다. 만뢰가 길쭉한 창의 형태로 변했다.
뇌천류(雷天流) 만뢰창(卍雷槍).
기존의 만뢰에서 물리력을 추가한 뇌창이 놈의 등에 내리꽂혔다.
까아아아아아앙!
백호가 뇌창과 함께 푸른 궤적을 그리며 지상으로 추락한다. 뇌창은 지상에서 방전하듯 한 차례 폭발하여 주변을 새파랗게 물들였다.
‘…….’
나는 굳은 표정을 풀 수 없었다. 상당한 내력을 투자한 일격이지만, 금강불괴를 뚫는 것에는 실패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상으로 추락한 놈의 기운은 조금도 쇠하지 않았다.
백호가 다시 튀어 오른다. 나는 피하거나 숨지 않았다. 대신 오른팔을 내밀며 버티기로 했다. 백호가 옳다 구니 내 왼팔 목을 입에 물었다. 내력을 왼팔에 집중했으나 살점이 순식간에 뜯겨나가고 뼈만 간신히 놈의 이빨을 버티는 수준이었다.
피 맛을 본 백호의 눈깔이 돌아갔다. 놈의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끊긴 것이다. 즉, 요술인 금강불괴가 풀렸다. 나는 그 틈을 노려 화련비도를 놈의 왼쪽 눈에 박아 넣었다.
“크아아아아아?!”
백호가 비명을 지르며 지상으로 추락한다.
“맹주.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거냐.”
“허허. 지금 나서려고 했네!”
무림맹주는 추락하는 백호의 몸 위에서 나타났다. 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기운이 모여들더니 작은 태극이 그의 주먹 앞에 모여 회전한다. 이어 그가 백호를 향해 주먹을 주먹을 꽂아 넣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애꿎은 산 하나가 더 날아갔다. 산이 있던 곳에는 태극 문양의 크레이터가 새겨져 있었다. 그 중심에는 팔다리가 부서지고 뼈가 박살 난 백호와 그 위에 당당히 서 있는 무림맹주가 있었다.
“해치웠나?”
순간 백호가 두 눈을 번뜩이더니 부러진 앞발로 무리맹주를 올려 쳤다. 무림맹주가 내 옆을 지나 저 멀리 날아갔다.
“아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