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629)
창작물속으로 2629화(2629/2629)
격전지, 레이븐 기사단의 구역에 도착했다.
그곳은 요새였다. 크고 단단한 장벽을 낀 요새. 장벽 위에는 기관총과 미사일 발사기를 비롯한 무기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요새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장벽 중심의 문을 통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하늘을 날아서 가면 된다? 대공 무기들이 가득한 저 요새로 들어가려면 얼마나 많은 비행기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버스는 요새 안으로 들어가자 멈췄다. 어디선가 기사와 병사들이 우르르 튀어나와 버스를 포위한다.
“도착했다. 내려.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면 죽는다.”
버스 기사의 얼굴은 진지했고 날카로웠다. 용병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버스에서 내렸다. 그들을 향한 심문이 시작됐다. 신분증에 문제가 있는 용병들은 제압당해 어딘가로 끌려갔다.
‘버스를 타기 전에 해도 되는 검사를 도착하고 나서 한다? 악의적이군.’
모르긴 몰라도 한번 끌려가면 쉽게 벗어나진 못하리라. 격전지 구역이라 운 좋게 도망치더라도 돌아가는 것도 힘들 것이다.
나는 마지막까지 느긋하게 버스에 있다가 천천히 내려갔다. 기사 두 명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한 명은 버스 기사였다.
“자네의 실력은 아까 버스 안에서 잘 봤소. 최소 5급 이상의 배틀 메이지. 이 심사가 자네 입장에선 마음에 안 들겠지. 그대로 절차이니 이해해 주게. 레이븐 기사단 요새에 들어오는 자는 무조건 심사를 받아야 하네.”
망나니 같던 버스 기사가 정중하게 말했다. 용병을 개무시하던 그가 맞나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입국 심사 같은 거지. 이해한다.”
나는 기사들에게 미리 준비해 둔 신분증을 건넸다. 내가 이런 것도 준비하지 않았을까 봐.
“네오 런던 마도 협회에서 발행한 신분증이군. 이름은 차은유. 6급 마법사. 준남작 작위…. 작위를 가지고 계셨나? 이거 참 귀족이셨군요. 실례했습니다.”
“그쪽도 기사가 아닌가? 기사라면 준귀족이니 저자세로 나올 필요는 없다.”
“하하. 레이븐 기사단에서 정식으로 서임받은 기사는 10%도 되지 않습니다. 사실 이름과 달리 민간군사기업에 더 가깝습니다.”
“너희를 고용한 건 네오 런던이고?”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지만, 쉬쉬하는 내용이죠. 격전지에서 뒤에 어떤 국가와 기업이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패배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구역을 점령했다. 그게 중요하죠.”
기사는 신분증이 위조된 게 아님을 확인하고 내게 돌려줬다. 신분은 가짜여도 신분증은 마도 협회에서 발행받은 진짜였다.
“어떤 목적으로 격전지에 오신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 근처에 던전이 있다더군. 흥미가 동해서 왔다.”
“근처에 있는 던전… 너무 많아서 감이 잘 안 잡히는군요. 던전은 조심하십시오. 베테랑들도 방심하면 죽는 곳이 던전입니다.”
“알아서 하지.”
“혹시 일을 끝내시고 레이븐 기사단에 머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마법사 전력은 중요합니다. 확실한 보수를 장담하겠습니다. 몇 개월만 일해도 짭짤할 겁니다.”
격전지. 전쟁이 밥 먹듯이 일어나는 곳.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지만 사람은 모이고 있다. 이유는 하나.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온전히 돈 때문에 용병들이 격전지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격전지에서는 다크 문의 영향으로 영약 등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직접 발견하면 본인의 것이고, 공을 세우면 레이븐 기사단에서 영약도 하사합니다.”
이곳에서 일하면 몇 개월 만에 베테랑이 될 수 있다. 레이븐 기사단에서 전투 노하우와 영약 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돈도 실력도 없는 용병들에겐 목숨을 거는 조건으로 성장의 기회를 얻는다.
“미안하지만 제안은 거절하지. 돈은 충분히 있고, 나는 내 일을 목적으로 격전지로 온 거다.”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심사는 끝났다. 나는 적당한 곳에서 요새를 둘러봤다. 작은 도시 같았다.
해가 저물면서 하늘은 서서히 어두워지는데 요새 내의 건물들은 도리어 빛을 뿜어댄다. 유흥 구역이었다. 헐벗은 창녀들이 가게를 홍보하고 고단 하루를 보낸 남정네들은 홀린 듯이 이끌린다.
나는 가장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물로 향했다.
“어머. 여기서 보기 드문 잘생긴 남자네. 한 판 어때? 특별히 무료로 해줄게.”
“네년 주제에 무슨. 오빠. 어린 내가 해줄게. 나 20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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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를 뒤집어썼어도 가까이에서 보면 얼굴이 보이기 마련. 내 얼굴을 본 창녀들이 단숨에 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다른 창녀들을 둘러보고 고개를 저었다. 거리에서 홍보 중인 싸구려 창녀가 내 눈을 만족시킬 순 없었다.
“관심 없다.”
[염력]헐벗은 창녀들을 밀어내고 내 갈 길을 떠난다.
도착한 호텔은 네오 런던 C 구역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고급스러움을 갖춘 건물이었다. 물론 건물 크기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긴 했어도.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깔끔한 인상의 노집사가 나를 반겼다. 집사복을 입고 있었고, 트리플급을 뜻하는 마름모 세 개가 삼각형을 이룬 배지.
“어서 오십시오. 처음 오신 분이군요.”
“…집사? 집사가 호텔을 운영하나? 그것도 트리플이?”
“하하. 집사가 꼭 집사일 만 하라는 법은 없지요. 그리고 넓게 따지면 호텔 관리도 집을 관리하는 것이니 집사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쪽이 이 호텔의 지배인인가?”
“아닙니다. 제 주인님은 레이븐 기사단의 단장님입니다. 이 호텔은 주인님의 사업체입니다. 주인님의 사업체 관리도 집사의 일이지요.”
“방을 빌리고 싶다. 1박에 얼마지?”
“90만 크레딧입니다.”
“…90만? 1박에?”
“예. 저녁 식사와 아침 식사를 포함한 가격입니다. 할인은 없습니다.”
“이 요새에 그 가격에 호텔을 이용하는 손님이 있긴 하나?”
“요새를 찾아오는 특별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곳입니다. 용병들도 아주 특별한 날에 찾아오죠.”
“생일?”
“생일과 결혼식, 던전 탐사 성공, 생존 성공…. 특별한 날이야 이름 붙이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격전지에서 일하는 용병들은 수당도 많이 받을 테니 가끔이면 이런 호텔도 이용할만했다. 납득한 나는 대금을 치르고 체크인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30분 정도 걸립니다.”
“알겠다. 아, 혹시 창녀도 구할 수 있나? 거리에 있는 싸구려 말고.”
“물론 있습니다. 여기 명단을 드리죠. 손님에게 굳이 창녀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여자 용병 중 예쁜 여자는 찾기 힘들지.”
명단에서 그나마 취향인 여자를 지목하고 호텔 방으로 향했다. 상당히 화려했다. 비싼 값은 했다.
준비된 저녁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네오 런던에 있는 어지간한 레스토랑보단 낫군.”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방에 들어온 창녀를 안으며 밤을 보냈다.
다음 날.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를 끝내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어젯밤과 달리 한산해진 거리를 걸으며 요새 입구로 향한다.
입구에는 기사와 병사들이 모여서 인원을 점검하고 보급품은 받은 뒤 밖으로 나갔다.
레이븐 기사단의 구역은 이 요새만 말하는 게 아니다. 요새를 중심으로 한 주변 일대가 레이븐 기사단의 구역이다. 구역을 지키기 위한 순찰과 이득을 얻기 위한 탐사가 매일 이루어진다.
요새 입구를 지키며 출입명부를 작성하고 있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요새를 나가고 싶다.”
“아. 마법사 분이시군요? 잘생긴 마법사가 왔다고 유흥 거리가 시끌벅적했습니다. 나가시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던전 탐사.”
“최소 며칠은 걸리겠군요. 이 출입증을 가져가십시오.”
출입증은 명함 크기의 카드였다. 하얀 배경에 검은색 까마귀가 그려져 있다. 나는 카드에 담긴 마법을 느꼈다.
“일주일 정도 유지되는 인식 마법이군. 마구잡이로 술식 배열을 흩트려 놓은 건가. 따라 만들기 쉽지 않겠어.”
쉽지 않을 뿐이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제법 섬세한 락이 걸려있긴 해도 나라면 30분이면 해석할 수 있다.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예. 그 카드의 마법은 일주일 동안 유지됩니다. 그러니 일주일 내로 귀환해 주셔야 합니다.”
“내가 귀환하지 못한다면?”
“사망 처리됩니다. 일주일 이후에 귀환하셔도 요새 내부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저희는 당신의 몸을 차지한 무언가로 생각할 것입니다. 알아서 격전지를 떠나주시길 바랍니다. 그게 아니면 꽤 귀찮은 심사가 진행될 겁니다.”
“알겠다.”
요새 밖으로 나왔다.
주머니에서 나침반을 꺼냈다.
‘원작 게임과 같다면 던전은 숨겨져 있다. 6급 이상의 마법사만 감지할 수 있지.’
일단 북서쪽으로 걸었다. 아스트랄을 개방하자 마나에 민감해졌다. 그러나 마나 감지 범위는 생각보다 낮았다. 전쟁의 여파인지 격전지는 마나 농도가 들쭉날쭉했다.
‘마나 농도에 민감한 마법은 사용하기 힘들겠군.’
[일렉트릭 디텍션]나는 일정 시간마다 탐색 마법을 사용하며 나아갔다. 1시간이 지났을까. 이변이 일어났다.
‘탐색 마법이 내 뒤쪽 300m 지점을 탐색하지 못하고 있다. 마법이 뭔가에 막혔어.’
다른 곳은 탐색 되는데 내 뒤쪽만 탐색 되지 않는다? 당연히 내 뒤쪽에 무언가가 있다는 거다.
‘미행이 붙었나. 전문가들이다. 순수 기척만으로 파악하기 힘들군. 내 이야기가 요새 내에 퍼졌다고 했으니… 내 목적인 던전인 걸 알고 쫓는 거겠지.’
내가 탐색 마법으로 전방위를 감지하며 움직일 줄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다.
‘여기서 싸울까? 아니면 무시하고 던전에 들어갈까?’
원작 게임에서는 이런 던전은 조건을 갖춘 플레이어만 들어갈 수 있다. 애초에 싱글 오픈 월드 게임이었고.
‘날 쫓고 있다 해도 원작 게임처럼 나만 들어갈 수 있다면… 미행자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
시험해 볼 가치는 있다고 본다. 게임 속 던전의 특징이 현실에서도 유지되는지.
설령 저들이 나를 따라 던전에 들어온다 해도… 내가 딱히 질 것 같진 않았다. 던전 내의 특성을 생각하면 내가 더 유리할 것이다.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풀잎이 가득한 초원. 겉으로 보기엔 특이한 점은 없었다.
‘아스트랄을 통해선 느껴진다. 어마어마한 존재감이군.’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공간의 일그러짐. 그곳에서 느껴지는 조각나 흩어져 있는 마법진.
나는 그곳을 바라보며 흩어진 마법진 조각들을 한곳으로 모으고 조합했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마법 퍼즐이긴 해도 3급 마법사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답이었다.
‘중요한 건 퍼즐의 답이 아니야. 퍼즐 그 자체를 느끼는 감각이지.’
허공에 나타나는 완성된 보라색 마법진.
마법진은 강렬하게 빛나다가 폭발했다. 허나 물리적인 충격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 다소 이질적인 마나의 파동이 주변을 휩쓸었다. 풀잎이 파르르 휩쓸린다.
마법진이 있던 곳에는 보라색 포탈이 나타났다. 던전이다.
쑤욱.
포탈 속에서 마법으로 이루어진 수십 개의 팔이 나타나 내 몸을 붙잡으려 한다.
“그만.”
[염력]무수히 많은 마법의 손이 내 몸에 닿기 직전 멈췄다. 염력을 비틀었다. 염력에 잡힌 보라색 팔들이 비틀려 뜯겼다. 팔은 마나로 환원되어 사라진다.
“끌고 가지 않아도 내 발로 들어간다.”
나는 뚜벅뚜벅 걸어서 포탈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