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631)
창작물속으로 2631화(2631/2662)
쿠쿠루를 따라 움직였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고기 동굴을 빠져나오자 보인 것은 울창한 숲이었다. 날씨는 30도 정도로 상당히 더운 편이었다. 다만 습기가 좀 높았다. 다른 건 몰라도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는 마음에 들었다.
“숲을 봐서 놀랐나? 초월자의 몸속에 웬 숲이 있냐 싶겠지.”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이 던전의 기원은 원작 게임을 통해 알고 있었다. 꽤 난이도가 있는 던전이라 몇 번이나 공략을 시도 했었다. 인터넷에서 공략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고.
“초월자의 몸속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그렇지. 초월자에게 우리의 상식은 아무 쓸모 없는 쓰레기지. 모든 것을 뛰어넘은 자, 상식과 법칙마저 뛰어넘었기에 초월자가 아닌가. 이해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뭐, 그래도 이해를 돕기 위해 말하자면… 여긴 초월자, 비전 포식자 벨크의 아스트랄이기도 하다.”
“아스트랄은 마법사의 정신. 즉, 심상. 초월자쯤 되니 규모 자체가 다르군. 그런데 내가 알기로 비전 포식자는 죽었다고 들었다만.”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물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 쿠쿠루가 날 경계할 게 분명했다. 지나치게 경계하게 둘 필요는 없다. 자신이 아는 정보가 많다는 쪽으로 우월감을 유도한다.
‘만일의 경우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나는 쿠쿠루를 믿지 않는다. 오늘 여기서 처음 보는 놈. 하물며 원작 게임에서도 없던 사령술사다. 쿠쿠루를 신뢰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죽었지. 너무 많은 비전을, 아케인을 포식해서 배가 터져 죽었지. 초월자마저 아케인을 완벽히 다룰 수 없다는 증거지.”
“그가 죽었다면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설립되지 않는다.”
“초월자란 불멸을 이룬 자들. 죽었더라도 소멸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빈사 상태다. 약 7천 년 동안 빈사 상태를 유지 중이지. 그가 포식한 무수한 비전 마법이 그의 회복을 더디게 하는 거다.”
“…벨크는 300년 전 인물일 텐데.”
“300년 전? 내가 벨크에게 먹히고 50년이 흘렀군. 시간의 흐름에 연연하지 마라. 결국 시간은 상대적인 법이다. 중요한 건 벨크가 자신의 몸속을, 자신의 아스트랄을 이용해 이 던전을 만들었다. 죽어가면서도 비전 마법에 대한 욕심을 참지 못한 거다. 너는 보기 좋게 벨크의 함정에 걸린 거지.”
“나는 내 발로 이 던전에 들어왔다.”
“그래. 그래. 너 이전에 들어온 마법사도 그렇게 말하더군. 아, 참고로 입구는 여러 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이곳에 관한 정보를 떡밥처럼 흩뿌리지.”
퀘스트 단서.
이 던전에 들어오기 위한 단서 아이템과 연계 퀘스트들. 나는 그것들을 싹 무시하고 바로 던전으로 직행했다.
“하지만 안심해라.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진짜다. 이 과정 자체가 의식이니, 의식을 완료하면 던전은 사라지고, 나는 해방되고, 너는 7급 초인이 될 수 있을 거다.”
알고 있다.
이 던전의 끝에서 얻을 것이 무엇인지도.
나는 그를 따라 걸어가다가 이질감을 느꼈다. 어디서 본 듯한 풍경. 데자뷰는 아니다. 나는 실제로 이 풍경을 본 적 있었다.
‘모니터를 통해서 말이지.’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커다란 나무와 그 아래에 있는 바위를 깍아 만든 탁자. 그리고 오른쪽에서 들리는 시냇물.
“잠깐. 여기서 오른쪽으로 간다.”
“정반대군. 왼쪽으로 가야 한다. 시냇물 소리 때문이냐? 목이라도 마르냐?”
“아케인이 느껴진다.”
빈말이 아니었다. 숲 곳곳에서 아케인이 조금씩 느껴졌다. 비전 마법을 한 번 접하고 난 뒤부터 아케인도 감지할 수 있게 된 거다. 그 범위는 마나 감지보다 훨씬 좁지만.
“나도 모르는 아케인을…? 아니, 넌 아케인을 알고 있었지. 뭐,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겠지. 앞장서라.”
나는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들뜨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침착함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
도착한 곳은 투명한 물이 흐르는 냇가. 내가 주목한 것은 냇가 곳곳에 있는 바위였다. 마치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는 바위.
“여기에서 아케인이 느껴진다고? 나는 그때마다 여길 오고지나갔다만. 뭔가 특별한 걸 발견하지 못했다.”
“시끄럽다. 집중이 필욯아니 좀 조용해라.”
쿠쿠루가 불만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위에 집중했다. 조금씩 형태가 다른 바위들.
[염력]보이지 않는 마법의 힘에 의해 허공으로 들어 올려지는 바위 5개. 바위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 쐐기 모양의 표식이 있었다. 각각 1개에서부터 5개까지. 어디에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순서였다.
쐐기 1개짜리 바위를 가장 위에 두고 시계 방향으로 순서대로 오각형 모양으로 배치한다.
배치를 끝내는 순간 바위에서 신비하게 빛나는 선이 뻗어 나와 각가의 바위로 향하며 오망성을 형성한다.
“이런 미친. 진짜 이런 게 이딴 어이없는 곳에 숨겨져 있었다고?”
쿠쿠루가 헛웃음을 흘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오망성에 집중했다. 원작 게임처럼 숨겨져 있는 요소가 똑같다. 그러니 얻을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이리라.
빛나는 오망성의 중심.
공간이 갈라지며 작은 손거울 하나가 아래로 떨어진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나는 잽싸게 손을 뻗어 손거울을 받았다.
“아케인인지 잘 모르겠다만… 그 손거울에서 느껴지는 마나와 술식은 보통이 아니군. 술식만 봐서는 방어 계열 아티팩트인가?”
잠시 쿠쿠루에게 아티팩트의 이름과 능력을 말해줄까 고민했다.
억지로 숨기려 했다간 의심을 살 것이다. 그리고 그가 배신한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리플렉스 미러다. 일회에 한해 7급 이하의 공격을 반사한다.”
“7급 이하면… 7급 공격도 반사한다고? 터무니없는 아티팩트군. 완전히 일회용인가?”
“아니. 한 번 사용하고 10일 동안 재충전 시간이 필요하다.”
원작 게임에서도 재사용 대기시간이 게임 시간으로 10일이었다. 중요한 점은 물리적인 공격만이 아니라 비실체의 형태 없는 저주 같은 공격도 반사한다는 거다.
거기에 배낭이나 주머니에 넣어두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공격에 저절로 발동한다.
‘인벤토리에 넣어둬서는 발동하지 않겠지. 인벤토리는 일종의 다른 공간이니.’
다만 대규모 공격에서 모든 공격을 반사하는 게 아니라, 소유주에게 향하는 공격만 반사한다.
‘결국 아티팩트란 건 활용하기 나름이다.’
나는 아티팩트를 활용할 자신이 충분히 있었다.
“음. 밖에 나가서 팔면 비싸게 받을 수 있겠군.”
“팔아? 이 정도나 되는 아티팩트를? 안 판다.”
“나도 그냥 해본 말이다.”
쿠쿠루를 따라 이동했다.
적당히 넓은 공터가 나왔고, 그곳에 하얀 머리 엘프 노파가 있었다. 검은 로브를 입고 나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은 우리를 보며 깔깔 웃었다.
“깔깔깔!! 이 숲에는 나쁜 마녀가 산다는 말을 듣지 못했느냐?!”
“가르나 숲의 마녀, 플로라인가. 성가신 할망구가 나타났군. 나처럼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저 마녀의 자아는 초월자에게 먹힌 상태다.”
마녀는 지팡이 끝으로 땅을 콱 눌렀다. 마법의 파장이 사방으로 퍼지더니 주변에 있던 나무에 파고들었다.
마법의 힘을 부여받은 나무들이 움직인다. 땅에서 뿌리를 뽑아 다리처럼 움직이고, 나뭇가지를 손톱처럼 휘두른다. 그 행동은 느릿하기 짝이 없으나, 그렇기에 무게감과 힘이 있었다. 거기다 커다란 덩치 자체가 체급이기도 했다. 수십 그루의 나무가 우리를 향해 천천히 진격한다.
마녀와의 예정된 조우. 선공을 가져간 건 마녀였다. 아마도 마녀는 우리가 올 것을 미리 알고 대규모 마법은 준비한 것이다.
나는 가만히 있는 그에게 말했다.
“뭐 하는 거지? 설마 날 데려와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겠지?”
“이 던전은 너를 위한 의식이이기도 하다. 이 전투는 의식의 과정이지. 내가 너를 도울 수는 있으나, 너를 대신하여 싸울 수는 없다. 저 마녀를 처치하는 건 오롯이 너여야 한다.”
“말은 잘하는군. 시간을 끌어라. 큰 거 한 방으로 끝내지.”
“전장의 꽃이라 불리는 원소술사의 큰 거 한 방인가. 무서우면서도 기대되는군. 좋다. 시간 정도는 끌어주마.”
그가 조류 두개골이 박힌 지팡이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숲이란 기록의 보고다. 무수히 많은 생명의 정보가 쌓이고 쌓여 있지. 그리고 그 기록 자체가 매개체가 되지.”
쿠쿠루의 흑마나가 지면으로 스며들었다. 이어서 반투명한 실체를 가진 망령 여러 마리가 나타났다. 올빼미, 재규어, 곰, 사슴, 아나콘다. 망령들은 두 눈을 빛내며 나무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망령과 나무 병사들의 힘겨루기. 전장은 고착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여유롭게 마법을 준비했다.
파직, 파지지직….
어디선가 들리는 섬뜩한 소리.
달라진 마나의 성질과 섬뜩해지는 감각.
마녀와 쿠쿠루는 동시에 하늘을 보았다. 천공에서 만(卍)자로 회전하는 뇌전. 그를 확인한 두 명의 반응은 서로 달랐다. 쿠쿠루는 감탄했다.
“마법에 변형을 준 건가. 그 힘을 완벽히 제어하고 있는 것 같군.”
“히이익! 이 미친놈이 이 주변을 불태울 셈이냐!! 숲을 사랑해라, 이 미친 마법사야!”
마녀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마법을 사용한다. 그녀의 주변 땅에서 식물 줄기가 수십 개가 튀어나와 그녀를 중심으로 반구형의 방어막을 형성한다.
[썬더 브레이크]뇌전의 기둥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나무 병사, 망령 동물들 할 것 없이 모조리 불태우며 파괴한다. 지상에 잔류한 전류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식물을 불태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재는 빠른 속도로 가라앉는다.
‘여긴 평범한 공간이 아닌 던전. 초월자의 몸속이기도 하지. 몸을 회복하듯 알아서 원래의 형상으로 복구하는 거다.’
그래도 썬더 브레이크가 직격한 장소에는 아직도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식물 방어막과 함께 불타는 마녀가 있었다. 마녀의 몸에서 재가 흩날린다. 식물이 타면서 발생한 재다.
‘자신의 몸을 식물로 바꿔 끊임없이 재생시키고 있다. 식물 재생 비전 마법이군. 원작 게임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놀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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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을 뻗었다. 원작의 지식을 통해 마녀의 비장의 수를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에 대비하는 건 당연하다.
손 앞에 검붉은 마법진이 순식간에 그려진다.
[데스 레이]2m 직경의 검붉은 레이저가 마녀를 소멸시키고 쭉쭉 뻗어나가 50m짜리 길을 만들었다.
“허. 썬더 브레이크가 먹히지 않을 걸 대비해서 데스 레이를 준비하고 있었던 건가. 오만한 마법사들에게서 보기 힘든 철저함이다.”
마녀가 있던 장소에는 황금색 빛무리가 반짝였다. 빛무리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피하지 마라. 저건 시련의 보상 중 하나다. 너는 마녀의 마법 중 하나를 가지게 될 거다. 운이 좋다면 마녀가 가진 비전 마법도 손에 넣을 수 있겠지.”
“알고 있다. 처음부터 말했잖나. 비전 마법을 손에 넣는 것도 목적 중 하나라고.”
황금 빛무리는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가르나 숲의 마녀의 마법 중 하나를 체득했다. 여타의 과정 없이, 마치 마법을 포식하듯 배우는 것. 오직 이 던전에서만 가능한 이적이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내가 눈을 떴다.
“비전 마법을 배웠나?”
쿠쿠루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나는 비어 있는 오른손을 확인하고 슬며시 주먹을 쥐었다.
“아니. 아쉽게도 마녀의 비전 마법은 얻지 못했다.”
“그럼 뭘 배운 거지? 나무 병사를 만드는 마법이라면 비전 마법이 아니어도 쓸만할 거다.”
“서먼 플랜트. 식물 소환 마법이다. 자기가 기른 식물을 일시적으로 소환하는 마법이다. 대충 5급 수준이군.”
“일시적 소환 마법? 난이도 높은 소환 마법을 식물과 일시적이란 제약을 건 마법인가. 식물 좋아하는 드루이드에게나 유용한 마법이군. 뽑기에서 실패한 건 아쉽겠군.”
“뽑기는 성공이다. 마침 내게 필요한 마법이었다.”
주먹 쥔 손을 풀었다.
손바닥에는 벚꽃잎 3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