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647)
창작물속으로 2647화(2647/2662)
악마의 저주가 만들어낸 콜로세움.
육체가 흥분되기 시작했다. 전투할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반대로 내 정신은 냉철하다.
‘단순히 공간의 형태만 바뀌었을 리 없다. 육체의 변화를 본 건데 육체적, 정신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확실하다.’
전투적으로 고양되는 육체와 달리 내 정신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이건 아마 내가 특별해서일 거다. 내 아스트랄이 특별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이상할 정도로 정신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우려되는 건 유리아인데….’
맞은 편에 있는 유리아는 변함이 없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멀쩡해 보였다. 나보다 더 완벽하게 스스로의 몸을 컨트롤하는 것 같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건 한 명뿐이다! 승자만이 벗어날 수 있다! 내 존재를 걸고 약속한다!”
악마가 소리쳤다. 저 말에서 묘한 힘이 느껴진다. 그로 인해 공간의 힘이 더욱 선명해진다.
‘스스로에게 건 일종의 제약인가.’
파지지직.
손끝에서 뇌전이 치솟았다. 뇌전은 뭉쳐서 길쭉해져 창의 형태가 되었다. 악마를 향해 뇌전의 창을 던진다.
[라이트닝 스피어]그러나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히며 뇌창이 산산이 흩어진다.
“내가 아니라 네 앞에 있는 여자를 죽이라고! 룰은 말해줬다! 마법사 주제에 이해력이 느리구만!!”
악마 인형이 비웃는다.
주변의 공간이 꿈틀거린다. 저주가 조금씩 강대해지고 있다.
“주인님. 아무래도 이곳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저주의 힘이 강해지는 모양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이게 악마의 노림수인 듯합니다.”
“대충 저 악마 놈의 정체가 짐작 가는 군.”
당연히 바알은 아니다. 바알. 달리 바엘이라 불리는 악마는 72 악마 중 최고위의 존재. 달리 마왕이라고도 불리는 존재다. 그러한 존재가 겨우 이런 곳에서 이따위 장난질을 칠 이유가 없었다.
“72 악마 중 서열 63위의 악마. 안드라스. 사람 간의 불화를 조장하는 걸 즐기는 악마. 권능도 이쪽으로 특화되어 있지.”
악마 인형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치떴다. 악마의 인형의 눈동자의 실핏줄이 터지며 피가 주르륵 흐른다.
“내 정체를 바로 파악하다니!! 어떻게 알았지?!”
악마 인형의 입가는 찢어져 웃고 있다. 자신의 정체를 들켜도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다.
‘본체가 아니라서 다행이군. 7급 둘로는 안드라스의 본체를 상대할 수 없었을 테니. 뭐, 네오 런던 한복판에 그런 대악마가 나타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지.’
지금 이 순간에도 안드라스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 나와 유리아가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유리아가 싸운다면 안드라스의 힘은 약해진다. 정확히는 이 공간을 유지하면서 힘이 소모되는 거지.’
요컨대 싸우는 척 시간을 끌면 된다. 그리고 적당히 안드라스가 약해졌을 때… 마무리를 짓는다. 그게 안드라스의 공략법이다.
‘고유기를 쓸까? 아니, 고유기를 쓰더라도 저놈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나는 유리아를 바라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유리아는 싱긋 웃었다.
“저는 주인님의 어떤 명령이라도 따르겠습니다.”
“…무서운 말을 하는군. 내가 만약 죽으라고 명령하면 어쩌려고?”
“죽겠습니다. 그리고 주인님은 그런 명령을 내리시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딴 어처구니없는 명령은 내릴 생각은 없어. 누가 날 사칭해 그딴 명령을 내리더라도 무시해.”
“제가 주인님을 알아보지 못할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괜히 낯간지러워지는 말이었다.
“혹시 네 고유기로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어?”
유리아의 고유기는 모른다. 물어보면 가르쳐줄 것 같지만,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고유기는 민감한 문제니까.
“…지금 악마의 힘은 너무 강하군요. 정확하게는 일단 시도해 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선 제 고유기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명령하신다면 지금 당장 고유기를 사용하겠습니다.”
“아니. 우리끼리 싸워서 일단 놈의 힘을 깎는다. 대련이라 생각해. 생각해 보면 우리끼리 대련하는 건 처음이네.”
“주인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시작할까요?”
“시작하지.”
먼저 선공을 날린 건 나였다.
하늘에서 그녀를 향해 벼락이 떨어진다.
[썬더 볼트]벼락이 떨어진 자리에는 그녀가 없었다. 대신 땅이 그을리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림자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하늘로 뛰었다.
[레비테이션]마법의 힘이 내 몸을 부유시켰다.
그림자로 사라졌으니 그림자에서 나타날 것이 분명한 일.
‘이 탁 트인 콜로세움 경기장 위에는 내 그림자밖에 없지.’
내가 하늘에 떠오르자마자 유리아가 내 그림자 속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기동성은 도약과 맞먹는 수준이다.
유리아는 단검을 손에 쥐고 내게 휘둘렀다. 그림자처럼 새까만 검기가 허공을 가르며 쇄도한다.
[염력]염력 마법으로 허공에 뜬 내 몸을 잡아당긴다. 검기가 내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쳤다.
‘위협적이지는 않군. 맞아도 치명상은 아니야. 내가 마법으로 육체를 강화하는 걸 고려해 힘을 조절한 건가.’
[일렉트릭 필드]경기장 위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유리아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며 둥글게 변했다. 전류는 유독 진한 그림자에 막혀 유리아를 감전시키지 못했다.
나는 여유롭게 지상을 내려다봤다. 내가 허공에 있기에 그림자 이동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내 몸에 있는 그림자를 통해 이동한다? 그건 불가능할 거다.
‘아마 그림자 조작에는 그림자의 크기나 짙음 정도가 조건이 붙겠지. 머리카락이나 옷의 그림자는 다루지 못할 거다.’
몸속의 그림자를 조작해 공격한다? 그건 처음부터 고려할 필요도 없다. 그게 가능하려면 나와 그녀 사이의 격차가 상당해야 한다.
[썬더 볼트] [파이어 볼] [아이스 스트라이크]하늘에서 쏟아내는 일방적인 마법 폭격.
유리아는 그림자를 몸에 두르며 마법 충격의 피해를 최소화했다.
‘쉽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인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림자 속에 숨는 것에도 제약이나 조건이 있는 건가.’
나는 마법을 준비하면서 악마의 힘, 주변을 감싼 저주의 위력을 확인했다. 아까보다 분명 약해진 상태였다.
‘전투를 오래 끌어 악마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니 전투의 템포를 낮춰야겠군.’
나는 마나 소모가 적은 마법을 위주로 유리아에게 공격했다. 유리아는 어렵지 않게 피했다. 그녀의 몸놀림을 보고 있자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간간히 그녀가 날리는 검기는 얼마나 날카로운지 방심하고 있으면 바로 당할 것 같다.
‘…철저하게 빈틈을 노리는 일격들. 유리아의 전투 방식은 지나칠 정도로 효율적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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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의외로 배우는 것이 있었다.
“으음. 뭐지? 이것들 왜 서로 진심으로 죽이려 하지 않는 거냐? 지금쯤이면 부모 자식 사이라도 서로 죽여야 정상인데?”
악마 인형이 자기 머리를 저으며 중얼거린다. 나는 악마의 반응을 무시하고 대련에 집중했다.
분명 압도적으로 유리한 건 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내가 진다. 기왕이면 지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유리아이기에 더욱더. 주인으로서 메이드에게 패배하는 건 위엄이 서지 않는다.
유리아가 그림자 속에서 천을 꺼내 하늘로 던졌다. 직사각형의 큰 면적의 천.
천이 태양을 등지며 안쪽에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그림자 이동. 유리아가 천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났다.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뻗는다. 그녀의 그림자 진 손아귀에서 그림자 사슬이 뻗어 나왔다.
[염력]염력으로 몸을 옆으로 움직여 그림자 사슬을 피했다.
이제 남은 것은 유리아가 추락하는 일.
그러나 유리아는 지상으로 추락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밟으며 몸을 회전시켜 그림자 사슬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쾅!
그림자 사슬과 부딪히며 발생한 충격은 배리어를 통해 상쇄한다. 배리어가 깨져나갔다. 문제는 그림자 사슬이 내 몸을 휘감았다는 거다. 전신에 힘을 줬으나 그림자 사슬은 끄떡없었다.
유리아가 그림자 사슬을 끌어당긴다. 그 길던 사슬이 순식간에 짧아지며 내 몸은 당겨졌다.
도약.
위로 짧은 공간 이동. 그림자 사슬에서 벗어난 나는 바로 유리아에게 라이트닝 스피어로 반격했다. 유리아가 그림자 사슬로 막아낸다.
“허공에 서 있는 건 그림자로 발판을 만든 건가?”
“네. 발아래에는 항상 그림자가 있으니까요. 작은 잔재주입니다.”
[라이트]지상에 광원을 만들었다. 유리아를 받치고 있던 그림자 발판이 강렬한 빛을 받아 사라졌다. 유리아의 몸이 지상으로 추락한다.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가볍게 착지했다.
“제가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훌륭하십니다.”
“내게 지나치게 좋은 환경이었어. 여긴 마땅한 그림자가 없잖아.”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주인님과 거리를 좁힐 방법이 없습니다. 방금의 수가 막힌 이상 주인님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경계하실 테죠. 제가 졌습니다.”
근접전을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거다. 그걸 알기에 나도 가장 먼저 거리를 벌린 거다. 더군다나 경기장이 탁 트여 있어서 그림자가 생기기 어려운 환경이란 점이 내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실전이었다면… 안 싸웠겠지. 일부러 불리한 곳에서 싸울 이유는 없을 테니.’
남은 것은 내가 하늘에서 일방적으로 마법 폭격을 가하는 것뿐.
마법을 그림자를 이용해 피한다? 1급 마법인 라이트를 이용하면 그림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실상 이 전투는. 아니, 대련은 내 승리로 끝난 것이다.
“주인님. 마지막으로 고유기를 사용 해도 되겠습니까? 주인님께 제 고유기를 보여드리고 싶군요.”
“고유기를 이용한 전투인가. 흔히 할 수 없는 경험이지. 해보자.”
나는 지상으로 내려갔다.
유리아는 주변을 한 번 훑어보고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그림자가 세상을 뒤덮었다.
“고유기(固有技) 다크 호라이즌(Dark Horizon)이라 합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유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렉트릭 디텍션.]마법 섞인 전자파가 뻗어나가며 유리아의 위치를 확인했다. 어둠으로 인해 보이지 않을 뿐이지, 그녀의 존재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과연… 그림자 속에 갇힌 꼴이군. 사방에서 총구가 들이밀어진 기분이야.”
[라이트닝 스피어]파지지직.
전기 튀는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뇌광은 없었다. 분명 뇌전의 창을 움켜쥐고 있으나, 빛이 없기에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그림자를 이용한 공격이라면 배리어로 막아내면 그만이야. 네 고유기의 능력은 이것만이 아니겠지?”
“네. 저는 이 어둠 속 공간 내에서 법칙을 강제할 수 있습니다. 가령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던가.”
움켜쥐고 있던 라이트닝 스피어가 사라진다. 내 몸을 지키고 있던 배리어도 마찬가지다.
급히 마법을 다시 사용했다. 마나를 움직이고 술식을 짜내는 것까진 문제없었으나… 마법이 발현되지 않았다.
“법칙을 세세하게 조절하면 인과나 시간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만, 주인님 정도의 강자에겐 비효율적이죠. 아, 강제할 수 있는 법칙은 하나가 한계입니다. 참고로 저도 강제된 법칙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게 다 알려줘도 되는 거야? 혹시 그런 제약이라도?”
“주인님께선 제 전부를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언젠간 분명 그렇게 되리라 믿고 있고요.”
보이지 않아도 유리아가 웃는 게 느껴졌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법칙보다는 마나를 다룰 수 없다는 법칙은… 아. 그건 안 되겠네. 마나라는 동력이 없으면 고유기 자체가 풀려버릴 테니.”
“네. 제 고유기는 양날 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잘못 사용하면 도리어 제게 화를 끼치죠.”
“하지만 나 같은 마법사가 상대라면 일격필살의 고유기야. 마법사에게 마법을 빼면 아무것도 없으니까. 좋은 걸 봤으니 나도 보여주기로 할까. 고유기(固有技) 절대성(絕對星).”
우주의 중심, 영원불멸의 별이 반짝이는 이미지와 함께 고유기가 발동했다.
나를 중심으로 마나가 모여들며 별빛처럼 반짝거린다. 원래라면 유리아의 다크 호라이즌에 의해 보이지 않아야 할 별빛이다.
“내 고유기인 절대성은 내게 가해지는 디버프 면역. 그리고 주변에 있는 마나를 비롯한 힘을 끌어들여 다루는 것. 이번에 알게 된 건데 내 주변에 있는 마나도 절대성의 영향을 받는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빛이 이렇게 선명하게 보일 리 없으니.”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역시 뭐든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라이트닝 스피어]손아귀를 중심으로 뇌전이 번뜩이며 뇌전의 창이 생성되었다. 마나만이 아니라 내가 시전하는 마법에도 절대성의 영향이 끼치는 것이다.
뇌광은 나만이 아니라 유리아도 비추었다. 그녀는 붉어진 뺨을 스스로 만지며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아…. 아름다우십니다. 역시 주인님이시군요. 저로서는 어떻게 하든 주인님을 이길 수가 없군요.”
“고유기 상성은 내가 완전히 우위라는 건데… 기뻐할 요소는 아니잖아.”
“저와 주인님의 고유기는 제 3자를 상대할 때 완벽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궁합이라니. 이런 걸 천생연분이라 할까요.”
그 정도인가?
가끔 유리아는 이상한 소리를 할 때가 있었다. 엘레나가 가엾다던가. 엘레나가 누구냐고 물으니 묘하게 우쭐거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라 대답했다.
완벽한 메이드에게도 인간미는 있는 법. 나는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이제 시작할까.”
“네. 시작하겠습니다. 이 공간 내에서 악마의 권능은 사용할 수 없을 겁니다.”
법칙이 바뀐다.
순식간에 콜로세움이 붕괴하고 저택 앞으로 나타났다.
‘악마가 가진 격 때문인가. 유리아의 고유기로도 악마의 권능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군.’
악마의 힘은 충분히 약해졌다.
나는 악마 인형을 향해 라이트닝 스피어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