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666)
창작물속으로 2666화(2666/2682)
나는 엘레나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제국 아카데미의 재학생들을 선동해서 폭동 시위를 일으키고 그 혼란한 틈을 타서 제국 아카데미가 보관 중인 스타웨이라는 팔찌를 훔친다?”
“그냥 훔칠 수는 없어. 그 스타웨이라는 팔찌는 여신에게 바치는 공물. 과정이 중요해. 이 정도 볼거리가 있으면 만족하겠지. 실제로 기대하는 신좌들이 많아.”
「마천의 왕이 기대감에 두 눈을 반짝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마천의 왕이 계획만 듣고서도 굉장히 좋아했다.
“…으음. 조금 계획을 수정하는 편이 좋겠군. 큰 틀에서 보자면 먹힐 거다. 제국 아카데미는 겉보기에는 번듯해 보여도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가 꽤 있는 곳이기도 하니. 다만, 이 문구는 빼라.”
엘레나가 가리킨 것은 민주제국이라 적혀있는 종이였다.
“왜? 민주제국. 발음 좋잖아.”
“제국은 황제와 귀족의 국가다. 민주주의? 가장 경계하는 사상이다. 그리고 제국 아카데미는 귀족 자제들을 위한 교육기관이다. 민주주의를 내뱉는 순간 적이 될 거다.”
세부 계획은 조금 수정하기로 했다. 엘레나가 직접 나서서 도와줬기에 수월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게 있었다.
“제국 아카데미는 왜 귀족만 다니는 거지? 보통 다른 세계의 판타지 아카데미는 평민들도 섞여 있던데? 그 뭐냐. 인맥을 쌓기 위해서인가?”
평민이 주인공인 아카데미물도 많다.
“인맥을 쌓으려면 사교 파티는 여는 게 더 효과적이다. 뭐 하러 자기 자식을 아카데미에 4년이나 보내겠나. 당연히 교육을 위해서지. 귀족의 자식은 귀족이다. 허나 귀족으로 태어났다 하여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아니다.”
“집에서 교육 시키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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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은 바쁘다. 특히나 작위가 낮거나 없는 하급 귀족들은 더욱더. 직접 자식을 교육 시키기엔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고 전문적이지도 않지. 무엇보다 이름 있는 가정교사를 고용하려면 돈과 인맥이 필요하다. 따라서 재산과 인맥이 없는 귀족의 자식들은 교육을 받지 못해 멍청한 경우가 많았다.”
나는 유스티아 제국의 귀족들을 떠올렸다. 유스티아 제국은 귀족이 많았다. 기사와 마법사, 심지어 행정 관료도 준귀족으로서 귀족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작위를 가진 진짜 귀족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이들이지만.
“아주 옛날에는 하급 귀족들의 자식들이 교육받지 않은 채로 실무에 투입되었지. 그로 인해 제국의 잠깐이지만 흔들렸었던 적도 있다. 하급 귀족들에 대한 인식도 안 좋아져 신분 세습제를 수정하려 할 때, 하급 귀족 출신이었던 대마법사 할렌이 나서서 설립한 것이 제국 아카데미다.”
“이름이 제국인데 황실과 관련이 없는 거야?”
“황실이 승인한 제국 유일의 아카데미. 아카데미가 제국에만 있었기에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황실과는 별 관련 없다. 제국 아카데미의 재학생들은 아카데미에 돈을 내고 배움을 받는다. 그 돈도 적지 않아서 빚을 내는 재학생들도 제법 많다더군.”
제국 아카데미는 귀족이고 돈만 내면 누구나가 다닐 수 있는 학교. 아니, 학원에 가까웠다.
그래도 귀족들의 자제들이 모인 만큼 무시할 수 없는 곳인 건 확실하다.
“나로서도 대규모 환술을 써서 조작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다.”
엘레나의 환술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건 이미 밝혀졌다. 제국 아카데미의 일이 커지면 엔젤러스 레기온의 가브리엘이 나서서 환술을 풀 수 있는 것이다. 그때는 아무리 엘레나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건 괜찮아. 환술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선동과 날조로 승부할 거니까. 적당히 신분만 속일 수 있으면 돼.”
“그 정도는 쉽다. 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군.”
엘레나와 함께 계획을 짜던 나는 문득 그녀의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제국 아카데미의 하얀색 제복. 그 치마 사이로 스타킹이 감싸지 못한 아슬아슬한 허벅지가 보였다.
“엘레나. 오늘따라 귀여워 보이는걸.”
“후후. 이제야 말하는 거냐? 가까이서 봐도 된다고?”
엘레나가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나는 엘레나에게 성큼 다가갔다.
엘레나의 발꿈치가 위로 올라갔다. 나는 그녀의 뺨을 잡고 입을 맞췄다.
• • •
금발에 안경 낀 남자가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인 로운 그랩이었다. 그랩 자작가의 후계자인 그는 학생회장실의 이 적막함이 좋았다.
그러나 그 적막함은 곧바로 부서졌다.
쾅!
학생회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여학생이 나타났다. 녹색 꽁지머리를 한 풍채 좋은 여학생, 부학생회장인 밀라 코펠이었다. 기사 학부 출신인 그녀의 몸은 온몸이 근육질이었다.
“회장님! 큰일입니다!”
“큰일? 대체 어느 정도의 큰일이기에 이리 품위 없이 나오는 거지? 밀라. 평민처럼 굴지 말라고 했을 텐데.”
“회장님. 지금 저를 평민이라 모욕하신 겁니까?!”
밀라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로운은 움찔 놀랐다. 밀라의 얼굴 옆으로 호랑이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제국 아카데미 최고의 여기사가 어떻게 평민이 될 수 있겠나? 하하.”
“말은 조심하십시오. 하마터면 회장님께 결투를 신청할 뻔하지 않았습니까.”
“…음. 조심하지. 그래서… 대체 큰일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나오는 건가?”
“제국 아카데미가 개방하려 합니다!”
“개방?”
“제국 아카데미의 운영 문제로 내년에 평민을 재학생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입니다!”
로운은 두 눈을 부릅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유서 깊은 제국 아카데미에 평민 따위를 재학생으로 받아들인다고?! 아카데미가 미쳤나?!”
“예전부터 아카데미 재학생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 않습니까.”
“이 세상이 아틀란티스가 됐기 때문이지. 제국의 출산율도 사상 최악이라던가.”
“그리고 추방자들이 아틀란티스에서 활약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을 제국으로 끌어들인다는 말도 있고…. 마찬가지로 제국이 능력 있는 평민을 품기 위해 귀족으로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시작이 저희 제국 아카데미인 겁니다!”
“뭣이?! 아, 아니. 잠깐. 나는 그런 말을 공식적으로 듣지 못했다. 확실한 정보인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습니까?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다 퍼졌습니다!”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다 퍼졌다고?
로운은 위기감을 느꼈다.
여기서 자신이 나서서 뭔가 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자신을 무시할 게 분명했다. 게다가 학교를 평민들에게 개방한다? 절대 안 될 일이다. 귀족이 평민들과 함께 강의를 받고 공부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지금 학생들의 분위기는 어떻지?”
“창문 밖을 보십시오.”
그가 고개를 획 돌렸다. 창문 밖에는 학생 무리가 모여있었다. 죄다 화가 난 듯 표정이 좋지 않았다. 분위기도 심각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겠군.
타다다다닥!
밖에서 한 사람이 급하게 뛰어왔다. 체구가 작은 갈색 머리의 남성이었다. 학생회 서기인 페르손이다.
“회장님! 지금 학생들이 이번 아카데미 개방 사건에 대한 하나회의 임시 창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나회? 그건 또 뭔가.”
“학생 모두가 하나되어 아카데미의 폭거에 대항하는 위원회! 이번 사건을 위해 임시로 구성된 조직을 말합니다!”
“그렇군. 학생들 중에 하나회의 회장이 되려는 자가 있나?”
“이런 일은 당연히 회장님이 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로운은 머리가 약간 싸해지는 걸 느꼈다. 만약, 일이 잘 안 풀리면 자기 혼자만 덤탱이 쓰는 거 아닌가?
“나는 학생회를 이끌어야 해서 힘들다. 다른 사람을 불러오는 게 좋겠군. 부회장. 이번엔 그대가 한 번 해보는 게 어떤가?”
부학생회장 밀라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절 압니다. 제 역량으로는 무리입니다. 그 자리에 어울리는 건 회장님뿐입니다.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모든 학생이 회장님을 존경할 것입니다.”
“으음.”
로운은 고민을 거듭했다.
조직의 대표는 위험하다. 뭔가 잘못되면 책임져야 할 것은 대표가 된다. 하지만 반대로 조직이 성공한다면 가장 큰 과실을 얻을 수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아카데미가 미쳤다고 학생들과 진심으로 싸우겠나. 학생들이 단체로 항의하면 아카데미 교직원들은 적당히 물러설 거다. 아카데미의 주인은 학생들이다. 학생이 없는 아카데미는 아카데미가 아니지.’
정했다.
그는 더 큰 과실을 얻기 위해 새로운 감투를 쓰기로 했다.
“알겠다. 내가 하나회 회장이 되기로 하지. 그러나 임시 조직이라 해도 나 혼자서 운영할 수는 없다. 하나회를 구성할 회원들이 필요하다. 아카데미에 영향을 끼치는 자들이어야 한다. 그러니… 학생회장으로서 비상 소집령을 내리겠다. 기사 학부, 마법 학부, 행정 학부의 대표 학생과 동아리 대표학생들을 호출하도록.”
“예! 회장님!”
소집령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전원 모이기까지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비상 소집령을 내린 건 처음인데… 전부 참석하다니. 이게 학생회장이지.’
로운은 권력이 주는 달콤한 맛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크흠. 오면서 일이 어떻게 된 건진 들었겠지. 아카데미가 평민들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절대 안 됩니다.”
“그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아카데미의 전통을 망치는 일입니다.”
모인 학생들이 앞다투어 말했다. 여기서 거부하면 밖에 모여있는 학생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그래. 나 또한 같은 의견이다. 이에 대항하기 위한 임시 조직이 하나회다. 하나회는 학생들이 대표하는 자리이고 그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러 직책이 필요하니… 그대들이 직책을 맡아줬으면 좋겠군.”
“…….”
대표 학생들은 조용했다. 그들은 서로 눈치 보느라 바빴다.
그때 한 사람이 손을 들며 나섰다. 처음 보는 검은 머리의 학생이었다. 학생회장은 순간적으로 기시감을 느꼈으나, 그러려니 했다. 학생회장이라 해서 모든 재학생의 정보를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테니스동아리의 회장인 진 코로나입니다. 학생들은 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직책은 대충 사다리 타기로 정하시죠.”
“아니. 이렇게 중요한 일을 사다리 타기로 정할 수는….”
“어차피 저희가 이렇게 모인 것에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아카데미는 결국 우리 요청을 받아들이고 굴복하게 될 겁니다. 아카데미의 주인은 학생인데 감히 교직원들 따위가 대항하겠습니까.”
“으음. 그렇긴 하지. 반대가 없다면 사다리 타기로 직책을 정하도록 하지.”
그렇게 제국 아카데미의 하나회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