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667)
창작물속으로 2667화(2667/2682)
하나회가 결성되었다.
학생회장이자 하나회의 회장이 된 로운은 바깥에 모여있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평민 입학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회가 결성되었다. 이후 활동은 회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너희는 일단 해산하고 기숙사로 돌아가라.”
“믿겠습니다, 회장님!”
“우리가 뭉치면 못 할 것이 없죠.”
“평민 입학은 절대 안 됩니다! 제국 아카데미는 귀족의 것입니다! 이전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래야 합니다!”
모였던 학생들이 해산했다. 로운은 하나회 회원들을 바라봤다.
“앞으로의 행보를 이어가지. 우선 아카데미 측에 우리의 의견을 말하는 게 먼저 아니겠나?”
로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나선 것은 진 코로나라는 학생이었다.
“회장님. 그렇게 쉽게 볼 일은 아닙니다. 아카데미 측은 말로만 평민 입학을 거부하고 내년에 평민들을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회장님은 내년에 졸업하고 없으시죠. 회장님이 졸업한 뒤에 아카데미 측이 말을 바꾸면 남은 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평민 입학 금지라는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군. 일단 문서로 명시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겠군. 그러려면 계획이 필요하겠어. 이참에 회의를 이어가지. 마침 저녁때가 가까이 오고… 내가 잘 아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는데 먹으면서 회의를 이어가면 되겠군. 값은 내가 내지.”
“감사합니다, 회장님!”
귀족이라 해도 모두가 돈이 많은 건 아니었다. 가문에 돈이 많더라도 부모의 것이지 그들의 돈이 아니었다. 돈이 많았으면 제국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않고 가정교사를 초빙했을 거다.
게다가 품위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한 두푼이 아니다. 누군가가 공짜 밥을 준다? 귀족 자제들은 당연히 반겼다.
하나회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햄샌드위치를 먹으며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학생회장인 로운은 기왕 이렇게 된 거 판이 커지기를 원했다. 그래야 자신의 명성이 제국 곳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을 테니.
‘하는 거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 두려워할 건 없다. 아카데미 학생들 모두가 나를 지지하고 있으니.’
회의는 시작됐으나 잘 진행되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사회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었다. 대부분이 회의 자체를 처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로운은 회장으로서 회의를 이끌며 만족감을 느꼈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 모두가 내 말을 듣고 있다. 내가 이들의 대장이다. 권력의 달콤한 맛은 그를 즐겁게 했다.
회의가 멈출 때면 진 코로나가 적절히 끼어들어 회의의 방향성을 이끌었다.
“아카데미 측이 거부할 경우에는 시위해야 합니다. 우리의 의견을 강렬히 표출하는 것이죠.”
“시위라. 낯설군. 그게 효과가 있나?”
“효과는 당연히 있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이미 시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위를 준비했다고?”
“분위기가 그렇더군요. 그만큼 재학생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뜻 아닙니까? 저희는 학생 대표로서 시위의 방향을 지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군. 시위는 나도 들어본 적 있다. 연예의 왕국이란 구역이었나? 그곳에서 몇 차례 시위가 진행됐다고 하더군. 그를 참고하면 되겠어. 뭐 좋은 의견 없나?”
기사 학부와 마법 학부, 행정 학부 대표들이 두 눈을 반짝이며 의견을 말했다.
“수업 거부! 모든 재학생이 아카데미의 수업을 거부하면 아카데미는 더 심각하게 일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기사 학부 학생이 말했다. 수업 거부. 말은 좋으나, 실상은 단순히 수업을 하기 싫었다. 곧 있으면 시험인데 시험 준비도 잘 되어있지 않았다. 이참에 모두가 수업 거부하면 시험도 그냥 넘어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내뱉은 의견이었다.
“연구실도 통제해야 합니다. 그래야 교수들이 저희 말을 잘 듣지 않겠습니까?”
마법 학부 학생이 말했다. 그들은 연구실에서 벗어나 좀 쉬고 싶었다. 연구실 소속이 아니더라도 평소 마음에 들지 않던 교수에게 엿을 먹이고 싶었다.
“일단 본관을 점거해서 비리를 찾아야 합니다. 비리만 찾을 수 있다면… 아카데미는 저희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행정 학부 학생이 말했다. 그들은 행정 비리를 찾아냈다는 공적을 세우고 싶었다. 나름의 자신도 있었다.
학생들은 햄샌드위치를 먹으며 의견을 쏟아냈다.
“본관 앞에 학생들을 모아 시위를 진행하면 되겠습니까?”
“이 날씨에 집회를 연다고요? 눈만 안 왔을 뿐이지 굉장히 춥습니다. 학생들이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합니까.”
“우린 귀족입니다. 우아한 방식으로 시위해야 합니다. 아, 아카데미 제복 자켓을 두는 걸로 시위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복이야말로 우리는 대표하는 상징 아닙니까.”
“오. 좋은 의견입니다.”
“비협조적인 학생도 있을 텐데. 그들은 어떻게 할 겁니까? 이번 일은 학생들의 단결이 중요합니다.”
“저희 기사 학부가 해결하겠습니다. 가서 잘 말하면 이해하고 협조해 주지 않겠습니까.”
회의가 진행될수록 왁자지껄해졌다. 학생들은 껄껄 웃었다. 샌드위치 가게 사장은 못 들은 척 샌드위치를 팔아댔다.
“그런데 내일은 피하는 게 어떻습니까? 내일은 관료 설명회가 있지 않습니까.”
현직에서 일하는 관료들이 와서 자신들의 직장과 가문 등을 홍보 설명하는 날이다.
“그러니 당연히 내일 진행해야 합니다. 그들 덕분에 우리의 일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그들도 귀족입니다. 그러니 저희에게 협조해주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죠.”
회의의 결과는 이미 정해졌다.
계획은 성공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수천 명의 학생을 대변하는 일이니, 자신들이 실패할 거라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진 코로나는 도중부터 입을 다물고 존재감을 지웠다.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진 코로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마치 이곳에 없는 사람처럼 여겼다.
• • •
엘레나와 내가 작정하고 제국 아카데미에 손을 썼다. 물론 들키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엘레나에겐 환술이 있고, 내겐 기만이라는 고유 특성이 있었다.
「기만(欺瞞)
상태창을 비롯한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에 보정이 붙는다.
다른 생물로 변신할 수 있다.
종류: 고유특성
랭크: SSS 」
무려 SSS 랭크 고유 특성이다. 기만을 꿰뚫어 보는 스킬이나 특성이 있더라도 최소 SS 랭크는 되어야 가능하다.
‘SS랭크가 흔한 건 절대 아니지. 교수 중에도 SS 랭크 스킬이나 특성은 없을걸.’
S랭크 스킬도 대부분 없을 게 분명했다. 기껏해야 A랭크 정도다.
엘레나는 학생들 사이에 소문을 퍼뜨렸다. 소문의 근원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학생이 하루 만에 소문을 인지했다. 거기에 환술을 이용한 약간의 불안감 조성. 학생들은 대번에 뭉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우리가 부추 겼다해도 이렇게 반응이 격렬할 줄은 몰랐지.’
아카데미 학생들이 가진 선민의식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진 코로나라는 신분으로 하나회에 잠입했다.
「기만으로 정보 일부를 조작합니다.」
「기만으로 존재감을 죽입니다.」
「기만으로 상대를 속입니다.」
「기만으로 상대의 감정을 유도합니다.」
기만을 이렇게 써보는 건 처음인데 효과가 아주 뛰어났다. 마치 이런 일을 위한 특성 같달까.
‘엘레나의 환술처럼 많은 걸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은밀함은 기만이 더 위다.’
나중에 전문적인 검사를 받더라도 기만에 당했다는 사실은 끝까지 모를 것이다. 그게 기만의 무서운 점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당했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라는 것.
기만으로 하나회의 회의를 알게 모르게 이끌었다. 어느 순간부터 폭력 시위는 확정됐다. 딱히 내가 의견을 내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시위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나는 회의 결과를 예측하고 도중에 밖으로 나갔다.
‘유독 빡쳐 있는, 또라이 같은 학생들을 찾아서 접근한다. 그리고 락카를 팔면 되겠어.’
제국 아카데미 학생들은 락카에 대해 잘 모른다. 제국에는 락카가 유통되지 않으니까.
‘제 6,700 구역, 연예의 왕국에서는 락카가 흔한 편이지. 6,700 구역에서 온 장사꾼이란 설정으로 싼값에 락카를 뿌리면 되겠군.’
그들은 락카를 보고 반드시 구매할 것이다.
‘락카칠은 재밌으니까. 락카로 아카데미를 꾸밀 수 있는데 어떻게 참냐고.’
유성 락카의 지독함 따윈 모른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러려니 할 것이다. 어차피 치우는 건 자기들이 아니니까.
나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학생들에게 락카를 싼값에 팔았다.
‘익명의 졸업생으로 후원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겠군. 후원금은 학생들의 사기를 더 올려줄 테니까. 후원을 너무 많이 하면 세금 징수관이 움직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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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움직이던 말던 별 관심 없었다. 책임을 지는 건 내가 아니니까.
락카를 팔고 밤에 엘레나와 만났다. 엘레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왜 그래? 일이 잘 안 풀렸어?”
“아니. 잘 풀렸다. 지나치게 잘 풀려서 느낌이 묘하군. 제국을 이끌어가야 할 귀족들이 소문의 진위여부도 따지지 않고 바로 받아들이다니. 나는 정신적으로 뭔가를 한 게 아닌데 말이다.”
“그만큼 학생들의 선민의식이 어마어마했다는 거지. 제국은 귀족을 위한 나라잖아.”
“그 귀족들의 지능이 수준 이하면… 아니지. 내겐 오히려 잘된 일이군. 어차피 하급 귀족들은 평민이나 별 다를 바 없으니.”
엘레나의 미소는 차가웠다.
• • •
다음날.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오전부터 교문에 모였다. 그 필두에는 학생회장 로운이 있었다. 그의 등 뒤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들 중 일부는 커다란 깃발을 들고 있었다.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평민 입학 반대!)
(제국 아카데미는 귀족을 위한 곳이다!)
(제국 아카데미의 전통을 지켜라!)
퇴역기사들로 이루어진 경비원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외부인이었다면 검을 뽑아 막아섰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외부인이 아니라 재학생들이었다. 지켜야 할 대상에게 검을 겨누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경비대장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학생회장 로운에게 말을 걸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입니까?”
“당신들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우린 아카데미 측에 요구할 게 있습니다. 총장을 만나러 갈 겁니다. 이건 학교 내부의 일입니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힘을 하면 됩니다.”
“…….”
경비대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경비원으로서 학생들을 막을 명분이 없었다.
학생들은 당당히 아카데미 본관으로 쳐들어갔다. 다만, 총장과 부총장, 교무처장을 비롯한 중요 인물들은 없었다. 남아 있는 인간은 권한이 없는 직원들뿐이다.
“총장님과 면담하러 왔습니다. 어딨습니까?”
“총장님은 이번 관료 설명회 문제로 발데르트 공작 각하의 부름을 받으셨습니다! 일단, 학생 여러분 진정하시죠! 총장님은 오후에 오실 겁니다!”
“하, 그럼 대신 당신이 하시면 되겠군요. 저희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평민 입학을 거부하십시오. 당신이 아카데미의 이름을 대표해서 보장하십시오.”
“제, 제가요? 전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평민 입학이라니… 제가 알기로 아카데미에서 논의 된 적도 없는 사안입니다!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차분히 이야기를….”
“말이 안 통하는군. 어쩔 수 없지. 총장님이 오실 때까지 본관은 저희가 점거하겠습니다. 교직원 여러분은 나가주시죠.”
“네, 네?”
교직원들이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모를 때. 학생들은 일제히 소리쳤다.
“제국 아카데미는 평민 입학을 철회하라!!”
“철회하라!!!”
학생들의 아카데미를 점거가 시작되었다. 시위에 참여한 수백 명의 학생들이 흩어진다.
치이이이이익!
아카데미는 바닥, 벽, 천장할 것 없이 알록달록 꾸며진다.
깡깡깡!
한 학생은 제국 아카데미 설립자, 대마법사 할렌의 동상 뚝배기를 방망이로 두들겼다.
깡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