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669)
창작물속으로 2669화(2669/2682)
나는 유리 케이스를 열고 팔찌를 꺼냈다.
작은 보석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화려한 팔찌.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팔찌는 아니었다.
「스타웨이
대마법사 할렌의 마법이 담긴 팔찌.
마법(B) 관련 특성 혹은 스킬 보유 시 대마법사 할렌의 마법 화살을 배울 수 있다.
랭크: B」
고생한 것에 비해 스타웨이의 성능은 별로였다.
나는 마법 관련 특성과 스킬은 가지고 있지 않기에 할렌의 마법 화살을 배울 수 없다.
‘B랭크 이상의 마법 관련 특성이면… 웬만한 마법사들은 못 배운다.’
엘레나도 마법사다. 허나 할렌의 마법 화살엔 별 관심 없을 거다. 엘레나의 힘은 대마법사 할렌의 전성기 시절도 가뿐히 뛰어넘은 상태이니.
‘두 번째 공물을 얻었다.’
인벤토리에 팔찌를 넣고 주변을 둘러본다. 전시용 물건들이 꽤 있었다. 트로피, 메달 등등. 아카데미와 관련된 것들이다.
‘가져갈 만 한 물건은 딱히 없군.’
볼일은 끝났다.
제국 아카데미를 빠져나가기로 했다. 물론 기만으로 내 흔적을 지우거나 조작할 거다. 이상함을 느끼더라도 나라는 인물을 특정하진 못할 거다.
‘솔직히 좀 부추기긴 했어도 일이 이렇게 쉽게 진행될 줄은 나도 몰랐어. 소문의 진위 여부는 확인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었지.’
학생회장 로운이 소문을 확인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학생들이 모여서 압박하긴 했으나, 그게 제국 아카데미 모든 학생들의 뜻은 아니었다. 로운이 차분하게 대응했다면 나도 좀 고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로운은 휩쓸리듯 학생들에게 동조했다.
‘내가 수단을 준비해 두긴 했어도 설마 바로 아카데미를 점거할 줄이야. 얘들은 평소부터 이이러고 싶었던 거지.’
행동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할 거다. 물론 그 책임에 나는 없을 거다.
나는 조용히 아카데미를 빠져나갔다.
• • •
제국 아카데미의 총장이자, 대마법사 할렌의 직계 후손인 메르시드 코멘 후작과 중역들은 뒤늦게 아카데미 소식을 듣고 저녁 무렵에 헐레벌떡 돌아왔다.
원래는 환상공과 저녁 만찬을 함께하며 친분을 다질 계획이었다. 작위를 가진 귀족이라도 환상공을 비롯한 제국오공과 만나는 일을 귀했기에 기대했던 날이었다. 허나 아카데미가 무너지게 생겼으니 일찍 귀환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 점거한 아카데미를 본 그는 입을 벌리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빨갛고 파랗고 노란 글씨와 낙서들이 아카데미 전체를 장식하고 있었다. 거기에 적혀 있는 글들도 어처구니없었다.
(평민 입학 결사반대!)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제국 아카데미는 평민이 아닌 귀족을 위한 배움터다!)
“이게… 이게 뭔가! 학교가 개판이 됐잖나! 멀쩡한 곳이 없군! 건물 3~4층에는 또 어떻게 낙서를 해댄 거지?!”
분노를 토하는 총장. 본관에서 쫓겨난 교직원들은 누치를 보며 말했다.
“마법 학부 학생들이 마법으로 몸을 띄어서 락카라는 물건으로 낙서했습니다.”
“자네들은 보고만 있었나?!”
“학생들 수백 명이 몰려와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경비원!! 자네들은 뭐했나?!”
경비대장은 썩은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상대는 학생들입니다. 저희는 업무는 학생들을 제압하는 게 아닙니다.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막기는 했어야지!!”
“저희 권한 밖의 일입니다.”
역정을 내려고 했던 총장의 눈에 대마법사 할렌 동상의 처참한 모습이 들어왔다. 동상의 머리는 깨져 바닥에 그 잔해가 떨어져 있었다.
“아니, 우리 선조 님 동상을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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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학생의 짓입니다. 기사 학부 출신으로 보였는데… 힘이 꽤 쎄더군요.”
“얼굴은? 얼굴은 봤나?!”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못 봤습니다!”
“마스크를 써? 이런 미친놈들! 아주 계획적으로 행동했구만!!”
“아무리 봐도 충동적인 행동으로 보입니다만. 그리고 요즘은 화산재 때문에 마스크가 필수입니다.”
“경비대장! 자네는 대체 누구 편인가?!”
“총장님. 저희는 주어진 일만 할 뿐입니다. 아카데미의 일은 아카데미가 해결해야죠. 저희는 이번 일에 개입할 명분도, 의무도 없습니다.”
총장은 경비대장을 한 차례 쏘아보고는 본관 쪽으로 몸을 돌렸다. 동상은 나중에 복구하면 된다. 지금 급한 건 학생들의 시위를 멈추는 것이다.
그는 몇 시간도 안 되어 엉망이 된 본관을 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
‘전통 깊고 우아한 아카데미를 거지소굴보다 못한 꼴로 만들다니…. 학생들의 행동이 무척 실망스럽군. 시위를 하기 전에 먼저 대화부터 하는게 맞지 않나? 다짜고짜 시위에 불법 점거라니….’
본관 입구에 학생들이 나와 있었다. 기세등등한 학생들 중심에는 학생회장인 로운이 있었다.
평소에는 낮은 자세로 총장을 대했던 로운은 뻔뻔한 얼굴로 총장을 맞이했다.
“…크흠. 학생회장. 불만이 있으면 학교를 개판으로 만들기 전에 내게 먼저 말했어야 하지 않나? 지금 자네들은 큰 실수를 하고 있네. 마지막 기회를 주겠네. 당장 해산하게. 그리고 이번 일의 주동자들은 책임을 지도록 하게.”
“총장님. 저희가 이러는 이유를 정녕 모르시는 겁니까?! 먼저 시작한 건 아카데미입니다!”
“아카데미가 뭘 했단 말인가?”
“평민 입학! 아카데미는 귀족을 위한 교육시설입니다! 저희 학생일동은 평민 입학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총장께서 평민 입학을 철회하시고, 그 사실을 문서로 남겨주십시오!”
“평민 입학…? 우리는 평민 입학을 생각해 본 적도, 논의한 적도 없네. 대체 어디서 들은 말은 믿고 이 사태를 벌였나?!”
“논의한 적도 없으시다? 그럼 다행이군요. 평민 입학 철회를 공식 석상에서 발표하시면 되겠군요!”
“그런 논의는 오간 적도 없다니까! 대체 왜 내가 한 적도 없는 발언을 철회해야 하나?!”
“아무튼 철회하십시오! 평민 입학을 철회하기 전까지 저희는 시위를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또한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불가피하게 수업에 참석할 수 없게 되니 인정해 주시고….”
학생회장 로운이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총장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자신이 한 발언도 아닌데 철회하라? 이건 자신의 체면을 땅에 박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로운!! 마지막으로 말하겠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당장 해산하게!”
“저희의 입장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후회하는 건 총장님이 될 겁니다.”
“뭐?”
“저희는 총장님의 비리 문서를 확보했습니다. 제국 아카데미의 총장이란 자가 아카데미 예산을 횡령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평민 입학 철회와 더불어 그 자리에서 사퇴하십시오.”
“이 미친 것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너희는 선을 넘었다! 경비대장!! 뭐하나! 저 폭도들을 당장 아카데미에서 끌어내지 않고!!”
화난 총장이 삿대질을 해대며 소리쳤다. 경비대장은 고개를 저으며 총장을 말렸다.
“진정하십시오, 총장님. 상대는 아카데미의 재학생들입니다.”
“저놈들은 학생이 아니라 폭도다!!”
로운은 총장을 보며 조소를 흘렸다. 그러면서 주먹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린다.
“총장의 사학 비리를 용납할 수 없다! 총장은 총장직에서 사퇴하라! 또한 총장 직선제를 도입하라!”
“철회하라! 사퇴하라! 도입하라!!”
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총장이 발광했으나 경비대장이 총장의 몸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소란을 느끼고 몰래 학교 내로 잠입해 있던 기자들은 그 장면을 똑똑히 지켜봤다.
다음날.
화산섬의 저주로 우울하던 유스티아 제국에 제국 아카데미라는 도파민이 뿌려졌다.
평민들은 제국 아카데미 학생들의 멍청한 짓거리에 혀를 쯧쯧 차며 욕했고, 황실과 귀족들은 일단 침묵했다.
• • •
제대로 빡이 돌아버린 총장은 참지 않았다. 정확히는 참을 수 없었다. 이대로 사건을 방관하면 제국 아카데미 자체가 무너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후원금을 토해내야 했고, 후원금은 사용해서 환불할 수 없는지라 파산하게 된다.
‘아카데미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내가 망한다!’
황실과 귀족들은 이번 사태에 끼어들지 않았다. 끼어들어봤자 얻을 게 없었고, 이렇다 할 명분도 딱히 없었다.
‘무력을 동원하는 건 하수 중의 하수다.’
제국 아카데미 학생들은 귀족이다. 무력을 동원하면 수백, 수천 명의 귀족을 적으로 돌리는 꼴이다.
‘제국법으로 해결한다.’
학생들은 자기들이 제국 아카데미의 주인이라 여기고 있다. 그러나 아카데미의 주인은 총장이었다. 아카데미는 총장의 재산이다.
‘모든 학생을 고소할 수 없으니… 주동자만 특정해서 고소한다. 그중에 몇몇은 이쪽으로 끌어들여 내분을 유도해야겠군. 확실한 건 주동자인 학생회장 로운은 절대 봐줘선 안 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하게 끝장을 봐야 했다.
총장은 청소 전문가를 아카데미에 불렀다. 그리고 아카데미 복구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했다.
“…이 락카라는 물질은 물로는 지울 수 없습니다. 특수 화학 물질 같은 게 필요한데… 그게 제국에서 생산되는 물건들이 아닌지라…. 돈이 아주 많이 듭니다.”
“대충 얼마 정도 하오?”
“못해도 540억 페니는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540억…?! 마, 마법사에게 부탁한다면…!”
“그 이상의 비용이 청구될 겁니다. 락카는 완벽하게 지우려면 고위 마법사의 힘이 필요한데… 고위 마법사라도 최소 30명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인건비가 얼마나 비싼지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
“아, 환상공이라면 아카데미 전체를 순식간에 복구할 수 있을 테지요. 그분은 반파된 도시를 마법 한 번으로 복구한 적도 있으니….”
“……환상공에게 부탁하면 들어주겠습니까?”
“환상공께서 들어주시겠습니까?”
지금의 환상공은 예전보다 유해졌다곤 하나, 환상공은 귀족도 처리하는 무서운 존재였다. 그녀를 불쾌하게 했다간 언제 어디서 환상에 빠져 죽을지 모른다. 듣기로는 환상공의 적의를 산 자들은 무한이 이어지는 방에 갇힌다던가.
“540억…. 견적서나 써주시오.”
“정말로 청소할 겁니까? 이 정도면 차라리 아카데미 건물을 새로 짓는 편이 낫습니다.”
“그것도 괜찮겠지. 어쨌든 견적서를 써주시오. 비용은 아카데미 학생들이 낼 것이오.”
총장은 학생회장 로운을 비롯한 학생 30명을 고소했다.
법관이 제국 아카데미로 파견되었고, 시위대는 해산했다. 법관은 하급 귀족들이 어쩔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법관에게 대든다? 귀족이라도 사형당할 수 있었다.
로운은 긴급히 하나회를 소집했다. 허나 참석한 하나회 회원은 적었다. 고소당한 회원들만 참석한 것이다.
“일반 학생들은?! 아카데미 학생들의 연대는 어떻게 됐나?!”
“…자기들은 이번 일과 아무 관계 없다고 참석을 거부했습니다.”
“총장의 비리는?! 총장의 비리를 고소하면 되지 않나!”
“…비리에 사용했던 돈은 다른 귀족들의 후원금이 아니라 총장이 아카데미를 통해 벌어들인 돈입니다. 거기다 비리가 아니라 품위 유지를 위해 사용한 비용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나, 나는 이번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아니, 호적까지 파인다! 해결 방법! 해결 방법은 없나?!”
로운이 필사적으로 물었다. 허나 그곳에 모인 학생들은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몇몇은 눈물까지 흘렸다.
해결을 하기에는 일이 너무 커졌다. 그들의 가문이 나서더라도 540억 페니를 갚을 방법은 없었다. 귀족들은 가문을 위해 자식들을 내쳤다. 그들을 대신할 형제나 사촌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귀족 사회는 차가웠다.
그리고 유스티아 제국은 현대 한국처럼 관대하지 않았다. 다행인 점은 귀족이었기에 사형은 면했다는 거다. 이젠 가문에서 내쫓기기에 귀족도 아니게 되겠지만.
“이럴 수가…. 내 인생이 이렇게 망한다고?”
“이게 다 회장님 때문이 아닙니까! 회장님이 책임지십시오!”
“뭐? 처음 시작한 건 너희들이 아니냐! 나는 너희의 의견을 받아 움직였을 뿐이다!”
내분이 일어났다.
학생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넘겼고, 몇몇은 총장에게 달려가 동료를 팔았다.
640억 페니. 당연히 학생 30명이 감당할 수 없는 돈이란 걸 아는 총장은 추가로 학생들을 고소해서 최대한 돈을 뜯어내기로 했다.
‘한 100명 정도 더 고소해서 돈을 받아내야겠군. 이참에 아카데미를 리모델링하는 것도 나쁘지 않군.’
허나 이번 사태에 실망한 황실과 고위 귀족들은 후원금을 끊어버렸다.
총장은 더 많은 학생을 고소하며 학비까지 올렸다. 이 사실은 널리 퍼지고 제국 아카데미의 이미지는 시궁창으로 떨어졌다.
제국의 귀족은 제국 아카데미 출신 귀족을 뽑지 않았고, 평민들은 제국 아카데미 출신 귀족들을 뒤에서 욕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학생들은 아카데미를 자퇴했고, 내년 입학생들도 입학을 취소했다. 기회를 보고 있던 귀족 일부는 새로운 아카데미를 세우고 학생들을 흡수했다.
한 마디로 제국 아카데미는 망했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망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학생회장이었던 로운이 하늘을 향해 비명을 내질렀다. 허나 그의 빚은 까지지 않았다. 아카데미를 신나게 낙서한 대가로 평생을 빚더미에 빠져 노예로 살게 됐다. 그들은 제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들에겐 불행하게도 그게 끝이 아니었다. 뒤늦게 아카데미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스타웨이가 도둑맞은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총장은 당연히 학생들을 추가로 고소했고, 학생들은 목숨까지 달아날 판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카데미 총장도 비명을 질렀다. 가문의 보물을 학생 중 누군가가 가져간 게 확실한데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는 학생들보다 상황은 나았다. 명성은 바닥에 처박혔어도 막대한 돈은 가지고 있으니까.
「신좌들이 제국 아카데미 사태를 보며 즐거워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3,000AP를 후원합니다.」
「마천의 왕이 6,666AP를 후원합니다.」
「어둠 속의 잔월이 2,000AP를 후원합니다.」
…….
무수히 많은 신좌가 내게 AP를 후원했다. 신좌들은 이번 제국 아카데미 사태가 제법 재밌었던 모양이다.
‘만약, 제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면….’
나는 생각을 그만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