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681)
창작물속으로 2681화(2681/2682)
거울 속으로 들어왔다. 급하게 들어와서 그런지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다시 벌떡 일어나 주변을 확인한다.
차가움이 느껴지는 잿빛의 성안이다. 내 옆에는 엘레나가 엎드려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강명진, 릴스네, 주서현이 이쪽으로 달려온다. 나는 우선 엘레나부터 확인했다.
“엘레나!”
“…괜찮다. 정신이나 육체나 문제는 없다. 수의공을 상대하느라 수명을 30년 가까이 쓰긴 했다만, 70년 이상은 쓸 수 있다.”
나는 엘레나를 부축했다. 엘레나는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어린아이였던 그녀의 육체는 원래의 성인의 몸으로 돌아왔다.
“안색이 좋지 않은데?”
“…생각할 게 많다. 아버지에 관한 것이나, 수의공에 관한 것이나.”
“대체 천년공이 네게 무슨 짓을 했기에 한순간에 제압당한 거야?”
“천년공. 그 괴물과 시선이 마주하고… 격의 차이를 느꼈다. 막대한 정보와 공포가 내 정신과 육체를 한순간에 장악했지.”
“막대한 정보?”
“그래. 내 머리로도 처리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정보다. 일종의 정신 과부하라고 할까. 환술사인 내가 이 정도였으니… 다른 평범한 인간이라면 정신이 붕괴하여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정신 공격이다. 아버지가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거다.”
“천년공과 관련된 정보였어?”
그렇다면 오히려 잘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천년공의 괴물 같은 형태를 봐선 정보가 더 필요했다.
“정리되지 않은 정보였던지라… 모르겠다. 나는 그 정보에 휩쓸려 흘려내기에 급급했다. 나름의 정신을 보호하는 방법이지. 지금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 다만, 아주 오래된 기억이었다는 느낌은 남아있다.”
엘레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색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표정도 평소와 같았다. 사람을 깔보는 듯한, 오만한 귀족의 표정.
“결과가 어떻든, 우린 목적을 달성했다. 천년공의 정신 과부하도 대처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정신 방벽을 더욱 굳건하게 쌓거나, 처음부터 천년공의 시선을 마주하지 않거나, 환술로 정보 자체를 비틀고 흩트린다. 몰랐기에 당했던 거지, 알고 있다면 더는 당하지 않는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며 천년공을 떠올렸다.
천년공의 눈은 용안이었다. 드래곤을 몇 번 상대하고 죽여봤기에 내 안목이 틀렸을 리는 없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천년공이 드래곤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천년공이 마지막에 보여준 그 모습은 드래곤이라 하기에 너무 괴물 같았다.’
꼭 드래곤만이 용안을 가지라는 법은 없다. 강명진만 해도 인간인데 용안을 가지고 있다. 강명진은 시스템의 보정을 받긴 하지만.
‘복잡해지는군.’
천년공과 황제, 엘레나를 제외한 제국오공에 관한 정보는 원작과 설정집에도 딱히 없었다.
‘황제와 강명진의 목표는 일맥상통하지. 서로 적대할 이유가 없고, 굳이 직접적으로 협력할 이유도 없었어.’
하지만 강명진이라면 천년공에 대해 알고 있을 것 같다.
“환상공 각하. 괜찮으십니까?”
다가온 강명진이 물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온 모양이군. 보다시피 큰 상처는 없다. 그대들은 괜찮나?”
“예. 저희는 멀쩡합니다. 성공적으로 겨울성으로 들어와 근처에 있던 적들은 처리했습니다.”
“적들?”
강명진이 벽을 가리켰다. 벽 아래에 부서진 시체가 있었다. 굶어 죽은 듯한 비쩍 마른 시체의 잔해는 단단히 얼어있었다.
“얼어붙은 언데드입니다. 냉기를 흘려서 귀찮은 적입니다만,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정말로 위험한 건 겨울성의 주인이기에… 각하와 유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능하군. 조금 쉬다가 이 성의 주인을 죽이러 가지.”
엘레나는 의자를 꺼내 앉았다. 푹신한 등받이에 등을 깊게 묻고서 눈을 감았다.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건드리기 힘든 분위기가 흐른다.
강명진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유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되나?”
“가짜 과거에서 날뛰었지. 발데르트 가문과 관련된 일이라 자세히 설명하기는 힘들어.”
“그런가.”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강명진에게 물었다.
“천년공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어?”
뜻밖의 질문이었을까. 강명진은 꽤 오랫동안 침묵한 뒤 대답했다.
“때로는 언급하는 것만으로 상대가 알아차리고 적대 받을 수 있다. 적어도 이 공간에서는 말할 수 없다.”
“…천년공이 그 정도라고? 신이라도 되는 거야?”
“…….”
“아. 그 정도는 되나.”
마지막으로 본 천년공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되니 천년공의 정체가 정말 궁금해진다.
나는 강명진을 채근했으나, 강명진의 무거운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유진. 굳이 네게 충고하자면… 천년공과 황제와는 최대한 엮이지 않는 편이 좋다. 그들은 적이 아니다. 황제는 아틀란티스의 공략을 진심으로 원하고 있으니.”
천년공에 관한 정보를 물어보는 걸 관뒀다.
“그럼 헬텐은?”
“…그놈들은 적이다. 헬텐이 나서서 화산섬 구역 일부를 공략하긴 했으나, 놈들의 진짜 목적은 아틀란티스 공략이 아니다. 그렇다고 굳이 싸울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대로 아틀란티스를 공략하면 된다.”
그 후로 우리는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릴스네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와 엘레나를 힐끔거렸고, 주서현은 언제나처럼 죽일 듯이 나를 노려봤다. 오늘은 그 적개심이 평소보다 강한 것 같긴 하다.
샤아아아.
거울성 내부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그것뿐이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차가운 바람에 몸을 떨 만큼 약하지 않았다.
“충분히 쉬었다. 이제 움직이지.”
엘레나가 말했다.
강명진이 앞장서서 움직였다. 목적지는 겨울성의 알현실이었다.
알현실의 문은 닫혀있다 못해 얼어붙어 있었다.
쿠구구궁.
얼어붙은 문 앞에 서자, 건들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열렸다. 문에 붙어 있던 얼음이 갈리며 얼음 가루가 흩날렸다.
얼어붙은 옥좌에 앉아 있는 건 비쩍 마른 얼굴의 검은 기사였다.
「이후의 겨울(僞)이 눈을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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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근의 흑기사가 눈을 뜬다. 눈동자 대신 시퍼런 귀화가 타올랐다. 불꽃처럼 느껴지는 귀화는 따뜻함 대신 차가움만이 느껴졌다.
알현실 내부의 모든 창문이 열리고 한기를 품은 바람이 내부로 들어온다.
「대기근이 당신을 덮칩니다. 굶주림이 시작됩니다. 굶주림이 심해질수록 이성을 잃습니다.」
「마른 겨울이 내려앉습니다. 한기가 서서히 스며듭니다. 당신의 육체가 둔해집니다.」
딱.
엘레나가 지팡이로 바닥을 두들겼다.
공간이 변했다.
열린 천장에서는 태양광이 쏟아지며 훈훈한 열기를 선사했다. 덕분에 굳어졌던 몸이 풀린다. 엘레나는 차가운 바람까지 환술로 조작했다.
“…허기는 내 환술로도 어쩔 수 없군. 시스템이 직접 관여하는 건가. 아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이겠지. 그 안으로 끝내라.”
릴스네가 화살을 쏘았다. 흑기사가 검으로 화살을 쳐냈다. 나와 강명진, 주서현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흑기사에게 달려간다.
강명진이 정면을 맡고 나와 주서현이 측면을 공격하는 것이다.
흑기사가 다른 손에 저울을 들었다. 이미 강명진을 통해 공략을 숙지하고 있던 우리는 저울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다만, 흑기사가 저울을 시작부터 꺼내 들 줄은 강명진도 예상하지 못했다.
“유진!!”
강명진이 내 이름을 외쳤다.
[가속을 사용합니다. 10분 동안 유지됩니다. 남은 스택: 2]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뇌천류(雷天流) 질풍신뢰(疾風迅雷).
뇌천류(雷天流) 비뢰신(飛雷神).
「전광석화(電光石火)를 사용합니다.」
우리 중에서 가장 빠른 내가 저울을 빼앗기 위해 번개가 되어 내달렸다. 이 거리에선 번개의 도약이 가장 좋지만, 정신을 집중할 시간이 없었다.
빠르게 흑기사의 앞에 도착한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0]흑기사가 저울을 뒤로 빼는 동시에 내게 검을 휘두른다.
‘전광석화로 육체가 잠시 번개로 변한 상태이긴 하나… 흑기사의 검은 너무 위험하다. 맞으면 당하겠군. 왼팔을 버린다.’
대신 저울만 취하면 된다. 그럼 변수 없이 승리할 수 있다.
서걱!
전광석화 상태가 강제로 해제되고 왼팔이 베인다. 왼팔이 떨어지지만, 피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피가 나오기 전에 얼어붙은 것이다.
하지만 내 오른손은 멈추지 않고 저울로 향했다.
화르륵.
흑기사의 귀화가 맹렬히 타올랐다.
「겨울의 시선이 당신을 얼립니다.」
육체가 얼어붙는다.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저울을 꺼내는 것에 모자라 겨울의 시선까지 사용한다? 흑기사는 아주 작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명진이 미리 알려준 덕분에 알고 있었지.’
[천심(天心)을 발동합니다. 1분 동안 지속됩니다.]얼어붙던 몸이 한순간에 자유를 되찾는다. 잘린 왼팔에서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나는 흑기사가 조심히 들고 있던 저울을 거칠게 빼앗았다.
“안 뺏기려면 단단히 잡았어야지. 아, 그러면 저울을 발동하지 못하나?”
흑기사는 내 도발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왼팔을 벴던 검을 뒤로빼며 휘두른다.
그 짧은 준비 동작, 빠지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비뢰신으로 몸을 뒤로 이끌었다.
흑기사는 당연히 내게 다가오며 검을 휘두른다. 허나 릴스네가 쏜 화살이 흑기사의 어깨를 타격했다. 피해는 크지 않아도 흑기사를 경직시키기엔 충분한 공격.
릴스네가 벌어준 틈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거리를 벌렸다.
“잘해줬다.”
강명진이 내 옆을 지나며 말했다. 이어 주서현까지 흑기사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뒤에서 히죽 웃으며 흑기사가 처맞는 걸 지켜봤다. 저울과 겨울의 시선. 그 두 개의 변수가 없는 이상 흑기사가 강명진과 주서현을 동시에 상대하며 이길 가능성은 없다.
“어휴. 방정맞게 팔을 흘리고 다니는군.”
엘레나가 다가왔다. 파란 나비 한 마리가 내 어깨에 내려앉더니 사라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
“뭐해?”
“……왜 내 환술이 안 통한 거지? 네 팔을 복구시켜 주려 했다만.”
“아. 1분 뒤에 다시 하면 될 거야.”
천심은 엘레나의 환접술을 상태이상으로 판단한 모양이다.
1분 뒤. 엘레나는 다시 환접술을 시도했다. 왼팔이 완벽하게 복구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버티던 흑기사가 쓰러졌다. 내 손에 들려있던 저울도 사라진다.
「8,840 구역, 겨울성이 공략되었습니다.」
「아틀란티스의 기온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지배자의 의향에 따라 겨울성이 화산섬에 끼치는 영향이 사라집니다.」
「칭호, 겨울 극복자를 획득합니다.」
「마나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공략 보상으로 10,000 AP를 획득합니다.」
지배 구역권은 강명진이 가졌을 거다. 특이한 구역이 아닌 이상 지배자를 죽이면 그 구역의 지배권을 획득하니까.
‘원래부터 구역 공략 보상은 에이플랜 레기온이 가져가기로 했다.’
이 구역의 지배권은 강명진이 가지기로 정해져 있었다는 거다.
나는 이 구역이 전혀 탐나지 않았다.
‘사람을 비롯한 생물이 하나도 없는 구역이지. 심지어 식물도 없어. 척박하기로 따지면 사막보다 더 심해.’
사막에는 적어도 사람이라도 있었다.
겨울성? 더럽게 큰 성일 뿐이다. 보물 같은 건 없다.
구역 자체는 매달 나오는 AP 말고는 딱히 이득이 없었다. 대신 흑기사가 죽고 남긴 3가지 물건은 꽤 쓸만해 보였다.
각각 투구와 검, 저울이었다.
‘어디 정보나 확인해 볼까.’
셋중 하나는 내가 가질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