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759)
창작물속으로 2759화(2759/2760)
던전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헌터 협회 직원 다가왔다. 가장 앞에 나선 것은 백지은이었다. 이 자리의 책임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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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진 헌터.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공식적인 자리였기에 백지은이 존댓말을 썼다. 그러면서 눈빛으로 압박한다. 거절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거절당하면 쪽팔리긴 하겠지.
“그러죠.”
솔직히 나랑 친한 척하는 편이 백지은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는 S급 헌터 후보였으니까. 나랑 친하다는 사실만으로 헌터 협회 내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이 강해지리라. 심지어 내가 S급 헌터까지 된다? 백지은은 헌터 협회장도 노려볼 만했다. 협회장 자리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치적 영향력이 더 강한 자리니까.
‘백지은이 자기 능력만으로 증명하고 싶다면… 존중해주지 뭐.’
내가 S급 헌터가 되고 나서도 늦지 않았다.
나와 백지은이 임시 천막으로 향했다. 근처에 있던 유라가 당연하다는 듯이 따라왔다. 닌자 복장은 아니었다. 나시티와 허벅지가 드러나는 핫팬츠를 입고 있어서 몸의 문신이 드러났다.
꽃뱀, 부서진 해골, 가시덩굴, 칼을 입에 문 관자재보살…. 하나 같이 위험한 문신이라 사람들이 보면 깡패나 야쿠자로 오해할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었다. 실제로는 저 문신이 위험한 존재가 봉인되어 있다.
‘던전의 몬스터와는 다르지. 본래 일본에 있었던 토착 요괴라고 했던가.’
유라 본인의 말로는 단순히 힘만으로 토벌할 수 없는 위험한 존재들이기에 봉인했다고 한다.
‘그 요괴 새끼들도 브라마센과 관련 있는 건… 아, 아니지. 조금만 수상쩍어도 브라마센이 떠오르잖아. 짜증 나게.’
브라마센이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걸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놈이 지구의 모든 일에 관여하지 않았으리라.
곧 우리는 임시 천막 속에서 마주 보고 앉았다. 유라는 앉지 않고 천막 옆에 팔짱을 끼고 섰다.
“유라 씨에게서 대충 전해 들었어. 세계 헌터 협회가 관련된 일이라며? 나도 자세히는 몰라. 물어도 안 가르쳐 주더라고. 이번 일은 던전 변이로 은폐될 거야.”
“그래? 의외네. 누나는 끝까지 알아보려 할 줄 알았는데.”
“이래 보여도 세계 헌터 협회의 특수성은 잘 알고 있어. 세계 헌터 협회가 나서는 걸 보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널 이곳에 부른 건 대충 입을 맞추기 위해서야. 그리고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말해 줄 수 있어?”
나는 잠깐 유라를 힐끔 바라봤다.
“괜찮아. 지은 씨는 유능하니 비밀을 지킬 거야. 세계 헌터 협회도 백지은 씨를 중요 인물로 여기고 있고.”
나와 관련된 인물이니 당연히 중요 인물이지. 내 여자를 건드리면 아무리 세계 헌터 협회라도 가만히 안 있는다.
“이 던전은 뭐랄까. 평행 세계 같은 느낌이었어. 약 30년 정도 전의 서울 같은 느낌? 뭐, 건물 위치라던가 좀 다르긴 했지만. 거기 사는 인간들 전부 미치광이였어.”
나는 브라마센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브라마센은 악신이다. 그것도 상당한 힘을 가진 신. 백지은이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컸다. 당장 안시현 또한 꿈속의 존재, 브라마센을 약간이나마 인지하고서 악몽이 강해지지 않았던가.
던전에서 얻은 방울도 말하지 않았다. 인벤토리의 감정으로 확인해 보니 브라마센이 수작을 부린 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던전 게이트는 소멸했다. 비상이 걸렸던 협회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적당한 실적과 보상을 받기로 했다. 보상은 현금이었다. 나는 이미 S급으로 내정 받은 자. 실적이든 돈이든 별 관심 없었다.
천막에는 나와 유라, 두 사람이 잠시 남았다.
“유라. 세계 헌터 협회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다중우주, 평행 세계, 이차원 등 온갖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어. 실종되었다가 다른 세계에서 돌아온 ‘귀환자’도 있는데 뭘.”
“…진짜? 귀환자가 존재했다고?”
박수호를 떠올리니 자연스레 납득되긴 했다.
“나도 자세히는 몰라. 다만,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건 확실해. 무술과 마법이 이 세계에 퍼진 이유 중 하나가 귀환자 때문이야. 문제는 귀환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지.”
“빙의자나 환생자도 있나?”
“그것까진 잘 모르겠네.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내가 말하는 건 요괴들이야. 그것 중 일부는 다른 차원에서 흘러들어왔다고 하니까.”
“외래산이었나.”
세계의 비밀을 알았다.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넌 자기를 말단 직원처럼 말하더니.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네?”
“나도 최근에 알았어. 네 덕분에 세계 헌텨 협회 내에서 내 가치가 올라갔거든.”
“지구를 노리는 놈에 대해선 알아?”
“자세히는 몰라. 한 가지 확실한 건 제법 있다는 것?”
“안시현과 박수호에 대해서는?”
“안시현은 이번에 주목하게 될 거야. 저번 던전 변이는 우연일 수 있지만… 이번 일을 보면 우연일 리 없을 테니까. 아마 내가 조사하게 되겠지? 박수호는 네 후배지? 뛰어난 재능과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 정도? 잘은 잘 몰라.”
“세계 헌터 협회라 해서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아니군.”
“모든 걸 알고 있을 수는 없어. 특히 여긴 한국이잖아.”
“한국이 왜.”
“세계 헌터 협회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안전한 나라 거든. A급 헌터도 인구 대비 유독 많은 편이라 다른 나라에 이민 좀 가줬으면 좋겠다니까. 나라에서 세뇌를 하는 것도 아닌데 한국 헌터들은 이상하게 애국심이 높은 편이란 말이지.”
“돈 많으면 살기 편한 게 한국이거든. 근데 최근데 헌터세가 높아지며 이민을 고려하는 헌터가 많아졌다고 하던데… 세계 헌터 협회 짓은 아니지?”
“몰라. 내 분야는 아니라서.”
유라가 딱 잘라 말했지만, 나는 세계 헌터 협회가 굉장히 의심스러웠다.
‘…근데 나랑은 별 상관없지 않나?’
이미 평생 쓸 돈을 모았다고 할 수 있는 나다. 세금이 뜯기는 건 좀 불쾌하긴 해도… 막상 생각해 보면 산에서 티끌을 가져가는 거라고 할까. 심지어 산에 쌓이는 게 더 많았다.
‘근데 씨발 내 세금으로 출산 장려 댄스 같은 걸 만든다고 생각하니 개빡치네. 한 번 엎어?’
정치권 한 번 조여줘?
내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자, 유라가 조심스레 물었다.
“…왜 그래? 헌터세에 관해서 한 번 알아볼까?”
“아니야. 그보다 술이나 한잔하러 갈래?”
“일해야 해. 보고서도 작성해야 하고.”
어쩔 수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막을 나섰다. 떠나기 전에 유라에게 붉은 눈의 복면인들에게 말했다. 다만, 평소에 눈동자도 숨기고 행동하는 놈들이니 바쁜 세계 헌터 협회가 바로 색출해 낼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안시현과 마주쳤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성유진 헌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신경 쓸 거 없다. 지나가던 헌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이번에 팬이 됐습니다. 악수 한 번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악수? 어렵지 않지.”
나는 웃으며 장갑 벗은 손을 내밀었다.
손의 감촉으로 내 정체를 알아낸다고? 그게 쉽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너무 감각에만 의존하는 거니까. 하지만 의심 정도는 하게 되겠지.
‘의심하는 정도야 뭐.’
설령 내 정체를 알아낸다고 해서 안시현이 뭘 할 수 있지? 그녀는 완연한 내 육변기다. 내가 벌리라고 명령하면 벌릴 수밖에 없었다.
짧은 악수가 끝났다. 안시현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나는 바이크를 타려다가 귀찮아져서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었다.
광란 폭주 바이크가 뉴스 기사에 떴지만, 금세 다른 기사에 묻혀 사라졌다.
• • •
[광기의 방울광기로 오염된 방울입니다.
마나를 소모해 방울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방울 소리를 들으면 신체 능력이 강화됩니다.
방울 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서서히 광기에 잠식됩니다.
특별한 방법으로 방울을 정화할 수 있습니다.]
이번 던전에서 얻은 보상이다.
방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힘을 강화할 수 있는 아티팩트였다. 효과만 보면 굉장히 귀했다.
‘부정적인 효과가 최악이지.’
나는 혼자 있을 때 방울을 흔들어봤다. 자연스럽게 내 안의 마나가 방울로 움직인다.
딸랑딸랑.
유감스럽게도 신체 능력이 강화되지 않았다. 광기 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광기라는 단어만으로도 알겠군. 브라마센이 개수작을 부린 물건이라는 걸. 그런데 특수한 방법으로 정화라….’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안시현과 게리스 사제. 안시현은 게리스 사제로부터 축복을 받고 브라마센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브라마센의 악몽 자체가 광기다.
‘박수호를 만나야겠어.’
딱히 숨길 일은 아니었기에 박수호를 통해 게리스 사제를 만났다.
“악신의 또 다른 대적자를 뵙습니다.”
“또 다른 대적자? 날 아나?”
“여신께서 당신에 관한 신탁을 내리셨습니다. 저희 교단은 성심성의껏 당신을 돕겠습니다.”
현직 여신답게 신빨 죽이네.
나는 게리스 사제에게 방울을 내밀었다.
“이걸 정화해 줄 수 있나?”
“…악신의 광기에 오염된 다른 신의 성물이군요. 다행히 그리 강한 광기는 아닙니다. 5시간이면 정화할 수 있습니다.”
“기다리지.”
기다리는 동안 안시현과 마주쳤다. 안시현이 흠칫 놀랐다.
“서, 성유진 헌터? 당신이 왜 여기에?”
“내가 박수호랑 친분이 있어서. 그리고 게리스 사제에게 맡길 일이 있어서 왔지. 넌 왜 여기에 있지?”
“저는….”
안시현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다 아는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처음 들은 것처럼 연기했다. 곧 안시현은 수련을 해야 했기에 떠났다. 날 보는 안시현의 눈에 짙은 의심이 깔려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적광이 나라는 걸 확신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정화되었습니다. 한때 성물이었으던 물건이었으나, 지금은 그에 미치진 못합니다. 아무래도 성물의 신은…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그놈이 갖고 있었으니 당연히 그 신도 놈에게 당해 죽었겠지.”
인벤토리에 넣고 감정했다.
[안정의 방울광기가 정화된 방울입니다.
마나를 소모해 방울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방울 소리를 들으면 신체 능력이 강화됩니다.
방울 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안정됩니다.]
방울을 흔드니 마나가 소모되며 청량한 소리가 울린다.
정신 안정은 모르겠고, 신체 능력 강화 효과는 미미했다. 내 기준으로 1%도 되지 않는다.
‘게임으로 치면 곱연산이 아니라 합연산인가.’
방울의 가치는 광역 버프와 정신 안정에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안시현에게 선물했다.
“선물이다. 너는 주기적으로 악신의 광기를 정화해야 한다지? 아까 게리스 사제에게 물어보니 이 방울이라면 축복을 받지 않고도 광기를 정화할 수 있다더군.”
“…이 귀한 걸 저한테 주신다고요? 목적이 뭐죠?”
“내겐 딱히 필요 없는 물건이야. 이런 물건은 마땅히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지.”
목적이 없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이 안정의 방울이 있으면, 안시현은 박수호를 의지할 필요가 없어진다. 안시현이 박수호와 필요이상으로 친하게 지내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같은 길드에 속해 있다고 해도 필요 이상으로 친해지진 않을 거다.
안시현은 고민하다가 방울을 받았다. 정신 안정 효과는 그녀의 능력에도 도움이 된다.
“…제게 꼭 필요한 물건이군요. 이 빚은 꼭 갚겠습니다. 제게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그래. 나중에 또 보자고.”
안시현과는 미련 없이 헤어졌다.
‘오늘 밤에는 안시현을 직접 범하러 가야겠어.’